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1년 | 데이빗 린치
“을 보면서 이제 20세기의 고전주의 영화가 끝났구나 하는 느낌을 받았다면, 이제 21세기 영화가 시작됐구나 느낀 순간이 바로 를 보고나서였어요. 이제 영화가 이런 식의 화법이 이렇게 진행되어도 상관없구나, 하는 쇼크 같은 게 있었죠. 당신이 21세기 영화를 맛보고 싶다면 이 영화는 그 미로로 들어서는 입구가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우연한 자동차 사고로 만난 두 명의 여자를 따라가는 여정. 일단 이 도로에 들어선다면 출구를 찾기 힘들 것이다. 꿈과 현실이 유연하게 교차하고 나뉘는 데이빗 린치 감독의 황홀한 드라이브를 따라가는 이 145분의 탑승은 그러나 멀미보다는 희열을 느끼게 해준다.

2004년 | 아핏차퐁 위라세타쿤
“감히 ‘미장-정글’이라고 부르고 싶은 영화입니다. 아피찻퐁 위라세타쿤 감독 영화의 핵심은 영화가 아직 ‘마술’이라는 믿음이 있어요. 조르주 멜리어스의 계보에 있는 거죠. 관객들이 모두 엄청난 기술의 CG에 익숙해져 있는 시대에 여전히 펑!하는 마법의 순간을 다시 스크린 위로 끌어냈다는 것은 엄청난 일이죠. 21세기 이런 저런 영화를 봤지만 마치 호랑이를 마주친 것 같은 충격을 받았던 영화입니다. 아직 보시지 않은 분들이 있다면 부디 그 순간을 맛보기를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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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 지아 장 커
“뤼미에르의 계보 속에서 가장 21세기적 영화는 지아 장 커의 라고 생각합니다. 원래 감독은 산샤(三峽)에 다큐멘터리를 찍기 위해 들어갔다가 이들의 삶 안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이야기가 필요하구나, 영화를 만들어야 한다는 확신을 가지게 된 거죠. 21세기 디지털 영화의 한 전범이자, 영화가 어떻게 세상을 기록할 것인가, 어떻게 세상을 만날 것 인가, 영화가 어떻게 세상에게 질문을 던질 것인가 라는 지점을 건드렸다는 점에서 가장 중요한 영화로 이야기 하고 싶습니다. 한국에서도 DVD가 나와 있고 제가 코멘터리를 했습니다. (웃음)”
중국 산샤로 떠나간 아내와 딸 혹은 별거한 남편을 찾아 한 남자와 한 여자가 도착한다. 그러나 댐 건설로 수몰된 그곳에는 과거의 주소는 더 이상 없다. 그리고 그들이 찾아 헤맨 그 실체 역시 그 모습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2003년 | 구스 반 산트
“잊혀지지 않는 영화죠. 처음 이 영화를 보았을 때 제일 이상했던 건 화면 비율이었어요. 1.33:1. 왜 이 비율로 찍었을까 궁금했었는데 중간에 아이들 둘이서 컴퓨터 게임을 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바로 그 노트북 화면 비율인거예요. 또한 인물들을 팔로우하는 방식이나 각각 아이들의 스테이지가 반복되는 것도 컴퓨터 게임의 방식으로 만들어진 거죠. 의 가장 놀라운 지점은 영화가 영화로부터 얼마나 멀어질 수 있는 가를 실험하는 가운데 가장 ‘시네마틱한 순간’을 찾았다는데 있어요. 컴퓨터게임이 없었을 때 노트북이 일상화되기 전에는 만나기 힘들었던 화법의 영화라는 점에서 21세기 적 영화로 꼽고 싶어요.”
99년 미국의 컬럼바인 고등학교에서 일어난 총기난사사건을 모티브로 시작된 는 로 이어지면서 를 찍을 때 까지만 해도 자기고백적인, 여전히 모던영화의 영향아래 영화를 끌고 갔던 구스 반 산트의 새로운 화법을 보여준다. 2003년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

2003년 | 왕빙
“이 영화를 보고 한동안 멍한 상태가 되었어요. 감독이 곧 문을 닫을 거라는 철광도시 선양에 가서 작은 DV 카메라를 하나 들고 찍은 ‘원맨밴드’ 영화죠. 그리고 괴물 같은 상영시간 9시간 45분, 이 시간을 견뎌 보는 것이 중요한 영화예요. 소멸되는 것이 느껴진 달까. 한 도시가 사라져가는 것에 대한 시간의 마모에 대한 기록이랄까. 만약 필름으로 찍었다면 불가능했을 영화이고, 혼자였기 때문에 가능한 영화이기도 하죠. 스태프들과 함께라면 거의 3년 가까이 머물면서 찍기는 불가능했을 거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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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사진, 백은하 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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