잘생긴 얼굴, 뛰어난 연주력, 제법 센 주먹. 사실 tvN 는 꽃미남이라는 단어를 슬쩍 가리고 보면 소녀의 일기장보다는 소년의 환상에 가까운 드라마다. 그 중에서도 조직 보스의 아들로 과묵하고 신비로운 성격이면서 상당한 연주 실력을 가진 장도일은 소년들이 꿈꾸는 캐릭터에 가장 부합되는 인물이다. 그러나 비현실적일 정도로 특별한 외모를 가진 이현재가 장도일을 연기하는 순간, 그는 소녀들의 희망이 된다. 밴드 메이트의 드러머이자 활발하게 활동하는 광고 모델, 그리고 막 출사표를 던진 신인배우를 겸하고 있는 이현재를 만났다. 미남 드러머라는 수식어에 대해 “좋은데요? 하하하하”하고 시원스럽게 대답하는 그는 “20대에 경험하는 모든 일이 결국은 자양분이 될 것이기 때문에, 음악이라는 중심만 지킬 수 있다면 되도록 다양한 경험을 하고 싶다”고 말할 줄 아는 심지 곧은 스물다섯이었다. 그리고 진지한 눈으로 유쾌한 대화를 할 줄 하는 그는 소녀들이 꿈꾸는 소년의 정답이었다.영화 후 두 번째 연기 도전이다.
이현재 : 에서의 모습을 연기라고 친다면 그렇다. 하핫. 원래 연기에 대한 꿈이 있었던 건 아닌데, 작가님이 를 보시고서 나를 염두에 두고 장도일을 쓰셨다고 들었다. 그래서 부담 없이 내 모습을 연기하면 되는 줄 알고 시작했던 일이다. 그런데 가 우리의 이야기를 재연하는 식이었다면, 이 작품은 진짜 드라마고, 배우라는 타이틀로 내 이름이 나가는 거기 때문에 연기 레슨 같은 나름의 준비가 필요했다.
“안구정화 멤버들과는 촬영 없는 날도 술 한 잔 할 정도” 레슨이 도움이 되던가.
이현재 : 시간이 부족해서 잠깐 밖에 못했지만 물론 도움은 된다. 하지만 그것보다는 현장에서 배우는 게 많은 것 같다. 진짜 배우들의 작업 방식에 대한 팁을 많이 얻는다. 그리고 출연자들이 다들 또래 애들이라서, 그게 연기할 때 참 좋은 것 같다. 친해지고 나니까 다들 친구처럼 편해져서.
메이트에서는 막내지만 드라마 현장에서는 나이가 많은 편인데, 위상이 달라진 것을 느끼나.
이현재 : 꼭 그렇지도 않은 게, 요즘 애들이 다들…… 하하하하. 그저 현장에서도 막내처럼 잘 묻어가고 있다. 사실 나이 신경 쓰지 않고 다들 친하게 지낸다. 엘 같은 경우는 바빠서 촬영 스케줄이 다른 날도 많은데, 그래도 사교성 있는 편이라 친하게 지내고, 나머지 셋은 거의 붙어 다닌다. 촬영이 없는 날도 만나서 술 한 잔 할 정도로.
안구정화 멤버들이 함께 나오는 장면은 NG도 잘 없다고 들었는데, 비결을 알겠다.
이현재 : 멤버들이 같이 노는 장면처럼 대본 없이 자유롭게 가는 상황은 NG 없이 그냥 간다. 특히 민석이 같은 경우는 그런 신을 되게 잘한다. 워낙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잘하는 친구다. 그리고 성준이는 아무래도 고만고만한 출연자들 사이에서 잘 하는 친구인데, 그렇다보니까 다른 사람들을 배려해주는 편이다.
안 그래도 드라마를 보면서 놀라운 점 중 하나가, 대다수가 신인인데 연기가 점점 자연스러워진다는 점이었다.
이현재 : 시청자들이 적응하는 게 아닐까. 도 보다 보면 적응이 되거든. 하하.
