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특한 작품도 좋아하는, 한쪽으로만 치우치지 않은 취향을 가지고 있는 건 알겠다. 그런데 의 성공 이후 만약 이번 영화까지 흥행한다면 오히려 그런 작품을 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이민정 : 우선 지금, 작품 활동의 폭이 넓어졌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한 일이다. 예전에 인지도가 없다는 이유로 오디션에서 수없이 떨어졌던 일이 많았던 만큼 작품 선택을 할 수 있다는 게 정말 좋고, 그에 대해 연기적인 한계나 장르적 한계를 둘 건 아니라고 본다. 내가 한 길만 쭉 걸어온 것도 아니고. 연극도 하고, 드라마도 하고, 영화도 하고. 그런 것들이 밑바탕이 되어서, 웰메이드의 정점에 간다 해도 한정된 배우로 남을 것 같진 않다.
“나는 아직 4, 5년차니까 초짜이지 않을까” 필모그래피를 볼 때 이민정이라는 배우는 그럴 거라는 신뢰가 간다. 다만 스타가 되면 스스로의 뜻대로 움직이기 어려운 지점이 있지 않나.
이민정 : 그런 걸 나도 많이 느꼈다. 옛날에는 몰랐는데 요즘에는 캐스팅 같은 것에 있어 내 말이 중요해지는 걸 보고 놀랐다. 예를 들어 이 사람 어떨 거 같으냐고 나에게 물어본다. 그럴수록 선택을 하는데 있어 힘들어진다는 생각이 든다. 책임감이 커지고 입김이 커지는 게 기분 좋은 일만은 아니더라. 분명 그렇게 움직이기 어려워지는 게 생기는데 그건 작품으로 풀어나가고 부딪히고 깨져봐야 할 부분이라고 본다. 그래야 작품이 겁나지 않지. 그런 생각은 있는데 잘 모르겠다. 아직 길을 안 가봐서.
그럼에도 웰메이드의 정점에 가보고 싶다는 생각은 있나.
이민정 : 그렇다. 그런데 같이 작품을 했던 차화연 선생님께 그런 이야기를 들었다. 그분이 으로 대한민국을 휩쓸었는데 그 다음에 바로 잠적하셨다고 하더라. 그 다음에 보여줄 게 없다는 걸 알고 영혼을 불태워 연기를 했더니 우울증이 걸렸다고 하셨다. 이제 정점에서 내려올 일만 남았으니까. 심은하 씨도 이후에는 다시는 브라운관에 안 나오지 않나. 정점을 찍는 건 좋은데 그런 다음에는 관둬야 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하더라. 어떤 사람은 극단적으로 예술가는 정점을 찍으면 죽어야 한다고도 하고. 그런 거 들을 때마다 난 초짜구나 싶다.
아직도 초짜 같나.
이민정 : 아직 작품 수도 많지 않고, 4, 5년차니까 초짜이지 않을까.
그렇다면 초짜로서 지금 본인이 얻고 있는 인기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나.
이민정 : 음… 그동안 대중들이 나를 몰랐던 시기가 있었기 때문에 일어나보니 스타가 됐더라고 할 건 아닌 것 같다. 한 칸 한 칸 계단을 밟았던 것 같다. 물론 가 두 계단 정도 더 오르게 해줬지만.
이번 은 두세 계단 올라가게 해주나?
이민정 : (웃음) 그러면 너무 좋지.
본인 말대로 MBC ‘문신’ 같은 단막극을 비롯해 다양한 필모그래피를 쌓아왔다. 다만 그 계단들이 수면 아래에 있어서 어느 순간 수면 위로 불쑥 나온 느낌인 거다.
이민정 : 그렇긴 한데, 억울하지는 않다. 모든 배우에게는 그런 기간이 있다. (이)민호도 영화에서 나오자마자 죽는 역할을 하지 않았나. 자기가 단역, 조연하는 동안 친구는 잘 되는 것도 보고. 그런 경험, 그런 기간을 굳이 내세울 필요는 없을 것 같다. 회사에 들어갈 때, ‘나 저 회사 떨어져서 왔어요’라고 하지는 않지 않나. (웃음)
“그저 배우만 되겠다고 생각하면 작품을 죽을 때까지 못할 수도” 그런 경험이 스스로를 강하게 해준 것 같나.
이민정 : 그렇지. 울었을 때도 많고, 관둘까 한 적도 많다. 그런데 어떻게 보면 그걸 넘어서는 타이밍이 있는 것 같다. 들어가기 전에 있던 소속사가 부도가 났었다. 그래서 아무런 일도 못하고 지친 상태였다. 그러다 현재 소속사의 대표님을 만나 마지막으로 한 번 해볼까 했는데 그 때 만난 게 였다. 한 라운드를 뛰고 나서 지쳤을 때 다시 다음 라운드를 뛸 수 있도록 ‘으샤으샤’ 해준 거지. 마침 그게 맞아 떨어져서 인지도는 확실히 올라갔다. 그 다음부터는 작품을 선택하거나 들어가는 게 굉장히 쉬워졌다. 그 때 ‘아, 이래서 내가 옛날에 계속 떨어졌구나’ 싶었다. 사람들이 얼굴과 이름을 알아본다는 것에 대한 특혜가 있더라. 혹 스스로 스타 아닌 배우가 되겠다 생각을 하더라도 두 관계는 좀 애매한 것 같다. 스타만 된다고 작품이 들어오는 것도 아니지만 그저 배우만 되겠다고 생각하면 작품을 죽을 때까지 못할 수도 있다
하나만 돼서는 안 된다는 건데, 이번 영화를 비롯한 앞으로의 작품을 통해 스타성을 얻게 된다면 그에 짓눌리지 않기 위해 스스로를 지키는 것도 중요하겠다.
