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의 문권이가 울면 온 세상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알츠하이머에 걸린 누나 앞에서 애써 눈물을 삼키지만 결코 감출 수 없는, 뽀얀 얼굴 위에 열꽃처럼 피어난 붉은 눈시울은 보는 이를 더욱 짠하게 만들었다. “눈물 신이 많았는데 매 신마다 우는 이유가 다 다르잖아요. 누나가 알츠하이머에 걸리기 전의 문권이, 누나가 병에 걸렸는데 그 사실을 혼자만 알고 있는 문권이, 내가 알고 있다는 걸 누나가 눈치 챈 이후의 문권이까지 단계별로 문권이의 감정이 달랐으니까 많이, 그리고 넓게 생각했던 것 같아요.” MBC 의 나이 어린 삼촌 한서우 역으로 연기를 시작한 박유환은 데뷔한 지 1년도 채 되지 않은 신인임에도 감정선을 섬세하게 쪼갤 줄 안다. 그리고 그 조각들을 완성해나가는 건 상상력이 아닌 경험이다. 초등학교 때 미국으로 이민을 갔지만 그 곳에서의 생활은 시련의 연속이었다. 부모님의 이혼, 견디기 힘든 인종차별 그리고 안팎으로 밀려오는 거친 파도를 끝까지 막아줄 것만 같던 형 박유천의 귀국. 박유환은 “하고 싶은 게 뭔지 고민하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였던 혼자만의 시간을 몇 년이나 더 보낸 후에야 한국에 올 수 있었다. 과 MBC 을 거쳐 까지 매 작품마다 부쩍 는 연기력으로 카메라 앞에 설 수 있었던 힘의 원천은 타고난 재주라기보다는 아픔을 견디며 쌓아온 감성이었다.
낯설고 새로운 것에 겁을 냈던 박유환이 캐릭터를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배울 수 있다는 결심을 했고, 그가 촬영장에서 만난 사람들은 “형 때문에 접근하는 안 좋은 사람들이 많았다”는 쓰라린 기억들을 조금씩 치유해줬다. 눈을 동그랗게 뜨고 상대방을 빤히 쳐다보며 “연기라는 것 하나 때문에 저의 모든 게 다 바뀌었어요. 진짜 신기해요”라고 말하는 그의 얼굴에는 어느새 자신이 입고 있는 옷만큼이나 새하얀 미소가 번진다. 연기에 대해 “처음 갖게 된 꿈”이라 힘주어 말했지만, 그렇다고 박유환에게서 이제 막 첫사랑을 만난 스물한 살이 품을법한 조바심이나 무모한 열정은 찾아볼 수 없다. “하루 빨리 새 작품을 하고 싶다”는 욕심과 “연기할 때만큼은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자신감을 가지되, 그것에 다가가는 발걸음만큼은 신중하다. 이는 롤러코스터 같았던 형의 가수생활을 바로 옆에서 지켜보면서, 연기보다 연기하는 배우가 발붙이고 있는 세계를 먼저 접한 덕분이다. “유천이 형을 봐도 그렇고 이 쪽 일은 열정이 없으면 정말 하기 힘든 거잖아요. 그런데 그 정도로 연기가 좋아요. 극복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박유환이 이곳을 향해 보내는 시선은 막연한 동경이 아닌 속 깊은 이해다. 양 쪽 어깨에 쉽게 부서지거나 흔들리지 않을 날개를 장착한, 단단하고도 든든한 신인이 이륙 준비를 마쳤다.
My name is 박유환.
1991년 3월 9일에 태어났다. JYJ의 박유천이 형이다.
처음 연기를 시작할 때 유천이 형이 사회생활에 대해 조언을 많이 해줬다. ‘네가 막내임을 잊지 말고 먼저 다가가고 인사도 똑바로 해야 된다’고 말했다. 미국에서 오래 살다 보니까 존댓말이 익숙하지 않았는데, 형도 그걸 아니까 한국의 사회생활에 대해 많이 알려줬던 것 같다.
에서 완벽한 동생으로 보이고 싶었다. 누나가 알츠하이머에 걸리고 우울증까지 겹치는 상황에서 문권이는 누나가 살고 싶은 이유가 되어야 했다. 근데 그렇게 보인 것 같다. ‘화성인 동생’이라는 말이 나온 걸 보면. (웃음)
그래서 유천이 동생이 아니라 수애 동생으로 알아봐주시는 분들이 많다. 내가 연기한 캐릭터를 좋아해주시니까 기분은 좋은데, 그럴 때마다 괜히 막 슬퍼해야 될 것 같고 밥도 조용히 먹어야 할 것 같다. 으하하하.
촬영장에서 가장 잘 통했던 사람은 역시 수애 누나였다. 처음부터 끝까지 누나랑 찍는 신이 많았기 때문에 많이 가까워지고 많이 배울 수 있었다. 카메라가 나만 찍을 때도 누나가 옆에서 몰입해서 리액션을 해주니까 더 편하게 촬영할 수 있었다.
이번 드라마만큼은 내가 하고 싶은 대로 연기했다. 과 때는 아무것도 모르니까 연기수업도 받고 감독님이 시키는 대로 했는데, 이번에는 선배님들이 ‘문권이라는 캐릭터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은 너’라고 맡겨주셨다. 이제야 연기자가 된 느낌이었다.
