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광진의 목소리는 소박하기 그지없다. 꾸밈없는 그의 노래는 그래서 예상치 못한 순간에 조금씩 마음을 파고든다. ‘행여 이맘 다칠까 근심은 접어두오. 사랑한 사람이여 더 이상 못 보아도 사실 그대 있으므로 힘겨운 날들을 견뎌왔음에 감사하오’라고 노래하는 ‘편지’에서 김광진은 감정의 과장된 묘사 없이도 애틋한 마음을 고스란히 전해준다. 고아라가 “이 노래를 듣다 보면 가사 속 인물의 마음이 음 하나하나마다 진하게 느껴진다. 사람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게 되는 노래”라고 추천한 것은 아무런 기교 없이 때로는 떨리는 목소리로 부르는 김광진의 목소리 덕분일 것이다.

영화 를 본 사람이라면 에디트 피아프의 불운했던 삶과 열정적인 사랑이 주는 여운을 오랫동안 잊지 못했을 것이다. 몇 번의 사랑과 결혼을 반복했지만, 결국 사랑에서 안정된 행복을 찾지 못하고 요절하고만 에디트 피아프의 ‘Non, Je Ne Regrette Rien’은 역설적이게도 과거의 아픔도, 슬픔도 잊고 새로운 사랑과 또 다른 기쁨을 시작하겠다는 가사를 가진 노래. 고아라의 “한번 듣고 나면 자꾸만 듣게 되는 중독성을 가지고 있다”라는 말은 많은 곡절을 가진 삶에서도 끝내 사랑에 대한 희망을 놓지 않았던 에디트 피아프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영화 을 새록새록 되새기게 해준다”는 고아라의 말처럼 왠지 모를 중독성을 가진 이 노래는 영화 에 삽입된 것을 시작으로 , 등에서 사람들의 귀에 각인되기도 했다.

“피아노 연주곡을 워낙 좋아하기도 하지만, 그중에서도 이루마의 피아노 연주는 특별한 것 같다”라는 고아라가 그중에서도 힘들게 추천한 것은 이루마의 < First Love >. 그리고 ‘River Flows In You’다. MBC 에서 신세경이 연주하기도 해 더 많이 알려진 이 곡은 이루마 특유의 편안하고, 서정적인 피아노 연주에 현악 스트링의 깊은 울림까지 더해지는 곡이다. 몇 번을 들어도 질리지 않는 아름다운 멜로디는 고아라가 “이 곡을 듣다 보면 아름다웠던 추억을 회상하게 된다”라고 말한 것처럼 온화하고, 평화롭다. 이루마의 곡들이 끊임없이 사랑받는 것은 아름다웠던 추억을 아무리 반복해서 떠올려 봐도 지루하지 않은 것과 같은 이유가 아닐까.

스튜디오 지브리의 애니메이션에서 음악은 빼놓을 수 없는 특징이다. 히사이시 조로 대표되는 스튜디오 지브리 애니메이션의 음악은 아름다운 선율로 음악 그 자체만으로도 사랑받는다. 그런 스튜디오 지브리의 애니메이션 OST의 대표곡들을 골라놓은 < Ghibli World (Best) > 중에서도 고아라가 추천한 곡은 의 메인 테마인 ‘人生のメリ-ゴ-ランド~ – 인생의 회전목마’. 서정적인 피아노 연주와 현악 스트링으로 표현된 왈츠의 흥겨움이 함께 하는 이 곡은 “인생의 아름다움과 슬픔, 화려함과 불안이 모두 들어 있는 것 같다”라는 고아라의 말처럼 변화무쌍한 전개와 변주를 아름답게 감싸 안은 곡이다. 배우로서 다양한 삶과 감정을 연기해야 하는 배우 고아라가 이 곡을 추천한 것은 마음의 안정 이상으로 다채로운 감정을 한 곡에서 느낄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떠올리면 마음이 아련해지는 추억들이 있다. 마치 첫사랑처럼. 그런 아련한 사랑을 수채화처럼 투명하게 그려냈던 드라마 KBS 의 OST는 가슴 속 깊이 담아둔 기억들을 하나하나 소환해낸다. 그 중에서도 고아라가 추천한 ‘My Memory (Piano Ver.)’은 마치 하얗게 내린 눈으로 덮인 벌판을 바라볼 때의 애틋함과 아련함을 안겨주는 곡이다. “너무나 절절한 기억들, 눈앞에 그릴 수 있게 도와주는 노래다. 마치 그때의 향기조차 되살아나는 것 같다”라는 고아라의 말처럼 옛 기억을 되살려내고 싶다면 ‘My Memory (Piano Ver.)’만큼 어울리는 곡이 또 있을까. 에서 유진이 준상의 기억을 하나하나 되살려내듯이 말이다.

글. 김명현 기자 eighteen@
사진. 이진혁 eleven@
ADVERTISEMENT
ADVERTISEMENT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