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나믹 듀오를 주축으로 한 아메바 컬쳐는 이제 겨우 소속 식구가 네 팀, 그중에서도 프로듀서인 프라이머리와 아직 정식 데뷔를 하지 않은 리듬파워를 제외하면 방송에서 볼 수 있는 팀은 겨우 두 팀뿐인 작은 회사다. 그러나 이 회사는 살아남기도 어려운 이 세계에서 꾸준히 성장을 도모하고 있으며, 올해는 레이블의 이름을 건 공연을 선보이기도 했다. 아이돌 그룹, 한류라는 마법 공식과 무관하게 ‘하고 싶은 음악을 한다’는 순진한 목표를 관철시키는 이들은 그래서 과거의 성과보다 앞으로가 기대되는 집단이다. 트렌드가 끝난 후, 흐름에 앞선 사람들은 새 길을 찾지만, 흐름 바깥의 사람들은 계속해서 자신의 길을 가면 되기 때문이다. 앞서거나 뒷 서는 것에 상관없이 즐거운 길을 가기 위해 회사를 만들고 꾸려나가고 있는 다이나믹 듀오를 만났다. 그들이 들려주는 무대 위와 아래, 뒤편의 삶은 어느 한 부분을 도려낼 수 없는 한 덩어리의 다이나믹이었다.아메바 후드 투어 중이다. 레이블 단위의 공연이라는 게 뮤지션 단독 공연과는 다른 의미인데, 추진해도 괜찮겠다는 확신을 언제 얻었나.
개코: 우리가 군 복무 중일 때, 슈프림팀이 콘서트를 했는데 너무나 성공적으로 잘했다. 우리와 다르게 애들이 넉살이 좋아서 관객들 앞에서 쫄지도 않고. 게다가 우리는 팬들이 남성 위주라면, 슈프림팀은 어린 친구들이나 여성 팬들이 많으니까 두 팀이 같이 공연하면 좋은 시너지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새로운 팀으로 리듬파워도 영입하고, 회사 식구도 많아지면서 자주 얼굴 보는 사람들끼리 무대를 같이 만들어도 재미있겠다 싶었다.
“보컬리스트에 대한 재능을 알아보는 눈을 개발해야 한다” 과거 무브먼트 공연도 있었고 친한 팀들이 함께 무대를 꾸미는 경험이 처음은 아니었는데, 갑의 입장에서 공연을 이끌어나가야 한다는 점에서 다른 기분이었을 것 같다.
최자: 오히려 배운 점이 많았다. 특히 사이먼 디의 경우에는 팀에 안 좋은 일이 터졌는데도 불구하고 솔로 앨범 활동도 잘해줬고, 공연에서도 거의 하나의 콘서트에 들어갈 에너지를 다 들이붓더라.
개코: 우리는 노는 분위기로 편하게 생각했는데, 얘가 칼을 갈았구나 싶었다. 혼자 힘으로 30분 이상 무대를 컨트롤 하는 걸 보고 저 친구는 진짜 난 놈이구나 했지. 사람들을 지루하지 않게 만드는 재주가 있는데, 우리는 10년에 걸쳐서 갖게 된 노하우를 사이먼 디는 진짜 빠른 시간에 습득한 것 같다.
최자: 열심히만 한다고 되는 게 아닌데, 재능도 있는 친구라서 빠른 시간에 우리 팀을 보완해 줄 수 있는 식구로 성장한 것 같다. 리듬파워도 제 색깔을 보여 줄 수 있을 만큼 정말 열심히 준비했고, 무엇보다도 세 팀을 안아 줄 수 있는 프라이머리가 있어서 공연이 가능했다. 팀들이 음악 색깔도 다 다르고, 라이브 세션에 욕심을 내게 되면 밴드도 여러 팀이 필요하기 마련인데 프라이머리는 식구들 음악을 다 알고 있고 본인이 쓴 곡도 많으니까 밴드 마스터로서 중심을 잘 잡아 줬다. 전체의 큰 그림을 잡아 준 면이 많다.
역할 분담이 잘 되어 있는 구조인데, 그런 점에서 보컬리스트가 보강되면 금상첨화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개코: 계획이 없는 건 아닌데, 회사의 이미지 때문인지 랩 하시는 분들만 찾아오시고, 보컬을 찾기가 어렵다. 여성분들은 특히나 우리 회사에 지원을 안 하시고. 사실 우리가 랩을 하다 보니까 래퍼들 중에서 스타성이 있는 사람을 발굴 하는 건 쉬운데, 보컬리스트에 대한 재능을 알아보는 눈은 좀 더 개발 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최자: 지금까지 우리 회사에서는 언더그라운드에서 어느 정도 완성된 분들을 모셔왔다. 리듬파워도 개성이 많이 만들어져 있었고, 프라이머리도 워낙 잘하는 사람이었고. 보컬리스트도 이미 실력을 좀 갖춘 분을 찾고 싶은데, 아무래도 아티스트들은 자신의 분야에서 배움을 받고 싶은 사람을 찾아가기 마련이라서 쉽지가 않다.