그래도 초반에 중심을 잡아주던 이민기가 빠질 때는 걱정이 많았을 것 같다.
이현재 : 정말 우리끼리 민기 형 없으면 어떻게 하나 싶었다. 1, 2회 시청률이 잘나왔는데, 다 민기 형 덕분일 거라면서,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우려를 많이 했다. 하지만 우리끼리 맞춰가야 하니까 서로 친해지려고 노력을 많이 했다. 극 중에서 가장 친한 친구로 나오니까, 촬영장 안에서도 쉬는 시간, 대기 시간에 서로 모여서 얘기 하려고 하고.
그럴 때는 주로 어떤 화제에 대해 이야기 하나.
이현재 : 다양하다. 요즘 유행하는 개그 프로그램 같은 걸 민석이가 따라하면 다들 우와! 재밌다고 다 같이 따라하고. 겪어보면 실제 인물과 극 중 캐릭터가 많이들 비슷한 편이다. 촬영 감독님이 이 작품에서도 촬영 감독이신데, 종종 “어, 현재 나온다”하고 지적해 주시기도 한다. 도일이로 보여야 하는데, 촬영장이 즐겁다 보니까 자꾸 내 모습이 드러나는 거다. 배우들 얘기 들으면 별의별 현장이 있다는데, 우리는 너무 좋은 촬영장이다. 그러다 보니까 촬영 들어가야 하는데 장난치고 있다가 감독님한테 혼나기도 한다. 집중 하라고. 하하하.
“도일이는 왕자님보다는 질투의 도일” 실제로 등장인물들처럼 고등학생으로 돌아간 마음이 들겠다.
이현재 : 진짜 같이 있다 보면 유치해진다. 남들은 안 웃긴데 우리끼리 웃긴 거 있지 않나. 그런 거 막 따라하고 있고, 어느새 나도 모르게 바보짓 하고 있고, 이상한 표정 짓고 있고, 어휴.
그렇게 호흡이 잘 맞을수록 안구정화라는 팀에 소속되었다는 느낌이 들 것 같다.
이현재 : 안구정화로 밴드 하고 싶다. 정말로! 그냥 재밌다. 그리고 애들이 실제로도 음악을 좋아한다. 성준이는 연기하는 친구이기도 하지만 음악적으로도 조예가 깊어서 늘 드럼 어떻게 치는지 물어보고, 비트 물어보고, 무슨 음악 듣는지 물어보고, 알려주고 그런다. 기타도 곧잘 치더라. 엘 같은 경우도 악기 연주를 할 줄 알고. 처음에 감독님이 내가 밴드 경험이 있으니까 조언도 해 주고 음악적인 부분을 이끌어 가 달라고 부탁 하셨는데, 보니까 내가 이끌려 가고 있을 정도다. 합주 신에서도 애들이 다들 잘한다. 어색할 줄 알았는데 연주하는 폼들도 멋있고.
오히려 실제 연주를 하던 사람은 연기하는 모습을 연기하기 어려울 법 한데.
이현재 : 어, 어떻게 알았나! 실제로 연주와 연주하는 연기가 좀 다르다. 아무래도 화면에 평범하게 보이기 위해서는 현장에서는 좀 더 오버액션을 해야 한다. 연주를 하던 사람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배어나오는 부분은 있겠지만 결국은 연기를 해야 하기 때문에 평소와는 다르게 해야 하더라. 그 와중에 표정 샷을 많이 잡으니까 연주보다는 연기에 가깝게 되는 거다.
극이 진행될수록 연주하는 모습보다는 연주할 때의 표정을 더 보여준다는 인상을 받기도 한다. 행복하게 웃으면서 연주하는 모습 같은 장면들이 늘어나던데.
