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에 꼭 가지고 싶은 게 새로운 친구라는 말도 했던데, 이젠 새로운 관계에 대한 관심이 생긴 건가요?
태양 : 네. 예전에는 누굴 만난다든가 새로운 관계를 만들거나 하는 것에 대해서도 마음을 많이 닫고 지냈거든요. 지금도 그렇게 적극적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그런 마음이 든다는 것 자체가 좋은 것 같아요. 새로운 관계에 대해서 내가 조금 더 관심을 갖게 되고. 사람들과의 관계에 대해서 더 깊게 생각 한다는 거.
그런 마음의 변화가 노래를 부르는 방법에도 영향을 준 것 같아요. 특히 ‘Take it slow’를 들어보면 ‘이 곡은 내 노래가 이끌어간다’는 느낌이 굉장히 강했거든요. 목소리도 섬세하게 많은 변화를 주기도 하고.
태양 : 그 노래는 제가 멜로디를 만들었기 때문에 그런 부분이 더 많이 부각이 된 것 같긴 한데, 이제는 노래를 부를 때만큼은 제가 갖고 있는 것들을 그대로 표현하고 싶어요. 예전에는 노래를 부르기 전에 굉장히 가상의 설정들을 많이 했어요. 왜냐하면 제 경험이 아니니까 가사를 보고 나름대로 설정을 한 거죠. 그러니까 시작부터 진짜 감정하고는 조금 다른 표현을 하게 되는 거예요. 그런데 지금은 이 가사를 어떻게 받아들였는지 확신하는 것부터 시작해요. 그래서 진심을 담아서 노래할 수 있게 되면 그걸 어떻게 더 섬세하게 표현할 수 있는지 조금은 알 것 같아요.
보통 음악들은 작곡이나 편곡으로 구성을 만들어내는데 태양 씨는 목소리로 그걸 해서 좋은 의미로 황당했어요. (웃음) 그런 점에서 이번 앨범에 실린 자작곡을 만들 때는 어떤 부분을 가장 신경 쓰나요?
태양 : 작곡이라기엔 아직 쑥스럽지만 일단 프로듀서인 테디 형이 만들었을 때 듣자마자 감이 오는 곡들의 멜로디를 만들어요. 그래서 일단 제 목소리, 제 톤에 잘 맞는 멜로디를 찾는 게 중요하죠. 그리고 전체적인 흐름을 중요하게 생각하구요. 제가 표현할 수 있는 멜로디를 만드는 게 제일 중요한 것 같아요.
테디 씨는 워낙 여러 번 작업을 해서 태양 씨가 원하는 걸 바로 잡아낼 수 있었을 텐데, 전군이나 choice37 같은 새로운 프로듀서들과는 어땠나요?
태양 : choice37은 테디 형이 미국에서 만난 오랜 친구고, 지드래곤 앨범부터 한국에서 작업을 하는 거라서 대화가 굉장히 중요했어요. 무엇보다 제가 원하는 걸 확실히 표현하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이런 앨범을 만들려고 하니까 이런 부분들을 좀 해줬으면 좋겠다는 걸 확실히 얘기하는 거죠. 그래서 이번 앨범에서는 디지털 사운드보다는 아날로그 부분이 많이 들어갔으면 좋겠다고 얘기를 많이 했어요. 소울풀한 느낌을 원했거든요.
확실히 이번 앨범은 요즘 한국의 트렌드에는 벗어나 있는 것 같아요. 그런데 걱정은 안 들어요? 일정한 리듬 안에서 섬세하게 노래 부르면서 우아한 바운스를 만들어가는 음악을 하고 싶었던 것 같은데, 그게 한국에서 대중적인 스타일은 아니잖아요?