이민정 : 그럴 것 같다. 사실 내가 이 일에 맞나 안 맞나 생각해본 적은 있다. 왜냐면 이쪽에 있으려면 가릴 거 많이 가리고, 사람들에게 거짓말도 치고, 나는 이러이러한 사람이라고 해야 하는데 그런 걸 잘 못한다. 그냥 말도 솔직하게 하고 그냥 좋은 건 좋은 거고. 길에서 누군가 날 알아보는 것도 내게는 당연한 일이 아니라 ‘앗’ 이러는데, 그런 것도 매너 있게 ‘안녕하세요’라 해야 하겠지. 이 일을 하기 위해 노력을 해야 할 부분일 수 있는데 많이 힘들다.
MBC 에 출연해 이하늘에게 40대에도 즐기는 모습이 보기 좋다고 할 때 본인에게도 그런 욕구가 있나 싶었다.
이민정 : 가수가 무대에서 즐기는 것만큼 행복한 게 없어 보였다. 내가 즐기고 일을 하려고 해도 사후 평가가 강해질수록 즐기기 어려운 게 분명히 있다. 그런데 이하늘 씨나 DJ DOC는 그런 걸 정말 잘하는 것 같다. 열정의 에너지는 따라갈 수 없는 것 같다. 이번에 DJ DOC와 소주 광고도 같이 찍었는데 밤샘 촬영에도 불구하고 힘들기보단 굉장히 재밌었다.
그럼 스스로는 지금 즐기고 있나.
이민정 : 우선 일단은 기분이 되게 좋다. 우리는 그냥 하던 일을 쭉 한 느낌인데 누군가 그걸 보고 ‘우와, 너네 이렇게 많이 했어?’ 이렇게 말해주는 느낌이라 조금 당황스럽기도 하지만 사람들이 이번 영화에 대해 좋은 얘기를 많이 해줘서 약간 흥분된다. 집에 가면 잠이 잘 안 온다.
글. 위근우 eight@
사진. 채기원 ten@
편집. 이지혜 seven@
이민정 : 우선 지금, 작품 활동의 폭이 넓어졌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한 일이다. 예전에 인지도가 없다는 이유로 오디션에서 수없이 떨어졌던 일이 많았던 만큼 작품 선택을 할 수 있다는 게 정말 좋고, 그에 대해 연기적인 한계나 장르적 한계를 둘 건 아니라고 본다. 내가 한 길만 쭉 걸어온 것도 아니고. 연극도 하고, 드라마도 하고, 영화도 하고. 그런 것들이 밑바탕이 되어서, 웰메이드의 정점에 간다 해도 한정된 배우로 남을 것 같진 않다.
“나는 아직 4, 5년차니까 초짜이지 않을까” 필모그래피를 볼 때 이민정이라는 배우는 그럴 거라는 신뢰가 간다. 다만 스타가 되면 스스로의 뜻대로 움직이기 어려운 지점이 있지 않나.
이민정 : 그런 걸 나도 많이 느꼈다. 옛날에는 몰랐는데 요즘에는 캐스팅 같은 것에 있어 내 말이 중요해지는 걸 보고 놀랐다. 예를 들어 이 사람 어떨 거 같으냐고 나에게 물어본다. 그럴수록 선택을 하는데 있어 힘들어진다는 생각이 든다. 책임감이 커지고 입김이 커지는 게 기분 좋은 일만은 아니더라. 분명 그렇게 움직이기 어려워지는 게 생기는데 그건 작품으로 풀어나가고 부딪히고 깨져봐야 할 부분이라고 본다. 그래야 작품이 겁나지 않지. 그런 생각은 있는데 잘 모르겠다. 아직 길을 안 가봐서.
그럼에도 웰메이드의 정점에 가보고 싶다는 생각은 있나.
이민정 : 그렇다. 그런데 같이 작품을 했던 차화연 선생님께 그런 이야기를 들었다. 그분이 으로 대한민국을 휩쓸었는데 그 다음에 바로 잠적하셨다고 하더라. 그 다음에 보여줄 게 없다는 걸 알고 영혼을 불태워 연기를 했더니 우울증이 걸렸다고 하셨다. 이제 정점에서 내려올 일만 남았으니까. 심은하 씨도 이후에는 다시는 브라운관에 안 나오지 않나. 정점을 찍는 건 좋은데 그런 다음에는 관둬야 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하더라. 어떤 사람은 극단적으로 예술가는 정점을 찍으면 죽어야 한다고도 하고. 그런 거 들을 때마다 난 초짜구나 싶다.
