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얄로더, 황제의 길을 걷는 사람. 스타크래프트에서 리그에 첫 진출 만에 바로 우승에 이르는 선수를 이르는 이 용어를 배우의 세계에 대입할 때, 윤시윤만큼 여기에 어울리는 배우는 없어 보인다. 실질적 데뷔작인 MBC 의 준혁 학생 역을 통해 천정명-정일우로 이어지는 김병욱 감독의 슈퍼 루키 계보에 이름을 올린 그는, 두 번째 작품인 KBS 에서 타이틀롤을 맡아 평균 시청률 36퍼센트, 최종회 시청률 50퍼센트라는 대기록을 작성했다. 이것은 자타가 공인하는 ‘황제’ 이승기조차 이루지 못한 단기간 내의 성과다. 하지만 이 지점에서 오히려 윤시윤은 “어, 오케이. 너 김탁구 했으니까 이번에도 주인공 맡아, 라고 할 사람은 없을 거예요”라 담담히 말한다. 단기간 내에 그가 걸어온, 혹은 만들어온 로얄로더의 길보다 그 위에 선 윤시윤이라는 한 청년에 대해 호기심이 생기는 건 그래서다.
윤시윤이 가진 재능 혹은 미덕 사실 냉정히 말해 “누구도 나를 시청률 50퍼센트의 주인공 값을 할 거라 생각하진 않을 거”라는 그의 말은 겸손함이라기보다는 정확한 현실 판단에 가깝다. 에서 벌어지는 사각 멜로 라인의 한 축을 담당하며 수많은 누나들의 마음을 흔들었지만 정작 의 첫 대본 리딩에서는 모여 있는 선배들 중 “절반 이상이 나를 몰라보는” 한정된 인지도를 가진 신인이었고, 가 기록한 시청률의 후광은 고스란히 작품 자체에게로만 돌아갔을 뿐이다. 하지만 중요한 건, 누구나, 특히 유명세의 유혹에 취하기 딱 좋은 이십대 중반의 나이에 이런 정확한 자기 분석을 할 수 있는 건 아니란 거다. 다시 말해 그는 배우인 동시에 자기 자신에 대한 가장 냉정한 비평가이자 분석가다. 그리고 이것은 그가 배우로서 지닌 재능 혹은 미덕이다.
다시 한 번 냉정히 말해 윤시윤은 연기를 아주 잘하는 배우는 아니다. 물론 짝사랑하는 누나가 빨래하며 자신의 속옷을 볼까봐 노심초사하는 준혁 학생의 모습은 그의 본래 나이를 잊게 할 만큼 풋풋했고, 방영 내내 실체 없이 이어진 연기력 논란과는 별개로 전광렬, 전인화의 격정적인 연기에 맞서 무너지지 않고 보여준 탁구의 강단 있는 모습은 합격점을 줄만 하다. 하지만 상상 속에서 격앙된 목소리로 서인숙(전인화)에게 대거리하는 모습처럼 격정적인 연기를 할 때마다, 탁구에게서는 열심히 하려는 배우 윤시윤의 애쓰는 모습이 언뜻언뜻 드러난다. 즉 그는 테크니컬한 배우는 아니다. 대신 “스스로 발성, 발음, 연기력, 감정, 동선 모든 것들이 부족하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그 결핍을 “배역에 대한 사랑”으로 채울 줄 안다. 단순히 첫 대본 리딩에서 목이 쉬어버린 열정만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탁구가 가진 대책 없는 긍정적 에너지에 대해 “슬픔이 있으면 그걸 담아두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 착해서가 아니라 불편해서”라고 말하는 그의 인물 해석은 스물다섯 청년의 그것이라 믿기 어려울 정도로 깊다. 그리고 이렇게 해석한 탁구에게 자신을 일치시키고 밀어붙이면서 온갖 고난에도 흔들리지 않는 탁구의 캐릭터를 선 굵게 형상화 한다. 결코 섬세하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극의 중심을 잡는 타이틀롤의 뚝심이 그에게는 있다.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는 자리에서 배우로서의 튼튼한 뿌리가 자라난다는 역설.