태양 : 사실 제가 추구하는 음악이 지금 인기 있는 것들하고는 굉장히 거리가 있는 것 같다는 생각도 많이 들긴 해요. 그리고 어떤 리뷰에서는 제가 표현하려는 감정이나 의도와 상관 없이 외국의 어떤 뮤지션과 닮았다는 식의 글을 써서 답답하기도 했구요. 저는 전혀 생각하지 않고 감정대로 한 앨범이니까요. 제 목표는 제가 가장 잘할 수 있고 제가 했을 때 좋은 음악이에요. 좀 더 미래를 생각하면 우리나라뿐만이 아니라 세계 어디에 내놔도 이런 음악을 하고 이런 노래를 부를 수 있는 가수가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구요. 그래도 ‘I need a girl’이 대중적으로 편하게 다가갈 수 있을 거 같아서 타이틀로 했어요.
최고의 인기 아이돌이 대중보다 자신의 음악이 먼저라고 결정하는 데는 고민이 없을 수가 없었을 텐데요.
태양 : 당장 앞을 보고 앨범을 내서, 우리나라 대중에 맞춰 앨범을 내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을 거예요. 하지만 그러면 제가 만족을 할지는 모르겠어요. 눈에 보이는 결과를 보고 사람들이 저를 좋게 말해주고 그럴지는 모르지만, 중요한 건 그게 아닌 것 같아요.
전에는 자신에 대한 인정이 중요하다는 말을 하곤 했었는데, 지금은 본인 스스로의 확신이 가장 중요해진 것 같네요.
태양 : 네. 제가 저 자신을 더 알고 확신해야 하는 거죠.
이번 앨범을 통해서 본인에 대해 더 알게 된 부분이 있나요?
태양 : 그전에도 제 자신을 몰랐던 건 아니에요. 그런데 이번 앨범으로 더 구체적으로 알게 된 것 같아요. 예를 들어 나쁜 습관 같은 게 있다면 그걸 확실히 알고, 이건 어쩔 수 없구나하고 받아들이게 된 것들도 있어요. 나는 나구나, 이런 생각. 어떻게 보면 저에 대한 답을 찾은 거죠. 제가 앞으로 해야 할 음악이 뭐가 돼야할까 같은 거.
어떤 음악인 것 같아요?
태양 : 어떻게 들으실지는 모르겠지만, 어… 이건 제가 어렸을 때부터 꿈 꿔온 건데, 이번에 확실히 잡은 것 같아요. 아침 출근길에 들었을 때는 굉장히 희망적이고, 퇴근길에 들었을 때는 위로받을 수 있는 음악. 어떨 때 들으면 기분이 좋다기보다는 굉장히 신나는 곡인데, 또 어떤 기분에 들으면 슬프게 느껴지는 그런 음악이요.
음악적인 방향을 잡으면서 무대에 대해서도 확신을 가진 것 같아요. ‘I need a girl’과 ‘I`ll be there’는 모두 본인을 큰 그림의 일부, 아니면 뮤지컬의 배우로 생각하는 것 같던데요. ‘Where U at’이나 ‘웨딩드레스’처럼 화려한 테크닉을 더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은 안 들었나요?
태양 : 사실 ‘I`ll be there’하기 전에는 고민이 많았어요. 테크닉적으로 안무를 짜서 댄서들과 군무를 보여줘야 하는 게 맞나 싶기도 했어요. 춤만 생각했다면 그런 고민을 안 했을 거예요. 그런데 제가 부르는 노래가 그런 그림이 필요하기 때문에 뮤지컬 같은 구성의 무대를 생각했죠. 그리고 이미 한 번 보여준 걸 되풀이하는 것도 저에게 큰 의미가 없었구요. 노래와 춤이 하나가 돼서 사람들에게 감정을 전달할 수 있는 스토리라인을 만들고 싶었어요. 테크닉을 강조하는 건 다음에도 할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그런 무대는 사실 노래와 사운드가 같이 만들어내는 느낌을 이해해야 받아들여질 수 있지 않을까요? 그러니까 앨범을 듣고 곡을 감상한 다음 볼 때 효과가 있는데, 한국은 그런 환경이 아니잖아요? 보통의 집에 있는 TV 스피커에서 사운드가 잘 나오는 것도 아니고.
태양 : 많은 사람들이 음악을 잘 감상해주시면 좋겠다는 생각은 하는데 어쨌든 보게 될 사람은 보게 될 거고, 들을 사람은 들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제 음악이 멋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무대를 볼 거라고 생각해서 크게 고민 하지는 않아요. 그 고민을 하고 있었다면 이런 음악을 하지는 않았겠죠.
