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name is 오창석. 밝을 창(彰)에 주석 석(錫)자를 쓴다. 외할아버지께서 지어주신 이름이다.
1982년 6월 2일에 태어났다. 누나와 여동생이 한 명씩 있지만, 딱히 여성스러운 유년기를 보낸 건 절대 아니다. 그냥 남자들끼리 운동하고 싸우고 반성문 많이 쓰면서 자랐다. (웃음)
세종 대학교에서 산업디자인을 전공하고 있다. 1년 반 가까이 학교에서 15시간 작업하고 밤새는 생활을 반복했더니 진짜 폐인이 됐다. 로빈슨 크루소처럼 수염 이만큼 자라고, 라꾸라꾸 침대에서 자고 화장실 세면대에서 머리 감고. 하하하. 거기다 디자인이라는 게 1mm에 목숨 걸어야 되고, 중간에 컴퓨터 오류나면 다 삭제되는 거라 굉장히 힘들었다. 아침 6시에 학교 자판기 커피를 마시면서 창밖을 봤는데, 사람들이 막 출근을 하더라. 회사 들어가면 학생 때보다 더 빡세다던데, 그러면 내가 행복하지 않을 것 같았다.
내가 디자이너를 포기하고 배우가 됐다는 사실을 친구들한테 1년 동안 숨겼다. 보통 디자인학과에서 디자인을 안하겠다고 하면 아웃사이더 취급을 받는다. 광고를 몇 편 찍으면서 과 친구들한테 얘기를 했다. ‘나 이거 준비하고 있어’라고 먼저 말하는 것보다 행동으로 보여주는 성격이라 어떤 결과가 나올 때까지 기다렸다.
연기를 시작하기 전에는 눈물도 거의 흘려본 적 없고 감수성도 메마른 사람이었다. 영화도 마초적이거나 블록버스터 같은 장르를 좋아했다. 그래서 연기 수업을 받을 때 거의 1년 동안 못 울었다. (웃음) 그 때부터 슬픈 멜로영화를 찾아보기 시작했다.
첫 연기수업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영화 의 ‘너 그거 알아? 나 중학교 때부터 너 따라 뛰었어’라는 대사를 독백하는데, ‘너 그거 알아?’라고 소리치는 순간 머리가 진짜 하얘졌다. 와, 그 느낌이 이상했다. 선생님이 ‘너 지금 머리 하얘졌지?’라고 하시길래 ‘네’라고 했더니, ‘그거 잊지마라. 그거다’라고 말씀해주셨다. 그 때 이상한 쾌감을 느꼈다.
2007년에 처음으로 부산국제영화제에 가봤는데, 내 작품이 없으니까 굉장히 초라하고 뻘쭘했다. 신인배우들이 본인 작품 없이 경험 삼아 한 번쯤은 갈만한데, 두 번은 가기 싫은 곳이다. (웃음) 다행히 이번에는 첫 영화 덕분에 당당하게 무대 인사까지 하고 왔다. 관객들이 영화 속 모습과 실물이 많이 다르다고 얘기해주셨는데, 그만큼 영화에 잘 스며들었다는 얘기 같아서 기분 좋았다.
군대 역시 한 번은 가볼 만 한데 두 번은 아니다. (웃음) 내가 입대할 때쯤 주변에 현역으로 가야 할 걸 괜히 요령 피우면서 4급 판정받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그런 식으로 살기는 싫었다. 그 친구들이 공익 다녀왔다고 해서 2년을 나보다 더 의미 있게 보낸 것도 아니고, 괜히 돈만 더 쓴 것 같다.
그런데 군대에 딱 하나 없는 건 합리성이다. 그래서 나는 나름 합리적인 병장이 되려고 애썼다. 일처리를 확실하고 빠르게 해야 후임들이 따른다. 만약 후임들이 ‘이 사람이 이걸 왜 이렇게 처리하지’라는 마음이 생기면 언젠가 꼭 한 번은 대들거든. 하하하.
