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김규삼의 웹툰 와 최근 종영한 tvN 9시즌은 회사에 관한, 또는 ‘갑’과 ‘을’에 관한 두 개의 보고서다. 둘 다 회사 생활이 중심에 있지만, 회사의 풍경은 전혀 다르다. 천리마 마트의 CEO 정복동은 ‘스펙’에 상관없이 사람을 채용하고, 근무환경을 높이며, 동네 떡볶이 가게 주인들을 최고 대우로 마트 안에 유치한다. 반면 의 아름다운 사람들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회사다. 이영애(김현숙)가 근무하는 이곳에서는 아쉬운 부탁을 해야 하는 사람에게 아부를 하고, 일과 책임을 남에게 미루려는 일들이 반복된다.
상반된 회사의 풍경은 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달라서다. 에서 정복동은 천리마마트를 “본진(대마그룹)에 드랍쉽”하는 폭탄으로 키우려 한다. 적자폭이 커지면 주주들이 그 사실을 알게 되고, 회사 총수의 아들과 임원의 비자금 세탁을 위해 만들어진 천리마마트의 정체가 폭로될 수 있다. 일정한 예산이 투입되지만, 누구도 주목받을 만큼의 이익을 내면 안 되는 회사. 좌천시킨 회사에 복수하려고 경영을 망치려는 CEO. 천리마마트는 자본주의 안에서 일어나는 부정적인 면들을 모아 만든 실험실이다. 온갖 가정을 통해 고용에 대한 부담을 지지 않고, 직원들이 ‘왕’의 옷을 입고 일하는 이상적인 회사가 탄생했다. 해고에 대한 부담이 거의 없는 직원들은 일에 최선을 다하고, 회사는 직원의 행복과 회사의 이익을 모두 달성한다. 반면 는 왕이 될 수 없는 을의 이야기에 대한 현실이다. 아름다운 사람들의 사장 유형관(유형관)은 대리 변지원(임서연)이 아이 때문에 일에 차질을 빚자 해고를 거론하고, 변지원의 남편이자 차장 윤서현(윤서현)은 사장에게 끊임없이 아부하며 ‘굴러온 돌’인 이사 김산호(김산호)를 견제한다. 더럽고 치사해도 당장의 아기 분유 값이 아쉽다.
회사를 바라보는 다른 질문, 같은 대답 그러나 현실을 냉정하게 바라보는 것은 오히려 가 아니다. 천리마마트가 탄생하려면 수많은 가정이 필요하듯, 이곳의 직원들이 왕이 되려면 수많은 가정이 필요하다. 천리마마트의 소비자들은 직장에서는 을의 신세다. 그들은 근로자를 우대하는 천리마마트에 감동, 근로자를 쥐어짜서 싼 물건을 내놓는 다른 마트 대신 천리마마트를 택하는 “착한 소비”를 한다. 근로자가 왕이어야 소비자도 왕이 된다는 것은 판타지가 아니라 다급한 촉구에 가깝다. 이런 세상은 을로 사는 사람들이 떡볶이 하나 먹는 것까지 자신 스스로가 근로자라는 개념 하에 움직여야 가능하다. 는 직장 생활에 지친 모든 이들을 위한 따뜻한 풍자이자, 자본주의의 요소를 분석해 필요한 삶의 원칙을 강조하는 냉철한 동화다. 반면 에서 이혼남이 된 사장은 쓸쓸함에 못 이겨 매일 밤을 술로 달래고, 모두에게 비호감인 정지순(정지순)은 작은 고시원에서마저 쫓겨나 회사에서 몰래 생활한다. 그 징글징글한 사람들이 직장 밖에서는 누군가의 친구이고 가족이며 또는 그마저도 없이 외롭게 살아간다. 우리의 현실이 다 그러하므로 우리가 모두 연민을 주고 받자는 체념은, 대책 없이 “잘 될 거야”라는 희망보다 더 살에 와 닿는 힘이 된다.
