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이 ‘라디오 스타’ 단독체제로 정해지면서 기대주로 전격 투입 된지 어언 석 달째, 유세윤 씨는 그동안 심하다 싶게 풀이 죽은 모습이었어요. 어떤 날은 단 한 마디라도 거들었나 의심스러울 정도였죠. 어찌나 조용한지 마치 재혼한 엄마를 따라 새아버지 집에 들어가는 바람에 하루아침에 눈치꾸러기가 된 아이 같더라고요. 예능 프로그램 MC의 필수 덕목인 순발력 있는 리액션은 커녕 아무리 어수선해도 꼬박꼬박 대본을 잘 숙지해내는 막내 규현 씨를 신기한 양 바라보기도 했습니다. 문득 물에 기름처럼 겉돌던 KBS 당시가 오버랩 되더군요. 하지만 생각해보면 이건 너무나 당연한 결과입니다. KBS 에서나 tvN 같은 공개 코미디 쇼에서는 빈틈없이 잘 짜인 얘기를 관객 앞에서 너스레를 떨 듯 풀어 왔고, ‘무릎 팍 도사’며 Mnet 같은 토크쇼에서는 가끔 촌철살인의 일타를 날리기도 했지만 주로 잘 들어주는 쪽이었으니까요. MC들 간은 물론 초대 손님의 발언조차도 시도 때도 없이 자르고 들어와야 하는, 총칼이 난무하는 ‘라디오 스타’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들이었죠. 건방짐이 콘셉트라지만 실제로는 남에게 상처주길 꺼리지 싶은 유세윤 씨로서는 산 넘어 산인, 난감한 상황이었을 거예요.
예능에서의 눈물이 오랜만에 크게 다가왔습니다 그런 유세윤 씨를 위해 제작진이 특단의 조치를 취했더군요. 규현 씨가 잠시 자리를 비운 틈을 타 유세윤 씨의 둘도 없는 절친들을 초대했습니다. 케이블의 으로 불리며 마니아층을 형성한 바 있는 Comedy TV 을 함께 했던 일명 ‘개식스(김대희, 김준호, 유상무, 장동민, 유세윤, 홍인규)’ 멤버들이 총출동했는데요. 말은 유세윤 씨의 기를 세워주기 위한 특집이라지만 묘하게 폭로전으로 흘러갔습니다. 어쩌면 방송을 빌미로 그간 마음에 담아 두었던 서로에 대한 불만들을 죄다 털어놓을 생각이었는지도 모르겠어요. 그러나 2회에 걸쳐 오가는 살벌한 폭로들 속에서 유세윤 씨 본인은 단 한 차례도, 어느 누구에게도 서운함을 표하지 않았다는 점에 주목하고 싶네요. 아이디어를 짤 때 무시를 했다거나, 메시지를 보내도 일절 답이 없다거나, 극도의 이기주의라거나, 이런저런 불만 사항들이 우후죽순 불거져 나왔지만 유세윤 씨의 반응은 ‘그랬구나, 미안하다’일 뿐이었어요. 말로만 하는 사과가 아니라 진심으로 미안해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결국 유세윤 씨가 눈물을 보였어요. 분위기 상으로는 뜨거운 동료애에 감복해서 흘린 눈물이었지만 제가 보기엔 복합적인 서러움으로 봐야 옳지 싶어요. 그것도 눈물을 쏟는 게 아니라 애써 참아 넘기는 모습이 더 안쓰럽더군요. 눈시울이 뜨거워지고 가슴이 울컥한데 그걸 자제하려고 애써야 할 때, 그게 얼마나 괴로운지 아마 다들 아실 거예요. 순간 저 역시 가슴 한쪽이 먹먹해졌습니다. 이제껏 ‘참아내기’로 살아온 유세윤 씨의 외로운 세월이 느껴져서 말이죠. 사실 예능 프로그램에서 연예인이 눈물을 보이는 장면은 이젠 새삼스러울 것도 없는 일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지금껏 흔히 들어온 고난의 가족사라든지 지난날의 곱씹음이 아닌, 현재 자신이 처한 안타까움을 눈물로 토로하긴 처음이지 싶어요. 그나마 세윤 씨가 머뭇머뭇 망설이던 끝에 입을 열 수 있었던 건 김국진 씨가 ‘개식스’ 멤버들에게 던진 한 마디 때문일 거예요. “유세윤 씨가 떴다고 해서 유세윤 씨가 행복한 건 아니에요.”
