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FF+10] 윤여정, 길 위에 여자가 서있네
[PIFF+10] 윤여정, 길 위에 여자가 서있네
“작년에 내가 일을 좀 많이 했다우. 정말 다작배우야, 3관왕에 빛나는!” 영화 , , 까지 무려 3편의 영화로 올해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은 배우 윤여정은 그야말로 영화제 기간 동안 제일 바쁜 여배우였다. 3편 영화의 무대 인사, 부일영화상 여우조연상 수상에 이어, 데뷔작인 로 1971년 제 2회 시체스 국제영화제에서 받은 여우주연상을 39년 만에 다시 받는 순간까지 맞이했으니. 관객을 만나 ‘하’, 상을 받아 ‘하하’, 오랜만에 되찾아 ‘하하하’ 소리가 절로 터져 나오는 부산에서의 3박 4일 이었다.

“제 아무리 여배우라고 해도 그 시절이 상하나 받았다고 외국에 쉽게 나가고 그러던 때가 아니었잖수. 기억하기로는 양가죽 같은데 그 수상 내용이 써진 고급스러운 상장이었는데 나한테는 쓱 한번 보여주고, 이후엔 영화사 벽에 붙여졌던 것 같아요.” 그러나 올해 시체스 국제영화제에서 가 초청이 되었고, 제작사 대표가 우연히 당시의 상황을 영화제에 이야기를 하게 되면서 결국 그 상은 39년 만에 진짜 주인의 품에 안기게 된 것이다. “에 출연한 건 정말 김기영 감독에 대한 보은의 의미가 있었죠. 촬영 내내 나 혼자 추억에 젖어서 기분이 묘하더라고. 사실 배우가 살아서 그 영화의 리메이크 작의 한 부분을 차지한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잖아요. 게다가 데뷔작이었는데 말야. 아! 참 인생이란 건 ‘풀 오브 서프라이즈’야, 그걸 리메이크를 할지를 어떻게 알았으며, 내가 거기서 출연하게 될 줄 또 누가 알았겠어요. 예전엔 마흔만 넘으면 쉰만 넘으면 세상에 모르는 게 없을 것 같았는데, 이렇게 환갑도 넘고 보니 인생은 죽을 때까지 알 수 없는 일들만 생기는 거더라고. 그러니 겸손해져요. 누구도 자신할 수 없는 거니까.”

부산에서의 짧은 일정을 끝내고나면 10월 중순부터 송강호 주연의 영화 촬영에 들어갈 예정이라는 그녀의 목소리에 작은 흥분이 묻어난다. 그 역할은 다름 아니라 신세경을 킬러로 키우는 조직의 보스. “아주 현실적인 느낌보다는 허구 속의 인물인데 재밌잖아요, 아무래도 그냥 ‘엄마’보다는 좀 다른 역할이니까. 원래 ‘남자’ 보스였는데 이현승 감독이 를 보고 여자로 바꿨다고 하더라고. 배우로서는 영광이고 고마운 일이죠. 머리스타일부터 의상까지 이 감독이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고 하더라고. 뭔가 그레타 가르보처럼, 이라고 말 하는데 그게 쉽수? 노력은 해보겠다만 걱정 중이예요. 그나저나 에서 기대된다니까 오히려 떨리네.” 매일 매일이 놀라움의 연속이라는 이 여배우에게는 보통 신인배우들에게 너무 자주 쓰여 이젠 클리셰가 된 한 문장을 빌려 올 수밖에 없었다. 윤여정은 오늘보다는 내일이, 내일보다는 1년 후가, 아니 10년 후가 더 기대되는 배우다. 마치 지금 서있는 저 미로 같은 좁은 골목처럼. 이후 어떤 풍경을 만날지 쉽게 예상 할 수 없는 그런 길 위의 여자. 아니 당장은 의 위풍당당한 ‘킬러 보스’의 모습이 어떨지 궁금해서 미칠 지경이지만 말이다.
[PIFF+10] 윤여정, 길 위에 여자가 서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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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부산=백은하
사진. 부산=채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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