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FF+10] 누가 이 사람들 좀 말려줘요
[PIFF+10] 누가 이 사람들 좀 말려줘요
영화 의 원빈이 무대 인사를 왔을 때는 그렇게 맑고 쾌청했던 하늘이, 윤성호 감독과 독립영화 배우들의 오픈토크가 시작되자마자 굵은 빗줄기가 쏟아졌다. “비가 오는데도 많이 와주셔서 감사하다”는 그들의 인사는 관객들이 파란 우비를 입으며 내는 ‘사브-작 사브-작’ 소리에 묻혔다. 하늘마저 잘생긴 사람들만 편애하는 이 더러운 세상에서도 윤성호 감독‘혁권 더 그레이트’ 박혁권은 깨알 같은 멘트를 쏟아냈다.

“집 보증금 해줬더니 만날 여자랑 섹스하러 다니냐!” 윤성호 감독의 ‘노 봇 노 섹스’ (No vote, No sex)편을 보신 어머니의 한 말씀. 당시 윤 감독은 “그건 연기라고, 난 안 그런다고” 변명했다고 털어놓았다. 모두들 “으하하하” 웃으면서 넘길 수 있는 재밌는 에피소드였다. 하지만 거기서 멈췄어야 했다. 자신은 문란하지 않다는 걸 해명하고 싶었던 건지 아니면 그 순간 아무 생각 없이 튀어나왔는지 모르겠지만, 그의 입에서는 “요즘은 한 여자(여자친구)랑만 섹스합니다”라는 말이 터져 나왔다. 그것도, 한 음절의 망설임도 없이. 이미 물은 엎질러졌고, 옆에 있던 배우들은 당황했지만 정작 본인은 쿨했다. 역시 “영화 찍고 연기도 하니까 여자친구도 생기고, 없어지면 또 생기는” 남자답다. 에서 자신의 병든 젖꼭지를 건포도 색깔에 비유했던 배우 박혁권도 만만치 않았다. 젖꼭지의 질환은 대본에 나와 있었지만, 그 에피소드의 핵심이었던 건포도는 “촬영하던 날 건포도가 박힌 백설기를 먹고 있었”던 그의 아이디어였다. 일편단심 감독과 건포도 배우, 누가 이 사람들 좀 말려주세요!

사진제공. PIFF
[PIFF+10] 누가 이 사람들 좀 말려줘요
[PIFF+10] 누가 이 사람들 좀 말려줘요
글. 부산=이가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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