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 K팝 스타 >의 첫 방송이 열흘 앞으로 다가왔다. SM, YG, JYP의 3대 기획사가 한데 모여 오디션 프로그램을 만든 것으로 주목을 받고 있는 < K팝 스타 >는 이미 해외 오디션을 모두 마치고, 국내에서도 예선을 모두 마친 상태. 이미 수많은 오디션 프로그램이 있는 상황에서 < K팝 스타 >는 어떤 자신만의 차별점을 가지고 있을까. 24일 SBS 목동 사옥에서 열린 < K팝 스타 > 제작발표회에서 연출자인 박성훈 PD와 심사위원인 양현석, 보아, 박진영에게 어떤 참가자를 어떻게 심사했는지, 또 < K팝 스타 >만의 차별점은 무엇인지 들었다.첫 방송이 열흘 앞으로 다가왔다. 지금 예선이 끝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어떻게 진행됐나
박성훈 PD: 첫 촬영을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진행했다. 그 이후 뉴욕, LA, 파리, 북경 등 5개 도시에서 훌륭한 자원들을 선발해서 한국으로 돌아왔고, 서울 잠실에서 예선을 거쳤다. 11월 초에는 예선에서 선발된 300여명을 대상으로 첫 본선 경연을 펼쳤다. 그 결과 계획했던 것보다 훨씬 적은 75명이 첫 번째 라운드를 통과했다. 그리고 오늘 아침까지 충청남도 한 리조트에서 50명을 선발하는 두 번째 라운드를 진행했다.
심사위원들이 세 기획사의 대표인만큼 단순한 심사위원의 역할만 했을 것 같진 않다.
양현석: 우리 세 명이 심사위원인 동시에 PD의 입장도 갖고 있다고 생각해도 좋을 것 같다. 지금까지 오디션 프로그램이 너무 많았기 때문에 < K 팝 스타 >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반드시 차별점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거의 강박관념에 가까울 정도로 갖고 있다. 시청률에 있어서도 박진영 씨와 내기를 할 만큼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 재밌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좋은 스타를 배출해서 내년에도, 내후년에도 프로그램이 계속 되어 Mnet 를 능가하는 오디션 프로그램이 됐으면 한다.
“내가 진짜 뽑고 싶은 친구를 뽑았고, 그래서 다를 수밖에 없다”
제작진과 심사위원의 가장 큰 화두가 차별화인 것 같다. 어떤 차별화 포인트가 있을까?
박진영: 심사를 보면서 셋 다 가장 많이 한 말이 있다. “노래 정말 잘하는데 죄송합니다. 불합격입니다”는 말과 “노래 정말 못하는데 합격입니다”는 말이다. 다른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이런 심사평을 본 적이 없다. 그러니 전혀 다른 사람들이 뽑힐 수밖에 없다. 어제도 “음정 중에 반이 틀렸는데 합격입니다”라는 말을 하면서 나 스스로 놀랐다. 처음에는 부장님부터 본부장님까지 와서 “이래도 되는거냐”고 걱정했다. 하지만 오디션을 조작할 수는 없지 않나. 내가 진짜 뽑고 싶은 친구를 뽑았고, 그래서 다를 수밖에 없다.
양현석: 히딩크 감독이 프로 축구에서 가장 잘하는 선수를 데려다가 좋은 성적을 낸 게 아니지 않나. 단순히 지금 노래 잘하는 사람을 뽑아서는 1등을 해도 가요계에 나와 인기를 유지하기 어렵다. 이미 가요계에는 노래 잘하는 기성 가수가 너무 많다. 우리는 기존 가요시장에 없는 목소리를 찾고 있다. 그리고 지금 우리가 뽑은 사람들은 대부분 노래를 배워본 적도, 춤을 배워본 적도 없는 사람들이다. 이 프로그램의 가장 큰 강점은 이 사람들이 각 기획사에서 트레이닝을 받으면서 단 몇 주 만에 실력이 확확 느는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거다. 바로 그 모습을 보여드리는 게 우리 3대 기획사들이 이 프로그램에 참여한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면 심사 기준을 시청자들이 이해 못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박진영: 지금 이 사람이 노래를 잘 하지만, 나중에는 저 사람이 더 잘할 것을 알면서도 대중들의 눈높이에 맞춰서 뽑을 수는 없다. 시청자들이 보기에는 충격적인 장면도 있겠지만, 우리 안에서는 일관된 기준 하에서 선발이 이루어졌다.
