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어준: “이명박 같은 자가 그런 남자를 죽이다니.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 내가 노무현 노제 때 사람들 쳐다볼까 봐 소방차 뒤에 숨어서 울다가 그 자리에서 혼자 결심한 게 있어. 남은 세상은, 어떻게든 해보겠다고.”
– 김어준, 에서 아문젠: 김어준이 어린시절 좋아한 여행가. 아문젠처럼 남극횡단을 하고 싶어 추운날에도 창문을 열어두고 자면서 추위에 익숙해지려 했고, 1988년 1월부터는 내셔널 지오그래피를 사 모으면서 여행의 꿈을 키웠다. 이후 그는 대학 시절 여행사에 배낭여행 숙소에 대한 정보나 동영상을 찍겠다는 조건으로 비행기표를 얻기도 하면서 50여개국으로 여행을 떠났다. 김어준은 여행 중 팔레스타인 지역에서 이스라엘 군인에게 검문을 받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보고, 쿠르드족 학살에 가족을 잃은 아이와 샌드위치를 나눠 먹으며 한국을 넘어 세계 속의 한 사람이라는 것을 인식한다. 또한 프랑스 여행 중에는 두달치 여비를 털어 120만원짜리 양복을 사면서 원하는 것을 선택할 때의 쾌감을 알았다. 김어준은 여행을 통해 자신에 대해 알게 됐고, 사람들과 섞이며 인간과 세상사에 대한 관점을 갖게 됐다. 그가 만든 딴지일보는 초반부터 국제 소식을 다뤘고, ‘딴지 관광청’을 만들었다.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혁명군 최고사령관이었던 노벨평화상 수상자. 김어준이 열 세살 때 사진을 보고 막연히 만나고 싶어했다. 해외 여행을 갈 수 있는 나이가 되자 실제로 아라파트의 집 앞까지 갔고, 그 순간 “욕망이 있으면 그거를 끝까지 쫓아가 보는 것”이 무엇인지 느꼈다. 김어준은 “유리창을 깨면 혼은 내지 않고 유리창 값만 물어내게 했던” 부모님으로부터 자유와 책임을 함께 부여받았고, 어머니가 없던 날 혼자 음식을 만드는 걸 좋아하는 아버지의 모습을 보며 아버지를 한 사람의 ‘남자’로 인식하며 부모로부터 정신적으로 독립했다. 또한 대학 졸업 후 다닌 직장의 상사가 회식 뒤에도 자신처럼 아침 6시에 나올 수 있어야 성공할 수 있다는 말에 조직 안에 갇힌 인간의 초라함을 발견했다. 욕망대로 자유롭게 살고, 정신적으로 독립했고, 조직에서 벗어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어디에도 속하지 않되, 동시에 ‘세계인’인 강한 자존감을 가진 개인의 탄생.
故 김대중: 김어준이 한국 최고의 정치인으로 평가하는 전 대통령. 김어준이 만든 인터넷 매체 딴지일보는 김’데’중이 수영복을 입은 여성들과 함께 딴지일보 창간을 축하하는 것으로 시작했다. 정권 교체와 인터넷의 등장으로 과거보다 자유롭게 상상력을 표현할 수 있었던 그 시대에 김어준은 ‘엽기’와 ‘패러디’의 형식을 통해 사회 각분야를 다뤘다. 또한 당시 포털 사이트의 담당자에게 “딴지일보의 홍보 대사로 임명”한다는 메일을 보내 정말로 홍보를 맡겼다. 돈은 주지 않지만 각자의 캐릭터를 갖고 역할놀이를 하며 자신의 관심분야를 할 수 있는 딴지일보에는 각 분야의 마니아들이 모였고, 기존 매체에서 볼 수 없는 팩트와 시선이 유머와 함께 전달됐다. 딴지 일보는 한 기업으로부터 800억에 인수 제의를 받았고, 김어준은 “내가 생각한 방향대로 해보고 싶다”며 거절했다. 참고로 딴지일보는 김어준이 맛있는 계란빵을 만들던 사람과 동업을 하려다 실패, 시간이 남으면서 만들었다.
