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엄밀히 말하면 이와이 ?지의 새 소설은 포스트 3.11이 아니다. 그는 를 를 끝내고 을 구상하던 중 쓰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체르노빌 사건에서 모티브를 얻었고, 집필 중 이야기의 틀이 잘 잡히지 않아 이후 자료 조사의 시간을 더하면서 완성이 2012년까지 늦어졌다고 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는 3.11 이후 일본의 한 단면을 짚어내는 작품이 되었다. 소설은 경비원으로 일하는 청년 우마소를 주인공으로 한다. 방사선 오염으로 정자 고갈이 된 사회, 사람들은 우수한 정자를 돈으로 팔고 산다. 정자은행이 등장하고, ‘종마성금’이라 불리는 가격이 책정된다. 생식기의 우열에 따라 사회적 위치가 결정되는 시대다. 우마소는 성인이 됐지만 생식기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한다. 그는 열성인자가 되어버린 자신, 그리고 기이하게 변해가는 사회 속에서 탈출의 출구를 모색한다. 이와이 ?지는 이 책을 ‘성기에 대한 이야기’라고 말했다.
포스트 3.11, 아직 끝나지 않은 재앙을 말한다

모리 타츠야, 야스오카 타카하루, 와타이 타케하루, 마츠바야시 요쥬 등 네 명의 감독이 함께 만든 다큐멘터리 은 찬반양론으로 화제를 낳고 있다. 동일본 대지진 이후 15일째인 3월 26일 피해지인 후쿠시마, 이와테, 미야기 등을 찾은 네 감독은 재해지역의 실상을 고스란히 카메라에 담았다. 무너져 내린 건물의 잔해, 훼손된 시체, 슬픔에 복받쳐 우는 유족들의 모습이 여과 없이 보여진다. 미디어 보도 행태에 대한 비판도 담겼다. 또 몇몇 장면에서 카메라를 든 감독들은 “도대체 여기에 내가 무엇을 하러 왔는지 모르겠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망연자실한다. 비극의 관망자가 되어버린 남겨진 사람들의 과제를 묻는 이 작품은 포스트 3.11의 첫 단추처럼 보인다. 하지만 영화가 먼저 공개된 1월 8일 ‘좌 코엔지 다큐멘터리 페스티벌’에서 은 비판이 섞인 질문 공세에 시달렸다. ‘굳이 훼손된 시체를 카메라에 담은 이유가 무엇이냐’, ‘시체로 돈 벌려는 심산이냐’는 비난의 질문들이 쏟아졌다. 이에 모리 타츠야 감독은 “3.11 이후 너무나 냉정해져버린 사회 분위기에 의문을 느낀다. 이 작품의 키워드는 양심의 가책, 혹은 찜찜함이다. 그 맥락에서 영화를 이해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재앙은 끝났다. 하지만 아직 끝나지 않은 재앙이 진행 중이다. 3.11 이후 일본의 영화, 문학, 예술은 일본 사회를 어떻게 담아낼까. 지금 포스트 3.11의 중요한 첫 장이 열리려 하고 있다.
글. 정재혁 자유기고가
편집. 이지혜 sev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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