완전한 신인을 발굴하는 것이 아니라면, 음악에 대한 퀄리티 컨트롤이 어렵지는 않나. 뮤지션 대 뮤지션으로서 하기 어려운 이야기도 있을 것 같은데.
개코: 원칙은 방임이다. 일단은 원하는 대로 음악을 만들게 하고 그 결과물 중에서 곡을 고르는 과정에 회사가 개입을 한다. 처음 슈프림팀의 데뷔 앨범을 만들 때는 우리의 노하우를 전해주고 싶어서 욕심도 부렸는데, 결과는 좋았지만 당사자들에게는 음악적으로 혼란스러운 점이 있었던 것 같다. 그런 시행착오를 겪고 나서 이제는 세상에 발표 되었을 때 사람들이 좋아할 것 같은 음악을 조언해 주는 정도로 역할을 조정 했다.
최자: 말하자면 우리가 A&R팀의 역할을 하는 건데, 선곡이나 곡 순서, 타이틀 곡 결정을 할 때 뮤지션과 회사의 입장을 다 들어보고 중재를 해 주는 입장이다. 다른 관계 이전에, 우리가 선배 가수니까 서로 이해하고 수긍하기가 더 쉬운 것 같기도 하다.
본인들의 앨범에 대해서도 같은 방식을 적용 하나. 5집 앨범의 ‘죽일놈’도 그랬지만 ‘거기서 거기’도 예상 외로 잔잔한 곡이다.
최자: 상업적인 전술이다. (웃음)
개코 : 프로모션에 대해 생각을 많이 하는데, 일단은 모니터를 많이 한다. 우리도 마음대로 만들고, 제일 좋은 곡을 추천 받는 시스템이다. 11월에 앨범이 나왔을 때는 연말이니까 ‘불타는 금요일’을 먼저 공개 했고, 1월에 나온 앨범에서는 아무래도 추운 날씨와 어울리는 노래를 타이틀로 하는 거지. 예전에는 잔잔한 곡으로 활동을 하는 게 우리 스스로 불안했었는데, 이런 것도 일종의 도전인 것 같다. 팀으로서도 새로운 색깔을 보여줘야 할 타이밍이었던 것 같기도 하고.
최자: 개코가 군대에서 열심히 연습한 노래 실력을 보여줘야 할 때이기도 했고. (웃음) 녹음 가능 보컬에서 이제는 라이브 가능한 보컬이 되었으니까.
개코: 다만, 인이어가 꼭 있어야 한다! (웃음) 사실 오랫동안 해 보니까, 시장 자체가 신나는 노래로는 수익이 잘 안 된다. 하지만 우리는 무대에서 필요하니까 신나는 노래를 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계획을 많이 고민하지 않을 수가 없는 거다.
최소 비용에 최대 효과를 얻을 수 있는 방식이니까 말이다.
최자: 그런 방면에서 노하우가 많이 쌓이기도 했고, 솔직히 이번 앨범의 성과에 대해서는 운이 좋았다는 생각도 든다. 지금 이 시대 코드가 우리를 선택해 주는 것 같다. 전에는 우리가 주류와 비주류 사이에 끼어 있다는 느낌이었는데, 요즘은 어머니 또래 분들도 힙합을 편하게 받아들이실 정도로 시선이 많이 바뀐 것 같다. 리쌍이나 에픽하이, 사이먼 디가 예능을 한 작용이기도 할 텐데 랩 하는 사람들이 TV에 나오는 게 자연스러워지고, 우리가 그 특수를 누리는 거지.
외부적인 상황에 대한 고민이 곡을 쓸 때 영향을 주기도 하나? 대중성에 대한 균형을 고려한다던지.
최자: 만들면서 방송을 하게 될 것 같은 느낌이 오는 곡은 가사를 좀 순화해서 쓰는 경우는 있다. 프로모션을 하려면 방송이 가능한 곡이 두어 곡은 있어야 하니까 심의를 고려하는 거다.
개코: 열심히 앨범 만들어서 아무 활동도 못하면 가슴 아프니까. 대신 나머지 노래는 아예 자유롭게 만든다.
