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소셜네트워크>│페이스북 시대의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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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사무실에 앉아있는 동료들이 말을 안 하기 시작했다. 대신 그 대화는 트위터의 ‘타임라인’으로 옮겨진다. 개인 홈페이지나 블로그가 나의 취향과 생각을 일방적으로 늘어놓는 공간이라면 트위터나 페이스북으로 대표되는 SNS(Social Networking Service)는 나의 취향과 생각을 ‘누구와’ 나누는지를 전시하는 공간이다. 주로 1:1로 이루어지는 ‘메신저’의 휘발성 소통이 아니라 우리의 대화를 누군가를 보고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한 공개적 기록. ‘친구’가 되지 않으면 제한된 정보만을 허가받고, ‘맞팔’이 아니라면 상대의 이야기는 보지만 내 기록은 보여주지 못하는 일방적 추종. 하지만 이런 폐쇄성과 공개성이라는 공존하기 어려운 극단의 성질은 오히려 SNS의 거부 못할 매력으로 작동했다.

그리고 언제부터인가 많은 이들을 손에서 스마트폰을 내려놓기 어려운 지경으로 만들어 놓고야 말았다. 트위터 최고의 스타로 떠올랐던 뮤지션 존 메이어가 “음악에 전념하려면 이제 정말 트위터를 그만두어야겠다”는 금(禁)트위터 선언을 할 정도였으니 그 중독성은 더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다. 이제 스마트한 광고주들은 신상품의 출시를 알리기 위해 비싼 광고를 특정 매체에 싣는 것보다 충실한 ‘팔로워’들의 ‘RT(리트윗)’나 다정한 페이스북 ‘친구들’의 ‘LIKE’ 마크가 훨씬 효과적인 시대가 도래했음을 안다. 보이지 않는, 그러나 확연히 보이는 네트워크로 연결된 세상, 2010년 11월의 대한민국, 아니 전 세계의 풍경이다.
영화 <소셜네트워크>│페이스북 시대의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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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구남친의 믿지 못할 이별극복기
영화 <소셜네트워크>│페이스북 시대의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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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1일 북미개봉 이후 박스오피스를 강타하고 각종 비평에서 ‘Thumbs up’을 이끌어낸 (국내 개봉 11월 18일)는 페이스북의 창립자이자 현 CEO인 마크 주커버그(제시 아이젠버그)에 대한 영화다. 하지만 이 영화를 하버드 천재소년이 어떻게 SNS계의 혁명이라 불리우는 페이스북을 만들었는지, 어떻게 26살의 청년이 지가 발표한 2010년 미국 400대부자 중 35위에 올랐는지, 그 성공신화를 따라가는 감동의 다큐멘터리라고 짐작하면 곤란하다. 오히려 는 그 거대한 사업의 시작이 유치한 복수심에서 발화되었음을 주목한다. 여자 친구에게 버림받은 후, 그녀가 어디서든 자신의 상태를 볼 수밖에 없도록 만들겠다는 설익은 생각은 엄청난 아이디어가 되어 사업으로 확장된다. 그러나 온라인 친구가 늘어가고, 그 네트워크가 하버드를 넘어 스탠포드로, 5대양 6대륙으로 확장되는 것과 반비례하게, 공동창립자이자 유일한 친구였던 왈도(앤드류 가필드)와 등을 지고, 사업 확장에 공헌한 숀 파커(저스틴 팀버레이크)를 쳐내는 등 마크의 오프라인 친구는 점점 제로점를 향해간다.

영화 , 등의 작품을 통해 사건과 시간을 직조하는 탁월한 능력을 입증 한 바 있는 데이빗 핀처가 감독한 는 SNS의 빠른 속도감을 스크린 위로 그대로 옮겨온다. 하지만 정작 이토록 빠른 레이스의 끝은 역설적으로 한 남자가 끝내 허락받지 못한 한 여자의 마음에 대한 느리고 미련한 집착으로 종결된다. 50억의 친구를 얻을 수 있지만, 단 한 사람의 마음을 얻기 위한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말하는 21세기 우화, 그것이 바로 다.

글. 백은하 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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