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만: 키가 작아서 연기를 하기 어려울 거라는 말을 들었다. 대학은 계속 떨어졌다. 오디션도 떨어졌다. 인기는 찾아오지 않았다. 연예대상은 타지 못했다. 하지만, 모두 지나고 보니 세상 누구도 될 수 없는 달인이 되어 있었다.
김병만
김병만
성룡: 김병만이 어린 시절부터 좋아한 배우. 데뷔 후 만나 자신의 대형 명함을 전달하기도 했다. “이소룡은 멋있고 백 번 싸우면 백 번 다 이기는데 성룡은 이겨도 어렵게 이긴다”며 좋아한다고. 김병만은 성룡처럼 코믹 액션 영화를 찍는 것이 꿈으로, 그의 무술 실력은 어린 시절 어렵게 싸워 이기면서 다져진 것이다. 키가 작은 김병만은 덩치 큰 아이들에게 많이 맞았고, 어머니는 맞고 들어오는 그를 때리면서 “힘이 없으면 돌로라도 찍어 이놈아, 내가 책임질 테니까”라며 혼냈다. 이후 김병만은 맞고 들어가면 어머니에게 죽도록 맞는다며 시비를 거는 아이들과 결사적으로 싸웠고, 어느 순간 키 작은 아이들의 응원을 받았다. 덕분에 김병만은 학교에서 문제아 취급을 받기도 했고, 그 와중에 김병만의 아버지는 영농자금을 빌려 시작한 하우스 농사가 망하면서 빚더미에 올랐다. 어머니는 키 작고 돈 없는 아들이 그래도 기 펴고 살 수 있도록 노력했던 셈. 김병만은 고교 졸업 후 돈을 벌기 시작한다.

최종원: 김병만이 연기에 뜻을 굳히는데 영향을 준 배우. 최종원이 쓴 책을 통해 그가 탄광촌에서 살다 연기를 위해 서울에 온 것을 알고 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졌다. 김병만은 TV 장기자랑 프로그램에 출연한 친구를 보고 “내가 더 웃겼는데”라고 생각하며 개그를 하기로 결심한다. 하지만 김병만은 개그를 위해 들어가고 싶었던 대학에 여섯 번 떨어졌고, 돈을 벌지 못해 온갖 고생을 했다. 한 때는 물탱크를 개조한 옥탑방에 들어가서 살아 얼굴을 이불 밖으로 내놓으면 얼어붙었고, 술 마실 돈이 없어 빈 소주병을 모아 팔아서 소주를 마셨다. 좌절에 빠진 김병만은 술을 마신 채 어머니에게 “왜 이렇게 가난한 거냐”며 따졌고, 그 때 어머니의 한 마디는 “미안하다”였다. 김병만은 아직도 그 말이 가슴에 못처럼 박혀 있다고.

김웅래: KBS 를 만든 전설적인 코미디 연출자. KBS 개그맨 공채 시험에 찾아온 김병만에게 자신이 기획한 코미디 공연 의 출연을 제의했다. 김병만은 개그맨이 되기 위해 연기 학원에서 연기를 배웠지만 “키가 작아서 찾는 곳이 없을 것”이란 말을 들었다. 하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연극 무대에서 연기력을 키웠다. 김병만이 드라마나 영화에서도 자연스러운 연기를 보여줄 수 있는 이유. 김병만이 본격적인 활동 기회를 잡은 것 역시 영화 을 통해서였다. 의 오디션장에서 김병만은 이수근을 만난다.

이수근: 김병만의 친구. 한 때 같이 살기도 했다. 두 사람은 지금도 같은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에서 다른 개그맨들과 경쟁을 펼쳐 2등을 했던 김병만은 도 오디션을 통해 최종 우승을 하면서 출연 기회를 잡았다. 인생 자체가 생존과 경쟁의 연속이었던 셈. 김병만은 을 통해 KBS 에 출연하던 백제현의 눈에 띄었고, KBS 공채 개그맨 오디션에서 무술을 응용한 개그를 보여준 뒤 당시 연출자에게 아이템 150개가 적힌 개그 노트를 보여주면서 데뷔 기회를 얻는다.

