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마흔 세 번째 미션은 ‘남자, 그리고 디지털의 습격’이었습니다. 평균 연령 41.6세인 일곱 명의 멤버들이 최첨단 디지털을 과연 얼마나, 어떻게 활용하고 있는지 확인해보는 시간이었죠. 그리고 ‘아날로그지만 괜찮아’하며 뒷짐 진 채 수수방관하고 있다가는 어떤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지 실감케 하는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이번 미션에서 다뤄진 스마트폰, USB, DSLR 카메라, 스캐너, SNS, 노트북 등의 첨단기기는 윤형빈이나 이정진 같은 ‘YB’ 팀들에게는 이미 생활화 되어있는지라 그들을 겨냥한 미션은 당연히 아니었습니다. 다만 첨단 문명에 발맞추지 못하고 뒤처진 주변인들을 한번쯤 돌아보는 계기는 되었지 싶더군요. 그들로서는 이 기특하기 짝이 없는 문명의 수용을 거부한 채 살아가는 ‘OB’ 팀 멤버들이 이해될 리 없을 겁니다. 하늘과 같은 선배들이니 드러내놓고 티를 내지 못했을 뿐 아마 속으로는 꽤 답답해했을 거예요. 어쩌면 아예 그러던 말던 관심이라곤 없었을 수도 있고요.
이렇게 서로 같은 공간에 존재하지만 서로 뭘 하는지 알지 못하는 상황은 사실 어느 집안에서나, 어느 직장에서나 흔히 벌어지는 일입니다. 다행인 건 이미 스마트폰 사용자로서 유용함을 인정하게 된 이경규 씨를 보면 그나마 희망이 보인다는 사실이에요. 왜 우리아이는 시도 때도 없이 휴대폰만 들여다보고 있는지 이해할 수 없었던 아버지라 할지라도 일단 스마트폰 사용법을 숙지하고 나면 이경규 씨처럼 어느새 예찬론자가 될 수도 있으니 말이에요. 물론 윤형빈 씨 같은 친절한 도우미가 필수겠지만요.
편지도 좋지만 문자 메시지에도 좋은 점은 있답니다 놀라웠던 건 김국진 씨가 최첨단 디지털은커녕 이메일조차 사용하지 않는다는 점이었어요. 오히려 문외한이리라 짐작했던 이경규 씨는 개화에 앞장 선 반면 김국진 씨는 인간관계의 깊이가 사라졌음을 아쉬워하며 거부감을 표하시더군요. 정색을 하시는 모양새가 쇄국정치에 필적할 거부감이시던 걸요. 물론 이해는 가요. 지나친 사생활 노출을 비롯한 디지털화에서 파생되는 갖가지 문제들을 나 몰라라 하자는 건 아닙니다. 그러나 이경규 씨 말씀대로 우리에게 유용한 문명이 있다면 그에 따르는 어느 정도의 부작용 또한 감수할 수밖에 없는 일 아니겠어요? 대형 사고가 무서워서 비행기나 자동차를 거부한 채 걸어서 세계 일주를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요. 어디 그뿐입니까. 전기세 아깝다며, 세탁기 못 미덥다며 평생 손빨래 고집하고, 청소기 꺼림칙하다고 쪼그려 앉아 걸레질 하다가 손목이며 무릎 관절 죄다 버리고 고생하는 어르신들이 어디 한 둘이냐고요. 문명의 이기가 등장했으면 일단 접해본 후 이러니저러니 판단을 해도 늦지 않으련만 왜 무턱대고 피하기부터 하고 보는지 모르겠습니다. 사실 아궁이에 불 때가며 지은 가마솥 밥이 최상의 맛이라는 걸 누가 모르나요. 허나 현실적으로 가능치 않으니 그중 흡사한 맛을 내는 전기밥솥을 쓰는 게지요. 한자 한자 눌러 쓴 손 편지가 더할 나위 없이 정겹긴 해도 보다 빠르게 소식을 전하고자 문자메시지며 SNS를 사용하는 거고요.
일단 무조건 피하지 말고 한 번 시도해 보세요 이미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범위가 아니다, 이미 우리 생활 속에 너무나 깊숙이 침투해서 더 이상 거부하기 어려운 현실이라는 걸 받아들이자는 제작진의 제안에 저는 고개가 끄덕여지던 걸요. 모든 의사 표현과 자료 전달을 이메일과 문자로 주고받는 업무 과정에서 김국진 씨 홀로 이메일을 사용치 않으신다는 건 제작진 중 누군가가 불편을 겪고 있거나 김국진 씨 측근 중 누군가가 그 업무를 대신하고 있다는 얘기가 되겠죠. 이는 즉 도와줄 사람이 없다면 일 처리를 제대로 하실 수 없다는 얘기도 되고요. 휘몰아치는 디지털화의 광풍이 마뜩치 않으시더라도 나로 인해 누군가가 피해를 보고 있다면 기꺼이 받아들이시는 편이 옳다고 여겨지지 않으시나요?