KBS 에서 윤영(배종옥)의 상대배우 성소유 역으로 출연했다. 하지만 분량이 거의 단역배우 수준이라 누가 ‘거기 나왔죠?’라고 물어보면 민망하고 할 말이 없다. (웃음)
에서 영수와 세연의 베드신은 원래 마지막에 나오기로 돼 있었다. 신의 템포가 굉장히 느린데, 이게 엔딩에 배치되면 영화 자체가 루즈해질 것 같아서 초반에 나온 게 잘된 것 같다. 근데 그 장면에서 영수는 내가 봐도 진짜 ‘찐따’같다. 하하하. ‘쟤 도대체 뭐하는 거야?’ (웃음) 게이로 살아와서 여자랑 관계하는 것도 잘 모를 뿐더러 이걸 해야 되는지 말아야 되는지도 잘 모르는 애니까 그렇게 보일 수밖에 없다.
극 중 영수의 방은 우리 학교(세종대) 영화예술학과 건물에 있는 큰 창고였다. 12월 중순에 세트 촬영을 했는데, 마침 기말고사 기간이라 아침에 강의실에서 PPT 발표하다가 세트장으로 갔다. 일본 영화에 나오는 주인공들 방처럼, 굉장히 좁은데 가구 많고 TV 요만하고 채도가 확 떨어지는 분위기라 거기에 들어가면 저절로 우울한 영수가 된다. (웃음) 트레이닝복 입고 혼자 침대에 누워 있으면 눈물이 난다.
연인 사이였던 영수와 운철이 헤어질 때 그렇게 눈물이 많이 났다. 근데 감독님은 좀 더 덤덤하고 정 없게 얘기하라고 하셨다. 나보러 울지 말라고, 왜 그렇게 우냐고. 근데 나는 너무 슬펐다. (웃음)
영화를 찍고 나서 가장 좋은 건 남들한테 보여줄 자료가 생겼다는 점이다. 예전에는 작품 미팅이나 오디션 자리에서 누가 ‘연기 얼마나 하냐’고 물어보시면 설명하기 어려웠다. 연기가 상중하로 나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에서 ‘알겠습니다’ 대사 한 마디 한 걸 보여줄 수도 없고. (웃음)
방송을 앞둔 SBS 에서 NTS 현장출동요원 역할을 맡았는데, 최시원 씨도 같은 팀 요원으로 출연한다. 만날 뛰어다니고 쫓고 총 쏘고 다니는데, 워낙 운동을 좋아하다 보니까 나한테 잘 맞는 것 같다.
에서 내 대사량은 보다는 많다. (웃음) 주로 무전기에 대고 ‘누구 어딨어?’, ‘내려, 내려!’, ‘검정색 차량, 차량번호 7686’ 이런 대사를 한다.
‘연예인’이라는 단어를 싫어한다. 심지어 나랑 제일 친한 친구조차 ‘너 연예인이잖아’라고 얘기한다. 그러면 ‘아 무슨 내가 연예인이야, 그런 단어 좀 쓰지마!’라고 대꾸한다. (웃음) 난 그냥 직업이 배우인 사람이다. 물론 배우가 오픈된 직업이니까 어쩔 수 없이 연예인이 ‘되어 버리는’ 경우는 있지만, 연예인이 되고 싶지는 않다.
최근 인상 깊게 봤던 영화는 였다. 와 비슷하더라. (어떤 점이?) 관객의 평이 극과 극으로 갈린다는 거? 하하하하. 난 그런 영화가 좋다. 끝나고 싹 잊어버리는 영화가 아니라 집에 가서도 생각날 만큼 여운이 남는 작품.
앞으로 연출 공부를 해보고 싶다. 연출자가 어떤 앵글에서 찍고 어떤 느낌으로 편집하는 지 알면, 배우의 입장에서 그런 편집점에 맞춰 노련하게 연기할 수 있을 것 같다.