이현재 : 아, 그게 결국에는 살아남는 길이더라고. 흐흐흐. 처음에는 장도일이 좀 무거운 인물이라 잘 웃지도 않고 힘을 많이 줬는데, 결국 도일이도 친구들 사이에 있을 때는 좀 웃고 그래야 할 것 같더라. 그래서 밝은 모습을 더 보여주려고 표정을 많이 풀었던 것 같다. 감독님과 캐릭터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하는 편인데, 대본을 다 받은 상태로 시작한 작품이 아니라서 작품을 하면서 캐릭터를 더 찾아가고 있다.
러브라인에 대한 이야기는 사전에 귀띔 받았었나.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것 같던데.
이현재 : 에이, 별 거 없다. 하하하하하.
아무래도 도일이 포커페이스적인 인물이다보니, 러브라인은 감정 연기를 보여줄 수 있는 중요한 포인트가 될 수 있다.
이현재 : 일단은 상대 연기자인 정민이가 연기를 오래 한 배우이기 때문에 같이 하면서 편한 부분이 많다. 리허설도 많이 해보는 편이라 배우는 게 많다. 그런데 도일이는 지혁이가 우경이를 차갑게 대하는 걸 보면서 늘 마음 아파하는 게 대부분일 것 같다. 마음만 아파한다. 선뜻 나서지도 못하고, 뭐, 질투의 도일이지.
뒤에서 묵묵히 지켜주는 그런 모습이 왕자님처럼 더 멋진 법이다. (웃음)
이현재 : 뭐 왕자 같진 않고. 그런 것 보다는 질투의 화신이지. 우경이를 쟁취하고 싶어서! 그렇지만 아직 특별한 행동을 하는 것 같지는 않다. 마음 속으로 품고 있는 거지.
러브라인도 그렇고, 여러모로 예상과 다른 지점이 있는 드라마다. 여성 판타지를 충족시킬 줄 알았는데 의외로 남자들이 어릴 때 꿈꾸던 모습에 가까워 보이기도 한다.
이현재 : 감독님도 그렇고 촬영감독님도 그런 부분을 배제하려고 노력을 많이 하셨다. 뭐랄까, 같은 샤방샤방한 느낌 말이다. 그래서 앵글도 좀 더 거칠게 하고, 조명도 보통 드라마보다 그늘지고 어둡게 가져간 장면이 많다. 그런 디테일 때문에 더 남성적으로 보이는 것 같은데, 그런 점에서 욕설을 못한다는 게 좀 안타깝다. 영화라면 시도 할 수 있는 리얼리티인데, 드라마이다 보니까 자연스러운 감정선을 다 못 보여 준다. 감정이 격해지면 순간 욕이 나와서 NG가 나는 경우도 있다.
“연기를 잘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액션신이 많이 등장하는 것도 한 몫을 한다. 액션 연기는 기술이 필요했을 텐데, 부담스럽지 않았나.
이현재 : 아니다. 액션연기 너무 좋다. 배우라는 꿈을 전혀 안 꿨을 때도 해보고 싶었다. 어렸을 때, 나도 보통 남자애들처럼 같은 이연걸 영화 보면서 막 따라하고 그랬다. 그리고 남자들은 왠지 모르게 액션 신에 집착하는 것 같다. 나 뿐 아니라 다들 액션 연기 할 때는 안 주던 힘도 주고, 각도 잡고, 멋지게 나가려고 신경을 쓰는 게 보인다. 흐흐흣.
킥과 펀치, 어느 쪽이 더 자신 있나.
이현재 : 아, 폭풍 발차기를 찍은 적이 있다. 막 칭찬을 하시면서 애들 다 기다리는데 한 10번을 찍은 것 같다. 그런데 막상 방송에는 편집이 되고 주먹만 나와서 애들이 다 웃었다. 도일이 형 발차기 어디 갔냐고. 언젠가 진짜 액션 영화에서 제대로 액션을 해보고 싶기도 하다.
그 말은 드러머가 아닌 역할에도 도전할 의향이 있다는 것인가.