회사를 전혀 다른 관점으로 바라보던 와 는 이 지점에서 만난다. 천리마마트의 근로환경은 회사를 망치길 바라는 정복동이 ‘갑’의 권한을 상당부분 포기했기 때문이다. 에서 이영애의 제부 김혁규(고세원)는 동생 김나영(김나영)이 자신의 가게에 투자하자 동생의 눈치를 본다. 반면 아르바이트생을 뽑을 때는 Mnet < 슈퍼스타 K >보다 더 엄격하게 면접을 치르고, 다른 가게에서는 진상을 떠는 손님이 된다. 는 갑이 권한을 내려놓지 않으면 방법은 없는 거냐고 질문하고, 는 왜 우리는 갑만 되면 이 모양이냐며 탄식한다. 그리고 두 작품은 모두 같은 답에 이른다.
견딜만한 회사를 만들기 위하여 에서 뜻하지 않게 마트를 성장시킨 정복동은 본사에 돌아갈 기회를 얻는다. 그러나 주주들은 그가 마트를 경영해야 이익이 늘어난다며 반대한다. 황제 같은 그룹 총수도 주주들의 의견만큼은 신경 쓴다. 그리고 이론적으로 우리는 누구나 주주가 될 수 있다. 자본주의 최고의 발명품은 을도 갑이 될 수 있다는 희망을 심은 것 그 자체다. 주주들은 정복동의 바람을 막아선다. 는 갑과 을의 본질에 대한 보충설명이다. 정지순이 인턴사원 심진보(심진보)를 괴롭히는 것은 인성의 문제일 수 있다. 하지만 변지원과 윤서현도 사적인 일을 시킨다. 두 사람은 윤형관에게 빼앗긴 시간을, 심진보를 통해 보충한다. 9시즌의 이영애가 매력적이라면, 그가 좀처럼 갑과 을의 관계에 영향 받지 않는 인간일 것이기 때문이다. 이영애는 유형관에게 회사의 불합리한 부분을 따지고, 심진보에게 심부름을 시키지 않으며, 몸이 아파도 남에게 일을 미루지 않는다. 천리마마트가 좋은 회사의 이상이라면, 이영애는 이상적인 회사원이다. 그러나 현실에서 천리마마트나 이영애를 찾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우리는 끊임없이 갑과 을이 되고, 위치에 따라 육체적, 감정적으로 혹사를 하거나 시킨다. 는 정복동으로부터 대마그룹의 주주까지 이어지는 자본주의의 돌고 도는 갑과 을의 관계를, 는 반복되는 관계 속에서 대부분 똑같은 선택을 하는 인간을 보여준다.
에서 갑을관계의 가장 밑바닥에 있는 사람은 김혁규의 가게에서 일하는 요리사일 것이다. 그는 비정규직이고, 신용불량자다. 그러나 그는 크리스마스 시즌에 김혁규와 다투다 직장을 그만둔다. 갈 곳은 마땅치 않고, 당장 돈이 필요하다. 하지만 김혁규 역시 그만한 요리사를 찾기는 어렵다. 갑과 을은 서로의 필요에 따라 관계를 유지하고, 그 커뮤니케이션의 과정에서 서로에 대한 최소한의 이해가 생기기도 한다. 역시 정복동이 행복해 하는 마트의 직원들을 보며 과거 자신이 해고한 사람이 한 사람의 가장이었음을 깨닫는다. 물론, 회사는 조직에 도움이 되지 않는 사람을 해고한다. 그게 회사다. 이영애가 사장에게 아무리 목소리를 높여도 안 될 때도 있다. 와 는 갑과 을로 양분할 수만은 없는 세상의 풍경으로 들어가 갑과 을, 사람과 사람이 이해를 할 수 있는 고민으로 나온다. 두 작품이 어떤 답을 제시할 수는 없다. 그러기엔 갑과 을, 사람과 사람이 정의할 수 없는 경계 속에서 뒤섞인 세상은 너무나 복잡하다. 때론 누가 좋다, 나쁘다의 문제이기도 하고, 때론 서로 된다, 안 된다의 문제다. 다만 우리에게 회사의 문제가 웹툰과 케이블 TV 드라마까지 도달했다. 그리고, 우리는 이렇게 말할 수는 있을 것이다. 다니기 행복한 회사란 없다. 다만 더 견딜만한 회사를 위해 노력할 뿐이다.
