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처럼 잘생겼다. Mnet <꽃미남 아롱사태>를 통해 ‘성대 얼짱’으로 대중에게 처음으로 얼굴을 알렸던 송중기를 보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생각이다. 20대 중반의 나이에 아직 소년의 해사함이 느껴지는 눈빛과 피부는, 하지만 역설적으로 그의 이름을 ‘얼짱’이라는 수식어로 가리는 약점이 되기도 했다. 수많은 꽃미남들이 브라운관의 원샷을 받기 위해 애쓰는 연예계에서 잘생겼다는 장점은 인기를 위한 필요조건일망정 충분조건은 아니다. 한국에서 20대 초반의 잘생긴 신인은 모두 모였던 <쌍화점>의 건룡위 중 한 명으로 잠깐 자신의 얼굴을 스크린에 비춘 경력은 중요한 한 편, 그래서 일종의 한계일 수도 있었다.

때문에 송중기라는 이름이 대중에게 알려진 근래 2년여의 시간은 그의 잘생긴 얼굴에 그 이상의 무언가를 담아내는 과정이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가령 실제 쇼트트랙 선수 출신이었던 그가 MBC <트리플>의 쇼트트랙 선수 지풍호를 연기하며 단순히 자신의 운동 능력만을 과시하려 했다면 캐릭터는 지워졌을지 모른다. 하지만 송중기는 자신만만함과 섬세한 배려심 사이에서 아슬아슬 줄을 타며 풍호를 어딘가 얄미우면서도 사랑스러운 존재로 만들어냈다. 철부지에 조금은 이기적이지만 오히려 그래서 의사로서 인간으로서 성장해가는 모습이 기특했던 SBS <산부인과>의 안경우 역시 마찬가지다. 그는 특유의 소년 같은 이미지를 바탕으로, 잘생겨서 매력적인 게 아니라 잘생겼는데 인간적이라 매력적인 캐릭터를 만들어냈다.

양희은과 조덕배 같은 중년 취향의 곡부터 제이슨 므라즈 같은 동시대 뮤지션에 이르는 곡을 추천한 그의 다양한 음악적 취향이 흥미로운 건 그래서다. 그 다양함은 그 해사한 얼굴 뒤편에 얼마나 다양한 감정을, 그리고 표정을 감춰두고 있을지 짐작할 수 있는 일종의 흔적이 아닐까. 송중기 스스로 일상 속에 습관처럼 박힌 음악이라 밝히는 다음의 플레이리스트를 통해 우리는 잘생긴 얼굴의 송중기 너머에 조금 더 접근할 수 있을 것이다.




1. 양희은의 <1997 아침이슬>
“사실은 김장훈 선배님의 콘서트에서 처음 접한 노래예요.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양희은 선생님의 노래더라고요. 노래도 노래지만 개인적으로는 가사 내용이 정말 좋아서 자주 듣게 되는 곡이에요.” 동시대 가수들의 개성 넘치는 가사도 분명 이 시대의 어떤 경향을 표현하는 소중한 자료겠지만, 7, 80년대 포크가수들의 가사는 정말 탁월한 문학적 성취를 이룬 경우가 종종 있었다. 양희은의 ‘아침이슬’을 만든 것으로 유명한 김민기가 작사 작곡한 ‘봉우리’ 역시 마찬가지다. 1984년 LA 올림픽에서 입상하지 못한 선수들을 담은 다큐멘터리를 위해 만든 이 노래는 봉우리에 오르는 이들의 이야기를 하면서도 ‘낮은 데로만 흘러 고인 바다’의 위대함을 노래한다. 양희은이나 김민기 본인 이후에도 수많은 가수들이 콘서트에서 이 곡을 부르는 건 우연이 아니다.



2. 조덕배의 <5집 그대 내맘에 들어오면은>
“이 곡 같은 경우도 조덕배 씨의 원곡보다 성시경 씨의 리메이크 버전으로 먼저 접하게 된 케이스에요. 그러다 원곡을 찾아 듣게 됐는데, 항상 원곡이 리메이크보다 좋은 거 같더라고요. 노래방에서도 자주 부르는 곡이에요. 물론 조덕배 씨 버전으로요.” 과거의 좋은 곡이 그러하듯 이 곡 역시 조성모, 성시경 같은 탁월한 발라드 보컬에 의해 리메이크되었는데 올해 초 조덕배 25주년 기념 앨범을 위해 엠블랙이 부르기로 해 다시 한 번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만큼 조덕배의 서정적 멜로디는 시대를 관통할만한 것이라 할 수 있겠다. 하지만 송중기의 말대로 다양한 기교로 미장한 리메이크 곡들보다 조덕배 특유의 슬픈 목소리가 정직하게 얹힌 원곡이 좀 더 명료한 느낌으로 다가오는 것이 사실이다.