김남일: 축구선수. 김어준은 2002년 월드컵 당시 ‘양아치’ 캐릭터를 가진 김남일이 스타가 된 것을 중요한 현상으로 생각했다. 그에게 양아치는 껄렁껄렁 거리면서 인생을 즐기고, 조직에 속하지 않는 인간형이다. 물론 이는 김어준 자신의 모습이기도 하다. 그가 2002년 월드컵 당시 ‘우리는 강팀이다’를 구호로 내세우며 한국의 4강에 긍지를 갖고, 한국의 성적에 대한 해외의 부정적인 반응에 대해 ‘쫄지 말 것’을 주문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한국인이자 세계인으로 살았고, 어떤 조직 안에서도 자존감 높은 한 개인이던 그는 누구에게도 주눅들지 않고, 어떤 상황에서든 자기 생각을 펼쳐나간다. 스스로 ‘무학의 통찰’이라 말한 나름의 철학에는 일관성이 있고, 일관성에 바탕을 둔 확신이 ‘씨바’로 대표되는 강한 어조와 함께 전달되며 타인에게도 확신을 준다. 의견은 다를 수 있어도, 그가 진심이라는 건 의심할 수 없다. 김어준이 와 같은 상담집을 내고,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는 이슈에서 지지를 얻는 이유. 자신의 확신이 다른 사람에게 퍼져 더 큰 확신이 될 때 김어준은 힘을 얻는다. 과거에는 볼 수 없었던 양아치 지식인, 또는 지적인 짐승의 등장.
김구라: 방송인. 딴지일보에서 을 진행했다. 당시 시사풍자로 인기도 얻었지만 여성 연예인에 대한 비하로 논란의 대상이 됐다. 또한 딴지 일보는 수능 0점자를 찾는 기사에서 해당 응시자가 수능 부정행위를 한 것을 알고도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아 논란이 됐다. 또한 성인 사이트 남로당의 반응은 그리 좋지 않았다. 확신에 찬 개인 김어준처럼 딴지일보도 각 분야에서 확신을 가지고, 강한 어조로 말할 수 있는 개인들이 모였으며, LG와 삼성의 모니터 비교부터 차세대 전투기 선정까지 온갖 분야에 ‘똥침’을 날렸다. 하지만 강한 확신은 종종 그 외의 것들에 대해 돌아보지 않게 만들면서 종종 수능 기사와 같은 문제가 생겼고, 시스템 대신 김어준처럼 자존감 강한 개인의 느슨한 연대로 이뤄진 딴지일보의 구조는 다양한 개성이 있는 컨텐츠는 만들었지만 매체로서 꾸준하고 일관된 역량을 보여주기는 어려웠다. 그 사이 인터넷에는 딴지일보말고도 볼 게 많아졌다. 김어준은 “우리도 재미가 없어지고 있다. 어젠다도 희미해지고 형식도 구태의연해지고 있다. 어느 순간, 우리의 역할이 사라지면, 없어져야지”라고 말했다.
정봉주: 노원구 공릉동, 월계동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 전 국회의원. 차기 대선 불출마 선언도 했지만 사람들은 그저 웃을 뿐이다. 김어준이 진행하는 SBS 라디오 에 출연한 것을 계기로 친해져 현재 인터넷 방송 를 함께한다. 김어준이 “화내는 것을 본 적이 없”고, “라디오 진행할 때 작가들 밥을 매일 사줬”던 모습에 매력을 느꼈다고. 딴지일보는 쇠락해갔지만, 김어준은 라디오 진행을 통해 새로운 길을 찾는다. 책 보다 경험을 통해 자신을 발견한 그의 ‘무학의 통찰’은 글보다 말이 더 어울리는 형식이었고, 어떤 순간에도 진지해지지 않는 양아치 정서에서 나오는 유머감각과 스스로 “타고났다”고한 균형감각은 민감한 문제에 대해 자유롭게 말하면서도 재미를 함께 줄 수 있었다. 그의 글들은 거의 모두 대화체로 구성돼 있고, ‘졸라’나 ‘씨바’는 판소리의 ‘얼쑤’와 다름없다. 종이에서 인터넷의 글로, 다시 멀티미디어로 매체의 성격이 변하는 사이 글보다 말을, 진지함 앞에 웃음을 깔아놓는 김어준은 점점 더 활동폭을 넓혔다.
