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승헌 “우리끼리 한 얘기가 ‘잘해도 본전’이었다”
송승헌 “우리끼리 한 얘기가 ‘잘해도 본전’이었다”
인기 있는 영화를 넘어 한 시대의 문화현상이자 수많은 이들의 향수가 된 작품을 다시 만드는 것은 스코어가 뻔히 예상되는 힘든 경기다. 영화 는 원작인 을 리메이크가 아닌 ‘리웨이크(rewake)’하려 했다고 밝힌 것처럼 유물처럼 잠자고 있던 가치들을 2010년에 깨우려고 한다. 내 목숨보다 중요한 의리와 모든 것을 다 바쳐도 아깝지 않은 형제애처럼 지금은 그닥 핫하지 않은 키워드를 새로운 세대, 그리고 원작에 대해 무한한 애정을 가지고 있는 이들에게 되살려 놓는 것은 짐작대로 힘겨워 보인다. 그러나 원작에서 많은 것이 바뀌고, 훨씬 더 커진 스케일의 액션으로 무장해도 영화는 여전히 앞에선 허세 떨지만 뒤에선 눈물 흘리는 수컷들의 애처로움으로 마음 한 구석을 건드린다. 8일 “어떤 이에는 새롭고, 어떤 이에게 반복일 수 있는” 영화 의 언론 시사 직후 주진모, 송승헌, 김강우, 조한선 네 배우와 송해성 감독이 이야기를 나눴다.

혁(주진모)과 철(김강우), 주인공 형제와 영춘(송승헌)까지 모두 북에서 남으로 넘어왔다. 탈북자라는 설정을 새롭게 끌어들인 이유는.
송해성 감독: 탈북자란 설정이 없었으면 를 하지 않았을 거다. 사실 리메이크 제안을 받고나서 거절했다가 다시 하겠다고 했을 때, 이라는 영화가 한국에서 어떤 식으로 다시 만들어져야 할까 생각해봤다. 결국은 형제의 이야기인데 남한에만 국한된 게 아니라 탈북자 형제 이야기로 만들면 또 다른 지점을 가질 수 있을 것 같았다.

“넷이 모이면 항상 술판이 벌어졌다”
송승헌 “우리끼리 한 얘기가 ‘잘해도 본전’이었다”
송승헌 “우리끼리 한 얘기가 ‘잘해도 본전’이었다”
송승헌 “우리끼리 한 얘기가 ‘잘해도 본전’이었다”
송승헌 “우리끼리 한 얘기가 ‘잘해도 본전’이었다”
배우들이 북한 사투리와 표준말을 번갈아가면서 쓰는데.
송승헌: 영춘이 북한 특수부대 출신의 탈북자라 시나리오에선 모든 대사가 북한 사투리 위주였다. 평양과 함경도에서 탈북하신 분들을 만나서 모든 대사를 녹음하고 들어보고 했는데, 한 분은 나보다도 더 표준어를 쓰셨다. 우리가 알고 있는 거나 탈북 소재의 영화들은 그분들이 봤을 땐 현실과는 다르다고 하더라. 지방마다 사투리가 다르니까 평소에도 북한말보다는 서울말을 쓰고. 그런 리얼리티를 살려야 하나 고민도 됐고, 사투리가 어색할 바에는 영화적으로 무시하고 가자해서 사투리를 자제하면서 찍었다.

