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청아 “양은비는 촌스러운 여자들의 워너비다”
이청아 “양은비는 촌스러운 여자들의 워너비다”
차성 그룹의 후계자이자 절대 미모 차치수(정일우)와 언제나 든든한 기둥 같은 남자 최강혁(이기우)의 사랑을 동시에 받는 한 여자가 있다. tvN 의 양은비(이청아)다. 자신의 이름을 알린 2004년 영화 에서도 정태성(강동원)과 반해원(조한선)의 사랑을 받았던 이청아는 7년 후 다시 한 번 꽃미남들의 사랑을 받는다. 그 7년 사이 조금은 달라진 모습으로, 하지만 여전히 꽃미남들의 사랑을 받는 이청아의 이야기를 들었다.

7년 만에 다시 처럼 두 남자의 사랑을 받는 로맨틱 코미디를 하게 된 특별한 이유가 있나?
이청아: 발랄하고 귀여운 역을 많이 했었지만, 내가 사실은 별로 발랄하고 귀엽지 않다. 그 사이에서 사실 딜레마가 많았는데, 황정민 씨랑 했었던 KBS 이후로는 ‘아예 대중들이 바라는 이미지에 한번 도전을 해보자’는 식으로 덤볐다. 그래서 로맨틱 코미디를 만나니까 정말 반가웠다. 그리고 양은비에는 까부는 양은비도, 좀 진지한 양은비도 있다. 그 진지하고 양은비가 나한테 크게 다가왔다. 여태까지 했던 연기들 중에서 내 얘기를 말하고 있다고 느낀 적이 많진 않았는데, 이번에는 그런 부분들이 많았다.

“하루만 양은비가 되고 싶다는 부러운 마음이 들면 성공”
이청아 “양은비는 촌스러운 여자들의 워너비다”
이청아 “양은비는 촌스러운 여자들의 워너비다”
양은비라는 캐릭터에 구체적으로 어떤 매력을 느낀 건가?
이청아: 나는 양은비가 섹시하다고 생각했다. 얘는 감춘답시고 감추는데 너무 끓는 애여서 무슨 생각하는지, 화난건지, 누굴 좋아하는 건지 사람들이 다 안다. 그래서 사람들이 얠 챙겨주는 거다. 그게 부러웠다. 나는 이 사람한테 좋아한다고 말하면 거절 당할까봐, 아니면 내가 좀 없어 보일까봐 말 못하는데 양은비는 좋아하면 그때부터 티가 난다. 자기도 마음이 확실하면 바로 스파이크 날리고. “좋아해요. 그러니까 나 가지고 밀당하지 마요” 이러는 거 촌스럽잖나. 그런데 나한테 그게 없으니까 매력적이었다. 내가 내 캐릭터를 질투 할 수 있더라.

의 정한경과 다르게 양은비에 대한 여성 시청자의 반응이 좋은 것도 그런 이유에서일까?
이청아: 사실 의 정한경은 답답하고 속 터지는 애였다. 한 대 쥐어박고 싶은데, 자기는 심각하니까 차마 때리진 못하겠고. 솔직히 두 남자가 좋아하면 좋지 않나? (웃음) 정한경은 그걸 괴로워하는 애였다. 그런데 양은비는 반대다. 좋아하면 티 나고, 두 사람의 사랑을 받는 것을 좋아하는 애다. 그래서 처음부터 양은비는 만화처럼 연기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양은비를 촌스러운 여자들의 워너비로 만들고 싶었다. 사람들이 이걸 보면서 “아, 재수 없어” 하면 실패고, ‘아, 나 진짜 하루만 양은비가 되고 싶다’는 부러운 마음이 들면 성공이라고 생각했는데, 다행히 양은비에 빙의하고 싶다는 얘기가 많아서 사람들 반응을 엄청 찾아본다. (웃음)

양은비는 굉장히 극단을 오가는 캐릭터인데, 중심을 어떻게 잡았나?
이청아: 양은비는 워낙 성격이 왔다 갔다 하는 애여서 아예 그것을 캐릭터로 잡았다. 중심을 잡으려고 했으면 못 했을 거다. 만화에서 보면 완전 9등신일 때 있고, 2등신으로 변할 때가 있지 않나. 그런 캐릭터라고 생각했다. 양은비는 2등신일 때랑 그냥 한 6등신일 때랑 이렇게 두 개로 나눠서 연기를 하자고 생각했다.

