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 배고픈 사람은 클릭하지 마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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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영화에서 음식은 대화를 위한 재료다. 한국 영화에서 음식은 화해의 조역이고, 중국 영화에서 음식은 부의 척도다. 그리고 일본 영화에서 음식은 생활의 시작이다. 영화 에서 사치에가 핀란드에 건너가 주먹밥을 만들었던 것처럼 일본 영화에선 유독 음식으로 생활의 리듬을 바꾸는 주인공들이 많다. 장바구니에서 재료를 꺼내고 채소를 물에 씻어 다듬고 불에 밥을 안치며 일본 영화 속 주인공들은 새로운 하루를 시작한다. 완성된 음식을 식탁에 차려 타인과 나누기 이전, 음식과 마주하며 스스로를 가다듬는 것이다. 일본어로 밥(食)은 사람(人)아래 좋다(良)라고 쓰듯이, 일본 영화는 음식이 가진 자연의 이점에서 새로운 출발을 찾는다.

모든 먹보들에게 보내는 영화제
주의, 배고픈 사람은 클릭하지 마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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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6일부터 12일까지 도쿄 에비스 가든플레이스에서 제 1회 도쿄밥영화제가 열렸다. 이 영화제는 영화사 스타일잼이 제작한 영화 < Eatrip >의 프로모션으로, ‘모든 먹보들에게 보내는 영화제’를 콘셉트로 일본 전국을 돌고 있다. 개막작인 < Eatrip >을 비롯해 오기가미 나오코 감독의 , 남극 원정대들의 식탁을 소재로 한 , 줄리엣 비노쉬의 초콜릿이 먹음직스러웠던 등 여덟 편의 영화가 상영됐다. ‘밥영화제’라는 독특한 콘셉트에 어울리는 다양한 이벤트도 진행됐다. 상영작에 등장하는 요리를 하나씩 선정해 레시피를 공개했고, 주방을 책임지는 엄마들을 위해 자녀와 함께 관람하면 티켓비가 할인되는 ‘엄마의 상영회’도 열었다. 그리고 영화제가 열린 극장 로비에는 영화에 등장하는 요리의 맛집을 골라 ‘맛집 지도’가 전시됐다. 의 새우튀김, 의 바지리코 파스타 등 영화제가 선정한 각 ‘영화의 요리’도 눈에 띄었다.

영화제의 개막작 < Eatrip >은 영화제의 메시지를 담은 테마 작품과 같다. 13명의 식탁을 돌며 담은 식문화, 재료, 삶의 방식은 음식과 사람에 대한 질문과 같다. 물물교환을 하며 살고 있는 가수 UA의 모습, 차도 문화를 몸소 체험하는 배우 아사노 타다노부의 자세, 그리고 도시를 떠나 오키나와에 자리를 잡은 한 젊은 여성의 생활은 관객에게 음식이 가진 가장 기본적인 의미를 떠올리게 한다. 일본의 많은 영화가 도마에 놓인 식재료를 지긋이 카메라로 담듯이 < Eatrip >은 사람과 음식의 첫 만남을 생각해보자고 제안한다. 푸짐한 밥상, 미각을 자극하는 냄새, 보기 좋게 토핑된 장식 이전 사람에게 좋은 음식은 무엇일까. 영화로 꾸며진 이 맛있는 식단은 도쿄의 식문화가 어떻게 피어났는지 가늠하게 하는 좋은 에피타이저기도 하다.

사진제공. 도쿄밥영화제

글. 도쿄=정재혁
편집. 이지혜 sev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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