김민정: 김병만과 에서 ‘무림남녀’를 함께 한 개그우먼. 남녀의 연애 과정을 무술을 응용해 표현하는 코너로, 김민정도 태권도 3단, 쿵푸 2단, 격기도 2단 등 김병만 못지않은 무술 실력을 가졌다. 이밖에 김병만은 ‘대결’, ‘무사’, KBS 의 ‘김병만은 살아있다’ 등 몸을 이용한 코미디를 시도했다. 에서만 40개 이상의 코너를 진행했다. 그만큼 김병만이 꾸준히 쓰일 데가 있기도 했지만, 코너 대부분이 단명했다. 데뷔 초 김병만은 자신이 구상한 개그를 모두 보여주려고 했고, 그 때 관객의 반응이 좋지 않으면 무대 울렁증 때문에 개그를 망치기도 했다. 때론 후배의 애드립을 제대로 받아치지 못한 적도 있었다. ‘달인’은 이 모든 실패 끝에 나왔다.

류담: ‘달인’을 4년간 함께 진행했고, 10년 넘게 함께 한 후배. 자신이 6번 떨어진 서울예전을 한 번에 붙었다는 것을 알고 친해지고 싶었고, 류담의 형편이 어려울 때 같이 살았다. 류담은 김병만이 넉넉지 않은 사정에도 자신을 돌보는 것에 감동했고, 김병만의 ‘명인’을 보완한 ‘달인’에 합류했다. 시작 당시 짧은 브릿지 코너였던 ‘달인’은 연출자도 오래 못 갈지 모른다는 걱정을 했다. 그러나 맨손으로 김밥을 만드는 달인, 방귀 소리를 마음대로 조절하는 달인 등 온갖 사소한 것들을 대단한 재주처럼 내세우는 김병만의 능청스러운 연기와 김병만이 잘못하면 가차 없이 쫓아내는 류담의 호흡은 절묘했다. ‘달인’의 방송 시간이 길어질수록 김병만과 사회자 류담이 펼치는 은근한 기 싸움이 재미를 이끌었고, 김병만의 재주와 두 사람의 소소한 말싸움이 조화를 이루면서 ‘달인’은 장수할 수 있었다. 탄탄한 팀워크가 코너를 살렸고, 갈고 닦은 연기력이 타고난 운동신경과 합쳐 미완의 대기를 경지에 올렸다. 김병만이 드디어 빛을 내기 시작했다.

노우진: ‘달인’을 4년간 함께 진행했고, 10년 넘게 함께 한 후배. 김병만은 노우진과 함께 살면서 그의 개그맨 공채 시험을 같이 준비해주기도 했다. ‘달인’은 김병만이 재주를 부리고, 류담이 진행하며, 노우진이 류담에게 쫓겨나며 한 마디 하거나 웃음을 일으키는 행동을 하는 것으로 끝난다. 노우진은 4년 동안 매번 다른 마무리를 준비해야 했던 셈. 이 때문에 세 사람은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으면 날이 샐 때까지 회의를 했고, 아이디어가 나오면 곧바로 실제로 해본다. 또한 그는 “관객에게 떳떳하기 위해” 코너에 필요한 소품들을 직접 만든다. 아이템이 고갈 되면 다른 코너를 준비할 법도 하건만, “뿌리를 뽑는 스타일”이자 “어떤 단역도 주저하지 말고 소명처럼 받들자”던 김병만은 외줄타기비눗방울 만들기 등을 배우면서까지 ‘달인’을 계속해 나갔다. 이 때문에 김병만은 온갖 재주를 “개그를 할 수 있는 수준”까지 배우기 위해 동시에 몇 개월씩 배웠고, 어느새 ‘달인’은 웃음 이상으로 김병만의 도전에 관심이 주목받았다. 김병만이 곧 달인이 되고, 달인의 웃음 뒤에 있는 노력이 사람들에게 보이던 순간.