로맨틱 코미디를 한 번 더 해보고 싶다는 욕심이나 양은비의 매력 말고도 이 작품을 선택하게 된 다른 이유도 있을까?
이청아: 이 작품에 오고 싶었던 건 솔직히 기 좀 펼 수 있겠다 싶어서다. 이번에 현장에 오면 내 스스로 채워지지 못했던 자신감이 나이에서 채워질 수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사실 최고참이길 바랬다. 그런데 이기우 씨가 뒤에 들어온 거다. 하지만 기우 오빠는 사람이 너무너무 좋아서 내가 떵떵거릴 수 있게 내버려뒀다. (웃음)

현장에서 어떻게 떵떵거리나? (웃음)
이청아: 예전에는 말도 얌전하게 했었다면, 이제는 소리도 버럭 지르고 그런다. 내가 원래 스태프 분들이랑 장난 치고 그런 타입은 아니었다. 그런데 내 스타일리스트 친구가 되게 장난꾸러기다. 이 친구가 그러는 거다. “언니, 스태프들하고 장난치고, 여배우가 말 걸고 그러면 되게 좋아하고 신나해요.” 난 ‘여배우가 그런 힘이 있나?’ 하는 생각을 했었다. 나는 여배우스럽지 않으려고 노력을 오래하고 살았다. 화장하는 것도 싫어하고. 그게 오히려 어렸던 것 같다. 이 친구 덕에 같이 장난치고 그러는 것도 내 팀을 아끼는 법이라는 것을 좀 알게 됐다. 이제는 내가 장난을 친다. 그게 재밌다. 옛날 내 성격 생각해보면 진짜 사람 된 거다. 되게 복잡 심란한 타입이었는데 이제 현장에 놀면서 다니게 되고, 신경 덜 쓰게 되니까 살만한 것 같다. 그걸 양은비가 많이 도와줬다.

여배우스럽지 않으려고 했다는 것은 진지한 모습만을 보이려고 했기 때문일까?
이청아: 그랬던 것 같다. 너무 진지하기만 했고, 그게 맞는 건 줄 알았다. 아빠가 배우시니까 진지하지 않게 연기를 하면 안 될 것 같았다. 그리고 아빠가 내가 배우 하는 것을 처음에는 싫어하셔서 “너는 내가 보기에 여배우의 자질이 하나도 없다”고까지 하셨다. 그 반대를 무릅쓰고 배우가 됐으니 난 지금 장난치는 게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 진지함이라도 갖추고 있어야 했다.

“배우로 많이 행복해졌으니까 끝까지 배우로 행복했으면”
이청아 “양은비는 촌스러운 여자들의 워너비다”
이청아 “양은비는 촌스러운 여자들의 워너비다”
집안의 반대도 있었던 만큼 배우라는 직업에 고민이 많았겠다.
이청아: 배우를 그만 둘 생각을 스물다섯 살까지 계속 했었다. 그런데 ‘이제 그만 둬야지’ 하면 또 어떤 감독님이 날 찾으시며 “너한테서 뭔가를 봤다”는 말씀을 하시는 거다. 그 말씀들에 혹해서 ‘이 작품을 하고 나면 누군가 나한테서 본 반짝거리는 것을 나도 볼 수 있을지 몰라’라는 마음에 한 작품을 하고, 또 하고. 그렇게 스물다섯 살까지 배우를 하는 게 즐겁지만은 않았다.

왜 그만두겠다는 생각을 했나.
이청아: 하기 싫은 것들을 해야지 배우가 될 수 있다. 그런데 좋은 배우가 되기 위해서 해야 되는 것들, 좀 더 좋은 이미지를 갖기 위해 내가 해야 되는 것들이 내가 싫어하는 것들이었다. 이를테면 난 사실 말을 못하는 내가 좋았다. 말을 너무 잘하는 사람들은 가짜 같지 않나? 그래서 나는 ‘열 마디 아껴서 한마디씩 진짜만 말할 거야’ 라고 생각했다. 내가 막 주절주절 떠드는 게 가식이라고 생각을 해서 가식 안 떨겠다고 조용히 하고 있었다. 현장에서 나도 사실 좀 껴서 놀고 싶은데 그러면 내가 이 작품을 가볍게 생각하는 거라고 생각해서 가만히 있었고. 어쩌면 그렇게 재미없게 연기를 했는지. 그러니까 하기 싫었을 거다.

스스로에게 참 엄격하다는 느낌이다.
이청아: 틀이 많은 거다. 안 되는 거, 나랑 안 맞는 걸 정해놓은 게 너무 많았다. 자신감이 없었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나 스스로 마음에 안 드는 게 많은데 남도 나한테 그게 마음에 안 든다고 하면 상처를 받으니까 아예 그런 말을 못하게 원천봉쇄했던 것 같다. 그러니까 현장에서 장난도 안 치고. 다른 사람하고 친해지는 것이 무섭기도 했던 것 같다. 얼마 전에 방송 시작하고 나서 (박)기웅이에게 전화가 왔다. 진짜 편해보여서 너무 축하한다고. “너 스스로 놀겠다는 의지가 보여” 라고 해서 뿌듯했다.

