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점수는요Mnet 의 심사평에서 유래된 ‘제 점수는요’는 명료한 평가에도, 장황한 감상에도 반드시 따라붙는 필수 표현이다. 심사평이 일단락되었으며, 이제 기계를 작동시켜 수치화된 점수를 공개하겠다는 진행상의 선언이므로 매 회 방송마다 가장 많이 등장하는 구문이기도 하다. 그러나 대중적으로는 감성이 앞선 의견을 피력한 후 급히 수습을 할 때, 프로페셔널한 지적임을 과시하고 싶을 때 문맥에 상관없이 꼬리말처럼 사용되기도 한다.
1. 인기는 성적순이 아니잖아요
2. …… 광고 보시고 60초 후에 공개 됩니다. 렛츠 겟 와일드 겟겟 렛츠 겟 와일드
1위를 가려야 하는 경쟁 구도에서 출연자의 점수를 공개하는 것은 불가결한 일이다. 그러나 음악이라는 예술을 객관적인 수치로 환산하는 것에 대한 공정성에는 의문이 든다. 심지어 가장 기술적으로 완성된 보컬리스트를 선발하는 것이 아니라 청중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슈퍼스타’를 뽑는 자리인 탓에 심사위원의 점수는 때때로 관객의 반발을 사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심사평을 마무리 짓는 각자의 점수가 필요한 이유는 이러한 명징한 수치를 통해 확증편향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심사위원들이 각자의 장단점을 고루 지적한다 해도 시청자들은 자신의 편견을 확증하는 정보만을 인지하기 십상이다. 그런 경우 ‘제 점수는요’라는 소리는 평가의 종합이자 차마 말로 할 수 없었던 순위의 우회적인 공지에 다름 아니다. 그러므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그 점수를 제시하는 심사위원들이 청중의 신뢰를 확보하는 일이다. 후보들에 대한 애정을 바탕으로 오랫동안 관찰해 온 이들의 심사는 안정적이나 표준 발음을 좀 더 연습해야겠으며, 굳이 지적하자면 마이크 쥐는 법이 프로답지 못하고, 좀 더 확신을 줄 수 있는 표정과 제스처를 연구할 필요가 있다. 그러니까 제 점수는요.
용례 [用例]* 제가 원래 알고 있던 노래와 비교하자면 본능적으로 곡의 포인트를 알고 있네요. 그런데 랩을 직접 하지 않으셨어요. 감동은 있는데 감탄은 못줘요. 그래서 제 점수는요…
* 기복 없이 안정감이 느껴지네요. 다만 하이라이트에서 음정의 불안이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어요. 모두에게 대국민투표 좀 잘하라고 전해주세요. 그래서 제 점수는요…
* 입속에서 대관령의 소떼가 반도네온에 맞춰 군무를 하는 그런 생동감이 있어요. 그렇지만 자세가 불편해서 거슬리네요. 여긴 프로를 뽑는 자리니까요. 제 점수는요…
* 관객을 압도하는 분위기 메이킹 만큼은 최고네요. 지적받아오던 톤이 오늘은 큰 힘을 발휘한 것 같습니다. 저의 최고 점수를 드리겠습니다. 제 점수는요….
* 해냈다 해냈어 허슬두!… 가 아니었네요. 음, 행복해지실 거예요. 제 점수는요… 으잉? 이건 뭐여?
글. 윤희성 n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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