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호는 미국에서 무슨 일 있었어? 갑자기 인터넷에서 여기 저기 박찬호 뉴스가 잔뜩 뜨는 이유가 뭐야?
아,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1승을 추가하면서 드디어 123승을 기록했거든.
123승? 숫자 1, 2, 3이라 특별한 건가?
아니, 아니. 123승은 그전까지 일본의 노모 히데오 선수가 메이저리그에서 세운 아시아 출신 투수 최다승 기록이야. 물론 남미를 비롯해 다양한 대륙, 다양한 나라의 선수들이 모여드는 메이저리그에서 굳이 아시아 출신 선수 최다승이라는 기록을 따질 필요가 있느냐는 시선도 있어. 하지만 아시아 출신 선수의 메이저리그 진출 자체가 대형 뉴스이던 시절 미국으로 건너갔던 한 청년이 온갖 부침을 겪고 17년 만에 세운 기록이라는 면에서 존중해줄 수밖에 없지. 만약에 여기서 1승을 추가해 그 기록을 스스로 깬다면 정말 보스턴 레드삭스의 마쓰자카 다이스케를 비롯한 아시아 출신 투수들에게는 하나의 이정표가 되겠지.
어때, 네 생각에는 그럼 124승도 가능할 것 같아?
글쎄? 123승도 기록했는데 여기서 1승 추가가 뭐 어렵냐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재작년 4승, 작년 3승, 올해 현재까지 3승을 기록한 걸 떠올리면, 이걸 단지 시간문제 정도로 얘기할 수는 없을 것 같아. 하지만 올해 승수를 추가하지 못한다고 해도 내년에도 박찬호는 메이저리그에서 뛰지 않을까? 그렇다면 아시아 투수 메이저리그 최다승 기록을 단독으로 세우는 것도 가능할 거고. 지금 기록만으로도 금자탑을 세웠다고 할 수 있겠지만.
그럼 한국 출신 투수 중에서 가장 위대한 업적을 세운 선수는 박찬호인 거야?
조금 민감한 질문이지만 그냥 단답형으로 대답하면 나는 그렇다고 봐. 누가 제일 위대한 투수였는지, 누가 제일 뛰어난 투수였는지에 대해서는 대답이 달라질 수 있어. 하지만 업적이라는 측면, 즉 기록이라는 면에 있어서는 메이저리그 한 시즌 최고 18승을 기록하고, 5년 연속 10승 이상, 총 100승 이상을 채운 박찬호가 최고라고 봐. 전성기가 지난 지금까지도 계속 해서 메이저리그에 남아 계속해서 기록을 갱신 중이라는 것까지 생각하면 더더욱. 그거랑 가장 뛰어난 투수는 또 다른 거야?
사실 이 부분은 사람들마다 생각이 많이 다를 수밖에 없어. 기록만으로 딱 부러지게 평가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거든. 기억에 의존하는 부분도 있고 자신에게 남은 임팩트의 크기에 따라 달라지기도 하고. 좀 더 솔직히 말하면 자기가 가장 좋아하는 선수를 가장 뛰어난 선수로 만들기 위해 스스로 간사해지는 면이 없진 않지. 그걸 인정하고 밝히자면 내 개인적으로 가장 뛰어나다고 생각했던 투수는 해태 시절의 선동렬이고, 가장 위대하다고 생각했던 투수는 지금은 은퇴한 송진우 선수야.
둘 다 유명한 사람들 아니야? 특히 선동렬은 나도 아는데 뭐.
물론 선동렬의 경우에는 국보급 투수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대단한 성적을 거뒀었지. 투수에게 있어 방어율은 낮으면 낮을수록 좋은 건데 오죽하면 성적 나쁜 성적표에 대해 선동렬 방어율이라는 고유 명사가 붙었겠어. 누가 뭐라고 해도 1986년에 선동렬이 기록한 24승, 방어율 0.99, 탈삼진 214개의 기록은 프로야구 역사를 통틀어 가장 말도 안 되는 기록이라고 할 수 있지. 일본으로 건너가기 전까지 국내에서 기록한 평균 기록을 따져도 방어율이 1.20고. 흔히 방어율이 3점대만 되도 A급 투수라고 하고, 2점대면 거의 S급이라고 보거든. 그런데 선동렬은 1986년을 비롯해 두 번이나 정규 이닝을 채우고서도 0점대 방어율을 기록한 바가 있어.