글. 강명석 기자 two@
편집. 이지혜 seven@
상반된 회사의 풍경은 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달라서다. 에서 정복동은 천리마마트를 “본진(대마그룹)에 드랍쉽”하는 폭탄으로 키우려 한다. 적자폭이 커지면 주주들이 그 사실을 알게 되고, 회사 총수의 아들과 임원의 비자금 세탁을 위해 만들어진 천리마마트의 정체가 폭로될 수 있다. 일정한 예산이 투입되지만, 누구도 주목받을 만큼의 이익을 내면 안 되는 회사. 좌천시킨 회사에 복수하려고 경영을 망치려는 CEO. 천리마마트는 자본주의 안에서 일어나는 부정적인 면들을 모아 만든 실험실이다. 온갖 가정을 통해 고용에 대한 부담을 지지 않고, 직원들이 ‘왕’의 옷을 입고 일하는 이상적인 회사가 탄생했다. 해고에 대한 부담이 거의 없는 직원들은 일에 최선을 다하고, 회사는 직원의 행복과 회사의 이익을 모두 달성한다. 반면 는 왕이 될 수 없는 을의 이야기에 대한 현실이다. 아름다운 사람들의 사장 유형관(유형관)은 대리 변지원(임서연)이 아이 때문에 일에 차질을 빚자 해고를 거론하고, 변지원의 남편이자 차장 윤서현(윤서현)은 사장에게 끊임없이 아부하며 ‘굴러온 돌’인 이사 김산호(김산호)를 견제한다. 더럽고 치사해도 당장의 아기 분유 값이 아쉽다.
회사를 바라보는 다른 질문, 같은 대답 그러나 현실을 냉정하게 바라보는 것은 오히려 가 아니다. 천리마마트가 탄생하려면 수많은 가정이 필요하듯, 이곳의 직원들이 왕이 되려면 수많은 가정이 필요하다. 천리마마트의 소비자들은 직장에서는 을의 신세다. 그들은 근로자를 우대하는 천리마마트에 감동, 근로자를 쥐어짜서 싼 물건을 내놓는 다른 마트 대신 천리마마트를 택하는 “착한 소비”를 한다. 근로자가 왕이어야 소비자도 왕이 된다는 것은 판타지가 아니라 다급한 촉구에 가깝다. 이런 세상은 을로 사는 사람들이 떡볶이 하나 먹는 것까지 자신 스스로가 근로자라는 개념 하에 움직여야 가능하다. 는 직장 생활에 지친 모든 이들을 위한 따뜻한 풍자이자, 자본주의의 요소를 분석해 필요한 삶의 원칙을 강조하는 냉철한 동화다. 반면 에서 이혼남이 된 사장은 쓸쓸함에 못 이겨 매일 밤을 술로 달래고, 모두에게 비호감인 정지순(정지순)은 작은 고시원에서마저 쫓겨나 회사에서 몰래 생활한다. 그 징글징글한 사람들이 직장 밖에서는 누군가의 친구이고 가족이며 또는 그마저도 없이 외롭게 살아간다. 우리의 현실이 다 그러하므로 우리가 모두 연민을 주고 받자는 체념은, 대책 없이 “잘 될 거야”라는 희망보다 더 살에 와 닿는 힘이 된다.
회사를 전혀 다른 관점으로 바라보던 와 는 이 지점에서 만난다. 천리마마트의 근로환경은 회사를 망치길 바라는 정복동이 ‘갑’의 권한을 상당부분 포기했기 때문이다. 에서 이영애의 제부 김혁규(고세원)는 동생 김나영(김나영)이 자신의 가게에 투자하자 동생의 눈치를 본다. 반면 아르바이트생을 뽑을 때는 Mnet < 슈퍼스타 K >보다 더 엄격하게 면접을 치르고, 다른 가게에서는 진상을 떠는 손님이 된다. 는 갑이 권한을 내려놓지 않으면 방법은 없는 거냐고 질문하고, 는 왜 우리는 갑만 되면 이 모양이냐며 탄식한다. 그리고 두 작품은 모두 같은 답에 이른다.
