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오이 유우를 생각하면 늘 흩날리는 벚꽃이 떠올랐다. 십대 소녀들의 청명한 공기가 사랑과 우정사이에서 잔잔하게 흔들리던 에서도, 자기 몸집만한 붓을 들고 싸우듯 그림을 그리던 에서도 그녀의 풍경엔 늘 분홍의 봄꽃이 있었다. 그래서 많은 이들에게 아오이 유우는 봄날의 벚꽃처럼 작고 연약한, 식물성 소녀로 기억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히로키 류이치 감독의 신작 로 제 15회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은 아오이 유우는 그저 꽃이 아니라 꽃나무로 가득한 숲 속을 달리는 한 마리 용맹스러운 짐승 같다.
숲에서 길러진 이 소녀는 활을 쏘고 검을 휘두르고, 도끼로 멧돼지를 잡는다. 꽃처럼 핀 주근깨를 그대로 드러낸 얼굴이 일그러지건 말건, 눈물과 콧물이 뒤범벅되어 울고 웃는다. “나는 네가 갖고 싶어” 기다리기 보다는 다가가고, 끌려가기 보다는 이끈다. 이해 할 수 없는 ‘운명’을 거스르고자 지칠 때까지 싸우고 고함치고 마침내 그 운명의 주인이 된다. 번개를 맞은 은행나무가 쪼개진 사이에서 자라난 벚나무. 갑옷 같은 둥치 가운데로 눈부신 꽃잎을 드리운 그 ‘번개나무’는 아마 지구상 유일한 형태일 것이다. 그리고 소년과 소녀, 식물과 동물, 봄 여름 가을 겨울, 우주의 모든 성질을 그것도 장점만 동시에 품은 이런 배우도 지구상 유일할 것이다. 여기, 부산의 바다 건너, 꽃을 단 어여쁜 짐승 한 마리가 스크린 위로 내달리고 있다. 참으로 좋은 풍경이다. 글. 부산=백은하
사진. 부산=채기원 기자
숲에서 길러진 이 소녀는 활을 쏘고 검을 휘두르고, 도끼로 멧돼지를 잡는다. 꽃처럼 핀 주근깨를 그대로 드러낸 얼굴이 일그러지건 말건, 눈물과 콧물이 뒤범벅되어 울고 웃는다. “나는 네가 갖고 싶어” 기다리기 보다는 다가가고, 끌려가기 보다는 이끈다. 이해 할 수 없는 ‘운명’을 거스르고자 지칠 때까지 싸우고 고함치고 마침내 그 운명의 주인이 된다. 번개를 맞은 은행나무가 쪼개진 사이에서 자라난 벚나무. 갑옷 같은 둥치 가운데로 눈부신 꽃잎을 드리운 그 ‘번개나무’는 아마 지구상 유일한 형태일 것이다. 그리고 소년과 소녀, 식물과 동물, 봄 여름 가을 겨울, 우주의 모든 성질을 그것도 장점만 동시에 품은 이런 배우도 지구상 유일할 것이다. 여기, 부산의 바다 건너, 꽃을 단 어여쁜 짐승 한 마리가 스크린 위로 내달리고 있다. 참으로 좋은 풍경이다. 글. 부산=백은하
사진. 부산=채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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