하지만 본인의 세계를 섬세하게 표현할수록 대중에게 좀 어려운 사람이 될 수도 있다는 걱정은 안 들어요? 가장 인기 있는 아이돌 중 하나인데도 태양은 굉장히 진지하다, 조금 다가서기 어렵다는 이미지도 있는 것 같아요.
태양 : 사실 걱정이 되기는 해요. 하지만 그런 걱정이 많았다면 이렇게 하지는 못했을 것 같아요. 그런 걱정보다 제 뜻대로 해서 만든 결과물들을 내놨을 때 만족도가 더 커서 위안을 얻는 것 같아요.
그러면서 빅뱅의 음악과 태양의 음악은 많이 달라지는데, 빅뱅에서의 자신의 역할에 대한 생각이 달라지는 부분들이 있나요?
태양 : 제가 할 수 있는 걸 솔로로 따로 나와서 하고, 빅뱅 안에 있을 때는 빅뱅에 맞는 여러 가지 음악을 하면서 할 수 없었던 것에 도전하는 기회들이 많아진 것 같아요. 그 안에서 잘할 수 있는 부분들을 열심히 하다보면 팀에도 도움이 많이 되고, 사람들도 그렇게 받아들이게 될 거 같아요. 그래서 그룹이든 솔로든 똑같은 마음을 갖게 되는 거 같아요.
빅뱅의 새로운 앨범은 어떤 방향인가요?
태양 : 전에는 아무래도 시대에 어울리는 음악을 많이 반영했고, 음악뿐만 아니라 인기를 많이 얻어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오히려 가장 기초적인 걸 중요하게 생각하게 된 것 같아요. 다들 기본에 충실한 음악을 하려는 마음을 똑같이 갖고 있거든요. 그래서 이번 앨범은 아직 준비 중이긴 하지만, 예전하고는 느낌이 좀 다른 곡들이 많이 실릴 거예요.
그런데 태양과 빅뱅은 하는 음악도 다르지만, 국내와 해외에서의 반응 또한 달라요. 솔로 앨범에 대한 해외 팬들의 반응이 힘이 되지는 않았나요? 사운드의 리듬이 아니라 목소리로 흐름이나 바운스를 조절하는 건 아무래도 한국에서는 아직 낯선 스타일이니까.
태양 : 미국에 있는 친구들은 되게 좋아하더라고요 (웃음) 해외 팬들의 반응이 확신과 믿음을 주는 것 같아요. 이번 앨범에 대해서 아무 반응이 없었다면 이게 정말 맞는건가 하는 고민을 많이 했을 것 같아요. 그런데 해외 활동을 안 하는데도 음악이 유튜브를 통해 퍼지고, 아이튠즈 차트에 오르면서 이렇게 계속 나가면 제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은 듣게 될 거고, 알아봐줄 사람은 알아봐줄 거라고 확실하게 느꼈어요. 해외에 있는 분들이 노래와 무대만으로 저를 알아본다는 자체가 굉장히 큰 힘이 되는 것 같아요.
해외 활동에 대한 계획은 있나요?
태양 : 개인적으로는 해외에서 인기 있는 곡들을 수록한 인터내셔널 앨범의 반응이 좋으면 여러 나라에서 해보고 싶다는 생각은 들어요. 하지만 아직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하니까 일단 제 음악을 더 깊게 하면서 좋은 결과물이 나오도록 해야겠죠. 그러면 기회가 생길 거고. 사실 지금처럼 아이튠즈에 음원을 푼다는 것 자체도 생각 못했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이렇게 됐으니까 앞으로 조금 더 제가 생각하는 것들이 현실이 될 거라고 생각해요.
그럴수록 고민은 더 많아지겠어요. 사실 태양 씨가 하고 싶어 하는 건 지금 대중의 기호하고는 반대쪽에 가까우니까. 요즘 보컬의 섬세한 변화나 거기에 정교하게 맞춘 사운드를 일일이 들어주지는 않잖아요.
