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회 tvN 밤 11시
“내가 밴드 왜 하는데? 걸들이 뻑 가잖아.”, “밴드하는 내가 좋다고.”, “난 너랑 같이 해서 좋은데?” 밴드 ‘안구정화’의 리드보컬 주병희(이민기)가 캠코더를 들고 멤버들을 소개하는 첫 장면은 꽤 직설적이다. 그들이 밴드를 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여자 때문에, 나 때문에 혹은 너 때문에. 록의 저항정신 같은 거창한 의미 따위 부여하지 않는다. 그리고 이어지는 장면, 초등학생부터 대학생까지 ‘안구정화’ 멤버들을 “만질 수 있는” 좌석을 원하는 모습을 통해 그들의 우월한 외모를 단적으로 설명한다. 임팩트 있는 첫 곡으로 객석을 휘어잡는 밴드 공연처럼, 역시 멤버들의 성격과 밴드의 비주얼을 빠른 속도로 훑어낸다.

그러나 드라마 전체가 오프닝처럼 만들어지는 건 곤란하다. ‘안구정화’ 멤버들이 학교에 갔다가 당구장에 갔다가 낙원 악기상가에 들러 우연히 여자 주인공 임수아(조보아)와 마주치는 일련의 과정은 마치 셀프카메라 ‘밴드 안구정화의 하루’를 보는 듯하다. 매끄러운 연결고리 없이 사건은 산발적으로 발생하고 그 안에서 툭툭 튀어나오는 대사들은 의미 없이 증발해 버린다. 결국 남은 건 길거리에 세워만 놓아도 빛이 나는 비주얼뿐이다. 이야기가 아닌 얼굴의 힘에 의존한 첫 회는, 그래서 동내고등학교 출신의 ‘안구정화’가 어떤 음악을 하고 싶어 하고 어떤 지향점을 공유하고 있는 밴드인지에 대해 전혀 알려주지 않은 채 그들을 정상고등학교로 전학 보낸다. 어떤 이유로 시작했든 간에 ‘안구정화’ 멤버들에게 음악이란 카바레에서 광대 분장을 하고서라도 무대에 오르고 싶은 절박한 꿈이건만, 적어도 첫 회에서는 그 간절함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꽃미남이라는 요소는 드라마를 돋보이게 만드는 플러스 알파요인이지, 허술한 스토리를 덮어주는 해결사가 아니다.

글. 이가온 thirt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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