이명박: 대통령 a.k.a. 가카. 또는 김어준의 밥줄. 김어준은 “사람들이 행복해지려고 이명박 대통령을 선택”했다고 하면서 “계급적 관점에서 저 사람이 나를 행복하게 해 줄 적임자인지 따져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 그래서 투표하지 말았어야 할 사람에게 투표했다”고 말했다. 이명박 정부는 미국소 광우병 논란 당시 이른바 ‘명박산성’을 쌓았고, 여당은 미디어법 개정과 FTA 비준 처리를 날치기 통과시켰다. 보수와 진보가 대립하고, 소통 대신 힘의 논리가 통하는 시대에 어느 조직에도, 어떤 자본에도 속하지 않은 자존감 가득한 남자가 “이 투명한 정부는 오해의 소지가 없다. 이 해맑은 정부를 그대로 둘 수 없다”는 확신을 갖고 정부를 공격했다. 딴지일보에 다시 사람들이 오기 시작했고, 김어준의 이름이 전보다 더 많이 오르내렸다. 자본과 시스템에 합류하지 않았기 때문에 영향력이 줄어든 개인을, 자본과 시스템에 속한 사람들이 좀처럼 자기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시대가 살려냈다.
故 노무현: 김어준이 자연인으로서 가장 매력적인 사람, ‘남자 중의 남자’로 꼽은 전 대통령. 김어준은 노무현 대통령의 죽음 후 남은 세상은 어떻게든 해보려고 를 시작했다. 김어준이 노무현을 권력의지에 따라 움직이는 사람이 아니라 자신이 해야한다면 ‘도구’가 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다고 평가하듯, 김어준 역시 어떤 계산보다 자신이 원하는 대로 움직인다. 다만 김어준은 정치적 대의 이전에 노무현이라는 인간의 매력에 안타까움을 느꼈다. 평생을 자신의 욕망대로 살았고, 책보다는 여행 등의 경험을 통해 철학을 쌓은 그는 세상사를 인간의 마음을 중심에 두고 움직인다. 보수와 진보가 나뉘는 것은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인간의 태도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고, 다음 대선도 결국 대중의 욕망을 채워주는 인물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어린 시절 밥을 손으로 퍼먹어보면서 어떤 쾌감을 느낀 그는 인간의 동물적인 본능과 공포를 바라보고, 자기 객관화를 통해 그 공포로부터 벗어나는 독립된 인간이라 자부한다. 그가 의 메시지를 “어떤 주장을 쫄지 않고 말해도 된다고 하는 태도, 그 자체”라고 한 것은 결국 대중이 권력, 자본, 법 등으로부터 느낄 수 있는 모든 공포로부터 벗어나 당당한 개인이 되라는 것과 같다. 인간의 욕망을 이해하고, 현실을 파악한 뒤, 그로부터 현실을 극복할 대안을 내놓는다. 김어준은 정치인은 아니지만, 가장 정치적일 수 있다.
진중권: 철학자. 미학자. 시사평론가. 문화 평론가. 또는 트위터 애호가. 황우석의 논문 조작 사건부터 곽노현 교육감 사건까지 다양한 주제에서 김어준과 대립하는 입장을 가졌다. 진중권은 어떤 이슈에 대해 국민 전체가 한 방향으로 가며 소수를 억압하고, 팩트에 상관 없이 아군과 적군으로 나뉘어 대립하는 것을 경계한다. 반면 김어준은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방향을 확실하게 지지하고, 대중의 마음을 이해한다. 그는 황우석 사건에 대해 “그저 생래적 보수성을 타고났을 뿐인 불완전한 인간 하나를 사회적인 걸레로 용도 폐기하는 진보의 잔인한 비인간성을 목격”했다고 말한다. 여행을 통해 한국인이 나라 바깥의 세계에 대해 갖는 공포, 또는 백인만 보면 움츠러드는 ‘화이트 컴플렉스’를 실감했던 그는 대중이 그런 컴플렉스에서 벗어나 ‘쫄지않는’ 사람이 되는 순간에 환호한다. 그점에서 그는 월드컵과 심형래, 황우석을 지지했다. 그에게 이런 이슈들은 국가주의나 민족주의가 아니라 각각의 개인이 자신이 가진 막연한 공포를 이겨내고 자존감을 가진 개인이 되느냐의 문제다. 여기에 “모든 메시지는 본질적으로 선동”이며 “선동의 성공 여부는 맥락이 결정”한다고 믿는 김어준의 화법이 결합돼 그의 주장은 지지자들에게 열광적인 반응을 얻어낸다. 인간의 본능부터 직장생활의 노하우까지 자신만의 완결된 철학에 따라 맥락을 완성하고, 그것을 펄떡거리는 언어로 풀어내는 그의 능력은 대중의 의문을 확신으로 바꾸면서 자존감을 느끼게 하고, 때로는 대중의 거대한 움직임을 일으킨다. 세상에 대한 새로운 눈을 뜨게 하는 자각, 또는 세상을 또다른 확신을 통해 한가지 시선으로 보게 만드는 선동. 김어준이 문제적 인간인 이유다.