태양 : 가면 갈수록 더 그럴 수도 있다는 생각은 들어요. 요즘은 사운드 자체가 말씀하신 요소들은 철저히 배제한 음악들을 하고 있으니까요. 그렇다고 제가 시대에 맞는 음악만 했다면 제가 더 힘들었을 거예요. 아예 앨범을 못 냈을지도 몰라요. 사실 걱정이 많이 되죠. 음악을 앞으로 해나가야 한다는 것도 걱정이지만, 전 세계적으로 멜로디로 감정을 전달하는 노래보다는 특정 사운드만을 강조하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아날로그 청년이군요. (웃음) 음악도 예전 곡들을 많이 듣는다고 하던데.?
태양 : 그런가요? (웃음) 요즘 너무 디지털 중심으로 변하면서 제가 듣던 음악에서 느꼈던 감동을 받을 수 있는 음악들이 많이 없거든요. 어렸을 때 사실 친구들과 많이 어울리지 않았고 여자친구도 없었고, 사랑이란 것에 대해 느낄 기회가 없었어요. 그 때 음악이 그런 감정을 되게 많이 느끼게 해줬거든요. 그런데 요즘은 그런 게 많이 없어진 것 같아요. 그래서 이번 공연의 사운드를 밴드 연주로 꾸미려고 하구요.
그러면 앞으로 한 1-2년 뒤 쯤에는 어떤 뮤지션이 되고 싶어요?
태양 : 어, 어려운 질문인데요.
전 가벼운 마음으로 한 건데 (웃음) 역시 음악에 대해서는 진지하시군요.
태양 : 하하. 일단은 지금도 그렇고 언제나 변하지 않는 모습으로 기억됐으면 좋겠어요. 앞으로도 계속해서 똑같은 마음으로 음악을 공부하고, 저에 대해서 열심히 알아가려고 노력할 거니까요. 어느 곳에서도 제 자리에서 최선을 다 할 거고, 어느 곳에 있든 제가 보여줄 수 있는 음악으로 큰 감동을 줄 수 있는 뮤지션이 되고 싶어요. 그리고 10년 뒤에는 더 큰 감동을 전해줄 수 있는 노래를 부르고 싶구요.
그러면 10년 뒤에는 어떤 음악을 하고 있을 것 같아요?
태양 : 더 섬세한 음악이요. 그리고 연륜에 어울리는 음악을 하게 되지 않을까요? 아무래도 그렇게 될 것 같아요. (웃음)
사진제공. YG엔터테인먼트
태양 : 네. 예전에는 누굴 만난다든가 새로운 관계를 만들거나 하는 것에 대해서도 마음을 많이 닫고 지냈거든요. 지금도 그렇게 적극적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그런 마음이 든다는 것 자체가 좋은 것 같아요. 새로운 관계에 대해서 내가 조금 더 관심을 갖게 되고. 사람들과의 관계에 대해서 더 깊게 생각 한다는 거.
그런 마음의 변화가 노래를 부르는 방법에도 영향을 준 것 같아요. 특히 ‘Take it slow’를 들어보면 ‘이 곡은 내 노래가 이끌어간다’는 느낌이 굉장히 강했거든요. 목소리도 섬세하게 많은 변화를 주기도 하고.
태양 : 그 노래는 제가 멜로디를 만들었기 때문에 그런 부분이 더 많이 부각이 된 것 같긴 한데, 이제는 노래를 부를 때만큼은 제가 갖고 있는 것들을 그대로 표현하고 싶어요. 예전에는 노래를 부르기 전에 굉장히 가상의 설정들을 많이 했어요. 왜냐하면 제 경험이 아니니까 가사를 보고 나름대로 설정을 한 거죠. 그러니까 시작부터 진짜 감정하고는 조금 다른 표현을 하게 되는 거예요. 그런데 지금은 이 가사를 어떻게 받아들였는지 확신하는 것부터 시작해요. 그래서 진심을 담아서 노래할 수 있게 되면 그걸 어떻게 더 섬세하게 표현할 수 있는지 조금은 알 것 같아요.