유세윤 씨, 참지 말고 터뜨리세요 ‘난 무엇이 될까?’가 가장 행복했던 것 같은데 이미 무엇이 되어버린 느낌, 그래서 행복했던 때는 이미 지나버린 것 같아서, 앞으로 미래가 하나도 궁금하지 않다는 사실이 서글프다는 유세윤 씨. 아마 배부른 소리라고 나무라는 이들도 분명 있겠죠. 그러나 같은 경험을 했을, 그래서 불현듯 연예계를 떠나기까지 했을 김국진 씨로서는 그 절박함이 남의 일 같지 않았던 모양입니다. 김국진 씨 역시 ‘라디오 스타’ 초창기만 해도 적응을 못해 고생 꽤나 했거든요.
언젠가 유세윤 씨가 KBS 에서 과도하게 캐릭터 베개에 집착하는 한 출연자에게 했던 말이 생각납니다. “과연 정상적인 것의 기준이 뭘까? 생각해보게 되네요. 중요한 건 다른 사람에게 해를 주지 않는 선에서 그 사람이 얼마나 행복한가, 그게 중요한 것 같은데요. 저렇게 몰입만 할 수 있다면 나도……” 말꼬리를 흐릴 때 묻어났던 공허함이 아직도 기억에 생생해요. 늦지 않았어요. 가슴을 설레게 하는 꿈, 몰입과 행복, 부디 어깨에 얹힌 짐을 다만 몇 개라도 내려놓고 하루라도 빨리 찾아 나섰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억지며 가식이 싫다면, 리얼도 아니면서 리얼을 내세우는 리얼 버라이어티가 우스꽝스럽게 느껴진다면 주저 말고 스스럼없이 표현하세요. 유세윤 씨를 좋아하는 많은 이들이 유세윤 씨의 새로운 콘셉트를 적극 지지해줄 테니까요. 아, 또 하나. 울고 싶어질 때는 자리 가리지 말고 펑펑 울어도 되는 겁니다. 눈에 보이는 성공을 이뤄냈다고 해서, 아직 따라오지 못한 동료들에게 미안하다고 해서 가슴 속 서러움까지 꾹꾹 눌러 참을 필요는 없는 거잖아요. 글. 정석희 (칼럼니스트)
편집. 이지혜 seven@
예능에서의 눈물이 오랜만에 크게 다가왔습니다 그런 유세윤 씨를 위해 제작진이 특단의 조치를 취했더군요. 규현 씨가 잠시 자리를 비운 틈을 타 유세윤 씨의 둘도 없는 절친들을 초대했습니다. 케이블의 으로 불리며 마니아층을 형성한 바 있는 Comedy TV 을 함께 했던 일명 ‘개식스(김대희, 김준호, 유상무, 장동민, 유세윤, 홍인규)’ 멤버들이 총출동했는데요. 말은 유세윤 씨의 기를 세워주기 위한 특집이라지만 묘하게 폭로전으로 흘러갔습니다. 어쩌면 방송을 빌미로 그간 마음에 담아 두었던 서로에 대한 불만들을 죄다 털어놓을 생각이었는지도 모르겠어요. 그러나 2회에 걸쳐 오가는 살벌한 폭로들 속에서 유세윤 씨 본인은 단 한 차례도, 어느 누구에게도 서운함을 표하지 않았다는 점에 주목하고 싶네요. 아이디어를 짤 때 무시를 했다거나, 메시지를 보내도 일절 답이 없다거나, 극도의 이기주의라거나, 이런저런 불만 사항들이 우후죽순 불거져 나왔지만 유세윤 씨의 반응은 ‘그랬구나, 미안하다’일 뿐이었어요. 말로만 하는 사과가 아니라 진심으로 미안해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결국 유세윤 씨가 눈물을 보였어요. 