뿌리 깊은 나무는 쉽게 흔들리지 않는다 여태 이룬 대단한 성과와는 별개로 윤시윤이라는 배우가 새로이 걸어갈 길이 기대되는 건 그래서다. 분명 그가 겪은 성공의 바탕에는 김병욱 감독과의 만남을 비롯해 스스로 끊임없이 강조하는 인복이 있다. 하지만 모든 행운의 주인공들이 “사람 관계라는 게, 내가 여기에 씨앗을 뿌렸다고 여기서 열매가 나서 먹는 건 아니더라. 중요한 건, 그렇게 씨앗을 뿌릴 때 내가 잘한 게 아니더라도 값없이 사랑을 주는 분들이 있다”며 “작은 관계에서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그분들(김병욱 감독, 이정섭 감독)이 날 사랑해주셨다고 본다”고 말하는 건 아니다. 또, 동료 배우들에 대해 칭찬하는 것은 쉬운 일이지만 “세경 씨, 최다니엘 씨, 정음 누나, 나랑 그분들은 상대가 안 된다. 작품 수가 다르다. 그분들이 나를 동료로 인정해주는 게 너무 기뻤다”며 그들에게 부끄럽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동기 부여를 하는 건, 타고난 겸허함이라고밖에 설명할 수 없다. 요컨대 그는 우연처럼 찾아온 행운을 통해 필연적으로 자신을 성장시켰다. 주위 사람들에게 “과감하고 용기 있게 당신들이 없으면 안 됩니다, 라고 요청”하는 그의 모습은 그래서 마치 물을 향해 간절히 뻗은 나무뿌리를 연상케 한다. 그리고 물은 언제나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가 아닌, 갈증이 있는 곳을 향해 흐른다.
그래서 어쩌면 윤시윤은 좋은 사람이 좋은 배우인가에 대한 흥미로운 답안일지도 모르겠다. 이 심지 곧은 청년은 자신의 부족함에 대해 쉽게 좌절하지도 않고, 짧은 순간 이룬 성공에 대해 으스대지도 않는다. 대신 그는 자신의 부족함을 채워준 것이 무엇이었는지 잊지 않고 다른 이들과의 관계망 속에서 끊임없이 배우고 받아들이며 배우로서의 성장을 도모한다. “굉장히 진지하고 겸손하고 장면에도 충실하고, 여러모로 놀라게 하는 후배다. 많은 신인들과 작업하다 보면 될 성 싶은 신인들은 좀 다른데, 얘는 어우, 많이 다르더라”는 선배 연기자 김수로의 평가는 성실한 한 사람으로서의 윤시윤의 태도가 결국 고스란히 배우로서의 역량으로 이어진다는 것을 보여준다. 물론 그가 그 장점 하나만으로 임요환, 이윤열, 마재윤, 이제동 같은 스타크래프트의 로얄로더들처럼 한 시대의 본좌에 오를 수 있을지는 아직 알 수 없다. 하지만 확실한 건, 뿌리 깊은 나무는 쉽게 흔들리지 않으며 쉽게 흔들리지 않는 나무는 언젠가 무성한 열매를 맺는다는 것이다. 지층을 향해 뻗어 들어가는 보이지 않는 그 힘만큼.
글. 위근우 eight@
편집. 이지혜 seven@
윤시윤이 가진 재능 혹은 미덕 사실 냉정히 말해 “누구도 나를 시청률 50퍼센트의 주인공 값을 할 거라 생각하진 않을 거”라는 그의 말은 겸손함이라기보다는 정확한 현실 판단에 가깝다. 에서 벌어지는 사각 멜로 라인의 한 축을 담당하며 수많은 누나들의 마음을 흔들었지만 정작 의 첫 대본 리딩에서는 모여 있는 선배들 중 “절반 이상이 나를 몰라보는” 한정된 인지도를 가진 신인이었고, 가 기록한 시청률의 후광은 고스란히 작품 자체에게로만 돌아갔을 뿐이다. 하지만 중요한 건, 누구나, 특히 유명세의 유혹에 취하기 딱 좋은 이십대 중반의 나이에 이런 정확한 자기 분석을 할 수 있는 건 아니란 거다. 다시 말해 그는 배우인 동시에 자기 자신에 대한 가장 냉정한 비평가이자 분석가다. 그리고 이것은 그가 배우로서 지닌 재능 혹은 미덕이다.
