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텔링이 강한 뮤직비디오에서 연기를 한다. 스모키 메이크업을 하고 워커를 신고 화려한 액세서리를 착용한다. 그리고 자신의 작업에 필요한 장비를 튜닝한다. 대중음악을 하는 이들에게는 이미 익숙한 코드들이지만 그 뮤직비디오가 리스트가 편곡한 슈베르트의 마왕이고, 튜닝한 악기가 피아노이며, 그의 직업이 턱시도가 기본 의상이자 전부인 피아니스트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스무 살의 피아니스트 지용은 그런 아티스트다. 선배 음악가들은 물론이고 또래 연주자들과도 사뭇 다른 노선을 걷는 그는 그래서 한국의 리스트다. 초콜릿에 그려질 만큼 아이돌 못지않은 인기를 누리고, 창의적 사고로 수많은 곡을 작·편곡했지만 끊임없이 예술가로 번민한 후 신부가 되어 죽음을 맞이한 헝가리의 피아니스트 프란츠 리스트. 지용이 지난 10월 26일에 발매한 자신의 첫 번째 음반을 리스트의 대중적 팬덤 현상을 지칭하는 < LISZTOMANIA >라는 제목으로 낸 것은 우연이 아니다.
그의 앨범 재킷엔 피아노 연주 컷이 단 한 장도 없다. 연신 흑백 빛의 음울한 표정을 담은 지용만이 외롭게 서 있을 뿐이다. “내가 기타를 치는 것도 아니고 들어보면 피아노인지 다 알 텐데”라는 말로 심플하고 명쾌하게 앨범에 대한 고정관념을 훌쩍 뛰어넘어버리는 지용은 그래서 자유롭고 유연하다. 많은 피아니스트가 연주자의 호흡과 전혀 다른 방식으로 표현되는 발레 작업을 꺼리지만, 그는 지난 4월 < The Ballet >을 통해 발레리나 강수진과의 협업을 이뤄냈다. 이어 여의도공원, 명동 눈스퀘어, 영등포 타임스퀘어 등의 열린 공간에서 게릴라성으로 진행된 ‘Stop & Listen’ 프로젝트는 “내 연주는 곧 파티”라는 그의 예술관과 맞닿아있다. 또한 지난 10월에는 일본의 뮤지션 프리템포와의 콜라보레이션을 선보이기도 했다. 정통 클래식의 대중화에 앞장선 앙상블 디토의 3번째 시즌 멤버로 활동하기도 한 그는 더 젊은 호흡으로 더 멀리 더 가까이 다가간 셈이다.
신동과 질풍노도를 지나 스타일을 만들다 지난 11월 16일 915 인더스트리 갤러리에서 열린 쇼케이스는 그런 그의 개성을 가장 잘 드러낸 공연이었다. “괜찮아요. 마음대로 하세요.” 어떤 클래식 공연의 호스트가 찾아온 관객들에게 이런 멘트를 할 수 있을까. “페달링이 될 수 있을까” 싶을 정도의 부츠에 아방가르드한 의상을 입고 등장하지만 그는 “4년째 계속 연주 중인” 슈만/리스트의 ‘헌정’을 시작으로 정통 연주를 들려준다. 시를 닮은 ‘헌정’과 “직접 음악을 들으며 느낀 감정을 페인팅한” 영상과 함께 흐르는 슈베르트/리스트의 ‘물레질하는 그레첸’, 뮤직비디오와 함께 공연된 슈만/리스트의 ‘마왕’ 그리고 리스트의 ‘위로’까지. 미국으로 건너가 10세에 이미 뉴욕필 최연소 협연 타이틀을 따낸 신동 시절과 “16살 즈음 열정이 사라진 자동음악기계” 시절을 지나 만들어진 청년 지용의 스타일은 화려하고 에너제틱한 한편, 쓸쓸하다.