분위기 상으로는 뜨거운 동료애에 감복해서 흘린 눈물이었지만 제가 보기엔 복합적인 서러움으로 봐야 옳지 싶어요. 그것도 눈물을 쏟는 게 아니라 애써 참아 넘기는 모습이 더 안쓰럽더군요. 눈시울이 뜨거워지고 가슴이 울컥한데 그걸 자제하려고 애써야 할 때, 그게 얼마나 괴로운지 아마 다들 아실 거예요. 순간 저 역시 가슴 한쪽이 먹먹해졌습니다. 이제껏 ‘참아내기’로 살아온 유세윤 씨의 외로운 세월이 느껴져서 말이죠. 사실 예능 프로그램에서 연예인이 눈물을 보이는 장면은 이젠 새삼스러울 것도 없는 일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지금껏 흔히 들어온 고난의 가족사라든지 지난날의 곱씹음이 아닌, 현재 자신이 처한 안타까움을 눈물로 토로하긴 처음이지 싶어요. 그나마 세윤 씨가 머뭇머뭇 망설이던 끝에 입을 열 수 있었던 건 김국진 씨가 ‘개식스’ 멤버들에게 던진 한 마디 때문일 거예요. “유세윤 씨가 떴다고 해서 유세윤 씨가 행복한 건 아니에요.”
유세윤 씨, 참지 말고 터뜨리세요 ‘난 무엇이 될까?’가 가장 행복했던 것 같은데 이미 무엇이 되어버린 느낌, 그래서 행복했던 때는 이미 지나버린 것 같아서, 앞으로 미래가 하나도 궁금하지 않다는 사실이 서글프다는 유세윤 씨. 아마 배부른 소리라고 나무라는 이들도 분명 있겠죠. 그러나 같은 경험을 했을, 그래서 불현듯 연예계를 떠나기까지 했을 김국진 씨로서는 그 절박함이 남의 일 같지 않았던 모양입니다. 김국진 씨 역시 ‘라디오 스타’ 초창기만 해도 적응을 못해 고생 꽤나 했거든요.
언젠가 유세윤 씨가 KBS 에서 과도하게 캐릭터 베개에 집착하는 한 출연자에게 했던 말이 생각납니다. “과연 정상적인 것의 기준이 뭘까? 생각해보게 되네요. 중요한 건 다른 사람에게 해를 주지 않는 선에서 그 사람이 얼마나 행복한가, 그게 중요한 것 같은데요. 저렇게 몰입만 할 수 있다면 나도……” 말꼬리를 흐릴 때 묻어났던 공허함이 아직도 기억에 생생해요. 늦지 않았어요. 가슴을 설레게 하는 꿈, 몰입과 행복, 부디 어깨에 얹힌 짐을 다만 몇 개라도 내려놓고 하루라도 빨리 찾아 나섰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억지며 가식이 싫다면, 리얼도 아니면서 리얼을 내세우는 리얼 버라이어티가 우스꽝스럽게 느껴진다면 주저 말고 스스럼없이 표현하세요. 유세윤 씨를 좋아하는 많은 이들이 유세윤 씨의 새로운 콘셉트를 적극 지지해줄 테니까요. 아, 또 하나. 울고 싶어질 때는 자리 가리지 말고 펑펑 울어도 되는 겁니다. 눈에 보이는 성공을 이뤄냈다고 해서, 아직 따라오지 못한 동료들에게 미안하다고 해서 가슴 속 서러움까지 꾹꾹 눌러 참을 필요는 없는 거잖아요. 글. 정석희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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