아직도 초짜 같나.
이민정 : 아직 작품 수도 많지 않고, 4, 5년차니까 초짜이지 않을까.
그렇다면 초짜로서 지금 본인이 얻고 있는 인기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나.
이민정 : 음… 그동안 대중들이 나를 몰랐던 시기가 있었기 때문에 일어나보니 스타가 됐더라고 할 건 아닌 것 같다. 한 칸 한 칸 계단을 밟았던 것 같다. 물론 가 두 계단 정도 더 오르게 해줬지만.
이번 은 두세 계단 올라가게 해주나?
이민정 : (웃음) 그러면 너무 좋지.
본인 말대로 MBC ‘문신’ 같은 단막극을 비롯해 다양한 필모그래피를 쌓아왔다. 다만 그 계단들이 수면 아래에 있어서 어느 순간 수면 위로 불쑥 나온 느낌인 거다.
이민정 : 그렇긴 한데, 억울하지는 않다. 모든 배우에게는 그런 기간이 있다. (이)민호도 영화에서 나오자마자 죽는 역할을 하지 않았나. 자기가 단역, 조연하는 동안 친구는 잘 되는 것도 보고. 그런 경험, 그런 기간을 굳이 내세울 필요는 없을 것 같다. 회사에 들어갈 때, ‘나 저 회사 떨어져서 왔어요’라고 하지는 않지 않나. (웃음)
“그저 배우만 되겠다고 생각하면 작품을 죽을 때까지 못할 수도” 그런 경험이 스스로를 강하게 해준 것 같나.
이민정 : 그렇지. 울었을 때도 많고, 관둘까 한 적도 많다. 그런데 어떻게 보면 그걸 넘어서는 타이밍이 있는 것 같다. 들어가기 전에 있던 소속사가 부도가 났었다. 그래서 아무런 일도 못하고 지친 상태였다. 그러다 현재 소속사의 대표님을 만나 마지막으로 한 번 해볼까 했는데 그 때 만난 게 였다. 한 라운드를 뛰고 나서 지쳤을 때 다시 다음 라운드를 뛸 수 있도록 ‘으샤으샤’ 해준 거지. 마침 그게 맞아 떨어져서 인지도는 확실히 올라갔다. 그 다음부터는 작품을 선택하거나 들어가는 게 굉장히 쉬워졌다. 그 때 ‘아, 이래서 내가 옛날에 계속 떨어졌구나’ 싶었다. 사람들이 얼굴과 이름을 알아본다는 것에 대한 특혜가 있더라. 혹 스스로 스타 아닌 배우가 되겠다 생각을 하더라도 두 관계는 좀 애매한 것 같다. 스타만 된다고 작품이 들어오는 것도 아니지만 그저 배우만 되겠다고 생각하면 작품을 죽을 때까지 못할 수도 있다
하나만 돼서는 안 된다는 건데, 이번 영화를 비롯한 앞으로의 작품을 통해 스타성을 얻게 된다면 그에 짓눌리지 않기 위해 스스로를 지키는 것도 중요하겠다.
이민정 : 그럴 것 같다. 사실 내가 이 일에 맞나 안 맞나 생각해본 적은 있다. 왜냐면 이쪽에 있으려면 가릴 거 많이 가리고, 사람들에게 거짓말도 치고, 나는 이러이러한 사람이라고 해야 하는데 그런 걸 잘 못한다. 그냥 말도 솔직하게 하고 그냥 좋은 건 좋은 거고. 길에서 누군가 날 알아보는 것도 내게는 당연한 일이 아니라 ‘앗’ 이러는데, 그런 것도 매너 있게 ‘안녕하세요’라 해야 하겠지. 이 일을 하기 위해 노력을 해야 할 부분일 수 있는데 많이 힘들다.
MBC 에 출연해 이하늘에게 40대에도 즐기는 모습이 보기 좋다고 할 때 본인에게도 그런 욕구가 있나 싶었다.
이민정 : 가수가 무대에서 즐기는 것만큼 행복한 게 없어 보였다. 내가 즐기고 일을 하려고 해도 사후 평가가 강해질수록 즐기기 어려운 게 분명히 있다. 그런데 이하늘 씨나 DJ DOC는 그런 걸 정말 잘하는 것 같다. 열정의 에너지는 따라갈 수 없는 것 같다. 이번에 DJ DOC와 소주 광고도 같이 찍었는데 밤샘 촬영에도 불구하고 힘들기보단 굉장히 재밌었다.
그럼 스스로는 지금 즐기고 있나.
이민정 : 우선 일단은 기분이 되게 좋다. 우리는 그냥 하던 일을 쭉 한 느낌인데 누군가 그걸 보고 ‘우와, 너네 이렇게 많이 했어?’ 이렇게 말해주는 느낌이라 조금 당황스럽기도 하지만 사람들이 이번 영화에 대해 좋은 얘기를 많이 해줘서 약간 흥분된다. 집에 가면 잠이 잘 안 온다.
글. 위근우 eight@
사진. 채기원 ten@
편집. 이지혜 sev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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