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 스타’는 <슈퍼스타 K>와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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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의 ‘K팝 스타’의 첫 생방송 탈락자는 이정미였다. 이정미는 왕따를 당했던 학생으로 첫 등장했고, 쇼에서 화제를 모은 그룹 수펄스의 주목받지 못한 멤버였다. 그러나 탈락 위기에서 과감한 행동으로 심사위원 보아의 마음을 움직였고, 발전한 실력으로 ‘TOP 10’ 안에 들었다. ‘흔한 얼굴’이라던 이정미가 주목받기까지의 과정은 생방송 전까지 ‘K팝 스타’의 매력을 보여줬다. 그리고 이정미의 탈락은 생방송 후 ‘K팝 스타’의 위기에 대한 전조다.

‘K팝 스타’의 첫 생방송 선곡 기준은 ‘My story’였다. 출연자들은 개인사와 관련된 노래를 불렀다. 이정미도 힘들었던 중학교 시절을 떠올리며 ‘달팽이’를 불렀다. 그러나 이정미의 화제성은 과거의 개인사가 아니라 쇼 안의 성장 때문이었다. 심사위원에게 늘 부족한 점을 지적받던 김나윤도 반전에 가까운 무대로 성장을 보여줬다. ‘TOP 10’의 개인사는 곧 쇼 안의 성장사고, 성장 과정에서 캐릭터가 나온다. 그런데 첫 생방송은 성장사 대신 출연자의 과거사를 보여줬다. ‘천재 소녀’ 이하이의 재능이나 성대결절로 침체기를 겪은 이미쉘의 고민이 부각될 기회는 사라졌다. Mnet 의 첫 생방송은 달랐다. 생방송 첫 날, 제작진은 ‘슈퍼위크’에서 논란의 주인공이 된 김그림의 그 후 이야기를 삽입했다. 김그림의 탈락 여부는 방송이 끝나는 순간까지 이슈였다. 는 이전의 방송에서 만들어진 스토리와 캐릭터를 생방송에 연결시켰다. 반면 ‘K팝 스타’의 제작진은 스스로 그 전의 스토리를 ‘포맷’시켰다.

성장과 드라마, ‘K팝 스타’의 딜레마
‘K팝 스타’는 <슈퍼스타 K>와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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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K팝 스타’가 와 전혀 다른 오디션 프로그램이라는데 있다. 의 우승자는 서인국, 허각, 울랄라세션이다. ‘K팝 스타’에서 가장 주목받는 출연자들은 박지민과 이하이 등 어린 소녀들이다. 성별의 차이는 우연일 것이다. 하지만 허각과 이하이가 부각되는 두 쇼의 세계관은 다를 수밖에 없다. 는 실력만 있으면 누구나 도전할 수 있다는 점이 강조되고, 곡절 많은 개인사를 가진 출연자들이 부각된다. 2박 3일 동안 출연자들을 극단적인 상황에 몰아넣는 ‘슈퍼위크’는 영웅 탄생에 필요한 고난이다. 고난을 통해 영웅이 탄생하고, 허각과 울랄라세션처럼 음지에서 꿈을 키우던 실력자가 메이저에 입성한다.

반면 ‘K팝 스타’는 ‘3강’ 기획사가 이끈다. 그들은 지금 주류 시장에서 가장 잘 통할 수 있는 스타를 뽑는다. 에서 어린 소녀 손예림은 ‘슈퍼위크’에서 반복되는 탈락과 재도전 과정에 지쳐 오디션을 포기했다. 하지만 ‘K팝 스타’는 손예림 같은 소녀가 필요하다. ‘K팝 스타’의 첫 번째 합격자는 13세의 소녀였다. 발전 가능성이 없는 성인보다 서툴지만 매력적이고 어린 도전자가 필요하다. 김나윤은 실력 부족을 지적 받으면서도 계속 선택 받았다. 소녀들은 2박 3일이 아닌 2주 이상의 시간동안 트레이닝을 받으며 성장한다. 완성된 실력이 아니라 성장 가능성이, 드라마틱한 개인사가 아닌 무대 위의 매력이 중요하다. 여리고 어린 소녀들은 성장의 매력을 극대화시킬 수 있다. ‘K팝 스타’에서 소녀들이 실질적인 주인공이 된 것은 ‘3강’이 그동안 상업적으로 옳았음을 보여준다. 그들은 ‘K팝 스타’와 같은 방식으로 걸그룹의 시대를 이끌었다. 어리지만 가창력을 과시하는 이하이와 박지민의 등장은 걸그룹 시대 이후에 나타난 아이유의 인기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합격자의 경향부터 트레이닝 방식과 선곡까지, 세 회사는 지금 이 순간의 음악 산업의 동향에 최적화 돼 있다. 와 MBC 의 ‘나는 가수다’는 대형 기획사의 아이돌이 되지 못한 실력자들이 주인공이다. 반면 ‘K팝 스타’는 기존 가요계의 스타를 좋아하는 대중의 기호를 따른다. 그리고 ‘K팝 스타’의 시청률은 빠르게 상승했다.