찰리 채플린: 김병만이 존경하는 코미디 배우. SBS 의 ‘키스 앤 크라이’에서 찰리 채플린 분장을 하고 피겨스케이팅을 보여주기도 했다. 당시 김병만은 고질적인 발목 부상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연기를 보여줘 심사위원 김연아를 울게 만들었다. 찰리 채플린과 다른 방식이었을지는 몰라도, 김병만은 웃음을 통해 눈물을 흘리게 만드는 경지를 보여줬다. 모두가 힘들 거라는 과제에 도전하고, 가장 절박한 순간에도 웃으며 코미디언의 역할을 다한다. 결과로서의 웃음뿐만 아니라 웃음을 만들어내는 과정까지 코미디의 한 부분이 됐고, 코미디의 재능보다 코미디에 대한 태도가 대중의 마음을 움직였다. 리얼리티 쇼가 모든 예능 프로그램에 영향을 주는 시대에, 김병만은 코미디에 대한 정진으로 자신이 하는 모든 것들을 리얼리티 쇼로 만들었다. 김병만은 존경의 대상이 되기 시작했고, ‘달인’이 끝난 뒤에도 ‘키스 앤 크라이’처럼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사람이 됐으며, 결국 그의 인생 자체가 달인이 됐다.

이왕표: 프로레슬러. 김병만에게 프로레슬링과 격기도를 가르쳤다. 김병만은 잘 알려진 대로 각종 운동을 했는데, 운동에 관해서만큼은 노력 이전에 엄청난 재능이 있다. 어린 시절부터 고모가 데려가 기계 체조를 시키겠다고 했고, 전 체조 국가대표 여홍철의 스승 조성동이 “일찍 만났으면 금메달 몇개는 땄을 것”이라고 했을 만큼 타고난 운동신경을 가졌다. 심지어 KBS 에서 에어로빅 국가대표 선수들과 장애물 시합을 해서 이기고, ‘키스 앤 크라이’ 이후 피겨스케이팅 초급 심사에 통과했을 정도. 초등학교 시절 이미 알통이 있었고, 고교 시절에는 염소가 지칠 때까지 쫓아다녀 잡아 한 마리당 40만 원에 팔기도 했다. 김병만은 ‘달인’을 하던 시절 하루에 네 시간 이상 자지 않았고, 데뷔 직후 입은 부상으로 뼛조각이 발목 속을 돌아다니는 상황에서도 치료하지 않고 활동을 계속했다. 모든 역경에도 굴하지 않으려면 체력만큼은 반드시 필요한 건지도.

병만족: SBS 에서 김병만을 중심으로 정글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을 일컫는 이름. 김병만은 에서 ‘병만족’이 배고프면 새총으로 뱀을 잡고, 집이 필요하면 집을 지으며, 때론 지상 20m 위에 지어진 집에 올라가 기어이 그 곳에서 촬영을 하면서 웃는 여유까지 보여준다. 그러나 식량 얻기는 종종 실패하고, 집짓기는 몇 번의 시행착오 끝에 겨우 만든다. 그럼에도 김병만은 성공할 때까지 자신의 일을 반복하고, 어떤 돌발상황에서도 빠른 상황판단으로 해결책을 찾는다. 제작진이 무리하게 인터뷰를 요구하면 다른 사람들을 대신해 항의하고, 동료 리키 김이 물에 빠졌을 때는 신속하게 후속처리를 해서 그를 구해낸다. 은 처음에는 김병만의 달인과 같은 재주에 눈이 가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가 어떤 문제에든 답을 내려고 하고, 그 움직임으로 사람들에게 믿음을 주는 모습에 감탄하게 된다. 실패하고, 실패하고, 또 실패한다. 하지만 김병만은 실패 속에서 포기 대신 실패하지 않을 수 있는 방법을 찾았고, 그 모든 과정이 다른 사람들에게 그가 결국은 해낼 것이라는 신뢰를 준다. 김병만은 위대하다. 달인이어서가 아니라, 달인이 될 때까지 견디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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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만이 출연한 영화 의 주연 이정재가 출연한 영화 에 함께 나온 안성기

글. 강명석 기자 tw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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