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승헌│마음을 울린 사랑 영화
송승헌│마음을 울린 사랑 영화
송승헌은 멜로의 주인공으로 더없이 완벽하다. 그것은 꿈에서나 볼 수 있을 것 같은 왕자님이거나 허점 없는 실장님의 외피를 하고 있어서가 아니다. 오히려 송승헌에게 절정의 인기를 안겨주거나 도약의 발판이 되었던 작품들 속에서 그는 사랑에 한없이 약하거나 은근히 빈틈이 많은 남자였다. 그의 데뷔작이기도 한 MBC 시트콤 의 승헌은 잘 생긴 외모를 배반하는 허술함과 썰렁한 개그로 절대 다가갈 수 없는 거리감 대신 알콩달콩 연애를 쌓아가는 상대가 될 수 있었다. 멜로 배우로서의 가능성을 확실하게 각인시킨 KBS 에서는 사랑하는 여자를 앞에 두고도 주변의 상황 때문에 함께 하기를 주저하고 눈물짓는 가련한 남자였다. 사랑하는 여자를 내 여자로 만드는 박력보다 그저 함께 하고 지긋이 바라봐주는 그 남자의 품은 그래서 더 따뜻했다.

그러나 송승헌의 필모그래피는 그만이 가지는 부드러움을 지워가는 작업이었다. 이후 를 시작으로 , , 까지 그는 문제아, 양아치이거나 조폭이었다. 남자들의 세계 한가운데서 거칠게 마모되려는 행보는 배우로서 깊이를 쌓아가는 과정이었지만 팬들에게는 “이제 부드러운 송승헌의 모습을 보고 싶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안타까운 일이었다. 그가 사랑하는 모습을 보길 원했던 당신이라면 송승헌이 고른 사랑 영화들로 아쉬움을 달래보길 권한다. 지금 그대로 그가 주연으로 들어가도 손색없을 다음의 영화들은 “첫눈에 반하는 사랑도 해봤”고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면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남자의 마음을 울린 영화들이다.
송승헌│마음을 울린 사랑 영화
송승헌│마음을 울린 사랑 영화
1. (Ghost)
1990년 | 제리 주커
“주연배우의 녹로장면이 한국에서도 정말 많이 패러디되기도 했었죠. (웃음) 한 영화 안에 사랑-판타지-권선징악의 모든 메시지가 다 담겨 있기도 한데, 당시엔 ‘고스트와의 애절한 사랑’이라는 참신한 소재였고, 또 고스트가 된 패트릭 스웨이지가 지하철을 통과하는 특수 효과도 많은 관심을 받기도 했었습니다. 마지막에 패트릭 스웨이지를 배신한 친구가 죽을 때 검은 형체들에게 붙들려가는 반면 패트릭 스웨이지는 빛 속에서 떠나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던 것 같습니다.”

은 데미 무어와 패트릭 스웨이지에게 가장 아름다운 순간을, 우피 골드버그에게는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안겨주었다. 사랑은 그 어떤 난관, 죽음까지도 넘어선다는 명제를 이보다 더 낭만적일 수 없게 담아냈다.
송승헌│마음을 울린 사랑 영화
송승헌│마음을 울린 사랑 영화
2. (Notting Hill)
1999년 | 로저 미첼
“이 영화는 정말 ‘영화에서나 있을 수 있을 법한 일’인 것 같은 재미있는 소재죠. 줄리아 로버츠와 휴 그랜트의 사랑이 이루어지는 것을 보면서 저도 연기자의 입장에서 ‘그런 일이 나한테도 있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기도 했구요. 휴 그랜트가 운영했던 조그맣고 아담한 서점도 인상적이었고, 마지막에 줄리아 로버츠를 향한 용감한 프로포즈 장면이 하이라이트였던 것 같습니다. 휴 그랜트의 친구들의 재미있었던 연기도 일품이었었죠. 로맨틱 코미디의 진수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네요.”

은 기자회견장의 극적인 프러포즈와 함께 마지막 해피엔딩 장면까지, 로맨틱 코미디가 가져야 할 덕목을 모두 갖췄다. 귓가를 간질이던 O.S.T. ‘She’가 영화의 여운을 더욱 진하게 한다.
송승헌│마음을 울린 사랑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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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Meet Joe Black)
1998년 | 마틴 브레스트
“ 이후 브래드 피트 주연이라는 것만 알고 봤던 영화였는데요, 여자 주인공이 커피숍에서 브래드 피트를 만나게 되고 서로 첫눈에 호감을 느끼는데도 연락처도 못 물어보고 머뭇거리면서 끝내 아쉽게 돌아서는 장면에서 사랑의 설렘과 아쉬움이랄까요? 현실적으로도 상당히 공감이 되더라구요. 순진한 브래드 피트의 모습을 좋아하는 여자 주인공(클레어 포라니)의 매력적인 연기가 인상에 남습니다.”

