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부 미타>, 3.11 동일본 대지진이 탄생시킨 슈퍼 히어로
, 3.11 동일본 대지진이 탄생시킨 슈퍼 히어로" />
예상치 못한 승자다. 2011년 일본 드라마 마지막 시즌의 주인공은 기무라 타쿠야의 도, 인기 장수 시리즈 도 아닌 가 됐다. 김태희와 니시지마 히데토시의 이 시청률 바닥을 기며 기대작들이 추풍낙엽처럼 뒹군 반면, 는 11월 30일 방영된 8회에서 최고 시청률 29.6%를 기록했다. 단연 올해 최고의 수치다. 수년째 시청률 저하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던 일본 TV에 무슨 바람이 분 것일까.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는 가정부
<가정부 미타>, 3.11 동일본 대지진이 탄생시킨 슈퍼 히어로
, 3.11 동일본 대지진이 탄생시킨 슈퍼 히어로" />
는 남편의 불륜으로 아내가 자살한 붕괴 직전의 가정을 그린다. 아빠는 불륜 상대와의 연애로 사내 트러블을 일으키고, 둘째 아들은 학교 내 따돌림으로 고민하며, 장녀는 엄마를 상실한 아픔을 섣부른 사랑으로 대체하려 한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모든 게 덜그럭 거리고, 결국 이 가정의 가장 아스다는 가정부를 고용한다. 다운재킷에 모자를 푹 눌러 쓴 미타라는 이름의 가정부가 식사는 물론, 청소와 막내딸 유치원 마중에 이르기까지 빈틈없이 집안일을 해치운다. 그녀의 말대로 “할 수 있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한다.” 하지만 그것이 문제다. 업무명령이라면 살인도 서슴지 않는 미타의 기이함이 성급히 봉합했던 가족의 상처를 다시 드러낸다.

최근 일본 사회를 시끄럽게 했던 가정 내 불화의 문제를 다수 다룬 는 사회드라마다. 무표정으로 일관하는 미타의 캐릭터를 스스로 패러디 하는 장면은 코미디다. 엄마의 죽음 이후 해체 직전까지 몰렸던 가족이 서로의 소중함을 깨달으며 눈물의 엔딩을 만들어내는 것을 보면 휴먼 드라마이기도 하다. 하지만 실제 이 드라마를 보면 의문을 품게 된다. 이것은 사회 드라마인가? 코미디인가? 휴먼 드라마인가? 사건의 개연성이 무시되고 극단의 극단으로 치닫는 이야기는 감정 이입을 힘겹게 한다. 한 가정의 드라마에 가정부 미타의 사연이 더해져 이야기가 나아가는 것이 아니라, 미스터리하고 기이한 캐릭터를 들쑤시며 에피소드를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게다가 아스다 집안의 사람들은 스스로 재생하려 노력하지 않고, 이들이 미타와 함께 벌이는 일련의 소동은 자학과 자위의 반복에 다름없다.

소비 지향적 슈퍼 히어로의 등장
<가정부 미타>, 3.11 동일본 대지진이 탄생시킨 슈퍼 히어로
, 3.11 동일본 대지진이 탄생시킨 슈퍼 히어로" />
그럼에도 드라마는 성공했다. 29.6이라는 숫자는 근래 게츠쿠도, 기무라 타쿠야도 이뤄내지 못한 기록이다. 트위터 타임라인에는 미타가 자주 쓰는 대사 “그것은 당신이 결정해야 할 일입니다”, “알겠습니다” 등이 유행어가 됐다. 게다가 지난 16일에는 란 제목의 책이 출간됐고, 보통 드라마의 단행본에 비해 초판 4만부 이상을 더 주문받았다. 이 정도면 사회 현상이다. 일본은 왜 미타에 열광할까. 가사는 물론 미행, 살인, 유괴까지 시키는 대로 해내는 미타의 캐릭터는 가정부란 틀로 변주된 슈퍼 히어로다. 일본의 칼럼니스트 나카무라 ?이치는 “미타는 명쾌하다. 다양한 문제들을 도덕이니, 사랑이니, 인간애 등으로 호소하지 않고 가정부의 능력으로 해결해나간다. 그리고 그녀는 보수를 요구한다”고 분석했다. 말하자면 자본주의 사회의 소비 지향적 히어로라는 것이다. 3.11 동일본 대지진으로 인간의 한계를 실감한 일본 사회는 막연한 포부와 용기가 아닌 실질적인 도움의 손길을 바라고 있는지 모른다.

성공의 비결은 시청률 10%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기무라 타쿠야 주연의 과 비교해보면 더욱 명확해진다. 전후 패전의 아픔을 남극대륙 도전이라는 거대한 과제와 성취감으로 대체하는 드라마 은 초반 화제를 몰아 20% 대의 시청률을 기록했지만, 이후 급속한 부진을 면치 못했다. TBS 개국 60주년이라는 타이틀도, 기무라 타쿠야라는 스타 기용도 별 효과가 없었다. 나카무라 ?이치의 말처럼 “대재앙을 경험한 일본 사람들에게 열정만으로 문제가 해결된다는 식의 드라마는 이제 통하지 않는다.” 비슷한 주제의 기무라 타쿠야 주연 영화 역시 2010년 개봉해 제작비를 회수하지도 못했다. 반면 는 앞뒤 돌아보지 않고 내지른다. 완성도와는 별개로 그 단순한 결정력에 일본의 시청자가 반응했다. 미타는 항상 말한다. “그것은 당신이 결정해야 하는 일입니다.” 지지부진했던 일본 드라마의 시청률 성적표. 그 해결의 실마리를 결정한 것은 다.

글. 정재혁 자유기고가
편집. 장경진 three@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