나는 꼼수다: 김어준, 정봉주, 주진우, 김용민이 진행하는 인터넷 시사 토크쇼. 최근 서울 콘서트에서만 3억원의 자발적인 후원금이 모이고, 전문 리서치 기관인 마크로밀코리아가 11월 1~2일 조사한 결과 전체 서울시민 29.7%가 청취할 만큼 엄청난 지지를 받고 있다. 그러나 는 기존 매체가 아닌 인터넷을 통해 자신들 마음대로 세상에 지지와 욕설을 퍼붓는 사실상의 해적방송이다. 가 갖는 정치적, 사회적 의의는 한국에서 이른바 진보로 불리는 진영이 보수의 네거티브에 대해 더 ‘악마’같은 폭로와 비난과 조롱으로 맞설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는데 있다. 네거티브 공방전이 정말 끝까지 갈 때의 승자는 그래도 덜 잘못하고, 더 악마같이 상대를 공격할 수 있는 쪽이다. 그 점에서 는 공정성을 따지는 언론의 영역보다 차라리 한 남자의 상실에서 비롯된 결기가 만들어낸 테러리즘에 가깝다. 그 상실의 결기를 공유하던 사람들이 를 중심으로 모이면서 기존 매체를, 그리고 시스템을 위협하는 거대한 흐름이 되고 있다. 그래서, 가 나라 전체에 ‘빅엿’을 먹이는 지금의 현상은 와 김어준만의 문제가 아니다. 가 대중의 열광적인 지지를 얻는 세상이란 그만큼 우리편과 적이 나눠지고, 나의 목소리를 어디서도 제대로 낼 수 없다는 증거다. 김어준은 로 자신의 ‘적’인 현 정부에 ‘빅엿’을 먹였다. 이제 중요한 것은 우리가 이 매력적이면서도 예측할 수 없는 개인에 대해 얼마나 자존감을 갖고 주체적인 판단을 하느냐다.우리의 판단에 따라 김어준은 매트릭스 바깥의 세상을 알려줄 모피어스로도, 우리 모두를 분노의 집단으로 만들 21세기의 괴벨스가 될 수도 있다. 우리는 지금 이 시대에 대해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 김어준, 에서 아문젠: 김어준이 어린시절 좋아한 여행가. 아문젠처럼 남극횡단을 하고 싶어 추운날에도 창문을 열어두고 자면서 추위에 익숙해지려 했고, 1988년 1월부터는 내셔널 지오그래피를 사 모으면서 여행의 꿈을 키웠다. 이후 그는 대학 시절 여행사에 배낭여행 숙소에 대한 정보나 동영상을 찍겠다는 조건으로 비행기표를 얻기도 하면서 50여개국으로 여행을 떠났다. 김어준은 여행 중 팔레스타인 지역에서 이스라엘 군인에게 검문을 받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보고, 쿠르드족 학살에 가족을 잃은 아이와 샌드위치를 나눠 먹으며 한국을 넘어 세계 속의 한 사람이라는 것을 인식한다. 또한 프랑스 여행 중에는 두달치 여비를 털어 120만원짜리 양복을 사면서 원하는 것을 선택할 때의 쾌감을 알았다. 김어준은 여행을 통해 자신에 대해 알게 됐고, 사람들과 섞이며 인간과 세상사에 대한 관점을 갖게 됐다. 그가 만든 딴지일보는 초반부터 국제 소식을 다뤘고, ‘딴지 관광청’을 만들었다.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혁명군 최고사령관이었던 노벨평화상 수상자. 김어준이 열 세살 때 사진을 보고 막연히 만나고 싶어했다. 