그렇게 잘하는 선수였고 나도 알 정도로 유명한데 왜 그렇게 조심스럽게 얘기하는 거야?
이게 단순히 가장 좋아하는 선수의 차원이라면 논쟁거리가 안 될 텐데, 최고의 투수라는 개념은 굉장히 민감하거든. 특히 선동렬의 경우에는 그 대중적인 인지도에 비해 최근 그 업적에 대한 논란이 많은 편이야. 현재에 비해 타자의 실력이 많이 부족한 소위 투고타저의 시대를 살았다는 점, 당시의 해태라는 최강팀에서 뛰었다는 어드밴티지 같은 것이 더해져 일종의 신화를 만들었다는 것이지. 특히 최고구속이나 대학 시절의 성적처럼 아주 확실하게 명문화되지 않은 데이터의 경우에는 말도 안 되게 부풀려져서 퍼져나가거나, 아니면 반대로 근거도 없는 비하가 더해지면서 제대로 된 판단을 어렵게 하고 있어.
말하자면 거품 논쟁이 있다 그거구나?
응. 쉽게 정리하면 이런 거야. 프로야구 초기 선동렬의 기록은 타의 추종을 불허했어. 이건 하나의 팩트야. 그런데 만약 프로야구가 좀 더 빨리 출범해서 선동렬보다 나이가 많은 최동원과 김시진이 좀 더 전성기에 활약했다면 과연 선동렬보다 기록이 못할 것이냐, 현재 최고의 기량을 자랑하는 류현진, 김광현 같은 선수들이 선동렬보다 못할 것이냐, 그리고 그 모든 의혹을 해소하고 선동렬이 많은 이들의 생각처럼 한국 프로야구 역사 최고의 투수라 해도 메이저리그에서 10승 이상을 거두던 박찬호보다 뛰어난 투수일 것이냐, 이 부분에 대해서는 쉽게 이야기할 수 없어. 어떤 이들은 선동렬을 최고로 치지만 또 어떤 사람들은 류현진을 이야기하지. 박찬호는 말할 것도 없고. 그리고 실제로 몇 몇 사람들은 자신의 주장을 증명하기 위해서 과거 스포츠신문의 기사를 스크랩하거나 내게도 생소한 기대승률 같은 통계 수치로 역대 에이스들의 성적을 분석하기도 하고. 정말 남자들은 별 거 아닌 거에 엄청 집착하는 구나.
어떤 면에서 잉여력 폭발로 느껴질 수도 있겠지. 하지만 이렇게 사소한 것 하나하나 따져보는 것도 스포츠를 즐기는 방법 중 하나거든. 아이돌을 좋아한다면서 그냥 ‘아, 오늘 무대 좋았어’ 이 정도로 팬심을 추스를 수 없는 것처럼. 다만 이건 단순히 취향의 문제로 둘 수 있는 게 아니니까 정말 다양한 데이터와 통계 수치를 들이대는 거야.
그렇게 숫자 놀음을 하면 결과가 나오긴 하는 거야?
아무리 그래도 논란의 여지는 남을 수밖에 없을 거야. 결국 이 모든 것들은 수많은 ‘만약에’로 이루어진 거니까. 만약 전성기 선동렬이 메이저리그에서 뛰었더라면, 현재의 류현진이 투고타저의 프로야구 초반기에 등장했더라면, 박찬호가 국내에서 뛰었더라면, 이런 식으로. 그럼에도 이런 논쟁이 아주 무의미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건, 최대한 팩트 안에서 그 근거를 제시하려고 노력하기 때문이야. 비록 수많은 ‘만약에’로 이루어져 있지만 출처도 증명도 없는 ‘카더라’ 통신과는 전혀 다른 거지. 물론 세상에는 수치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것들이 많이 있지만 그럴싸한 말로 포장된 주장들보다는 차라리 수치화된 데이터가 진실에 더 가까운 경우가 많지.
어느 정도 동의는 하겠는데 너무 퍽퍽한 거 아니야?
가령 미리 수치를 알아두면 요번 추석에 요즘 정부가 참 잘하더라는 친척 어른들한테 말도 안 되게 밀리진 않겠지.
하지만 결국 연애 이야기가 나오면 내가 지잖아.