지금은 마음이 달라진 건가?
이청아: 스물다섯 살 때 소속사와 계약이 끝나면서 자신을 돌아볼 기회가 있었다. 그때 이런 생각이 들었다. ‘어. 잠깐만. 나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데, 이거 갖다버리면 나 너무 억울한데?’, 한번이라도 좀 잘한다는 소리 듣고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도 들고. 그래서 그 다음부터 연기 욕심을 좀 냈던 것 같다. 그리고 이번에는 ‘이청아 자신감 살려주기 위해서 한번 해야지’라는 마음으로 선택을 했는데 정말 이 작품 하면서 자신감이 많이 생겼다. 성격도 많이 바뀌었고. 양은비 성격 그대로 계속 갔으면 좋겠다. (웃음)

가 배우 이청아에게 많은 것을 가져다 준 것 같다.
이청아: 얼마 전에 작가님에게서 “야, 우리가 왜 이청아란 배우를 여태까지 몰랐지?”라는 얘기를 들었다. 정말 기뻤지만 “작가님, 왜냐하면 저는 그전까지는 안 반짝거렸으니까요”라고 말씀을 드렸다. “저 이번 작품이니까 보이는 거지 이 작품 아니었으면 여전히 안 보였을 수도 있어요”란 얘기를 하면서 속으로 ‘하나님 아버지 감사합니다’는 생각을 했다.

로 많은 것을 얻게 돼서, 오히려 다음 작품에 대한 고민이 크겠다.
이청아: 사실 별로 고민 안 한다. 일단 빨리 작품 들어가면 제일 좋을 것 같다. 내가 3학년, 4학년 때 마케팅 수업을 많이 들었는데, 결국 인생이 마케팅이더라. 그때 나를 어디다 팔 수 있을지, 스스로 나를 대상으로 한번 도표를 그려봤었다. 일단은 지금까지 나한테 들어온 작품은 평범한 외모인 캐릭터니까 그럼 나는 평범한 외모로 있는 게 틈새시장을 노리는 거란 생각을 했다. 예쁜 친구는 너무 많으니까, 그리고 평범한 외모에 어렵지만 씩씩한 캐릭터, 또는 평범한 아인데 두 남자한테 사랑받는 캐릭터도 많이 들어온다. 그래서 두 남자한테 사랑받는 게 처음에 잘됐고, 지금도 잘됐으니, 또 할 거다. (웃음) 그걸 고정 이미지로 가져가면서 거기서 상황이 변하던지, 배경이 변하던지 해야지. 이미 고정 이미지를 여러 개 가지고 있는 사람이 변신이 가능한 거지, 아무 것도 없는 사람은 변신이라는 타이틀조차 주지 않는 것 같다. 그냥 ‘쟨 뭐지? 이런 거 같기도 하고, 저런 거 같기도 하고’ 할 뿐이지.

그런 스스로의 위치에 대한 고민이 어느덧 20대 후반이 된 나이와도 상관이 있을까?
이청아: 그런 고민은 좀 더 일찍부터 했다. ‘왜 저 사람이 날 쓸까’를 고민할 때 같이. 그런데 이 판은 조금의 감만 있고, 노력하는 자세만 가지고 계속 버티고 있으면 기회는 온다. 나는 꼭 나중에 할머니 돼서 할머니 연기까지 할 거다. 홍요섭 선배님이 하신 얘기가 있다. 연기자는 사랑 받는 것을 같이 늙어주는 걸로 보은 해줘야 한다고. 그게 예의라고. 돈 확 벌고, 잘 돼서 떠나는 거 그거 진짜 예의 없는 거라고. 그 말이 기억에 많이 남는다.

연기를 오래 하고 싶다는 꿈이 생겼는데, 그럼 어떤 배우가 되고 싶나?
이청아: 언제나 내 목표는 행복한 거다. 으로 대종상 신인상을 받았는데 그때 내 수상 소감이 “저는 행복한 사람이 되는 게 꿈입니다”가 첫마디였다. 이제 평생 배우 하겠다는 생각을 하지만, 분명히 하다가 안 행복하면 딴 거 할 생각이 들 것 같다. 하지만 기왕이면 배우로 많이 행복해졌으니까 끝까지 배우로 행복했으면 좋겠다. 이제는 어떻게 하면 행복해지는지 감을 조금씩 알아가는 것 같고. 그런데 이럴 때 꼭 장애물이 나오더라. 그럼, 뭐 넘어야지. (웃음)

글, 인터뷰. 김명현 기자 eighteen@
인터뷰. 최지은 five@
사진. 이진혁 eleven@
편집. 장경진 thr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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