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의 비밀’, 가족은 원래 그런 것
‘가족의 비밀’, 가족은 원래 그런 것
‘가족의 비밀’ 토 KBS2 밤 11시 15분
“우리는 딱 평균이야.” 기껏 서로를 위로한다는 말이 그 정도뿐인, 너무 평범해서 눈에 띄지도 않는 소시민 가족이 있다. 평생을 돈에 쪼들려온 가족은 서로에게 꿈과 돈을 빚진 채, 같은 지붕에서도 서로 다른 생각을 하며 사소한 비밀을 품고 살아간다. ‘가족의 비밀’의 왕씨 일가에게 특별한 점은 도무지 없다. 나름대로 숨기고 있는 비밀들 역시 밝혀진대도 잠시 얼굴 붉히고 말 정도의 것일 뿐이다. 하지만 이 특별하지 않은 내용의 가족극을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힘은, 인생의 굴곡을 대하는 가족들의 태도에서 나온다. 이 가족들은 불행이 닥치거나 비밀이 탄로 나는 그 순간에도 평소의 모습을 거의 잃지 않는다. 연애를 하는 남자가 이혼남인 것을 동생에게 들키자 주리(윤세아)는 당황해서 거짓말을 했다가도 이내 인정하고, 미성년자가 운영하던 사이트에 야설을 연재했다는 이유로 아버지 왕복(이희도)이 구치소에 수감되었을 때에도 그를 마주하는 아들 태평(전아민)과 아내 양희(김미경)의 태도는 평소보다 조금 어색할 따름이다. 이들은 오늘 보고 헤어지면 내일 안 볼 사람들이 아니고, 다시 아침 밥상에서 마주해야 하는 가족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치매에 걸린 시아버지(윤주상)의 몸을 씻겨주면서 모처럼 감동적인 말을 들었으면서도 툭툭 말을 던지며 가슴에 고인 눈물을 슬쩍 흘려보내 버리고 마는 엄마 양희는, “엄마라는 이름으로 받아들이기는 힘든” 일이 너무도 많은 억척스런 ‘우리 엄마’처럼 다가온다. 같은 지붕 아래서 살아가고 있고, 서로를 외면할 수 없는 이상 어차피 인생의 굴곡이란 “네 아버지 돈이 내 돈”이듯 같이 나누어야 하는 것임을 아는, 생활이 ‘평균’인 가족이 ‘가족의 비밀’ 속에는 있다. 가족 소재의 단막극이라면 응당 그래야 할 법한 결말의 장난스러움은 아쉽지만, ‘가족의 비밀’은 평균 이상의 가족극이라고 할 만 하다.

글. 윤이나(TV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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