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야망이 없어도 괜찮아" />
MBC 에브리원 (이하 )에는 구하라가 나오지 않는다. 대신 타잔 같은 의상으로 약수터를 오르내리는 ‘명색이 연기코치’ 전영록(혁권), “비스트의 기광이 같은 애랑 멜로 하고 싶은데” 원로 배우 상대역만 들어와서 속상해 죽겠는 ‘88년 미스코리아 진’ 김성령(김성령), 포스터에 적힌 이름 크기에 집착하는 ‘차세대 배신의 아이콘’ 윤박(윤박), 그리고 이들을 건사하느라 허리가 휘고 입가에 경련이 일어날 지경인 ‘희 엔터테인먼트’ 대표 구희본(박희본)이 나온다. 방송가와 연예계의 주변과 이면을 그리지만 SBS 나 MBC 처럼 ‘A급 스타’가 주인공인 것도, 스폰서나 스캔들 같은 극적인 갈등 요소가 등장하는 것도 아니다. ‘두근두근 자영업’이라는 첫 에피소드의 제목처럼, 는 그저 이 바닥에서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살기에도 ‘빡센’ 사람들의 이야기다.
반전의 아이러니와 미세한 관찰력의 원투 펀치 , 야망이 없어도 괜찮아" />
물론 팍팍한 현실에 치어 살아가는 찌질한 인간사를 담아낸 시트콤은 외에도 많다. MBC 을 비롯한 김병욱 감독의 작품들이 가족을, tvN 가 직장을 중심으로 이를 그려왔다면, JTBC 는 제목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21세기 대한민국의 부동산 계급과 등장인물들의 초라한 경제적 상황을 대비시켜 짠한 웃음을 자아낸다. 그러나 “아빠는 < the office >, 엄마는 , 존경하는 삼촌은 김병욱, 친애하는 이모는 영애씨”(윤성호 감독)라는 ‘출생의 비밀’에도 불구하고 2010년 봄, 인터넷을 통해 짤막한 10편의 인디 시트콤으로 공개되었던 독특한 시작답게 는 이보다 더 새로운 세대의 시트콤이다.
구대표의 비장한 회사 해산 선언에 슬퍼하긴 커녕 “그냥 문자로 말해주지, 그럼 알바도 안 째고” 라며 심드렁하게 반응하는 연습생이나, 냉철한 워커홀릭이지만 이메일 주소는 ‘프리티오’인 오 실장(조한철) 등 반전의 아이러니는 의 빠른 잽 같은 장기다. 무식함을 감추기 위해 “마치 그 스티브 잡스처럼”에 강박적인 집착을 보이는 사채업자 백곰과 흰 봉투에 넣은 ‘건축헌금’을 고이 모시고 다니는 ‘여사님’ 등 동시대의 기이하고도 미세한 코드를 캐릭터로 포착해낸 관찰력이 예상치 못한 방향에서 날아온 훅이라면, 당황할 틈도 없이 툭 튀어나왔다 쑥 빠지는 19금 대사들은 강한 어퍼컷이다. 물론 구대표의 첫인상이 “일본 쪽 미시 느낌”이라며 수줍게 볼을 붉히는 윤 PD(황제성)도, 윤박과 계약서를 쓰기 전 “X파일을 막기 위해 우리끼리 미리 X파일을 만드는 거”라며 그의 은밀한 사생활을 캐내어 향후 활동 계획에 접목시키는 오실장도 ‘정상’은 아닌 것처럼 보인다. 평범한 사람들이 우스운 사건에, 쫀쫀한 딜레마에 말려드는 상황을 주로 그려왔던 시트콤들에 비해 는 낯설 만큼 센 상상력이나 마이너 세계의 코드를 집어넣는다.
안에서 코미디는 진화한다 , 야망이 없어도 괜찮아" />
하지만 이 괴상한 인간들의 평범한 순간, 그 어색하고도 뻘쭘한 간격을 건조하게 바라보는 의 방식은 종종 불가항력의 폭소와 예측불가의 미소를 불러일으킨다. 그리고 이 모든 재기발랄하면서도 실없는 소리의 바탕에는 별다른 야망도 없고 지금 당장 ‘내가 제일 못 나가’는 사람들을 바라보는, 냉정한 척 하지만 은근히 따뜻한 시선이 있다. 2010년 버전 에서 이혼한 전처 구하라를 그리워하는 와중에도 속 썩이는 배우들 때문에 골치 아파하던 매니저 윤재민(황제성)이 “배우들은 외로운 사람들이에요. 외로우니까 다들 그렇게 헛소리를 해대는 거죠. 자신이 기억되지 못할까 겁먹은 아이, 그런 아이들을 케어 할 때 잠시 잊을 수 있는 거죠. 제가 저질렀던 더 큰 실수를”이라는 말로 그 애증 어린 관계를 설명한 것처럼, 우리는 항상 행복하지는 못하더라도 누군가와 함께 웃을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낸다. 코미디는 그렇게 진화한다.