다시 한 번 냉정히 말해 윤시윤은 연기를 아주 잘하는 배우는 아니다. 물론 짝사랑하는 누나가 빨래하며 자신의 속옷을 볼까봐 노심초사하는 준혁 학생의 모습은 그의 본래 나이를 잊게 할 만큼 풋풋했고, 방영 내내 실체 없이 이어진 연기력 논란과는 별개로 전광렬, 전인화의 격정적인 연기에 맞서 무너지지 않고 보여준 탁구의 강단 있는 모습은 합격점을 줄만 하다. 하지만 상상 속에서 격앙된 목소리로 서인숙(전인화)에게 대거리하는 모습처럼 격정적인 연기를 할 때마다, 탁구에게서는 열심히 하려는 배우 윤시윤의 애쓰는 모습이 언뜻언뜻 드러난다. 즉 그는 테크니컬한 배우는 아니다. 대신 “스스로 발성, 발음, 연기력, 감정, 동선 모든 것들이 부족하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그 결핍을 “배역에 대한 사랑”으로 채울 줄 안다. 단순히 첫 대본 리딩에서 목이 쉬어버린 열정만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탁구가 가진 대책 없는 긍정적 에너지에 대해 “슬픔이 있으면 그걸 담아두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 착해서가 아니라 불편해서”라고 말하는 그의 인물 해석은 스물다섯 청년의 그것이라 믿기 어려울 정도로 깊다. 그리고 이렇게 해석한 탁구에게 자신을 일치시키고 밀어붙이면서 온갖 고난에도 흔들리지 않는 탁구의 캐릭터를 선 굵게 형상화 한다. 결코 섬세하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극의 중심을 잡는 타이틀롤의 뚝심이 그에게는 있다.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는 자리에서 배우로서의 튼튼한 뿌리가 자라난다는 역설.
뿌리 깊은 나무는 쉽게 흔들리지 않는다 여태 이룬 대단한 성과와는 별개로 윤시윤이라는 배우가 새로이 걸어갈 길이 기대되는 건 그래서다. 분명 그가 겪은 성공의 바탕에는 김병욱 감독과의 만남을 비롯해 스스로 끊임없이 강조하는 인복이 있다. 하지만 모든 행운의 주인공들이 “사람 관계라는 게, 내가 여기에 씨앗을 뿌렸다고 여기서 열매가 나서 먹는 건 아니더라. 중요한 건, 그렇게 씨앗을 뿌릴 때 내가 잘한 게 아니더라도 값없이 사랑을 주는 분들이 있다”며 “작은 관계에서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그분들(김병욱 감독, 이정섭 감독)이 날 사랑해주셨다고 본다”고 말하는 건 아니다. 또, 동료 배우들에 대해 칭찬하는 것은 쉬운 일이지만 “세경 씨, 최다니엘 씨, 정음 누나, 나랑 그분들은 상대가 안 된다. 작품 수가 다르다. 그분들이 나를 동료로 인정해주는 게 너무 기뻤다”며 그들에게 부끄럽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동기 부여를 하는 건, 타고난 겸허함이라고밖에 설명할 수 없다. 요컨대 그는 우연처럼 찾아온 행운을 통해 필연적으로 자신을 성장시켰다. 주위 사람들에게 “과감하고 용기 있게 당신들이 없으면 안 됩니다, 라고 요청”하는 그의 모습은 그래서 마치 물을 향해 간절히 뻗은 나무뿌리를 연상케 한다. 그리고 물은 언제나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가 아닌, 갈증이 있는 곳을 향해 흐른다.
그래서 어쩌면 윤시윤은 좋은 사람이 좋은 배우인가에 대한 흥미로운 답안일지도 모르겠다. 이 심지 곧은 청년은 자신의 부족함에 대해 쉽게 좌절하지도 않고, 짧은 순간 이룬 성공에 대해 으스대지도 않는다. 대신 그는 자신의 부족함을 채워준 것이 무엇이었는지 잊지 않고 다른 이들과의 관계망 속에서 끊임없이 배우고 받아들이며 배우로서의 성장을 도모한다. “굉장히 진지하고 겸손하고 장면에도 충실하고, 여러모로 놀라게 하는 후배다. 많은 신인들과 작업하다 보면 될 성 싶은 신인들은 좀 다른데, 얘는 어우, 많이 다르더라”는 선배 연기자 김수로의 평가는 성실한 한 사람으로서의 윤시윤의 태도가 결국 고스란히 배우로서의 역량으로 이어진다는 것을 보여준다. 물론 그가 그 장점 하나만으로 임요환, 이윤열, 마재윤, 이제동 같은 스타크래프트의 로얄로더들처럼 한 시대의 본좌에 오를 수 있을지는 아직 알 수 없다. 하지만 확실한 건, 뿌리 깊은 나무는 쉽게 흔들리지 않으며 쉽게 흔들리지 않는 나무는 언젠가 무성한 열매를 맺는다는 것이다. 지층을 향해 뻗어 들어가는 보이지 않는 그 힘만큼.
글. 위근우 eight@
편집. 이지혜 sev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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