앨범 안에서 스스로 양보와 보상이 이루어지는 체계다.
최자: 그런데, 그게 반대로 결과가 나오면 곤란해지는 거다. 신경 쓴 곡이 예상치 못한 이유로 심의가 안 나오고 막 멋대로 쓴 곡이 심의가 나거나, 방송사 마다 다른 심의가 나는 경우도 있었다. 사실은 미래를 모른다고 봐야지. (웃음)
“한번 해 보자 하는 식으로 마음이 편해졌다” 음악을 만들 때는 일단 즐기는 게 최선이라는 결론인데, (웃음) 이번 앨범은 특히 그런 느낌이 강하다. 입대 전에 발표한 앨범에서는 모든 트랙이 각자 다른 스타일을 보여주려는 의도가 강해보였는데 말이다.
최자: 군대에서 세상을 보는 시야가 많이 달라졌다. 이제는 우리가 하는 일에 대해서 상상도 못할 일이라는 게 없어진 것 같다. 한번 해 보자 하는 식으로 마음이 편해졌다. 비슷한 걸 하더라도 지금 우리가 이렇게 달라졌으니 그 자체로 다른 의미가 있겠다는 생각도 들고, 좋은 걸 하는 게 좋다는 걸 깨달았다. 그게 전 우주에 조금이라도 더 도움이 되는 거지. 굳이 무리 할 필요도 없고, 오히려 편하게 풀어서 이야기 하면서 듣는 사람들이 친구처럼 가깝게 느끼는 것 같다. 좀 투박하고, 틀린 말이라도 진심이 중요한 거니까.
사실 그런 친근감이 다이나믹 듀오의 저력 아닌가. 멋진 척 안하는 유쾌한 힙합이야말로 두 사람의 특징이다.
개코: 그게, 우리가 멋을 내면 되게 치열해 보여서 안 된다.
최자: 얘네까지 이래야 되나, 그런 거지. (웃음) 우리 팀의 이미지가 잘 만들어진 게, 얘네는 그냥 하고 싶은 걸 하는 애들인 거다. 폼을 덜 잡는 대신 이것저것 하고 싶은 건 다 할 수 있다.
개코: 그래서 어느 날인가 우리가 잘난 척 하는 랩을 하고 싶으면, 그것도 충분히 할 수 있다고 본다. 스웩도 힙합의 큰 재미요소 중에 하나기 때문에, 스킬을 보여주고 싶을 때는 그런 음악을 선택 할 수 있는 거지. 이번 앨범은 거의 샘플링이 배제되어 있지만, 다음번에는 다시 샘플이 들어간 질감을 보여줄 수도 있는 거고. 다이나믹 듀오 안에서의 유행하는 흐름이 있으니까 얼마든지 변화할 수 있을 거다.
자유롭고 다양하게 음악을 하면서도 신기한 게, 결국 두 사람이 같이 하는 음악이다. 두 사람이 따로 음악적 돌파구를 모색하겠다는 시도를 해 본적은 없는지.
개코: 이 조합으로도 아직 할 수 있는 것들이 많으니까 굳이 그런 생각을 하지는 않는다. 서로 양보하고 곡 하나에서도 서로 호흡을 계속 주는 게 팀을 유지하는 데에도 도움이 되는 것 같고, 오히려 이제는 둘이 내는 목소리의 형태가 한 목소리 같다. 곡을 쓸 때도 내가 만든 곡에 최자 부분을 비워 놓고, 최자가 쓴 노래에 내 부분을 남겨 놓는 게 당연한 거다. 그냥 그렇게 생각 하는 게 너무나 자연스럽다.
최자: 10년 동안 듀오라는 형태의 제한을 넘어 선 것 같다. 둘이 하는 걸 제일 잘하는 것 같고. 대신 다른 래퍼를 불러와서 셋이 하거나, 다른 프로듀서의 곡을 받아서 지루함을 타개하는 방식으로 변화를 조금씩 주려고는 한다.
그 점에서 흥미로운 부분이, 래퍼들이 연차가 쌓이면서 프로듀서나 사운드 메이커로 물러나는 경우가 많은데 비해 다이나믹 듀오는 항상 무대 위의 현역을 지향한다는 느낌이다.
개코: 욕심이 많은 것 같다. 이번 앨범에 피처링도 적고, 노래를 직접 부르기도 한 것이 꼭 예산의 문제를 떠나서 우리가 중심이 된 앨범을 만들고 싶어서였던 거다.