하지만 “연상 좋아하세요?”라는 팬의 질문에 커다란 입으로 미소를 짓고, 반짝이는 눈으로 ‘차도남’이나 ‘딴따라’의 뜻을 물어보는 그는 아직 스무 살이다. 자신의 의상을 위해 직접 스타일 보드를 제작하고, 공연장의 조명과 영상에까지 손을 뻗치는 욕심쟁이가 여는 한국 첫 리사이틀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 The Ballet >, 디토 페스티벌, BBC 오케스트라 협연을 거쳐 2010년 마지막 일정으로 선택한 리사이틀은 < LISZTOMANIA >에 수록된 곡들은 물론, 베르디의 오페라 의 연주도 들을 수 있다. 11월 20일 안산문화예술의 전당과 26일 전주소리문화의 전당을 거쳐 28일 “연주자들의 꿈의 공연장”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 당도한다. 그런데 혹시 레이디 가가 메들리 들려줄 생각은 없어요?
글. 장경진 three@
사진. 이진혁 eleven@
그의 앨범 재킷엔 피아노 연주 컷이 단 한 장도 없다. 연신 흑백 빛의 음울한 표정을 담은 지용만이 외롭게 서 있을 뿐이다. “내가 기타를 치는 것도 아니고 들어보면 피아노인지 다 알 텐데”라는 말로 심플하고 명쾌하게 앨범에 대한 고정관념을 훌쩍 뛰어넘어버리는 지용은 그래서 자유롭고 유연하다. 많은 피아니스트가 연주자의 호흡과 전혀 다른 방식으로 표현되는 발레 작업을 꺼리지만, 그는 지난 4월 < The Ballet >을 통해 발레리나 강수진과의 협업을 이뤄냈다. 이어 여의도공원, 명동 눈스퀘어, 영등포 타임스퀘어 등의 열린 공간에서 게릴라성으로 진행된 ‘Stop & Listen’ 프로젝트는 “내 연주는 곧 파티”라는 그의 예술관과 맞닿아있다. 또한 지난 10월에는 일본의 뮤지션 프리템포와의 콜라보레이션을 선보이기도 했다. 정통 클래식의 대중화에 앞장선 앙상블 디토의 3번째 시즌 멤버로 활동하기도 한 그는 더 젊은 호흡으로 더 멀리 더 가까이 다가간 셈이다.
신동과 질풍노도를 지나 스타일을 만들다 지난 11월 16일 915 인더스트리 갤러리에서 열린 쇼케이스는 그런 그의 개성을 가장 잘 드러낸 공연이었다. “괜찮아요. 마음대로 하세요.” 어떤 클래식 공연의 호스트가 찾아온 관객들에게 이런 멘트를 할 수 있을까. “페달링이 될 수 있을까” 싶을 정도의 부츠에 아방가르드한 의상을 입고 등장하지만 그는 “4년째 계속 연주 중인” 슈만/리스트의 ‘헌정’을 시작으로 정통 연주를 들려준다. 시를 닮은 ‘헌정’과 “직접 음악을 들으며 느낀 감정을 페인팅한” 영상과 함께 흐르는 슈베르트/리스트의 ‘물레질하는 그레첸’, 뮤직비디오와 함께 공연된 슈만/리스트의 ‘마왕’ 그리고 리스트의 ‘위로’까지. 미국으로 건너가 10세에 이미 뉴욕필 최연소 협연 타이틀을 따낸 신동 시절과 “16살 즈음 열정이 사라진 자동음악기계” 시절을 지나 만들어진 청년 지용의 스타일은 화려하고 에너제틱한 한편, 쓸쓸하다.
하지만 “연상 좋아하세요?”라는 팬의 질문에 커다란 입으로 미소를 짓고, 반짝이는 눈으로 ‘차도남’이나 ‘딴따라’의 뜻을 물어보는 그는 아직 스무 살이다. 자신의 의상을 위해 직접 스타일 보드를 제작하고, 공연장의 조명과 영상에까지 손을 뻗치는 욕심쟁이가 여는 한국 첫 리사이틀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 The Ballet >, 디토 페스티벌, BBC 오케스트라 협연을 거쳐 2010년 마지막 일정으로 선택한 리사이틀은 < LISZTOMANIA >에 수록된 곡들은 물론, 베르디의 오페라 의 연주도 들을 수 있다. 11월 20일 안산문화예술의 전당과 26일 전주소리문화의 전당을 거쳐 28일 “연주자들의 꿈의 공연장”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 당도한다. 그런데 혹시 레이디 가가 메들리 들려줄 생각은 없어요?
글. 장경진 three@
사진. 이진혁 elev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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