아니, 그런 것까지 내가 해결해줄 수는 없는 건데, 생각해보면 또 아주 해결을 못해줄 일은 아닌 거 같기도 하고…
글. 위근우 eight@
편집. 이지혜 seven@
아,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1승을 추가하면서 드디어 123승을 기록했거든.
123승? 숫자 1, 2, 3이라 특별한 건가?
아니, 아니. 123승은 그전까지 일본의 노모 히데오 선수가 메이저리그에서 세운 아시아 출신 투수 최다승 기록이야. 물론 남미를 비롯해 다양한 대륙, 다양한 나라의 선수들이 모여드는 메이저리그에서 굳이 아시아 출신 선수 최다승이라는 기록을 따질 필요가 있느냐는 시선도 있어. 하지만 아시아 출신 선수의 메이저리그 진출 자체가 대형 뉴스이던 시절 미국으로 건너갔던 한 청년이 온갖 부침을 겪고 17년 만에 세운 기록이라는 면에서 존중해줄 수밖에 없지. 만약에 여기서 1승을 추가해 그 기록을 스스로 깬다면 정말 보스턴 레드삭스의 마쓰자카 다이스케를 비롯한 아시아 출신 투수들에게는 하나의 이정표가 되겠지.
어때, 네 생각에는 그럼 124승도 가능할 것 같아?
글쎄? 123승도 기록했는데 여기서 1승 추가가 뭐 어렵냐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재작년 4승, 작년 3승, 올해 현재까지 3승을 기록한 걸 떠올리면, 이걸 단지 시간문제 정도로 얘기할 수는 없을 것 같아. 하지만 올해 승수를 추가하지 못한다고 해도 내년에도 박찬호는 메이저리그에서 뛰지 않을까? 그렇다면 아시아 투수 메이저리그 최다승 기록을 단독으로 세우는 것도 가능할 거고. 지금 기록만으로도 금자탑을 세웠다고 할 수 있겠지만.
그럼 한국 출신 투수 중에서 가장 위대한 업적을 세운 선수는 박찬호인 거야?
조금 민감한 질문이지만 그냥 단답형으로 대답하면 나는 그렇다고 봐. 누가 제일 위대한 투수였는지, 누가 제일 뛰어난 투수였는지에 대해서는 대답이 달라질 수 있어. 하지만 업적이라는 측면, 즉 기록이라는 면에 있어서는 메이저리그 한 시즌 최고 18승을 기록하고, 5년 연속 10승 이상, 총 100승 이상을 채운 박찬호가 최고라고 봐. 전성기가 지난 지금까지도 계속 해서 메이저리그에 남아 계속해서 기록을 갱신 중이라는 것까지 생각하면 더더욱. 그거랑 가장 뛰어난 투수는 또 다른 거야?
사실 이 부분은 사람들마다 생각이 많이 다를 수밖에 없어. 기록만으로 딱 부러지게 평가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거든. 기억에 의존하는 부분도 있고 자신에게 남은 임팩트의 크기에 따라 달라지기도 하고. 좀 더 솔직히 말하면 자기가 가장 좋아하는 선수를 가장 뛰어난 선수로 만들기 위해 스스로 간사해지는 면이 없진 않지. 그걸 인정하고 밝히자면 내 개인적으로 가장 뛰어나다고 생각했던 투수는 해태 시절의 선동렬이고, 가장 위대하다고 생각했던 투수는 지금은 은퇴한 송진우 선수야.
둘 다 유명한 사람들 아니야? 특히 선동렬은 나도 아는데 뭐.
물론 선동렬의 경우에는 국보급 투수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대단한 성적을 거뒀었지. 투수에게 있어 방어율은 낮으면 낮을수록 좋은 건데 오죽하면 성적 나쁜 성적표에 대해 선동렬 방어율이라는 고유 명사가 붙었겠어. 누가 뭐라고 해도 1986년에 선동렬이 기록한 24승, 방어율 0.99, 탈삼진 214개의 기록은 프로야구 역사를 통틀어 가장 말도 안 되는 기록이라고 할 수 있지. 일본으로 건너가기 전까지 국내에서 기록한 평균 기록을 따져도 방어율이 1.20고. 흔히 방어율이 3점대만 되도 A급 투수라고 하고, 2점대면 거의 S급이라고 보거든. 그런데 선동렬은 1986년을 비롯해 두 번이나 정규 이닝을 채우고서도 0점대 방어율을 기록한 바가 있어.