“출근길엔 희망적이고, 퇴근길엔 위로받을 수 있는 음악을 하고 싶어요”
태양 : 작곡이라기엔 아직 쑥스럽지만 일단 프로듀서인 테디 형이 만들었을 때 듣자마자 감이 오는 곡들의 멜로디를 만들어요. 그래서 일단 제 목소리, 제 톤에 잘 맞는 멜로디를 찾는 게 중요하죠. 그리고 전체적인 흐름을 중요하게 생각하구요. 제가 표현할 수 있는 멜로디를 만드는 게 제일 중요한 것 같아요.
테디 씨는 워낙 여러 번 작업을 해서 태양 씨가 원하는 걸 바로 잡아낼 수 있었을 텐데, 전군이나 choice37 같은 새로운 프로듀서들과는 어땠나요?
태양 : choice37은 테디 형이 미국에서 만난 오랜 친구고, 지드래곤 앨범부터 한국에서 작업을 하는 거라서 대화가 굉장히 중요했어요. 무엇보다 제가 원하는 걸 확실히 표현하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이런 앨범을 만들려고 하니까 이런 부분들을 좀 해줬으면 좋겠다는 걸 확실히 얘기하는 거죠. 그래서 이번 앨범에서는 디지털 사운드보다는 아날로그 부분이 많이 들어갔으면 좋겠다고 얘기를 많이 했어요. 소울풀한 느낌을 원했거든요.
확실히 이번 앨범은 요즘 한국의 트렌드에는 벗어나 있는 것 같아요. 그런데 걱정은 안 들어요? 일정한 리듬 안에서 섬세하게 노래 부르면서 우아한 바운스를 만들어가는 음악을 하고 싶었던 것 같은데, 그게 한국에서 대중적인 스타일은 아니잖아요?
태양 : 사실 제가 추구하는 음악이 지금 인기 있는 것들하고는 굉장히 거리가 있는 것 같다는 생각도 많이 들긴 해요. 그리고 어떤 리뷰에서는 제가 표현하려는 감정이나 의도와 상관 없이 외국의 어떤 뮤지션과 닮았다는 식의 글을 써서 답답하기도 했구요. 저는 전혀 생각하지 않고 감정대로 한 앨범이니까요. 제 목표는 제가 가장 잘할 수 있고 제가 했을 때 좋은 음악이에요. 좀 더 미래를 생각하면 우리나라뿐만이 아니라 세계 어디에 내놔도 이런 음악을 하고 이런 노래를 부를 수 있는 가수가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구요. 그래도 ‘I need a girl’이 대중적으로 편하게 다가갈 수 있을 거 같아서 타이틀로 했어요.
최고의 인기 아이돌이 대중보다 자신의 음악이 먼저라고 결정하는 데는 고민이 없을 수가 없었을 텐데요.
태양 : 당장 앞을 보고 앨범을 내서, 우리나라 대중에 맞춰 앨범을 내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을 거예요. 하지만 그러면 제가 만족을 할지는 모르겠어요. 눈에 보이는 결과를 보고 사람들이 저를 좋게 말해주고 그럴지는 모르지만, 중요한 건 그게 아닌 것 같아요.
전에는 자신에 대한 인정이 중요하다는 말을 하곤 했었는데, 지금은 본인 스스로의 확신이 가장 중요해진 것 같네요.
태양 : 네. 제가 저 자신을 더 알고 확신해야 하는 거죠.
이번 앨범을 통해서 본인에 대해 더 알게 된 부분이 있나요?
태양 : 그전에도 제 자신을 몰랐던 건 아니에요. 그런데 이번 앨범으로 더 구체적으로 알게 된 것 같아요. 예를 들어 나쁜 습관 같은 게 있다면 그걸 확실히 알고, 이건 어쩔 수 없구나하고 받아들이게 된 것들도 있어요. 나는 나구나, 이런 생각. 어떻게 보면 저에 대한 답을 찾은 거죠. 제가 앞으로 해야 할 음악이 뭐가 돼야할까 같은 거.
어떤 음악인 것 같아요?