오로지 남자 배우 네 명에 의해 움직이는 영화 인데다가 원작인 의 남성적인 이미지를 생각한다면 서로 멋지게 보이기 위한 경쟁도 있었을 것 같다.
주진모: 멋있게 보이려고 해도 복장이 안 따라줘서… (웃음) 그런 생각은 못했고 단지 형으로서 갈등하고 고민하는 부분을 표현하는 것이 중요했다. 멋있게 보이는 건 저 말고 다른 분들이 있으니까. (웃음) 나도 뭐 마지막엔 멋있게 보이려고 애썼는데 어떻게 보실지 모르겠다.
송승헌: 많은 분들이 을 생각하니까 그걸 무시할 순 없었다. 정작 원작을 봤을 땐 화려하거나 액션이 많지 않은데 쌍권총, 성냥개비처럼 비주얼적인 면으로 많이 기억되는 주윤발이 했던 역할을 맡아서 더 그랬던 것 같다. 처음 시작할 때 우리끼리 한 얘기가 ‘잘해도 본전’이었다. 우리들의 기억 속에 전설로 남아있는 영화를 리메이크 하는 거니까 ‘얼마나 잘하나 보자’는 시선이 많을 테니까. 개인적으로는 나머지 캐릭터보다 액션과 비주얼이 강해서 굉장히 고민하면서 찍었다. 원작을 따라 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올드팬들에게 기억되는 장면들을 무시할 수도 없고.
김강우: 멋을 추구하고, 멋있게 보이려고 하면 철이의 캐릭터가 살아나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다. 우는 장면도 많았고 감정이 우선이었기 때문에 진심을 전하려고 노력했다.
조한선: 나는 옷만 멋있었다. (웃음) 그리고 어떻게 하면 더 나빠 보일까, 그런 부분을 노력 했다.

주연부터 조연까지 모두 남자 배우들이다.
주진모: 현장에 여배우가 없다보니까 가장 좋았던 게 거리낌 없이 직접적으로 소통할 수 있었던 거다. 마음에 있는 표현을 돌리지 않고 말하니까 시간이 많이 단축됐다. 물론 그렇게 되기까지는 자기 걸 하는 데 급급한 현장 외의 자리가 많았던 덕분이다. 넷이 모이면 항상 술판이 벌어지고, (송)승헌이가 술 먹다 입 벌리고 자는 것도 봤고. (웃음)
송승헌: 여자가 없었다고 하는데 김지영 선생님도 나왔다. (웃음) 촬영의 70% 가까이가 밤 신 이었는데 끝나면 새벽 4-5시가 된다. 그 때 해가 떠오르는 바닷가에서 배우들과 술판을 벌이곤 했다. 삼겹살 구워 먹으면서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했다. 어떤 작품보다 감독, 배우, 스태프들이 가족 같은 분위기에서 찍었다. 아, 이게 영화를 찍는 현장이구나, 영화가 이런 재미구나 하는 걸 처음 느낀 소중한 작품이다.

송해성 감독은 데뷔작인 이후 11년 만에 송승헌과 다시 만났다.
송해성 감독: 송승헌과 데뷔작을 같이 했는데 그때 송승헌과 나와 지금의 송승헌과 나는 많이 다르다. 물론 송승헌은 11년 전에도 여유가 많은 배우였고, 에서 그걸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

“남자 배우는 남자 냄새가 나야하지 않나”
송승헌 “우리끼리 한 얘기가 ‘잘해도 본전’이었다”
송승헌 “우리끼리 한 얘기가 ‘잘해도 본전’이었다”
송승헌 “우리끼리 한 얘기가 ‘잘해도 본전’이었다”
송승헌 “우리끼리 한 얘기가 ‘잘해도 본전’이었다”
김해곤 감독이 꽤 비중 있는 역할로 나온다. 어떻게 캐스팅하게 되었나.
송해성 감독: 김해곤 감독은 때부터 시나리오도 같이 썼고, 시나리오에도 참여했다. 가장 절친한 친구이기도 한데 이번에는 시나리오 각색 작업에만 참여하고 배우로는 절대 안 쓸려고 했다. (웃음) 그런데 송승헌이 을 하면서 감독, 배우로 만나보니 정 사장 역에 김해곤 감독이 제일 잘 맞을 것 같다고 해서 하게 되었다. 송승헌이 예상한 것처럼 기대 이상으로 좋은 연기를 해준 것 같다.

