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FF+10] 윤여정, 길 위에 여자가 서있네](https://img.hankyung.com/photo/202001/2010101108432024832_1.jpg)
“제 아무리 여배우라고 해도 그 시절이 상하나 받았다고 외국에 쉽게 나가고 그러던 때가 아니었잖수. 기억하기로는 양가죽 같은데 그 수상 내용이 써진 고급스러운 상장이었는데 나한테는 쓱 한번 보여주고, 이후엔 영화사 벽에 붙여졌던 것 같아요.” 그러나 올해 시체스 국제영화제에서 가 초청이 되었고, 제작사 대표가 우연히 당시의 상황을 영화제에 이야기를 하게 되면서 결국 그 상은 39년 만에 진짜 주인의 품에 안기게 된 것이다. “에 출연한 건 정말 김기영 감독에 대한 보은의 의미가 있었죠. 촬영 내내 나 혼자 추억에 젖어서 기분이 묘하더라고. 사실 배우가 살아서 그 영화의 리메이크 작의 한 부분을 차지한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잖아요. 게다가 데뷔작이었는데 말야. 아! 참 인생이란 건 ‘풀 오브 서프라이즈’야, 그걸 리메이크를 할지를 어떻게 알았으며, 내가 거기서 출연하게 될 줄 또 누가 알았겠어요. 예전엔 마흔만 넘으면 쉰만 넘으면 세상에 모르는 게 없을 것 같았는데, 이렇게 환갑도 넘고 보니 인생은 죽을 때까지 알 수 없는 일들만 생기는 거더라고. 그러니 겸손해져요. 누구도 자신할 수 없는 거니까.”
부산에서의 짧은 일정을 끝내고나면 10월 중순부터 송강호 주연의 영화 촬영에 들어갈 예정이라는 그녀의 목소리에 작은 흥분이 묻어난다. 그 역할은 다름 아니라 신세경을 킬러로 키우는 조직의 보스. “아주 현실적인 느낌보다는 허구 속의 인물인데 재밌잖아요, 아무래도 그냥 ‘엄마’보다는 좀 다른 역할이니까. 원래 ‘남자’ 보스였는데 이현승 감독이 를 보고 여자로 바꿨다고 하더라고. 배우로서는 영광이고 고마운 일이죠. 머리스타일부터 의상까지 이 감독이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고 하더라고. 뭔가 그레타 가르보처럼, 이라고 말 하는데 그게 쉽수? 노력은 해보겠다만 걱정 중이예요. 그나저나 에서 기대된다니까 오히려 떨리네.” 매일 매일이 놀라움의 연속이라는 이 여배우에게는 보통 신인배우들에게 너무 자주 쓰여 이젠 클리셰가 된 한 문장을 빌려 올 수밖에 없었다. 윤여정은 오늘보다는 내일이, 내일보다는 1년 후가, 아니 10년 후가 더 기대되는 배우다. 마치 지금 서있는 저 미로 같은 좁은 골목처럼. 이후 어떤 풍경을 만날지 쉽게 예상 할 수 없는 그런 길 위의 여자. 아니 당장은 의 위풍당당한 ‘킬러 보스’의 모습이 어떨지 궁금해서 미칠 지경이지만 말이다.
![[PIFF+10] 윤여정, 길 위에 여자가 서있네](https://img.hankyung.com/photo/202001/2010101108432024832_2.jpg)
사진. 부산=채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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