글. 최지은 five@
편집. 장경진 three@
MBC 에브리원 (이하 )에는 구하라가 나오지 않는다. 대신 타잔 같은 의상으로 약수터를 오르내리는 ‘명색이 연기코치’ 전영록(혁권), “비스트의 기광이 같은 애랑 멜로 하고 싶은데” 원로 배우 상대역만 들어와서 속상해 죽겠는 ‘88년 미스코리아 진’ 김성령(김성령), 포스터에 적힌 이름 크기에 집착하는 ‘차세대 배신의 아이콘’ 윤박(윤박), 그리고 이들을 건사하느라 허리가 휘고 입가에 경련이 일어날 지경인 ‘희 엔터테인먼트’ 대표 구희본(박희본)이 나온다. 방송가와 연예계의 주변과 이면을 그리지만 SBS 나 MBC 처럼 ‘A급 스타’가 주인공인 것도, 스폰서나 스캔들 같은 극적인 갈등 요소가 등장하는 것도 아니다. ‘두근두근 자영업’이라는 첫 에피소드의 제목처럼, 는 그저 이 바닥에서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살기에도 ‘빡센’ 사람들의 이야기다.
반전의 아이러니와 미세한 관찰력의 원투 펀치 , 야망이 없어도 괜찮아" />
물론 팍팍한 현실에 치어 살아가는 찌질한 인간사를 담아낸 시트콤은 외에도 많다. MBC 을 비롯한 김병욱 감독의 작품들이 가족을, tvN 가 직장을 중심으로 이를 그려왔다면, JTBC 는 제목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21세기 대한민국의 부동산 계급과 등장인물들의 초라한 경제적 상황을 대비시켜 짠한 웃음을 자아낸다. 그러나 “아빠는 < the office >, 엄마는 , 존경하는 삼촌은 김병욱, 친애하는 이모는 영애씨”(윤성호 감독)라는 ‘출생의 비밀’에도 불구하고 2010년 봄, 인터넷을 통해 짤막한 10편의 인디 시트콤으로 공개되었던 독특한 시작답게 는 이보다 더 새로운 세대의 시트콤이다.
구대표의 비장한 회사 해산 선언에 슬퍼하긴 커녕 “그냥 문자로 말해주지, 그럼 알바도 안 째고” 라며 심드렁하게 반응하는 연습생이나, 냉철한 워커홀릭이지만 이메일 주소는 ‘프리티오’인 오 실장(조한철) 등 반전의 아이러니는 의 빠른 잽 같은 장기다. 무식함을 감추기 위해 “마치 그 스티브 잡스처럼”에 강박적인 집착을 보이는 사채업자 백곰과 흰 봉투에 넣은 ‘건축헌금’을 고이 모시고 다니는 ‘여사님’ 등 동시대의 기이하고도 미세한 코드를 캐릭터로 포착해낸 관찰력이 예상치 못한 방향에서 날아온 훅이라면, 당황할 틈도 없이 툭 튀어나왔다 쑥 빠지는 19금 대사들은 강한 어퍼컷이다. 물론 구대표의 첫인상이 “일본 쪽 미시 느낌”이라며 수줍게 볼을 붉히는 윤 PD(황제성)도, 윤박과 계약서를 쓰기 전 “X파일을 막기 위해 우리끼리 미리 X파일을 만드는 거”라며 그의 은밀한 사생활을 캐내어 향후 활동 계획에 접목시키는 오실장도 ‘정상’은 아닌 것처럼 보인다. 평범한 사람들이 우스운 사건에, 쫀쫀한 딜레마에 말려드는 상황을 주로 그려왔던 시트콤들에 비해 는 낯설 만큼 센 상상력이나 마이너 세계의 코드를 집어넣는다.
안에서 코미디는 진화한다 , 야망이 없어도 괜찮아" />
하지만 이 괴상한 인간들의 평범한 순간, 그 어색하고도 뻘쭘한 간격을 건조하게 바라보는 의 방식은 종종 불가항력의 폭소와 예측불가의 미소를 불러일으킨다. 그리고 이 모든 재기발랄하면서도 실없는 소리의 바탕에는 별다른 야망도 없고 지금 당장 ‘내가 제일 못 나가’는 사람들을 바라보는, 냉정한 척 하지만 은근히 따뜻한 시선이 있다. 2010년 버전 에서 이혼한 전처 구하라를 그리워하는 와중에도 속 썩이는 배우들 때문에 골치 아파하던 매니저 윤재민(황제성)이 “배우들은 외로운 사람들이에요. 외로우니까 다들 그렇게 헛소리를 해대는 거죠. 자신이 기억되지 못할까 겁먹은 아이, 그런 아이들을 케어 할 때 잠시 잊을 수 있는 거죠. 제가 저질렀던 더 큰 실수를”이라는 말로 그 애증 어린 관계를 설명한 것처럼, 우리는 항상 행복하지는 못하더라도 누군가와 함께 웃을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낸다. 코미디는 그렇게 진화한다.
글. 최지은 five@
편집. 장경진 thr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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