한강에서 대본연습을 많이 한다. 처음에는 엄마 앞에서 연습하는 게 쑥스러워서 한강으로 가서 차 안에서 연습했는데 어느새 이게 편해졌다. 뭔가 더 잘 외워지는 것 같다. 밤 12시에 간 적도 있다.
얼굴이 잘 타지 않는 편이다. 대신 더 하얀 살이 나온다. 피부 껍질이 다 벗겨지는 게 아니라 부분 부분 벗겨지면서 어떤 피부는 하얗고 어떤 피부는 빨갛게 된다. 일주일 정도 있으면 원래대로 돌아오는데, 그 일주일 동안은 좀… 좀비 같다. (웃음) 편의점 가면 사람들이 이상하게 쳐다봤다. 하하.
미국에 있을 때부터 예능 프로그램에 관심이 많았다. 끝나고 SBS 과 MBC 을 몰아서 다 챙겨봤다. 집에 달력도 있다. 그런데 막상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면 잘 못할 것 같다. 낯가림이 심해서 토크도 힘들고, 장난기 있는 모습도 못 보여줄 것 같다. 뭐든 처음 하는 건 다 떨린다.
내 외모와 맞지 않는 건방진 캐릭터를 연기해보고 싶다. 지금은 하얀 피부와 문권이 캐릭터 때문에 착한 이미지가 강한데, 나이 들어서 김래원 선배님의 같은 영화도 찍어보고 싶다.
안 좋고 힘든 일이라도 연기자에게는 좋다고 생각한다. 사실 사람이 그렇게 살면 안 되는데, 그래도 누구한테 듣는 것보다 내가 직접 경험한 게 더 도움이 될 테니까. 당시엔 좀 힘들겠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면 뭐든 다 괜찮아지는 것 같다.
글. 이가온 thirteen@
사진. 이진혁 eleven@
편집. 이지혜 seven@
1991년 3월 9일에 태어났다. JYJ의 박유천이 형이다.
처음 연기를 시작할 때 유천이 형이 사회생활에 대해 조언을 많이 해줬다. ‘네가 막내임을 잊지 말고 먼저 다가가고 인사도 똑바로 해야 된다’고 말했다. 미국에서 오래 살다 보니까 존댓말이 익숙하지 않았는데, 형도 그걸 아니까 한국의 사회생활에 대해 많이 알려줬던 것 같다.
에서 완벽한 동생으로 보이고 싶었다. 누나가 알츠하이머에 걸리고 우울증까지 겹치는 상황에서 문권이는 누나가 살고 싶은 이유가 되어야 했다. 근데 그렇게 보인 것 같다. ‘화성인 동생’이라는 말이 나온 걸 보면. (웃음)
그래서 유천이 동생이 아니라 수애 동생으로 알아봐주시는 분들이 많다. 내가 연기한 캐릭터를 좋아해주시니까 기분은 좋은데, 그럴 때마다 괜히 막 슬퍼해야 될 것 같고 밥도 조용히 먹어야 할 것 같다. 으하하하.
촬영장에서 가장 잘 통했던 사람은 역시 수애 누나였다. 처음부터 끝까지 누나랑 찍는 신이 많았기 때문에 많이 가까워지고 많이 배울 수 있었다. 카메라가 나만 찍을 때도 누나가 옆에서 몰입해서 리액션을 해주니까 더 편하게 촬영할 수 있었다.
이번 드라마만큼은 내가 하고 싶은 대로 연기했다. 과 때는 아무것도 모르니까 연기수업도 받고 감독님이 시키는 대로 했는데, 이번에는 선배님들이 ‘문권이라는 캐릭터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은 너’라고 맡겨주셨다. 이제야 연기자가 된 느낌이었다.
한강에서 대본연습을 많이 한다. 처음에는 엄마 앞에서 연습하는 게 쑥스러워서 한강으로 가서 차 안에서 연습했는데 어느새 이게 편해졌다. 뭔가 더 잘 외워지는 것 같다. 밤 12시에 간 적도 있다.
얼굴이 잘 타지 않는 편이다. 대신 더 하얀 살이 나온다. 피부 껍질이 다 벗겨지는 게 아니라 부분 부분 벗겨지면서 어떤 피부는 하얗고 어떤 피부는 빨갛게 된다. 일주일 정도 있으면 원래대로 돌아오는데, 그 일주일 동안은 좀… 좀비 같다. (웃음) 편의점 가면 사람들이 이상하게 쳐다봤다. 하하.
미국에 있을 때부터 예능 프로그램에 관심이 많았다. 끝나고 SBS 과 MBC 을 몰아서 다 챙겨봤다. 집에 달력도 있다. 그런데 막상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면 잘 못할 것 같다. 낯가림이 심해서 토크도 힘들고, 장난기 있는 모습도 못 보여줄 것 같다. 뭐든 처음 하는 건 다 떨린다.
내 외모와 맞지 않는 건방진 캐릭터를 연기해보고 싶다. 지금은 하얀 피부와 문권이 캐릭터 때문에 착한 이미지가 강한데, 나이 들어서 김래원 선배님의 같은 영화도 찍어보고 싶다.
안 좋고 힘든 일이라도 연기자에게는 좋다고 생각한다. 사실 사람이 그렇게 살면 안 되는데, 그래도 누구한테 듣는 것보다 내가 직접 경험한 게 더 도움이 될 테니까. 당시엔 좀 힘들겠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면 뭐든 다 괜찮아지는 것 같다.
글. 이가온 thirteen@
사진. 이진혁 eleven@
편집. 이지혜 sev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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