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아라│지칠 때마다 마음을 편하게 만들어줬던 노래들
고아라│지칠 때마다 마음을 편하게 만들어줬던 노래들
나직하게 말하지만, 힘이 실린다. 곰곰이 생각하는 듯 말과 말 사이에는 잠시 입매에 작은 보조개를 만들지만, 이윽고 입이 열리면 종종걸음을 치듯 쉼표 없는 생각들이 쏟아져 나온다. 신중하지만, 똑 떨어지는 말하는 것. 이제 나이 스물셋, 하지만 연기를 시작한 지는 10년이 다 된 배우 고아라의 현재 모습이다. ‘어떤 배우가 되고 싶은지, 어떤 작품을 하고 싶은지.’ 잠시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던 고아라는 새해 초부터 연달아 개봉한 영화 와 를 앞두고 숨 가쁘게 이어지는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 종종걸음을 치고 있다. 때마침 유행한 독감에 두툼한 약봉지를 가방 속에 넣어두고도 카메라 앞에 서면 조금 전까지의 기침 소리 대신 날아갈 것 같은 웃음소리를 낸다. 마음을 뒤흔드는 의 지원과 의 준이라는 캐릭터를 만날 때까지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며 신중하게 작품을 선택했지만, 스타트를 알리는 총소리가 난 후 고아라는 누구보다 더 열정적인 배우의 모습으로 달린다.

아직도 많은 사람이 KBS 으로 고아라를 떠올리지만, 그 이후로도 그가 지나쳐온 시간과 거리는 만만히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2003년 열세 살의 나이에 “어른들의 손에 이끌려 으로 시작한 배우의 길”은 “정신없이 달리기만 해 자신이 주목을 받고 있다는 것조차 실감할 수 없는 시간”이었다. 어쩌면 그때는 “맡겨진 일에 최선을 다하는 성격”이 견디게 해준 시간이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느덧 맡겨진 일들은 하고 싶은 일이 됐고, 할 수밖에 없는 일이 됐다. 그래서일 것이다. 인기나 주연에 연연하지 않고 일본과 몽골의 합작 영화 나 일본 영화 에서 조연 역할임에도 오디션을 보고 수천 대 일의 경쟁에 다시 뛰어드는 모험도 마다치 않았던 것은. 어쩌면 에서 한국어와 영어 대사를 한 신에서 모두 소화하며 인종이 다른 동생들과의 갈등을 설득력 있게 묘사한 고아라의 자연스럽고, 안정된 연기에 “이제는 옥림이가 생각나지 않는다”라고 칭찬하는 것은 한 배우의 올곧은 성장에 지나치게 무심한 일인지도 모른다. 아래는 그렇게 자신을 쌓아온 고아라가 지금까지 자신만의 속도로 페이스를 지켜오며 지칠 때마다 마음을 편하게 만들어줬던 노래들이다.
고아라│지칠 때마다 마음을 편하게 만들어줬던 노래들
고아라│지칠 때마다 마음을 편하게 만들어줬던 노래들
1. 김광진의
김광진의 목소리는 소박하기 그지없다. 꾸밈없는 그의 노래는 그래서 예상치 못한 순간에 조금씩 마음을 파고든다. ‘행여 이맘 다칠까 근심은 접어두오. 사랑한 사람이여 더 이상 못 보아도 사실 그대 있으므로 힘겨운 날들을 견뎌왔음에 감사하오’라고 노래하는 ‘편지’에서 김광진은 감정의 과장된 묘사 없이도 애틋한 마음을 고스란히 전해준다. 고아라가 “이 노래를 듣다 보면 가사 속 인물의 마음이 음 하나하나마다 진하게 느껴진다. 사람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게 되는 노래”라고 추천한 것은 아무런 기교 없이 때로는 떨리는 목소리로 부르는 김광진의 목소리 덕분일 것이다.
고아라│지칠 때마다 마음을 편하게 만들어줬던 노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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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Edith Piaf의 < Ther Very Best Of Edith Piaf >
영화 를 본 사람이라면 에디트 피아프의 불운했던 삶과 열정적인 사랑이 주는 여운을 오랫동안 잊지 못했을 것이다. 몇 번의 사랑과 결혼을 반복했지만, 결국 사랑에서 안정된 행복을 찾지 못하고 요절하고만 에디트 피아프의 ‘Non, Je Ne Regrette Rien’은 역설적이게도 과거의 아픔도, 슬픔도 잊고 새로운 사랑과 또 다른 기쁨을 시작하겠다는 가사를 가진 노래. 고아라의 “한번 듣고 나면 자꾸만 듣게 되는 중독성을 가지고 있다”라는 말은 많은 곡절을 가진 삶에서도 끝내 사랑에 대한 희망을 놓지 않았던 에디트 피아프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영화 을 새록새록 되새기게 해준다”는 고아라의 말처럼 왠지 모를 중독성을 가진 이 노래는 영화 에 삽입된 것을 시작으로 , 등에서 사람들의 귀에 각인되기도 했다.