견딜만한 회사를 만들기 위하여 에서 뜻하지 않게 마트를 성장시킨 정복동은 본사에 돌아갈 기회를 얻는다. 그러나 주주들은 그가 마트를 경영해야 이익이 늘어난다며 반대한다. 황제 같은 그룹 총수도 주주들의 의견만큼은 신경 쓴다. 그리고 이론적으로 우리는 누구나 주주가 될 수 있다. 자본주의 최고의 발명품은 을도 갑이 될 수 있다는 희망을 심은 것 그 자체다. 주주들은 정복동의 바람을 막아선다. 는 갑과 을의 본질에 대한 보충설명이다. 정지순이 인턴사원 심진보(심진보)를 괴롭히는 것은 인성의 문제일 수 있다. 하지만 변지원과 윤서현도 사적인 일을 시킨다. 두 사람은 윤형관에게 빼앗긴 시간을, 심진보를 통해 보충한다. 9시즌의 이영애가 매력적이라면, 그가 좀처럼 갑과 을의 관계에 영향 받지 않는 인간일 것이기 때문이다. 이영애는 유형관에게 회사의 불합리한 부분을 따지고, 심진보에게 심부름을 시키지 않으며, 몸이 아파도 남에게 일을 미루지 않는다. 천리마마트가 좋은 회사의 이상이라면, 이영애는 이상적인 회사원이다. 그러나 현실에서 천리마마트나 이영애를 찾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우리는 끊임없이 갑과 을이 되고, 위치에 따라 육체적, 감정적으로 혹사를 하거나 시킨다. 는 정복동으로부터 대마그룹의 주주까지 이어지는 자본주의의 돌고 도는 갑과 을의 관계를, 는 반복되는 관계 속에서 대부분 똑같은 선택을 하는 인간을 보여준다.
에서 갑을관계의 가장 밑바닥에 있는 사람은 김혁규의 가게에서 일하는 요리사일 것이다. 그는 비정규직이고, 신용불량자다. 그러나 그는 크리스마스 시즌에 김혁규와 다투다 직장을 그만둔다. 갈 곳은 마땅치 않고, 당장 돈이 필요하다. 하지만 김혁규 역시 그만한 요리사를 찾기는 어렵다. 갑과 을은 서로의 필요에 따라 관계를 유지하고, 그 커뮤니케이션의 과정에서 서로에 대한 최소한의 이해가 생기기도 한다. 역시 정복동이 행복해 하는 마트의 직원들을 보며 과거 자신이 해고한 사람이 한 사람의 가장이었음을 깨닫는다. 물론, 회사는 조직에 도움이 되지 않는 사람을 해고한다. 그게 회사다. 이영애가 사장에게 아무리 목소리를 높여도 안 될 때도 있다. 와 는 갑과 을로 양분할 수만은 없는 세상의 풍경으로 들어가 갑과 을, 사람과 사람이 이해를 할 수 있는 고민으로 나온다. 두 작품이 어떤 답을 제시할 수는 없다. 그러기엔 갑과 을, 사람과 사람이 정의할 수 없는 경계 속에서 뒤섞인 세상은 너무나 복잡하다. 때론 누가 좋다, 나쁘다의 문제이기도 하고, 때론 서로 된다, 안 된다의 문제다. 다만 우리에게 회사의 문제가 웹툰과 케이블 TV 드라마까지 도달했다. 그리고, 우리는 이렇게 말할 수는 있을 것이다. 다니기 행복한 회사란 없다. 다만 더 견딜만한 회사를 위해 노력할 뿐이다.
글. 강명석 기자 two@
편집. 이지혜 sev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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