3. Norah Jones의 < Come Away With Me >
“평소 가장 많이 듣는 곡인 거 같아요. 노라 존스라는 가수의 음색도 좋고, 영화 <마이 블루베리 나이츠>에서의 연기 역시 좋아해요. 말하자면 노라 존스라는 아티스트의 팬인 거죠. 특히 비 오는 날이면 항상 그녀의 곡을 들어요.” 송중기가 꼽은 세 번째 곡은 노라 존스의 ‘Don`t Know Why’다. 노라 존스의 음악이 재즈냐 아니냐에 대한 논쟁은 그 자체로 그녀가 얼마나 대중적인 인기를 끌었는지에 대한 방증이 될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그 모든 논쟁의 중심에는 그녀의 데뷔작 < Come Away With Me >의 무시무시한 성공이 자리한다. 재즈의 외피를 두른 이 앨범은 팝과 컨트리의 여러 요소가 딱 대중의 귀에 달콤하게 감길 방향으로 버무려졌고 무려 1,000만 장 이상 판매되었다. 그 영향력 때문에 그녀의 음악적 뿌리가 무엇인지에 대한 논쟁은 계속되었지만 확실한 건, ‘Don`t Know Why’는 정말 매끈하게 잘 빠진 멜로디의 곡이란 것이다.



4. Jason Mraz의 < We Sing, We Dance, We Steal Things >
“내한 공연할 때마다 항상 가서 즐길 정도로 제이슨 므라즈를 좋아해요. ‘Geek in the Pink’나 ‘I`m Yours’처럼 그에겐 유명한 곡이 많은데 개인적으론 ‘Live High’를 가장 좋아해요.” 그동안 ‘그의 플레이리스트’ 코너를 스쳐 간 수많은 스타들이 제이슨 므라즈를 언급했고, 송중기 역시 그의 이름을 말했다. 그들의 취향이 고만고만하다는 뜻은 아니다. 그만큼 제이슨 므라즈는 한국에서 ‘먹히는’ 뮤지션이라는 것이 정확한 표현이겠다. 어쿠스틱 기타의 서정적이고 담백한 연주 위에 역시 담백한 목소리를 얹어 들려주는 그의 음악은 그만큼 부담감 없이 귀에 들어온다. 송중기가 추천한 ‘Live High’ 역시 그런데, 같은 앨범에 실린 ‘I`m Yours’나 ‘Lucky’가 그러하듯, 그 안의 감수성이 과도하지 않아 매력적이다.



5. 씨엔블루(CNBLUE)의 < Bluelove >
“씨앤블루의 ‘사랑빛’은 최근 가요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곡이에요. 아무래도 KBS <뮤직뱅크> MC이기 때문에 최근 곡들은 계속해서 의무적으로 업데이트 하려고 하는데 그 중 가장 귀에 들어왔어요. 씨앤블루 친구들에게 직접 사인 CD를 받아 차에서 듣는데 이 곡이 가장 좋더라고요. 그래서 제 벨소리와 컬러링도 현재 ‘사랑빛’이에요.” 씨앤블루의 리더인 정용화의 자작곡이기도 한 이 곡은 씨앤블루의 곡 중에서 앞서 송중기가 추천했던 제이슨 므라즈의 담백한 정서에 가장 근접한 곡이라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별다른 이펙터를 사용하지 않고 깔끔한 어쿠스틱 연주에 역시 별다른 기교 없는 정용화와 이종현의 목소리를 더한 멜로디는 ‘외톨이야’의 그것처럼 강렬하거나 중독성 있진 않지만 그만큼 편안하게 다가온다.




“몸이 힘든 걸로 따지면 그 어느 때보다 심한 것 같아요. 그런데 마음은 그 어느 때보다 훨씬 즐거운 것 같아요.” KBS <뮤직뱅크> 생방송을 코앞에 두고 최근의 근황을 설명하며 그는 이렇게 말했다. 실제로 그의 최근 스케줄은 바쁜 수준을 넘어 물 샐 틈 없이 빡빡하다. 타이틀롤을 맡은 영화 <마음이 2>에 이어 조선시대 F4로 화제를 모은 KBS <성균관 스캔들> 때문에 “지방과 서울을 오가느라 정신이 없다.” 여기에 SBS <일요일이 좋다> ‘런닝맨’의 멤버로까지 출연하게 됐으니 그의 말대로 몸이 견뎌내기 어려워 보일 정도다. 하지만 이 다양한 활동이야말로 송중기라는 배우가 수많은 꽃미남 중 하나가 아닌, 단 한 명의 송중기로서 대중들에게 다가섰다는 방증일 것이다. “나 자신에게 기대하는 것이 많다”고 말하는 그는 여전히 꽃 같은 얼굴에 어떤 모습을 담아 보여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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