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근우의 10 Voice] <부당거래>, 한국형 영웅 서사를 조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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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에서 광역수사대 형사 대호(마동석)는 상사인 최철기(황정민) 반장을 ‘형님’이라고 부른다. 대호의 아들 역시 철기를 ‘삼촌’이라 부른다. 연장자에 대한 우대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경찰대 출신인 형사가 경찰대 출신이 아닌 철기를 ‘선배’라고 부르는 것과는 확연히 다른 호칭이다. 강 국장(천호진)이 가짜 범인을 만드는 대국민 사기극에 철기를 끌어들이는 명분 중 하나도 ‘너네 애들’의 출세에 대한 것이었다. 이처럼 철기네 팀을 이끄는 것은 유사 가족적인 의리와 유대감이고, 철기는 그 안에서 ‘형님’ 대접을 받을만한 능력과 카리스마가 있는 인물이다. 그리고 철기의 능력과 그를 절대적으로 따르는 팀원들의 노력으로, 그와 그의 팀은 광역수사대 안의 에이스가 된다.

요컨대, 철기는 영화 속 영웅의 조건을 가지고 있는 인물이다. 건설업계의 거물을 잡아들이는 일에도 거침이 없고, 검사에게도 당당한 터프가이. 그리고 수많은 ‘아우’들을 거느린 의리의 ‘형님’. 경찰대 출신이 아니라 번번이 팀장 승진에서 떨어진다는 설정은 오히려 영웅으로서의 후광을 더해준다. 하지만 는 히어로무비가 아니다. 기본적으로 이 영화는 경찰 철기와 검사 주양(류승범)이 맞서면서 연쇄적으로 터져 나오는 추악한 사건들로 점철되어있지만, 그 파국행 급행열차 안에서 가장 뚜렷한 서사는 철기의 몰락이다. 물론 그것은 철기가 ‘부당거래’에 응하면서 시작된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일종의 도화선일 뿐, 파국행 급행열차가 지치지 않고 달릴 수 있는 건 이미 그의 유사 가족적인 조직 안에서 상당한 부패가 진행되어서다. 이들의 온정주의는 낮부터 소주를 기울이고 서로를 위하는 모습처럼 종종 인간적이고 평화롭지만, 그 평화가 유지될 수 있는 건 결국 ‘아우’들이 오락실에서 촌지 받은 걸 철기가 눈감아주기 때문이다.

수많은 평범한 ‘옳은 놈’을 위해
[위근우의 10 Voice] <부당거래>, 한국형 영웅 서사를 조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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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에서 철기의 몰락은 실제 영웅의 안타까운 몰락이라기보다는, 능력과 의리를 중요한 덕목으로 생각하는 한국형 영웅 서사에 대한 비아냥에 가깝다. 이것은 좀 더 정확히 말해 ‘난 놈’에 대해 유독 관대한 우리나라 특유의 정서에 대한 것이다. 철기는 결코 ‘옳은 놈’은 아니지만 ‘난 놈’이다. 그는 능력도 있고 의리도 있다. 냉정히 말해 그는 더욱 공정한 대한민국을 만드는데 하등 도움이 되지 않는 경찰이지만 이런 이들은 종종 이 나라에서 영웅으로 추앙 받는다. 70년대 유신정권의 인권 탄압과 독재는 분명 문제지만, 그 수많은 반대 의견을 뿌리치고 경제 성장을 이룬 카리스마는 인정하자는 궤변이 아직도 통하는 게 21세기의 대한민국이다. 남자끼리의 의리에 대한 향수도 마찬가지다. 전두환은 싫어도 장세동은 멋있다고 여기는 사람들은 과연 소수 기성세대에 불과할까? 이미 우리는 몇 년 전, 도덕적 결함은 상관없으니 불도저처럼 밀어붙여 경제를 살려달라며 지금의 대통령을 만들었다. 그래도 ‘난 놈’이 뭔가 해줄 거라는 기대감, 그것은 영화가 아닌 현실 속에서 한국형 영웅 서사의 기저를 이룬다. 에서 상부가 철기를 이용하는 방법 역시 이러한 영웅 서사를 통한 언론 플레이였다.

얼마 전 종영한 KBS 에서 성균관 유생들이 이선준의 억울함을 고하기 위해 일으킨 권당은 그런 면에서 의미심장하다. 물론 이 권당을 이끈 건 구용하(송중기)와 김윤희(박민영)이지만 결국 그것이 가능할 수 있었던 건, 고봉(동윤)을 비롯한 수많은 유생 하나하나가 옳고 그름에 대해 각성했기 때문이다. 세상을 더 좋은 방향으로 이끄는 건 하나의 ‘난 놈’이 아닌, 수많은 평범한 ‘옳은 놈’이다. 물론 영웅에 대한 이야기는 영화 안에서도 바깥에서도 종종 우리를 매혹시킨다. 하지만 그것은 우리의 게으름을 담보로 하는 위험한 매혹이다.

글. 위근우 e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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