이현재 : 처음에는 연기에 전혀 열망이 없었는데, 이 작품을 하면서 재미를 발견했다. 물론 더 많이 준비하고 공부해야 다시 연기를 선보일 수 있겠지만 잘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그렇지만 이번 드라마가 끝나면 당분간은 연주에 매진해야 할 것 같다. 드라마가 이렇게 빡세게 돌아가는지 몰랐는데, 드럼 연습할 시간이 정말 없더라. 손이 굳는 것 같아서 좀 초조하다. 일단은 잘하는 것부터 다시 집중해야 할 것 같다.
음악보다 드럼을 먼저 좋아했다고 인터뷰 한 것을 봤다.
이현재 : 어렸을 때, 피아노도 배웠고, 바이올린도 배웠다. 바이올린은 하기 싫어서 악기를 발로 퉁퉁 차면서 집에 오다가 옆집 아저씨한테 들킨 적도 있다. 그런데 드럼은 중학생 시절에 취미로 시작했다가 지금까지 하고 있다. 아예 전공 하겠다고 했을 때 엄마가 마음이 덜컥 하셨을 거다. 하하. 아무래도 타악기가 사람을 흥분시키는 게 있는 것 같다. 그 중에서도 드럼 소리가 가장 멋있고 좋았고. 음악을 깊게 듣고 음악에 대해 진정성을 찾게 된 것은 좀 더 나중에 재즈를 하면서 부터다.
재즈의 드럼이라고 하면 보통 브러슁처럼 부드러운 연주를 연상하기 마련인데, 흥분감을 계속 가져갈 수 있었나.
이현재 : 사람들이 재즈에 선입견이 있는 게, 보통 대중들은 이지 리스닝한 재즈를 많이 생각한다. 그런데 연주자들이 말하는 재즈는 비밥이나 스윙이다. 락밴드만큼 땀을 뻘뻘 흘리면서 연주하는 장르다. 굉장히 격한 면도 있고, 연주자들이 넘실넘실하는 호흡을 주고받는데 그런 점에 완전히 매료 됐었다.
오히려 메이트를 하게 되면서 자유로움을 덜어내는 연습을 했겠다.
이현재 : 준일이 형도 재즈 피아니스트였는데, 대중 음악을 하는 밴드는 재즈와 다른 호흡을 보여줄 수밖에 없다. 대신 그런 밴드는 공연을 할 때 재밌다. 재즈는 철저히 자기 만족이다. 연주의 호흡, 잼에 재미를 느끼는 거다. 그런데 밴드는 관객의 호응에 따라서 우리의 기분도 달라진다. 무대에서 그런 희열을 한번 맛보면 포기하기 어렵다. 그래서 메이트를 공연에서 보면 굉장히 와일드한 모습을 많이 보실 수 있다. 호응과 피드백에 따라서 얼마든지 격해 질 수 있으니까.
다양한 장르를 통해서 다양한 방식의 만족을 얻는 셈이다.
이현재 : 그런 욕심이 있다. 욕심쟁이지. 하하하하. 웃긴 게, 재즈를 할 때는 락이 그립고, 락을 연주 하면 재즈가 하고 싶어 진다. 뿐만 아니라 녹음 세션은 또 다른 재미가 있는데, OST 녹음에 참여 할 때 화면에 맞춰서 드러밍 하면서 새로운 즐거움을 발견했다. 되도록 다양한 연주를 하고 싶다. 메이트의 다른 형들도 솔로 작업을 했고, 앞으로 할 텐데, 나 역시 다양한 팀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드럼 연주를 해 나갈 예정이다. 그러니까 메이트는 멤버들의 고향 같은 건데, 각자의 음악을 하다가 언제든 다시 모일 수 있는 그런 중심인 거다.
그렇다면, 드럼 연주를 하고 있을 때 연기가 하고 싶어지는 날도 올 것 같은가.
이현재 : 글쎄. 연기 할 때 연주 생각이 나기는 하는데. 으하하하하. 아직은 잘 모르겠고, 나중에 연주만 하고 있을 때 꼭 다시 물어봐 주세요.
글. 윤희성 nine@
사진. 이진혁 eleven@
편집. 이지혜 seven@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