사실 스마트폰을 생전 처음 손에 잡아봤음에도 무료 어플을 다운 받아 설치하라는 미션에 성공한 건 이경규 씨가 아닌 바로 김국진 씨였잖아요? 못할 것 같아서 엄두를 못 낸 게 아니라 디지털화의 폐해가 싫어 스스로 멀리 하셨던 게 맞더라고요. 하기야 지난 날, 날이 어둑어둑해지는 것도 모르고 불도 안 켠 채 몇 시간씩 한 자리에서 퍼팅 연습만 하고 있더라는 전설 같은 집중력 아닙니까. 일단 파고들면 스마트폰이든 뭐든 해결 못하실 일이 없다고 봐요. ‘남자, 그리고 디지털의 습격’은 우리 집안에도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우리 남편이 오늘 인터넷 메신저라는 걸 시작했거든요. 해외에 나가 있는 아들과 화상 통화를 하기 위해서죠. 아무래도 이경규 씨의 개화를 보며 용기를 낸 것 같습니다. 김국진 씨의 일상에도 이메일을 사용하시는 작은 변화가 또 다른 행복을 찾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봅니다. 글. 정석희 (칼럼니스트)
편집. 이지혜 seven@
이렇게 서로 같은 공간에 존재하지만 서로 뭘 하는지 알지 못하는 상황은 사실 어느 집안에서나, 어느 직장에서나 흔히 벌어지는 일입니다. 다행인 건 이미 스마트폰 사용자로서 유용함을 인정하게 된 이경규 씨를 보면 그나마 희망이 보인다는 사실이에요. 왜 우리아이는 시도 때도 없이 휴대폰만 들여다보고 있는지 이해할 수 없었던 아버지라 할지라도 일단 스마트폰 사용법을 숙지하고 나면 이경규 씨처럼 어느새 예찬론자가 될 수도 있으니 말이에요. 물론 윤형빈 씨 같은 친절한 도우미가 필수겠지만요.
편지도 좋지만 문자 메시지에도 좋은 점은 있답니다 놀라웠던 건 김국진 씨가 최첨단 디지털은커녕 이메일조차 사용하지 않는다는 점이었어요. 오히려 문외한이리라 짐작했던 이경규 씨는 개화에 앞장 선 반면 김국진 씨는 인간관계의 깊이가 사라졌음을 아쉬워하며 거부감을 표하시더군요. 정색을 하시는 모양새가 쇄국정치에 필적할 거부감이시던 걸요. 물론 이해는 가요. 지나친 사생활 노출을 비롯한 디지털화에서 파생되는 갖가지 문제들을 나 몰라라 하자는 건 아닙니다. 그러나 이경규 씨 말씀대로 우리에게 유용한 문명이 있다면 그에 따르는 어느 정도의 부작용 또한 감수할 수밖에 없는 일 아니겠어요? 대형 사고가 무서워서 비행기나 자동차를 거부한 채 걸어서 세계 일주를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요. 어디 그뿐입니까. 전기세 아깝다며, 세탁기 못 미덥다며 평생 손빨래 고집하고, 청소기 꺼림칙하다고 쪼그려 앉아 걸레질 하다가 손목이며 무릎 관절 죄다 버리고 고생하는 어르신들이 어디 한 둘이냐고요. 문명의 이기가 등장했으면 일단 접해본 후 이러니저러니 판단을 해도 늦지 않으련만 왜 무턱대고 피하기부터 하고 보는지 모르겠습니다. 사실 아궁이에 불 때가며 지은 가마솥 밥이 최상의 맛이라는 걸 누가 모르나요. 허나 현실적으로 가능치 않으니 그중 흡사한 맛을 내는 전기밥솥을 쓰는 게지요. 한자 한자 눌러 쓴 손 편지가 더할 나위 없이 정겹긴 해도 보다 빠르게 소식을 전하고자 문자메시지며 SNS를 사용하는 거고요.
일단 무조건 피하지 말고 한 번 시도해 보세요 이미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범위가 아니다, 이미 우리 생활 속에 너무나 깊숙이 침투해서 더 이상 거부하기 어려운 현실이라는 걸 받아들이자는 제작진의 제안에 저는 고개가 끄덕여지던 걸요. 모든 의사 표현과 자료 전달을 이메일과 문자로 주고받는 업무 과정에서 김국진 씨 홀로 이메일을 사용치 않으신다는 건 제작진 중 누군가가 불편을 겪고 있거나 김국진 씨 측근 중 누군가가 그 업무를 대신하고 있다는 얘기가 되겠죠. 이는 즉 도와줄 사람이 없다면 일 처리를 제대로 하실 수 없다는 얘기도 되고요. 휘몰아치는 디지털화의 광풍이 마뜩치 않으시더라도 나로 인해 누군가가 피해를 보고 있다면 기꺼이 받아들이시는 편이 옳다고 여겨지지 않으시나요?
사실 스마트폰을 생전 처음 손에 잡아봤음에도 무료 어플을 다운 받아 설치하라는 미션에 성공한 건 이경규 씨가 아닌 바로 김국진 씨였잖아요? 못할 것 같아서 엄두를 못 낸 게 아니라 디지털화의 폐해가 싫어 스스로 멀리 하셨던 게 맞더라고요. 하기야 지난 날, 날이 어둑어둑해지는 것도 모르고 불도 안 켠 채 몇 시간씩 한 자리에서 퍼팅 연습만 하고 있더라는 전설 같은 집중력 아닙니까. 일단 파고들면 스마트폰이든 뭐든 해결 못하실 일이 없다고 봐요. ‘남자, 그리고 디지털의 습격’은 우리 집안에도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우리 남편이 오늘 인터넷 메신저라는 걸 시작했거든요. 해외에 나가 있는 아들과 화상 통화를 하기 위해서죠. 아무래도 이경규 씨의 개화를 보며 용기를 낸 것 같습니다. 김국진 씨의 일상에도 이메일을 사용하시는 작은 변화가 또 다른 행복을 찾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봅니다. 글. 정석희 (칼럼니스트)
편집. 이지혜 seven@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