그렇게 잘하는 선수였고 나도 알 정도로 유명한데 왜 그렇게 조심스럽게 얘기하는 거야?
이게 단순히 가장 좋아하는 선수의 차원이라면 논쟁거리가 안 될 텐데, 최고의 투수라는 개념은 굉장히 민감하거든. 특히 선동렬의 경우에는 그 대중적인 인지도에 비해 최근 그 업적에 대한 논란이 많은 편이야. 현재에 비해 타자의 실력이 많이 부족한 소위 투고타저의 시대를 살았다는 점, 당시의 해태라는 최강팀에서 뛰었다는 어드밴티지 같은 것이 더해져 일종의 신화를 만들었다는 것이지. 특히 최고구속이나 대학 시절의 성적처럼 아주 확실하게 명문화되지 않은 데이터의 경우에는 말도 안 되게 부풀려져서 퍼져나가거나, 아니면 반대로 근거도 없는 비하가 더해지면서 제대로 된 판단을 어렵게 하고 있어.
말하자면 거품 논쟁이 있다 그거구나?
응. 쉽게 정리하면 이런 거야. 프로야구 초기 선동렬의 기록은 타의 추종을 불허했어. 이건 하나의 팩트야. 그런데 만약 프로야구가 좀 더 빨리 출범해서 선동렬보다 나이가 많은 최동원과 김시진이 좀 더 전성기에 활약했다면 과연 선동렬보다 기록이 못할 것이냐, 현재 최고의 기량을 자랑하는 류현진, 김광현 같은 선수들이 선동렬보다 못할 것이냐, 그리고 그 모든 의혹을 해소하고 선동렬이 많은 이들의 생각처럼 한국 프로야구 역사 최고의 투수라 해도 메이저리그에서 10승 이상을 거두던 박찬호보다 뛰어난 투수일 것이냐, 이 부분에 대해서는 쉽게 이야기할 수 없어. 어떤 이들은 선동렬을 최고로 치지만 또 어떤 사람들은 류현진을 이야기하지. 박찬호는 말할 것도 없고. 그리고 실제로 몇 몇 사람들은 자신의 주장을 증명하기 위해서 과거 스포츠신문의 기사를 스크랩하거나 내게도 생소한 기대승률 같은 통계 수치로 역대 에이스들의 성적을 분석하기도 하고. 정말 남자들은 별 거 아닌 거에 엄청 집착하는 구나.
어떤 면에서 잉여력 폭발로 느껴질 수도 있겠지. 하지만 이렇게 사소한 것 하나하나 따져보는 것도 스포츠를 즐기는 방법 중 하나거든. 아이돌을 좋아한다면서 그냥 ‘아, 오늘 무대 좋았어’ 이 정도로 팬심을 추스를 수 없는 것처럼. 다만 이건 단순히 취향의 문제로 둘 수 있는 게 아니니까 정말 다양한 데이터와 통계 수치를 들이대는 거야.
그렇게 숫자 놀음을 하면 결과가 나오긴 하는 거야?
아무리 그래도 논란의 여지는 남을 수밖에 없을 거야. 결국 이 모든 것들은 수많은 ‘만약에’로 이루어진 거니까. 만약 전성기 선동렬이 메이저리그에서 뛰었더라면, 현재의 류현진이 투고타저의 프로야구 초반기에 등장했더라면, 박찬호가 국내에서 뛰었더라면, 이런 식으로. 그럼에도 이런 논쟁이 아주 무의미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건, 최대한 팩트 안에서 그 근거를 제시하려고 노력하기 때문이야. 비록 수많은 ‘만약에’로 이루어져 있지만 출처도 증명도 없는 ‘카더라’ 통신과는 전혀 다른 거지. 물론 세상에는 수치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것들이 많이 있지만 그럴싸한 말로 포장된 주장들보다는 차라리 수치화된 데이터가 진실에 더 가까운 경우가 많지.
어느 정도 동의는 하겠는데 너무 퍽퍽한 거 아니야?
가령 미리 수치를 알아두면 요번 추석에 요즘 정부가 참 잘하더라는 친척 어른들한테 말도 안 되게 밀리진 않겠지.
하지만 결국 연애 이야기가 나오면 내가 지잖아.
아니, 그런 것까지 내가 해결해줄 수는 없는 건데, 생각해보면 또 아주 해결을 못해줄 일은 아닌 거 같기도 하고…
글. 위근우 eight@
편집. 이지혜 sev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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