글. 이가온 thirteen@
사진. 이진혁 eleven@
편집. 장경진 three@
1982년 6월 2일에 태어났다. 누나와 여동생이 한 명씩 있지만, 딱히 여성스러운 유년기를 보낸 건 절대 아니다. 그냥 남자들끼리 운동하고 싸우고 반성문 많이 쓰면서 자랐다. (웃음)
세종 대학교에서 산업디자인을 전공하고 있다. 1년 반 가까이 학교에서 15시간 작업하고 밤새는 생활을 반복했더니 진짜 폐인이 됐다. 로빈슨 크루소처럼 수염 이만큼 자라고, 라꾸라꾸 침대에서 자고 화장실 세면대에서 머리 감고. 하하하. 거기다 디자인이라는 게 1mm에 목숨 걸어야 되고, 중간에 컴퓨터 오류나면 다 삭제되는 거라 굉장히 힘들었다. 아침 6시에 학교 자판기 커피를 마시면서 창밖을 봤는데, 사람들이 막 출근을 하더라. 회사 들어가면 학생 때보다 더 빡세다던데, 그러면 내가 행복하지 않을 것 같았다.
내가 디자이너를 포기하고 배우가 됐다는 사실을 친구들한테 1년 동안 숨겼다. 보통 디자인학과에서 디자인을 안하겠다고 하면 아웃사이더 취급을 받는다. 광고를 몇 편 찍으면서 과 친구들한테 얘기를 했다. ‘나 이거 준비하고 있어’라고 먼저 말하는 것보다 행동으로 보여주는 성격이라 어떤 결과가 나올 때까지 기다렸다.
연기를 시작하기 전에는 눈물도 거의 흘려본 적 없고 감수성도 메마른 사람이었다. 영화도 마초적이거나 블록버스터 같은 장르를 좋아했다. 그래서 연기 수업을 받을 때 거의 1년 동안 못 울었다. (웃음) 그 때부터 슬픈 멜로영화를 찾아보기 시작했다.
첫 연기수업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영화 의 ‘너 그거 알아? 나 중학교 때부터 너 따라 뛰었어’라는 대사를 독백하는데, ‘너 그거 알아?’라고 소리치는 순간 머리가 진짜 하얘졌다. 와, 그 느낌이 이상했다. 선생님이 ‘너 지금 머리 하얘졌지?’라고 하시길래 ‘네’라고 했더니, ‘그거 잊지마라. 그거다’라고 말씀해주셨다. 그 때 이상한 쾌감을 느꼈다.
2007년에 처음으로 부산국제영화제에 가봤는데, 내 작품이 없으니까 굉장히 초라하고 뻘쭘했다. 신인배우들이 본인 작품 없이 경험 삼아 한 번쯤은 갈만한데, 두 번은 가기 싫은 곳이다. (웃음) 다행히 이번에는 첫 영화 덕분에 당당하게 무대 인사까지 하고 왔다. 관객들이 영화 속 모습과 실물이 많이 다르다고 얘기해주셨는데, 그만큼 영화에 잘 스며들었다는 얘기 같아서 기분 좋았다.
군대 역시 한 번은 가볼 만 한데 두 번은 아니다. (웃음) 내가 입대할 때쯤 주변에 현역으로 가야 할 걸 괜히 요령 피우면서 4급 판정받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그런 식으로 살기는 싫었다. 그 친구들이 공익 다녀왔다고 해서 2년을 나보다 더 의미 있게 보낸 것도 아니고, 괜히 돈만 더 쓴 것 같다.
그런데 군대에 딱 하나 없는 건 합리성이다. 그래서 나는 나름 합리적인 병장이 되려고 애썼다. 일처리를 확실하고 빠르게 해야 후임들이 따른다. 만약 후임들이 ‘이 사람이 이걸 왜 이렇게 처리하지’라는 마음이 생기면 언젠가 꼭 한 번은 대들거든. 하하하.
