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FF+10] 당신들의 사랑이라면 돈 주고 사고 싶어요
[PIFF+10] 당신들의 사랑이라면 돈 주고 사고 싶어요
이제 제 15회 부산국제영화제(이하 PIFF)가 막을 내릴 순간도 몇 시간 뒤로 다가왔다. 김동호 집행위원장이 마지막으로 꾸리는 PIFF의 폐막작은 그가 프로듀서로 참여하기도 한 영화 다. 부산시와 부산의 기업들이 투자해서 만든 “부산의 영화” 는 해운대, 보수동 책방골목, 자갈치 시장, 금련산 산책로 등 부산의 곳곳을 무대로 1979년과 2010년 현재, 가까운 근 미래에 이르기까지 세 연인들의 사랑이 옴니버스 형식으로 펼쳐진다.

세 명의 감독 모두 각자의 개성이 뚜렷한 만큼 세 개의 영화들은 ‘사랑’이라는 키워드를 제외하고는 분위기도 목적의식도 다르다. 태국의 위시트 사사나티엥 감독이 연출한 ‘아이언 푸시’가 1970년대의 부산을 키치적으로 해석해 웃음을 준다면 일본의 유키사다 이사오 감독의 ‘카모메’는 에서 보여준 잔잔하면서도 짙은 감성을 담묵화처럼 그려냈다. 장준환 감독의 ‘러브 포 세일’은 세 편의 옴니버스 중에서 가장 돋보이는데, 사랑에 빠져있을 때 누구나가 느꼈을 법한 두려움을 포착해 감독 특유의 상상력으로 발전시켰다. 사랑의 기억이 가장 강력한 정력제나 노화방지제로 암거래되는 미래의 부산. “정말 진한 사랑”이라면 10억 원도 훌쩍 넘길 만큼 거대한 암시장에 사랑의 기억을 도둑맞은 제이(강동원)는 사라진 보라(송혜교)와 아름다운 추억을 되찾기 위해 조직과 맞선다. 사랑마저 양식으로 생산되어 팔리는 세상에서 “자연산 사랑”의 의미를 페이크 다큐와 판타지, 멜로를 오가며 묻는다. 강동원, 송혜교가 아름다운 연인으로 등장하면서 남녀 모두의 판타지를 충족시켜주는 ‘러브 포 세일’을 비롯한 에는 설경구, 김민준 등의 한국배우들 뿐만 아니라 요시타카 유리코, 마이클 샤오와나사이 등 일본과 태국 정상의 배우들이 함께 한다.

장준환 감독 “강동원, 찔러보니까 덥석 물더라”
[PIFF+10] 당신들의 사랑이라면 돈 주고 사고 싶어요
[PIFF+10] 당신들의 사랑이라면 돈 주고 사고 싶어요
영화 이후 7년 만에 신작을 발표했다. 소감이 남다를 것 같은데.
장준환 감독: 그동안 사정이 있었다. (웃음) 영화를 계속 만들려고 노력했지만 내 영화가 급진적인 부분이 있었다. 상업영화의 틀에도 맞춰야 해서 내 자신도 힘들고 현재의 영화 산업 안에서 만들기가 무리였던 것 같다. 굉장히 욕심을 많이 낸 슈퍼히어로물이 있었는데 어렵게 됐고, 그 다음에 상업영화를 해보겠다고 마음을 단단히 먹고 를 준비하다가 힘들어졌다. 그러고 있던 차에 이 프로젝트를 제안 받고 뭐라도 해야겠다 싶어 기꺼이 참여했다. (웃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동원, 송혜교에 백윤식까지 캐스팅이 국내 최고 수준이다.
장준환 감독: 사실 이렇게까지 엄청난 스타들을 쓰려고 생각하지 않았다. (웃음) 그냥 팀 내에서 우리끼리만 얘기하고 있는데 홍경표 촬영감독이 강동원 씨가 끝나고 다음 작품 들어가기 전까지 시간이 되는데, 우리 영화랑 스케줄이 맞는다는 소문을 듣고 왔더라. 그래서 못 먹는 감은 아니지만 한 번 찔러보자고 해서 갔더니 덥석 물더라. (웃음) 거기에 여자 주인공을 매칭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었는데 송혜교 씨도 처음엔 안 된다고 하더니 촬영기간이 짧으니까 왕가위 감독 작품 전에 스케줄을 조정해서 해보겠다고 했다.

게다가 영화에는 아내인 문소리도 짧지만 인상적으로 나온다.
장준환 감독: 문소리 씨는 사실 시나리오 쓰면서 결혼도 했으니까 큰 역할은 아니더라도 뭐라도 하나 해보고 싶다고 해서 하게 된 거다. 그래서 재미있으라고 문소리 씨 이름으로 웃기는 대사도 썼는데 의외로 화를 내더라. 왜 나는 이런 역할이냐, 내가 이름 가지고 얼마나 힘들었는데 근데 그걸 남편이 공개적으로 이렇게 놀릴 수가 있느냐 원망하더라. (웃음) 지금 보니까 관객들은 좋아하는데 남편으로선 좀 미안하기도 하다.

[PIFF+10] 당신들의 사랑이라면 돈 주고 사고 싶어요
[PIFF+10] 당신들의 사랑이라면 돈 주고 사고 싶어요
글. 부산=이지혜 기자
사진. 부산=채기원 기자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