‘K팝 스타’의 딜레마는 여기서 시작된다. 이 쇼는 가장 치열한 경쟁이 이뤄지는 시장에 투입될 가수들을 뽑는다. 하지만 경쟁을 치르는 다수가 10대 소녀들이다. 심사위원들이 출연자들에게 ‘선생님’이 되는 이유다. 양현석은 탈락이 거의 확실한 박정은에게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달라고 당부한다. 박진영은 끊임없이 노래 테크닉에 대해 말하며 출연자들을 가르친다. 그들은 실제로도 연습생들을 끊임없이 가르치고, 잔소리하고, 달랜다. 완성된 가수 대신 성장을 염두에 둔 10대들을 트레이닝 시키기 때문이다. 그 과정에서 ‘K팝 스타’는 모순된 상황의 매력을 만들어낸다. 피도 눈물도 없을 것 같은 대형 기획사의 사장이 무대 위의 소녀를 따뜻하게 달래고, 출연자의 성장에 심사위원이 더 감정적으로 흥분한다. 보아는 “이건 서바이벌이잖아요!”라고 말하면서도 절박하게 합격을 원한 이정미에게 마지막 합격 티켓을 준다. 가장 치열한 경쟁 속에서 가장 인간적인 순간이 나올 수 있고, 가장 길고 혹독한 트레이닝을 시켜야 하기에 오히려 작은 단점은 따뜻하게 품어줄 수 있다.

제작진은 무엇으로 프로그램을 채울 수 있을까
‘K팝 스타’는 <슈퍼스타 K>와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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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K팝 스타’를 끌고 가는 이 역설적인 매력은 생방송에서 좀처럼 구현하기 어렵다. 생방송에서 출연자들은 자신의 역량을 그대로 드러내야 한다. 세 회사는 실제 가요계처럼 그들에게 대규모 프로모션을 지원할 수 없다. 쇼 안에서 무대를 통해 성장을 보여준 출연자들의 성장사와 캐릭터 역시 생방송에서 보여주기 어렵다. 이하이의 천재성은 무대 위에서만 입증되고, 이미쉘이 부진을 떨쳐내는 것은 성대결절을 회복하는 것과 직결돼 있다. 실제 가요계에서는 세 회사의 끊임없는 트레이닝과 프로모션으로 그들의 매력을 유지할 수 있다. 하지만 ‘K팝 스타’는 출연자들의 실력 외에 기댈 곳이 많지 않다. 와 다른 바탕에서 출발한 ‘K팝 스타’는 그만큼 다른 매력을 만들어냈다. 그러나 동시에 와는 다른 관점의 생방송을 만들어 내야한다. ‘K팝 스타’의 첫 생방송이 어떤 하이라이트도 만들어내지 못한 건 와 다른 위치에 있음에도 가 개인사를 활용하고, 생방송을 진행하는 방식을 어색하게 가져왔기 때문이다. 트레이닝 시스템을 벗어난 출연자들의 역량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고, 출연자들의 성장사가 사라지면서 노래와 캐릭터가 시너지를 발휘하는 순간도 없어졌다. 차라리 출연자들의 숙소 생활이라도 보여줬다면 박지민과 이하이의 라이벌 관계나 이정미의 성장 같은 요소들이 더 구체적으로 묘사될 기회를 얻었을 것이다.

‘K팝 스타’의 실패를 예견하는 것은 아직 섣부른 일이다. 출연자들은 가장 어려운 첫 생방송 무대에서 태어날 때 쯤 발표된 노래를 불렀다. 그들이 정말 잘 부를 수 있는 노래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출연자 중 한 명이라도 수펄스의 ‘The boys’ 같은 순간을 만들어낸다면 반등의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또한 첫 생방송에 대한 비판적인 여론은 다음 생방송이 극적으로 바뀔 경우 반전의 계기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반전의 계기는 이 쇼가 어떻게 와는 다른 생방송 무대의 형식을 만들어 내느냐와 같다. ‘K팝 스타’의 첫 생방송은 출연자들의 개인사를 언급하는 것 외에는 모두 생방송 현장으로 진행됐다. 그만큼 ‘K팝 스타’는 출연자의 무대와 무대 사이에서 채워야할 여백이 많다. 제작진은 출연자들의 캐릭터와 이야기를 위해 무엇을 채울 수 있을까. 일단, 길고 긴 심사평은 아니다.

글. 강명석 기자 two@
편집. 이지혜 sev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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