태양 : 어떻게 들으실지는 모르겠지만, 어… 이건 제가 어렸을 때부터 꿈 꿔온 건데, 이번에 확실히 잡은 것 같아요. 아침 출근길에 들었을 때는 굉장히 희망적이고, 퇴근길에 들었을 때는 위로받을 수 있는 음악. 어떨 때 들으면 기분이 좋다기보다는 굉장히 신나는 곡인데, 또 어떤 기분에 들으면 슬프게 느껴지는 그런 음악이요.
“이제는 빅뱅도 인기보다는 기본적인 음악에 대해 더 생각해요”
태양 : 사실 ‘I`ll be there’하기 전에는 고민이 많았어요. 테크닉적으로 안무를 짜서 댄서들과 군무를 보여줘야 하는 게 맞나 싶기도 했어요. 춤만 생각했다면 그런 고민을 안 했을 거예요. 그런데 제가 부르는 노래가 그런 그림이 필요하기 때문에 뮤지컬 같은 구성의 무대를 생각했죠. 그리고 이미 한 번 보여준 걸 되풀이하는 것도 저에게 큰 의미가 없었구요. 노래와 춤이 하나가 돼서 사람들에게 감정을 전달할 수 있는 스토리라인을 만들고 싶었어요. 테크닉을 강조하는 건 다음에도 할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그런 무대는 사실 노래와 사운드가 같이 만들어내는 느낌을 이해해야 받아들여질 수 있지 않을까요? 그러니까 앨범을 듣고 곡을 감상한 다음 볼 때 효과가 있는데, 한국은 그런 환경이 아니잖아요? 보통의 집에 있는 TV 스피커에서 사운드가 잘 나오는 것도 아니고.
태양 : 많은 사람들이 음악을 잘 감상해주시면 좋겠다는 생각은 하는데 어쨌든 보게 될 사람은 보게 될 거고, 들을 사람은 들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제 음악이 멋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무대를 볼 거라고 생각해서 크게 고민 하지는 않아요. 그 고민을 하고 있었다면 이런 음악을 하지는 않았겠죠.
하지만 본인의 세계를 섬세하게 표현할수록 대중에게 좀 어려운 사람이 될 수도 있다는 걱정은 안 들어요? 가장 인기 있는 아이돌 중 하나인데도 태양은 굉장히 진지하다, 조금 다가서기 어렵다는 이미지도 있는 것 같아요.
태양 : 사실 걱정이 되기는 해요. 하지만 그런 걱정이 많았다면 이렇게 하지는 못했을 것 같아요. 그런 걱정보다 제 뜻대로 해서 만든 결과물들을 내놨을 때 만족도가 더 커서 위안을 얻는 것 같아요.
그러면서 빅뱅의 음악과 태양의 음악은 많이 달라지는데, 빅뱅에서의 자신의 역할에 대한 생각이 달라지는 부분들이 있나요?
태양 : 제가 할 수 있는 걸 솔로로 따로 나와서 하고, 빅뱅 안에 있을 때는 빅뱅에 맞는 여러 가지 음악을 하면서 할 수 없었던 것에 도전하는 기회들이 많아진 것 같아요. 그 안에서 잘할 수 있는 부분들을 열심히 하다보면 팀에도 도움이 많이 되고, 사람들도 그렇게 받아들이게 될 거 같아요. 그래서 그룹이든 솔로든 똑같은 마음을 갖게 되는 거 같아요.
빅뱅의 새로운 앨범은 어떤 방향인가요?
태양 : 전에는 아무래도 시대에 어울리는 음악을 많이 반영했고, 음악뿐만 아니라 인기를 많이 얻어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오히려 가장 기초적인 걸 중요하게 생각하게 된 것 같아요. 다들 기본에 충실한 음악을 하려는 마음을 똑같이 갖고 있거든요. 그래서 이번 앨범은 아직 준비 중이긴 하지만, 예전하고는 느낌이 좀 다른 곡들이 많이 실릴 거예요.