영화 속에서 사고로 죽은 뒤 저승사자가 된 브래드 피트는 사실 천사에 더 가까운 모습이다. 원숙미를 내뿜는 지금과는 다른 신선함으로 무장한 브래드 피트는 멜로 영화의 주인공으로 완벽하다.
송승헌│마음을 울린 사랑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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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A Walk To Remember)
2002년 | 애덤 쉥크만
“이 영화를 떠올리면 가수이기도 했던 멘디 무어의 풋풋한 모습과 함께 O.S.T였던 ‘Only Hope’가 함께 생각이 나는데요, 정말 뮤직 비디오 같은 아름다운 영상과 함께 음악이 잘 어우러진 영화로 기억합니다. 수수한 제이미(멘디무어)가 반항아인 랜든(쉐인 웨스트)과의 사랑을 이뤄가는 과정에서 그려지는 마음의 변화를 공감할 수 있었고, ‘과연 나라도 이런 상황에서 사랑을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었는데요, 끝내 사랑하는 에이미를 떠나보내야 하는 상황에서도 두 사람의 진실한 사랑이 마음에 와 닿았던 영화 입니다.”

는 전형적인 최루성 멜로다.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은 어인 연인의 짧은 사랑은 전형적이지만 그렇기에 더 우직하게 보는 이를 울린다.
송승헌│마음을 울린 사랑 영화
송승헌│마음을 울린 사랑 영화
5. (Leaving Las Vegas)
1995년 | 마이크 피기스
“니콜라스 케이지와 엘리자베스 슈가 처했던 그 처절했던 상황에서는 어떤 사랑을 했을까요? 앞에서 제가 추천했던 영화들과는 달리 감성적이고 아름다운 사랑이라기보다는 조금은 더 현실에 가깝고 처절한 사랑이라고 말할 수 있겠네요. 니콜라스 케이지가 수영장에서 술을 마시는 장면이 압권이었죠. 영화 포스터가 정말 유명해서 친구들 집에 많이들 걸려 있기도 했었고 또 스팅의 음악도 영화와 너무나 잘 어울렸었죠.”

라스베가스는 분명 지도에 나와 있지만 특유의 현실감이 결여된 공기로 가득하다. 그곳에서 죽음과 인연을 동시에 시작한 두 남녀의 사랑은 시작과 동시에 끝이 보이기에 더 안타깝고 오래 남는다. 니콜라스 케이지가 배우로서 가장 절정에 있을 시기로, 그에게 68회 아카데미 시상식 남우주연상을 선사했다.
송승헌│마음을 울린 사랑 영화
송승헌│마음을 울린 사랑 영화
“원작인 이 개봉 된지가 벌써 20년이나 됐는데요, 당시에 이 한국에서 너무 인기가 많아서 15세 이상 관람가였던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몰래 친구들과 극장에서 본 기억이 있습니다. 물론 제 개인적으로도 좋아하는 영화 베스트 5안에 포함되는 영화이기도 하구요, 그렇게 좋아하는 영화의 남자 주인공으로 출연 제의가 왔는데 어떻게 지나 칠 수 있겠어요? ‘정말 이번 작품 놓치면 평생 후회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영화 은 송승헌이 놓치면 후회한다고 한 것과 마찬가지로 그가 없었으면 성립되기 힘들었을 것이다. 영화는 언제나 연인에게 부드럽고 사랑 때문에 눈물 지을 수 있는 그가 만들어내는 판타지에 크게 기대고 있다. 처음 본 여자의 술주정도 온화하게 웃으며 받아주고, 그녀의 아침을 위해 커피를 끓이는 준호는 비현실적이지만 여자라면 누구나 원하는 이상형의 모습이다. 그리고 그 이상형은 송승헌이 가지고 있는 멜로 배우로서의 강점을 통해 로맨틱한 질감을 얻는다. “일과 사랑 중에 택하라면 주저 없이 사랑을 택할 것”이라는 로맨티스트가 아니고서야 누가 첫 눈에 반한 것으로도 모자라 영혼이 되어서까지 지켜주고픈 남자를 연기 할 수 있겠나. 그저 “사랑해요”와 “아이시떼루”를 공평하게 외치는 그에게 한국과 일본의 여성관객들은 사로잡히는 수밖에.

글. 이지혜 sev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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