해외 여행을 갈 수 있는 나이가 되자 실제로 아라파트의 집 앞까지 갔고, 그 순간 “욕망이 있으면 그거를 끝까지 쫓아가 보는 것”이 무엇인지 느꼈다. 김어준은 “유리창을 깨면 혼은 내지 않고 유리창 값만 물어내게 했던” 부모님으로부터 자유와 책임을 함께 부여받았고, 어머니가 없던 날 혼자 음식을 만드는 걸 좋아하는 아버지의 모습을 보며 아버지를 한 사람의 ‘남자’로 인식하며 부모로부터 정신적으로 독립했다. 또한 대학 졸업 후 다닌 직장의 상사가 회식 뒤에도 자신처럼 아침 6시에 나올 수 있어야 성공할 수 있다는 말에 조직 안에 갇힌 인간의 초라함을 발견했다. 욕망대로 자유롭게 살고, 정신적으로 독립했고, 조직에서 벗어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어디에도 속하지 않되, 동시에 ‘세계인’인 강한 자존감을 가진 개인의 탄생.
故 김대중: 김어준이 한국 최고의 정치인으로 평가하는 전 대통령. 김어준이 만든 인터넷 매체 딴지일보는 김’데’중이 수영복을 입은 여성들과 함께 딴지일보 창간을 축하하는 것으로 시작했다. 정권 교체와 인터넷의 등장으로 과거보다 자유롭게 상상력을 표현할 수 있었던 그 시대에 김어준은 ‘엽기’와 ‘패러디’의 형식을 통해 사회 각분야를 다뤘다. 또한 당시 포털 사이트의 담당자에게 “딴지일보의 홍보 대사로 임명”한다는 메일을 보내 정말로 홍보를 맡겼다. 돈은 주지 않지만 각자의 캐릭터를 갖고 역할놀이를 하며 자신의 관심분야를 할 수 있는 딴지일보에는 각 분야의 마니아들이 모였고, 기존 매체에서 볼 수 없는 팩트와 시선이 유머와 함께 전달됐다. 딴지 일보는 한 기업으로부터 800억에 인수 제의를 받았고, 김어준은 “내가 생각한 방향대로 해보고 싶다”며 거절했다. 참고로 딴지일보는 김어준이 맛있는 계란빵을 만들던 사람과 동업을 하려다 실패, 시간이 남으면서 만들었다.
김남일: 축구선수. 김어준은 2002년 월드컵 당시 ‘양아치’ 캐릭터를 가진 김남일이 스타가 된 것을 중요한 현상으로 생각했다. 그에게 양아치는 껄렁껄렁 거리면서 인생을 즐기고, 조직에 속하지 않는 인간형이다. 물론 이는 김어준 자신의 모습이기도 하다. 그가 2002년 월드컵 당시 ‘우리는 강팀이다’를 구호로 내세우며 한국의 4강에 긍지를 갖고, 한국의 성적에 대한 해외의 부정적인 반응에 대해 ‘쫄지 말 것’을 주문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한국인이자 세계인으로 살았고, 어떤 조직 안에서도 자존감 높은 한 개인이던 그는 누구에게도 주눅들지 않고, 어떤 상황에서든 자기 생각을 펼쳐나간다. 스스로 ‘무학의 통찰’이라 말한 나름의 철학에는 일관성이 있고, 일관성에 바탕을 둔 확신이 ‘씨바’로 대표되는 강한 어조와 함께 전달되며 타인에게도 확신을 준다. 의견은 다를 수 있어도, 그가 진심이라는 건 의심할 수 없다. 김어준이 와 같은 상담집을 내고,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는 이슈에서 지지를 얻는 이유. 자신의 확신이 다른 사람에게 퍼져 더 큰 확신이 될 때 김어준은 힘을 얻는다. 과거에는 볼 수 없었던 양아치 지식인, 또는 지적인 짐승의 등장.