송승헌은 늘 이미지 변신을 위해 거친 역을 하고 싶다고 말해 왔는데 에서 그런 욕구를 충족시켰을 것 같다.
송승헌: 송승헌이란 배우를 얘기할 때 , , 에서 보여준 부드럽고 자상한 이미지를 말씀하는데 남자 배우로서 색깔을 바꿔보고 싶었다. 남자 배우는 남자 냄새가 나야하지 않나 생각한다. 서른 넘어가고, 군대 갔다 오면서부터 , , 까지, 팬들은 이번에도 또 조직이냐며 원망하기도 하는데 (웃음) 워낙 변화를 주고 싶었기 때문에 이런 시도를 했다.

자신이 맡은 캐릭터 외에 서로 탐이 났던 역할이 있는지.
주진모: 남자 배우는 삼십이 넘어가면서는 연기 냄새, 배우의 냄새를 풍길 수 있는 역을 쳐다보게 된다. 시나리오를 처음 읽었을 때는 조한선이 연기한 태민 역할에 눈이 갔고, 지금 영화를 보고 난 뒤에도 (조)한선이의 큰 변화를 느낄 수 있었다. (조)한선이가 날카롭게 했다면 전 오히려 능글맞게 해서 더 나쁜 놈으로 보이지 않았을까? (웃음)
송승헌: 네 캐릭터가 워낙 개성이 강하고 다들 훌륭해서 감히 더 잘할 수 있겠다는 생각은 못하지만 굳이 말하자면 (조)한선이가 태민 역을 너무 얄밉게, 패 죽이고 싶을 정도로 잘해줘서 (웃음) 태민 역할이 눈에 띄었다. 물론 내 역할에 더 애착이 간다. (웃음)
주진모: (극중 송승헌이 맡은 영춘이 내뱉었던 인상적인 대사) 행복한 새끼. (웃음)
김강우: 남자 배우들은 악역에 대한 욕심이 다 있고 나 역시 혼자서 세 명을 상대하는 강력한 태민 캐릭터가 욕심이 났다.
조한선: 다들 내 역할을… 난 내 역이 제일 좋고 (웃음) 다른 역은 하라 그래도 못 했을 거 같다. 영화를 보고 나니까 너무 힘들어 보여서… 나는 내 역할이 좋습니다! (웃음)

주진모와 송승헌의 경우에는 총을 굉장히 능숙하게 다루더라.
송승헌: 아무래도 총을 다뤄야 하는 액션 신이 많아서 사격장에서 연습하고, 개인적으로는 총을 조립하는 장면이 있어서 실제 허가받은 총으로 손에 익을 수 있게 집에서도 연습했다. 영화 마지막엔 큰 총도 사용 하는데 밤에 어깨가 너무 아플 정도로 굉장히 무거웠지만 통쾌했다. (웃음)
주진모: 총에 대해 추가적으로 말하자면 촬영 전에 실탄 사격장에서 연습하면서 총을 쏘면 눈을 깜빡이게 되는데 그러면 그림이 안 나온다고 해서 눈을 뜨고 총을 쏘는 연습을 많이 했다. 촬영할 때는 공포탄 한 발에 제작비가 만 원씩 해서 연습은 많이 못하고, 장난감 총으로 연습했다. 슛 들어가면 신나게 쏘고. (웃음)

조한선은 내일 군 입대를 하게 된다. 입대를 앞둔 심정이 어떤가.
조한선: 내일(9일) 한 시 반 입댄데 참 죄송하다. 홍보도 잘 못하고 가야돼서. 형들에게 미안하고 계속해서 힘 써주시기 바란다. (웃음) 원래는 일찍 가야되는데 먹고 살기 힘들다보니까 늦게 가게 됐다. 군에 가서 열심히 할 생각이다.

송승헌은 군대에 먼저 갔다 온 선배로서 해줄 말이 있을 것 같은데.
송승헌: 어… (조)한선이가 내일 입대 하는데 오늘까지 홍보 해줘서 고맙고, 군대 얘기는 나보다 더 힘들게 갔다 온 진모 형이… (웃음)
주진모: 갔다 온 다음에 활동을 시작해서 잘 모르지만 군대야 남자로서 의무적으로 갔다 오는 거 아닌가. (웃음)

글. 이지혜 seven@
사진. 이진혁 elev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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