양현석: 그 기준을 납득할 수 있게 보여드리는 게 이 프로그램이 가진 강점이다. 단순히 노래 잘하고 못하고를 따지는 것은 일반 대중들도 들으면 직관적으로 알 수 있다. 그런 예상을 벗어나는 결과가 왜 나왔는지를 설득력 있게 제시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심사 기준은 어떤 게 있나?
박진영: 일단은 습관이 없어야 한다. 기성 가수의 습관을 조금이라도 갖고 있는 사람은 아무리 노래를 잘 해도 다 떨어뜨렸다. 자신만이 가진 자기 목소리가 아니면 또 다 떨어졌다. 그 두 가지가 안 되면, 노래를 아무리 잘 해도 안 된다. 그래서 충격적인 결과도 나온다. 하지만 그 두 가지 조건이 다 맞으면서 정말 잘 하는 사람도 있다. 그 중 한 명은 보아 씨를 울렸고, 또 한 번은 나를 울렸다. 어제는 우리 셋 다 만세를 하게 하는 말도 안 되는 친구들이 나왔다.
보아: 우선 우리 회사가 인성을 많이 본다는 점은 아는 분들은 아실 거다. 인성을 보는 이유는 지금 부족해도, 자신이 부족하다는 걸 받아들일 수 있어야 발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사람을 유심히 봤다.
“나는 독설이 아니라 직설을 한다”
3대 기획사의 색깔 차이만큼 각 심사위원들이 뽑은 사람의 차이도 클 것 같다.
양현석: 세 회사는 안으로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너무 다른 회사다. 심사를 하면서도 나는 마음에 드는데 JYP와 SM에서는 별로라고 생각하는 경우도 있었고, 그 반대되는 경우도 많았다.
박진영: 상위권의 실력을 가진 참가자는 의견 차이가 별로 없다. 하지만 뭔가 부족한 참가자일수록 의견이 심하게 갈린다. 어제는 처음으로 패자부활전을 했는데, 심사위원 권한으로 탈락자 중 2명씩을 살릴 수가 있었다. 그런데 내가 살린 사람과, 양현석 씨가 살린 사람과 보아 씨가 살린 사람에 대해 서로 아예 이해가 안 되는 거다. “어? 진짜 걔를?” 그런데서 많이 놀랐다.
보아는 현재 활동하고 있는 가수라는 점에서 다른 두 사람과는 다른 입장이다.
보아: 심사를 하면서 내가 초등학교 6학년 때 오디션을 봤을 때 생각을 많이 하게 됐다. 참가자들의 열정을 보면서 나에게도 또 다른 새로운 자극이 됐다. 제작과 프로듀싱을 하는 분과 현재 가수로서 활동하고 있는 나의 관점이 다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시청자들도 첫 방송이 나가면 ‘보아는 왜 저런 사람을 뽑았을까?’ 할 수도 있을 거다. 하지만 나는 우리 회사의 트레이닝 방식을 믿고, 재능을 더 끄집어 내주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사람을 뽑았다.
오디션 프로그램 경험이 있는 다른 두 사람에 비해 보아의 심사는 처음이다. 어떤 심사위원이었나?
윤도현: 모두 지켜본 것은 아니지만, 심사를 지켜보니 각 심사위원들의 개성이 정말 다르다. 양현석 씨가 어떤 분을 극찬을 했는데, 바로 뒤에서 박진영 씨가 최악이라고 한 적도 있다. 보아 씨도 굉장히 냉정하고 차가운 느낌을 많이 받았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따뜻한 면도 있다. 차가운 엄마 같은 느낌?