김구라: 방송인. 딴지일보에서 을 진행했다. 당시 시사풍자로 인기도 얻었지만 여성 연예인에 대한 비하로 논란의 대상이 됐다. 또한 딴지 일보는 수능 0점자를 찾는 기사에서 해당 응시자가 수능 부정행위를 한 것을 알고도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아 논란이 됐다. 또한 성인 사이트 남로당의 반응은 그리 좋지 않았다. 확신에 찬 개인 김어준처럼 딴지일보도 각 분야에서 확신을 가지고, 강한 어조로 말할 수 있는 개인들이 모였으며, LG와 삼성의 모니터 비교부터 차세대 전투기 선정까지 온갖 분야에 ‘똥침’을 날렸다. 하지만 강한 확신은 종종 그 외의 것들에 대해 돌아보지 않게 만들면서 종종 수능 기사와 같은 문제가 생겼고, 시스템 대신 김어준처럼 자존감 강한 개인의 느슨한 연대로 이뤄진 딴지일보의 구조는 다양한 개성이 있는 컨텐츠는 만들었지만 매체로서 꾸준하고 일관된 역량을 보여주기는 어려웠다. 그 사이 인터넷에는 딴지일보말고도 볼 게 많아졌다. 김어준은 “우리도 재미가 없어지고 있다. 어젠다도 희미해지고 형식도 구태의연해지고 있다. 어느 순간, 우리의 역할이 사라지면, 없어져야지”라고 말했다.
정봉주: 노원구 공릉동, 월계동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 전 국회의원. 차기 대선 불출마 선언도 했지만 사람들은 그저 웃을 뿐이다. 김어준이 진행하는 SBS 라디오 에 출연한 것을 계기로 친해져 현재 인터넷 방송 를 함께한다. 김어준이 “화내는 것을 본 적이 없”고, “라디오 진행할 때 작가들 밥을 매일 사줬”던 모습에 매력을 느꼈다고. 딴지일보는 쇠락해갔지만, 김어준은 라디오 진행을 통해 새로운 길을 찾는다. 책 보다 경험을 통해 자신을 발견한 그의 ‘무학의 통찰’은 글보다 말이 더 어울리는 형식이었고, 어떤 순간에도 진지해지지 않는 양아치 정서에서 나오는 유머감각과 스스로 “타고났다”고한 균형감각은 민감한 문제에 대해 자유롭게 말하면서도 재미를 함께 줄 수 있었다. 그의 글들은 거의 모두 대화체로 구성돼 있고, ‘졸라’나 ‘씨바’는 판소리의 ‘얼쑤’와 다름없다. 종이에서 인터넷의 글로, 다시 멀티미디어로 매체의 성격이 변하는 사이 글보다 말을, 진지함 앞에 웃음을 깔아놓는 김어준은 점점 더 활동폭을 넓혔다.
이명박: 대통령 a.k.a. 가카. 또는 김어준의 밥줄. 김어준은 “사람들이 행복해지려고 이명박 대통령을 선택”했다고 하면서 “계급적 관점에서 저 사람이 나를 행복하게 해 줄 적임자인지 따져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 그래서 투표하지 말았어야 할 사람에게 투표했다”고 말했다. 이명박 정부는 미국소 광우병 논란 당시 이른바 ‘명박산성’을 쌓았고, 여당은 미디어법 개정과 FTA 비준 처리를 날치기 통과시켰다. 보수와 진보가 대립하고, 소통 대신 힘의 논리가 통하는 시대에 어느 조직에도, 어떤 자본에도 속하지 않은 자존감 가득한 남자가 “이 투명한 정부는 오해의 소지가 없다. 이 해맑은 정부를 그대로 둘 수 없다”는 확신을 갖고 정부를 공격했다. 딴지일보에 다시 사람들이 오기 시작했고, 김어준의 이름이 전보다 더 많이 오르내렸다. 자본과 시스템에 합류하지 않았기 때문에 영향력이 줄어든 개인을, 자본과 시스템에 속한 사람들이 좀처럼 자기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시대가 살려냈다.