KBS 에서 윤영(배종옥)의 상대배우 성소유 역으로 출연했다. 하지만 분량이 거의 단역배우 수준이라 누가 ‘거기 나왔죠?’라고 물어보면 민망하고 할 말이 없다. (웃음)
에서 영수와 세연의 베드신은 원래 마지막에 나오기로 돼 있었다. 신의 템포가 굉장히 느린데, 이게 엔딩에 배치되면 영화 자체가 루즈해질 것 같아서 초반에 나온 게 잘된 것 같다. 근데 그 장면에서 영수는 내가 봐도 진짜 ‘찐따’같다. 하하하. ‘쟤 도대체 뭐하는 거야?’ (웃음) 게이로 살아와서 여자랑 관계하는 것도 잘 모를 뿐더러 이걸 해야 되는지 말아야 되는지도 잘 모르는 애니까 그렇게 보일 수밖에 없다.
극 중 영수의 방은 우리 학교(세종대) 영화예술학과 건물에 있는 큰 창고였다. 12월 중순에 세트 촬영을 했는데, 마침 기말고사 기간이라 아침에 강의실에서 PPT 발표하다가 세트장으로 갔다. 일본 영화에 나오는 주인공들 방처럼, 굉장히 좁은데 가구 많고 TV 요만하고 채도가 확 떨어지는 분위기라 거기에 들어가면 저절로 우울한 영수가 된다. (웃음) 트레이닝복 입고 혼자 침대에 누워 있으면 눈물이 난다.
연인 사이였던 영수와 운철이 헤어질 때 그렇게 눈물이 많이 났다. 근데 감독님은 좀 더 덤덤하고 정 없게 얘기하라고 하셨다. 나보러 울지 말라고, 왜 그렇게 우냐고. 근데 나는 너무 슬펐다. (웃음)
영화를 찍고 나서 가장 좋은 건 남들한테 보여줄 자료가 생겼다는 점이다. 예전에는 작품 미팅이나 오디션 자리에서 누가 ‘연기 얼마나 하냐’고 물어보시면 설명하기 어려웠다. 연기가 상중하로 나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에서 ‘알겠습니다’ 대사 한 마디 한 걸 보여줄 수도 없고. (웃음)
방송을 앞둔 SBS 에서 NTS 현장출동요원 역할을 맡았는데, 최시원 씨도 같은 팀 요원으로 출연한다. 만날 뛰어다니고 쫓고 총 쏘고 다니는데, 워낙 운동을 좋아하다 보니까 나한테 잘 맞는 것 같다.
에서 내 대사량은 보다는 많다. (웃음) 주로 무전기에 대고 ‘누구 어딨어?’, ‘내려, 내려!’, ‘검정색 차량, 차량번호 7686’ 이런 대사를 한다.
‘연예인’이라는 단어를 싫어한다. 심지어 나랑 제일 친한 친구조차 ‘너 연예인이잖아’라고 얘기한다. 그러면 ‘아 무슨 내가 연예인이야, 그런 단어 좀 쓰지마!’라고 대꾸한다. (웃음) 난 그냥 직업이 배우인 사람이다. 물론 배우가 오픈된 직업이니까 어쩔 수 없이 연예인이 ‘되어 버리는’ 경우는 있지만, 연예인이 되고 싶지는 않다.
최근 인상 깊게 봤던 영화는 였다. 와 비슷하더라. (어떤 점이?) 관객의 평이 극과 극으로 갈린다는 거? 하하하하. 난 그런 영화가 좋다. 끝나고 싹 잊어버리는 영화가 아니라 집에 가서도 생각날 만큼 여운이 남는 작품.
앞으로 연출 공부를 해보고 싶다. 연출자가 어떤 앵글에서 찍고 어떤 느낌으로 편집하는 지 알면, 배우의 입장에서 그런 편집점에 맞춰 노련하게 연기할 수 있을 것 같다.
글. 이가온 thirteen@
사진. 이진혁 eleven@
편집. 장경진 thr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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