양현석: 시청자들은 내가 가장 독설을 많이 할 거라고 예상 한 것으로 알고 있다. 워낙 노출이 적고, 우리 가수들이 엄하다고 애기를 많이 해서(웃음). 그런데 깜짝 놀랐다. 보아 씨가 너무 엄하다.
보아: 나는 독설이 아니라 직설이다. (웃음)
양현석: 심사위원들이 심사기준을 정확히 하지 못하고 자기 이미지를 먼저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보아 씨는 이런 말을 해도 될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때로는 정말 차갑게 다스린다. 박진영 씨는 굳이 안 그래도 되는데 (웃음) 바로잡아주고 싶은 마음이 강하다 보니까 예선부터 너무 열변을 토하다가 갑자기 코에서 코피가 주르르 흐른 적도 있다. 내가 우리 중 한 사람이라도 착하게 가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을 정도다.
“벌써 계약하고 싶은 친구가 최소한 다섯 명은 있다”
박진영 씨는 세 번째 오디션 프로그램이다. 이번에도 인재를 찾을 수 있을까?
박진영: 에서는 원더걸스랑 2AM을 만들 수 있게 됐고, 에서는 2PM을 만들 수 있는 좋은 인재들을 얻었다. 이번에는 다른 오디션이 이미 많기 때문에 재능 있는 사람들이 아직 있을까 하는 걱정이 컸다. 그런데 첫날 뽑혀온 사람들을 보고 정말 뛰어난 인재들이 많이 있다는데 놀랐다. JYP에서는 최근의 다른 오디션 프로그램에 출연한 사람과 계약한 적이 없다. 계약하고 싶었던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벌써 계약하고 싶은 친구가 최소한 다섯 명은 있다.
인상적인 참가자가 있다면?
양현석: 우리는 이 프로그램의 재미를 위해서 개인사를 끄집어내는 것을 반대한다. 다만 이 자리에서 한 사람을 소개하자면, 혼혈 한 사람이 있는데 영어보다 한국어를 더 잘하는 사람이다. 아버지 얼굴을 태어나면서부터 모르고, 어머니가 키울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초등학교도 못 다녔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 사람이 예선에서 처음 노래를 부르는 것을 듣고 “당신은 무조건 결승까지 간다”고 얘기했다. 예전의 아팠던 기억들이 노래에 고스란히 담겨져 있었다. 게다가 그렇게 아픈 과거를 갖고 있지만 굉장히 밝고, 슬픈 표정을 짓지 않는다.
보아: 제일 기억에 남는 사람 중 한 명은 신체조건 상 춤을 추기가 어려운데도 불구하고 큰 감동을 줘서 결국 나를 울렸다. 날 울릴 수 있는 사람이 별로 없는데, 나 자신에게 놀랐을 정도다. 참가자들이 직접 심사위원을 골라 멘토링을 해줄 기회가 있었는데, 바로 그 사람이 날 선택했다. 한두 가지 조언을 해줬더니 바로 다음날 노래가 말도 안 되게 좋아진 거다. ‘이렇게 실력이 향상되는 과정에서 희열을 느껴서 신인을 발굴하는구나’하고 제작자의 희열을 잠시나마 느낄 수 있던 기회였다.
박진영: 1차에서 내가 불합격을 준 사람이 있었다. 못 고칠 것 같은 버릇이 있었다. 그런데 그걸 2주 만에 고쳐서 다시 올라온 거다. 그래서 내가 사과를 했다. 불합격시켜서 미안하다고. 또 어떤 나이 어린 친구가 우리 세 명을 만세를 부르게 한 일이 있었다. 나이 치고 잘하는 게 아니라 어제 무대만 놓고 보면 그냥 대한민국 최고다. 발성, 감정, 애드립, 톤, 박자 타는 모든 게. 시청자 분들도 많은 기대를 하시겠지만, 우리도 많은 기대를 하고 있다.
사진 제공. SBS
글. 김명현 기자 eight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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