故 노무현: 김어준이 자연인으로서 가장 매력적인 사람, ‘남자 중의 남자’로 꼽은 전 대통령. 김어준은 노무현 대통령의 죽음 후 남은 세상은 어떻게든 해보려고 를 시작했다. 김어준이 노무현을 권력의지에 따라 움직이는 사람이 아니라 자신이 해야한다면 ‘도구’가 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다고 평가하듯, 김어준 역시 어떤 계산보다 자신이 원하는 대로 움직인다. 다만 김어준은 정치적 대의 이전에 노무현이라는 인간의 매력에 안타까움을 느꼈다. 평생을 자신의 욕망대로 살았고, 책보다는 여행 등의 경험을 통해 철학을 쌓은 그는 세상사를 인간의 마음을 중심에 두고 움직인다. 보수와 진보가 나뉘는 것은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인간의 태도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고, 다음 대선도 결국 대중의 욕망을 채워주는 인물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어린 시절 밥을 손으로 퍼먹어보면서 어떤 쾌감을 느낀 그는 인간의 동물적인 본능과 공포를 바라보고, 자기 객관화를 통해 그 공포로부터 벗어나는 독립된 인간이라 자부한다. 그가 의 메시지를 “어떤 주장을 쫄지 않고 말해도 된다고 하는 태도, 그 자체”라고 한 것은 결국 대중이 권력, 자본, 법 등으로부터 느낄 수 있는 모든 공포로부터 벗어나 당당한 개인이 되라는 것과 같다. 인간의 욕망을 이해하고, 현실을 파악한 뒤, 그로부터 현실을 극복할 대안을 내놓는다. 김어준은 정치인은 아니지만, 가장 정치적일 수 있다.
진중권: 철학자. 미학자. 시사평론가. 문화 평론가. 또는 트위터 애호가. 황우석의 논문 조작 사건부터 곽노현 교육감 사건까지 다양한 주제에서 김어준과 대립하는 입장을 가졌다. 진중권은 어떤 이슈에 대해 국민 전체가 한 방향으로 가며 소수를 억압하고, 팩트에 상관 없이 아군과 적군으로 나뉘어 대립하는 것을 경계한다. 반면 김어준은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방향을 확실하게 지지하고, 대중의 마음을 이해한다. 그는 황우석 사건에 대해 “그저 생래적 보수성을 타고났을 뿐인 불완전한 인간 하나를 사회적인 걸레로 용도 폐기하는 진보의 잔인한 비인간성을 목격”했다고 말한다. 여행을 통해 한국인이 나라 바깥의 세계에 대해 갖는 공포, 또는 백인만 보면 움츠러드는 ‘화이트 컴플렉스’를 실감했던 그는 대중이 그런 컴플렉스에서 벗어나 ‘쫄지않는’ 사람이 되는 순간에 환호한다. 그점에서 그는 월드컵과 심형래, 황우석을 지지했다. 그에게 이런 이슈들은 국가주의나 민족주의가 아니라 각각의 개인이 자신이 가진 막연한 공포를 이겨내고 자존감을 가진 개인이 되느냐의 문제다. 여기에 “모든 메시지는 본질적으로 선동”이며 “선동의 성공 여부는 맥락이 결정”한다고 믿는 김어준의 화법이 결합돼 그의 주장은 지지자들에게 열광적인 반응을 얻어낸다. 인간의 본능부터 직장생활의 노하우까지 자신만의 완결된 철학에 따라 맥락을 완성하고, 그것을 펄떡거리는 언어로 풀어내는 그의 능력은 대중의 의문을 확신으로 바꾸면서 자존감을 느끼게 하고, 때로는 대중의 거대한 움직임을 일으킨다. 세상에 대한 새로운 눈을 뜨게 하는 자각, 또는 세상을 또다른 확신을 통해 한가지 시선으로 보게 만드는 선동. 김어준이 문제적 인간인 이유다.
