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MUSIC 월-금 오후 2시
손 글씨로 또박또박 써내려간 “가끔은 비바람이 세차게 몰아쳐주기. 내 집의 안락함을 알 수 있도록”이라는 오프닝 멘트는, 만약 라디오 프로그램이었다면 볼 수 없었을 광경이다. 바로 옆에서 말하는 듯한 “내일도, 내 집으로 와요”라는 윤하의 속삭임은, 만약 라디오 부스가 아니었다면 느끼지 못했을 따뜻함이다. 는 라디오 부스라는 공간에서 풍겨져 나오는 감성과 TV라는 매체가 가져다주는 볼거리를 결합한, 말 그대로 “라디오를 닮은 TV”다. 노래 대신 뮤직비디오를 틀어주는 것만 제외한다면 라디오와 별반 다를 게 없어 보이지만, 그냥 노래를 듣는 것과 뮤직비디오를 함께 보면서 듣는 것에는 엄연한 차이가 있다. 사연을 읽어주고 선곡하는 것 역시 기존 라디오 프로그램의 형식을 그대로 따르고 있지만, 귀여운 강아지 ‘월식’이가 어떤 쪽지를 입에 무냐에 따라 그 날의 뮤직비디오가 결정되는 과정은 ‘보이는 라디오’가 아닌 이상 건지기 힘든 구경거리다.

물론 가 라디오 방송과의 차별화를 위해서는 ‘월식’이와 뮤직비디오를 보여주는 것 이상의 무언가가 더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MBC OST인 ‘She Is’와 함께 드라마 하이라이트 장면을 내보내 그 때 그 순간의 삼순이를 추억하게 만든다든지, 주말이 다 지나갔다는 아쉬움에 무기력해질 무렵 ‘Empire State Of Mind’와 ‘Englishman In New York’을 들려주며 잠시나마 다른 세상에 있는 듯한 느낌을 선사하는 것만으로도 의 역할은 충분하다. ‘좀 더 경쾌하게, 좀 더 밝게’를 추구하는 오후 2시의 숱한 프로그램들 사이에서 는 이렇게 외친다. 좀 더 간지럽게, 그러나 지루하지 않게.

글. 이가온 thirt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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