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근초고왕>│소금장수에서 왕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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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세기 한반도. 백제의 제4왕자 부여구(감우성)는 왕위 다툼에서 자신을 탐탁지 않게 여기는 아버지 비류왕(윤승원)에게 버림받고, 할아버지 흑강공(서인석)을 따라 호위무사 복구검(한정수), 파윤(강성진), 사촌 동생 진승(안재모)과 함께 소금장수가 되어 세상을 떠돈다. 자신을 버린 아버지에게 받은 상처로 인해 왕위에 대한 환멸을 느끼며 바다가 닿는 곳 어디든 자유로운 소금장수의 삶을 꿈꾸는 여구지만, 시대는 그를 평범한 소금장수로 살아가는 것을 허락하지 않고 다시 조국 백제로 부른다.

1일 서울 임피리얼 팰리스 호텔에서 제작발표회를 가진 KBS 대하사극 (연출 윤창범 김영조, 극본 정성희 유숭열)을 설명하는 가장 큰 키워드는 ‘KBS 대하사극의 변화’다. 은 KBS 이후 잠시 주춤했던 KBS 대하사극의 부활을 노리며 소재에서부터 다소 새로운 길을 걷는다. 그 간 사극에서 제대로 다뤄진 적 없는 백제를 다룬 것. 배우들 또한 다소 낯선 소재에 대한 호기심을 숨기지 않았는데, 오랜만에 드라마 출연을 결정한 감우성은 “나도 사실 어떤 왕인지 잘 모른다. 그런 궁금증이 가장 나를 자극한 것 같다”고 출연의 의의를 설명했고, KBS , SBS 등 사극 경험이 많은 윤승원도 “보통 연기자들이 이런 큰 규모의 역사드라마를 하게 되면 공부를 많이 하는데, 이번엔 워낙 자료가 부족해서 대본 말고 자료가 별로 없더라”고 말했다. 실제로 사료에는 근초고왕 직위부터 20년간의 역사가 전혀 쓰여 있지 않아서 작가의 상상력이 개입될 여지가 크다.

KBS 대하사극의 그림자를 벗고

또한 은 인적 구성에서도 새로운 피를 수혈하려 노력한 흔적을 엿볼 수 있다. TV 사극이 처음인 감우성은 물론, 사극 자체가 처음인 김지수, 강성진, 이지훈에 이르기까지 새로운 얼굴들이 포진한 캐스팅은 이 퓨전 사극이 아닌 KBS1 정통 대하사극임을 감안하면 다소 의외다. 연출에서도 의외의 이름들을 발견할 수 있다. KBS , , 의 윤창범 감독 외에도, KBS , 등 주로 현대물에서 감각적인 화면을 선보인 바 있는 김영조 감독이 공동연출을 맡았다. 특히 이 날 제작발표회에서 공개된 15분 가량의 클립은 역동적인 편집과 미장센이 돋보였다. KBS 출연이 “거의 처음이라 신인의 마음으로 연기한다”는 위비랑 역의 정웅인은 “방금 상영된 화면을 봤는데, 죄송한 말씀이겠지만 KBS 사극화면 같지 않더라. 어쩐지 칙칙하게 나올 줄 알았는데. 화면의 느낌이 너무 좋다”며 기대감을 표했다.

하지만 새로운 시도는 위험부담도 함께 안고 있다. 이 사료의 빈자리를 개연성 있게 채워내지 못 한다면 KBS 대하사극의 전통적인 시청자층의 외면을 당할 수도 있다. 극 중 소금장수가 되어 세상을 떠도는 여구의 젊은 날 또한 어쩐지 MBC 이나 등에서 익히 보았던 설정이다. “그 시간대가 되면 늘 KBS를 틀어놓는 분들의 기대치에 맞는 사극이 다시 돌아왔단 생각이 들 것 같다. 그렇지만 비주얼적인 부분에서는 기존 사극과는 또 다르고, 다루지 않았던 백제의 문화를 잘 살리면 충분한 볼거리가 있을 거라 생각한다”는 정웅인의 말처럼, 은 기존 정통사극 시청자들을 만족시키면서도 혁신을 이뤄야 하는 쉽지 않은 숙제를 안고 있다. 과연 이후 침체기를 맞은 KBS 대하사극의 명맥을 다시 이을 수 있을까. 첫 방송은 오는 6일 9시 40분 KBS 1TV에서 만날 수 있다.

사진제공. KBS

글. 이승한 fourt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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