나는 꼼수다: 김어준, 정봉주, 주진우, 김용민이 진행하는 인터넷 시사 토크쇼. 최근 서울 콘서트에서만 3억원의 자발적인 후원금이 모이고, 전문 리서치 기관인 마크로밀코리아가 11월 1~2일 조사한 결과 전체 서울시민 29.7%가 청취할 만큼 엄청난 지지를 받고 있다. 그러나 는 기존 매체가 아닌 인터넷을 통해 자신들 마음대로 세상에 지지와 욕설을 퍼붓는 사실상의 해적방송이다. 가 갖는 정치적, 사회적 의의는 한국에서 이른바 진보로 불리는 진영이 보수의 네거티브에 대해 더 ‘악마’같은 폭로와 비난과 조롱으로 맞설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는데 있다. 네거티브 공방전이 정말 끝까지 갈 때의 승자는 그래도 덜 잘못하고, 더 악마같이 상대를 공격할 수 있는 쪽이다. 그 점에서 는 공정성을 따지는 언론의 영역보다 차라리 한 남자의 상실에서 비롯된 결기가 만들어낸 테러리즘에 가깝다. 그 상실의 결기를 공유하던 사람들이 를 중심으로 모이면서 기존 매체를, 그리고 시스템을 위협하는 거대한 흐름이 되고 있다. 그래서, 가 나라 전체에 ‘빅엿’을 먹이는 지금의 현상은 와 김어준만의 문제가 아니다. 가 대중의 열광적인 지지를 얻는 세상이란 그만큼 우리편과 적이 나눠지고, 나의 목소리를 어디서도 제대로 낼 수 없다는 증거다. 김어준은 로 자신의 ‘적’인 현 정부에 ‘빅엿’을 먹였다. 이제 중요한 것은 우리가 이 매력적이면서도 예측할 수 없는 개인에 대해 얼마나 자존감을 갖고 주체적인 판단을 하느냐다.우리의 판단에 따라 김어준은 매트릭스 바깥의 세상을 알려줄 모피어스로도, 우리 모두를 분노의 집단으로 만들 21세기의 괴벨스가 될 수도 있다. 우리는 지금 이 시대에 대해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Who is next글. 강명석 기자 two@
김어준이 만든 딴지일보에서 프로그램을 진행했던 김구라가 출연하는 MBC 에서 ‘무릎 팍 도사’의 게스트로 나온 주병진
10 Line list
탑 – 김정은 – 윤종신 – 김종국 – 최지우 – 휘성 – 박찬호 – 이효리 – 장서희 – 최양락 – 다니엘 헤니 – 이수근 – 권상우 – 소지섭 – 이민호 – 최명길 – 정형돈 – 김남주 – 박진영 – 손담비 – 김태원 – 신해철 – 송강호 – 김아중 – 김옥빈 – 이경규 – 김혜자 – 고현정 – 길 – 원빈 – 이승기 – 닉쿤 – 지진희 – 박명수 – 김혜수 – 신동엽 – 현빈 – 윤은혜 – G드래곤 – 하지원 – 타블로 – 김C – 유승호 – 양현석 – 강호동 – 김태희 – 김연아 – 장동건 – 장근석 – 김병욱 감독 – 정준하 – 손석희 – 정보석 – 고수 – 이병헌 – 이수만 – 김현중 – 김신영 – 장혁 – 김수로 – 이선균 – 신정환 – 김태호 PD – 강동원 – 송일국 – 노홍철 – 조권 – 김제동 – 문근영 – 손예진 – 김수현 작가 – 하하 – 이미숙 – 전도연 – 유영진 – 강지환 – 김구라 – 박지성 – 탁재훈 – 오연수 – 최민수 – 유재석 – 유진 – 크리스토퍼 놀란 – 이하늘– 신민아 – 장미희 – 이휘재 – 믹키유천 – 조영남 – 송승헌 – 엄태웅 – 안내상 – 이승철 – 김성근 감독 – 유아인 – 토니 안 – 류승범 – 싸이 –윤상현 – 김희철 – 심형래 – 정우성 – 하정우 – 진중권 – 박신양 – 배용준 – 임성한 작가 – MC몽 – 나탈리 포트만 – 김희애 – 이소라 – 염정아 – 김건모 – 유세윤 – 양준혁 – 임재범 – 이지아 – 차승원 – 박정현 – 김수미 – 성유리 – 윤계상 – 정재형 – 김범수 – 김여진 – 에릭 – 김선아 – 테디 – 최강희 – 김영철 – 인순이 – 박영규 – 박원순 – [iLine] 스티브 잡스 – 한석규 – 수애 – 유희열 – 윤미래 – 신하균 – 김어준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