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의 휘파람은 나의 아르페지오보다 빠르고 멜로디컬하다”는 잉베이 맘스틴의 인정과 “우리는 언제나 록음악의 한계 너머를 꿈꾸며 실험해왔지만 이미 그것은 한국에서 실현되어 있었다. UV라는 그룹에 의해”라는 스콜피온스의 고백으로 이 짧은 글에서나마 불세출의 그룹 UV의 위대함을 언급하련다. 그리고 그 존경심으로 지난 Mnet < 20`s Choice >에서 벌어진 그들의 충격적 은퇴와 오늘 마지막으로 방영되는 < UV 신드롬 >에 대한 아쉬움을 대신하고 싶다. 그만큼 < UV 신드롬 > 역시 UV만큼 흥미로운 텍스트다. 이 프로그램은 UV라는 레전드에 묻어가는 대신, TV와 TV 바깥의 팬덤의 맥락에서 새로운 의미를 획득한 UV의 퍼포먼스처럼 스스로 현실과 가상의 경계를 지워나갔다. 물론 그토록 유니크하기에 아쉬움이 남는 것이지만 너무 슬퍼하지는 말자. 이미 오래 전 유세윤이 다른 이의 입을 빌어 말하지 않았던가. End가 아닌 And라고.
언제나 사고뭉치 아저씨들의 성장 서사를 그려오던 KBS <해피선데이> ‘남자의 자격’이지만 이번 합창단 프로젝트는 그 중에서도 유독 주목을 받고 있다. 역대 최고의 대규모 미션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 중심에 박칼린 음악감독의 열정과 카리스마가 있다는 것을 부정하긴 어려울 것이다. 오늘 <음악창고>에서는 그녀가 언제나 전체적 화음을 조율하던 감독의 위치에서 직접 필드에서 드리블하는 선수의 입장으로 출연한다. “많은 이들에게 사랑을 받은 유명 작품은 물론, 아직 한국에 소개되지 않은 작품까지 다양한 뮤지컬 음악을 소개하고 싶었다”는 설명과 함께 그녀는 옥주현, 최재림 등의 뮤지컬 배우들과 함께 자신이 사랑하는 뮤지컬 넘버들을 직접 노래하며 소개한다. 그 열정적 무대를 통해 현재 ‘남자의 자격’ 합창단 프로젝트를 이끄는 가장 큰 원동력을 짐작할 수 있겠다.
<레지던트 이블> 시리즈 같은 종말론적 좀비 영화나, <눈먼 자들의 도시> 같은 극단적 상황의 작품 안에서 항상 빠짐없이 나오는 장면은 일련의 무리가 식량을 구하러 다니는 모습이다. 여기서 최고의 노다지는 금은방이 아닌, 아직 털리지 않은 편의점이다. 다이아몬드가 없어도, 아이폰이 없어도 살 수는 있다. 하지만 식량이 없으면 살 수 없다. 2주에 걸쳐 방영되는 <다큐10+> ‘식량전쟁’ 2부작은 이토록 명료하지만 현재로선 절박하지 않은 명제를 다시금 곱씹는다. 오늘 방영하는 ‘2050년, 식량위기’ 편은 곡물 수요는 해마다 늘어나지만, 잇단 기상이변으로 곡물생산은 감소해 최악의 상태에 이른 2050년의 가상 시나리오를 보여준다. 식량이 부족해 세계 곳곳에서 폭동이 일어나는 상황은 과연 엄살일까, 아니면 우리가 외면하는 멀지 않은 미래일까. 알 수 없지만, 1퍼센트라도 최악의 시나리오가 펼쳐질 가능성이 있다면 그것을 막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하는 건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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