최자: 우리는 70대가 되어서도 둘이 유닛으로 공연을 하고 싶다. 40대가 되면 그에 걸맞는 랩을 하고, 무대에 올라가지 못하더라도 계속 래퍼로서 음악을 하고 싶다. 스티비 원더나 제임스 브라운이 그런 점에서 롤 모델인데, 그만큼 잘 할 수는 없더라도 오래 하고 싶은 마음이다.
“우리는 힙합으로 끓여낸 국물이라서 어쩔 수 없다” 이미 오랜 역사를 갖고 있지 않은가. 돌이켜 보면 처음 회사를 만들 때도 제법 어린 나이였다.
최자: 세상에 출사표를 던지는 심정이었지.
개코: 우리는 동기부여가 부족할 때 스스로를 구석으로 몰아가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웃음) 삼인조가 해체되고, 둘이 다이나믹 듀오로 활동을 하면서 당시 회사와 충분히 재계약을 할 조건이 되었었다. 그런데 그런 시스템이 지루하게 느껴져서 독립을 결정하게 되었던 거다.
최자: 그때는 우리가 원하는 방식으로, 더 합리적으로 홍보할 수 있는 툴에 대한 아이디어가 엄청 많았다. 마케팅에 대해 돈 낭비라고 느끼는 점도 많았고. 그런데 막상 회사를 시작해 보니까 너무 힘든 거다. 예전에는 불만만 많았는데, 우리가 미처 보지 못했던 업계의 생리를 알게 된 거지. 방송 스케줄만 해도 얻고 싶은 게 있으면 해 줘야 하는 게 있고. 그러면서 전에 있었던 회사의 입장을 이해하게 되고, 갑과 을의 양쪽 입장을 다 포용할 수 있게 된 것 같다. 그동안 팀이 우리밖에 없었으니까 우리가 활동을 쉴 때는 회사에 막 보릿고개가 오고, 우리가 번 돈을 직원들 월급으로 다시 돌려주고, 망했다 싶었다. 이제는 슈프림팀이 잘 되면서 운용적으로 여유가 많이 생겼지만.
겁먹을 수도 있었을 텐데, 계속 버틴 힘은 무엇일까.
개코: 모두가 도전하는 상황이었으니까, 서로에게 동기부여가 된 셈이다.
최자: 다 같이 으?으? 힘을 내서 버티다 보니까, 그게 결국 힘이 된 것 같다. 다행스럽게도 내분이 없어서 서로 한마음으로 잘 와 주었다. 내 입장에서는 언제나 친구랑 같이 다니니까 일과 놀이의 경계가 모호했기도 하고. 사실 고생도 많이 했지만 다시 태어나도 이 삶을 선택할 만큼 즐거운 시간이었다.
투어 후에는 미국 공연도 계획되어 있다고 들었다. 회사가 더욱 바빠질 텐데.
개코: 진출을 추진한다기 보다는 간을 보러 가는 정도다.
최자: 우리와 사이먼 디, 그리고 현지 뮤지션들과 같이 공연을 할 거다. 미국에서도 힙합 음악이 점점 변화하고 있는데, 비트로 결판내던 때와 달리 최근에는 멜로디가 강조되면서 쉬운 랩이 가미된 노래들이 트렌드다. 카니예 웨스트부터 그렇게 하고 있고. 그런데 그동안 우리가 한국 시장에 맞춰서 변화 해 온 스타일이 이것과 굉장히 비슷하다. 보컬이 두드러지고, 따라할 수 있는 랩 벌스가 있고. 그래서 미국에서도 우리 음악이 대중적으로 어떤 반응을 끌어낼 수 있을지 시험해 보고 싶다.
한국형 힙합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굳이 그것을 힙합으로 분류해야 하는가 하는 생각도 든다. 그냥 작곡, 편곡 다 하는 다이나믹 듀오의 음악 아닌가.
개코: 우리가 하는 게 힙합이니까, 그냥 우리 음악을 힙합이라고 하는게 너무나 편하고 자연스럽다. 곰탕의 베이스가 언제나 사골이듯, 우리는 힙합으로 끓여낸 국물이라서 어쩔 수 없다.
최자: 우리 안에 그러니까, 힙합이 있는 거다. 우리가 갑자기 클래식 음악을 만들어도 그건 아마 힙합의 방식으로 만들어진 음악일 거다. 만약 우리가 언젠가 다른 음악을 하게 되더라도 아이튠즈에서 우리 음악의 분류 카테고리는 힙합이었으면 좋겠다. 그런 마음이다.
사진제공. 아메바컬쳐
글. 윤희성 nine@
편집. 장경진 three@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