“언제나 변하지 않는 모습으로 기억됐으면 좋겠어요”
태양 : 미국에 있는 친구들은 되게 좋아하더라고요 (웃음) 해외 팬들의 반응이 확신과 믿음을 주는 것 같아요. 이번 앨범에 대해서 아무 반응이 없었다면 이게 정말 맞는건가 하는 고민을 많이 했을 것 같아요. 그런데 해외 활동을 안 하는데도 음악이 유튜브를 통해 퍼지고, 아이튠즈 차트에 오르면서 이렇게 계속 나가면 제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은 듣게 될 거고, 알아봐줄 사람은 알아봐줄 거라고 확실하게 느꼈어요. 해외에 있는 분들이 노래와 무대만으로 저를 알아본다는 자체가 굉장히 큰 힘이 되는 것 같아요.
해외 활동에 대한 계획은 있나요?
태양 : 개인적으로는 해외에서 인기 있는 곡들을 수록한 인터내셔널 앨범의 반응이 좋으면 여러 나라에서 해보고 싶다는 생각은 들어요. 하지만 아직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하니까 일단 제 음악을 더 깊게 하면서 좋은 결과물이 나오도록 해야겠죠. 그러면 기회가 생길 거고. 사실 지금처럼 아이튠즈에 음원을 푼다는 것 자체도 생각 못했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이렇게 됐으니까 앞으로 조금 더 제가 생각하는 것들이 현실이 될 거라고 생각해요.
그럴수록 고민은 더 많아지겠어요. 사실 태양 씨가 하고 싶어 하는 건 지금 대중의 기호하고는 반대쪽에 가까우니까. 요즘 보컬의 섬세한 변화나 거기에 정교하게 맞춘 사운드를 일일이 들어주지는 않잖아요.
태양 : 가면 갈수록 더 그럴 수도 있다는 생각은 들어요. 요즘은 사운드 자체가 말씀하신 요소들은 철저히 배제한 음악들을 하고 있으니까요. 그렇다고 제가 시대에 맞는 음악만 했다면 제가 더 힘들었을 거예요. 아예 앨범을 못 냈을지도 몰라요. 사실 걱정이 많이 되죠. 음악을 앞으로 해나가야 한다는 것도 걱정이지만, 전 세계적으로 멜로디로 감정을 전달하는 노래보다는 특정 사운드만을 강조하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아날로그 청년이군요. (웃음) 음악도 예전 곡들을 많이 듣는다고 하던데.?
태양 : 그런가요? (웃음) 요즘 너무 디지털 중심으로 변하면서 제가 듣던 음악에서 느꼈던 감동을 받을 수 있는 음악들이 많이 없거든요. 어렸을 때 사실 친구들과 많이 어울리지 않았고 여자친구도 없었고, 사랑이란 것에 대해 느낄 기회가 없었어요. 그 때 음악이 그런 감정을 되게 많이 느끼게 해줬거든요. 그런데 요즘은 그런 게 많이 없어진 것 같아요. 그래서 이번 공연의 사운드를 밴드 연주로 꾸미려고 하구요.
그러면 앞으로 한 1-2년 뒤 쯤에는 어떤 뮤지션이 되고 싶어요?
태양 : 어, 어려운 질문인데요.
전 가벼운 마음으로 한 건데 (웃음) 역시 음악에 대해서는 진지하시군요.
태양 : 하하. 일단은 지금도 그렇고 언제나 변하지 않는 모습으로 기억됐으면 좋겠어요. 앞으로도 계속해서 똑같은 마음으로 음악을 공부하고, 저에 대해서 열심히 알아가려고 노력할 거니까요. 어느 곳에서도 제 자리에서 최선을 다 할 거고, 어느 곳에 있든 제가 보여줄 수 있는 음악으로 큰 감동을 줄 수 있는 뮤지션이 되고 싶어요. 그리고 10년 뒤에는 더 큰 감동을 전해줄 수 있는 노래를 부르고 싶구요.
그러면 10년 뒤에는 어떤 음악을 하고 있을 것 같아요?
태양 : 더 섬세한 음악이요. 그리고 연륜에 어울리는 음악을 하게 되지 않을까요? 아무래도 그렇게 될 것 같아요. (웃음)
사진제공. YG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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