고아라│지칠 때마다 마음을 편하게 만들어줬던 노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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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이루마의
“피아노 연주곡을 워낙 좋아하기도 하지만, 그중에서도 이루마의 피아노 연주는 특별한 것 같다”라는 고아라가 그중에서도 힘들게 추천한 것은 이루마의 < First Love >. 그리고 ‘River Flows In You’다. MBC 에서 신세경이 연주하기도 해 더 많이 알려진 이 곡은 이루마 특유의 편안하고, 서정적인 피아노 연주에 현악 스트링의 깊은 울림까지 더해지는 곡이다. 몇 번을 들어도 질리지 않는 아름다운 멜로디는 고아라가 “이 곡을 듣다 보면 아름다웠던 추억을 회상하게 된다”라고 말한 것처럼 온화하고, 평화롭다. 이루마의 곡들이 끊임없이 사랑받는 것은 아름다웠던 추억을 아무리 반복해서 떠올려 봐도 지루하지 않은 것과 같은 이유가 아닐까.
고아라│지칠 때마다 마음을 편하게 만들어줬던 노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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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Hisaishi Joe의 ‘人生のメリ?ゴ?ランド ~ – 인생의 회전목마’가 수록된 < Ghibli World (Best) >
스튜디오 지브리의 애니메이션에서 음악은 빼놓을 수 없는 특징이다. 히사이시 조로 대표되는 스튜디오 지브리 애니메이션의 음악은 아름다운 선율로 음악 그 자체만으로도 사랑받는다. 그런 스튜디오 지브리의 애니메이션 OST의 대표곡들을 골라놓은 < Ghibli World (Best) > 중에서도 고아라가 추천한 곡은 의 메인 테마인 ‘人生のメリ-ゴ-ランド~ – 인생의 회전목마’. 서정적인 피아노 연주와 현악 스트링으로 표현된 왈츠의 흥겨움이 함께 하는 이 곡은 “인생의 아름다움과 슬픔, 화려함과 불안이 모두 들어 있는 것 같다”라는 고아라의 말처럼 변화무쌍한 전개와 변주를 아름답게 감싸 안은 곡이다. 배우로서 다양한 삶과 감정을 연기해야 하는 배우 고아라가 이 곡을 추천한 것은 마음의 안정 이상으로 다채로운 감정을 한 곡에서 느낄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고아라│지칠 때마다 마음을 편하게 만들어줬던 노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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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박정원의 ‘My Memory (Piano Ver.)’가 수록된
떠올리면 마음이 아련해지는 추억들이 있다. 마치 첫사랑처럼. 그런 아련한 사랑을 수채화처럼 투명하게 그려냈던 드라마 KBS 의 OST는 가슴 속 깊이 담아둔 기억들을 하나하나 소환해낸다. 그 중에서도 고아라가 추천한 ‘My Memory (Piano Ver.)’은 마치 하얗게 내린 눈으로 덮인 벌판을 바라볼 때의 애틋함과 아련함을 안겨주는 곡이다. “너무나 절절한 기억들, 눈앞에 그릴 수 있게 도와주는 노래다. 마치 그때의 향기조차 되살아나는 것 같다”라는 고아라의 말처럼 옛 기억을 되살려내고 싶다면 ‘My Memory (Piano Ver.)’만큼 어울리는 곡이 또 있을까. 에서 유진이 준상의 기억을 하나하나 되살려내듯이 말이다.
고아라│지칠 때마다 마음을 편하게 만들어줬던 노래들
고아라│지칠 때마다 마음을 편하게 만들어줬던 노래들
자신만의 페이스에 맞춰 찬찬히 자신의 키를 높이는 일, 어린 나이에 데뷔해 단번에 화려한 조명을 받은 고아라에게는 꼭 필요한 일이었지만, 어떤 시선은 그를 그렇게 바라보지 않는다. MBC 이나 MBC 등의 낮은 시청률을 거론하며 고아라의 부침을 언급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아직도 쌓아가야 할 것이 많은 단계다. 도전할 수 있는 역할이라면 다른 어떤 것에도 아직 신경을 쓰고 싶지 않다”라는 고아라는 성실하게 이루고 있는 성장의 높이만큼 자신만의 중심을 잡는 추의 무게도 늘려왔다. 배우로서 고아라는 그의 말처럼 이제부터 시작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만큼 연기라는 오랜 여정에 대한 분명한 각오와 자기 확신을 흔들림 없는 눈빛에 새기고 두 발로 뚜벅뚜벅 자신만의 길을 걸어갈 채비를 이미 마친 배우라니. 우리는 오래 걸어온 자만이 가진 지혜와 새로 시작하는 자의 초심을 동시에 가진 배우의 새로운 출발을 보고 있는지도 모른다.

글. 김명현 기자 eighteen@
사진. 이진혁 elev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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