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이언트>, 이 복수는 정당한가
, 이 복수는 정당한가" /> 27회 월-화 SBS 밤 9시 50분
강모(이범수)가 모래와 자갈 없이도 시멘트를 빨리 굳히는 공법을 개발하면서, 드라마는 본격적인 복수를 향해 달린다. 강모는 황태섭(이덕화)을 몰락시키기 위해 계략을 꾸미고, 공생관계이던 황태섭과 도시국장 한명석(이효정)은 서로를 불신하게 된다. 모진 고생 끝에 마침내 복수를 시작한 강모이기에 그의 복수는 짜릿하고 달콤하다. 강모의 여정을 쭉 함께 했던 시청자들이라면 더욱 그랬을 거다. 그러나 강모가 복수를 이루는 과정은 석연찮다. 언론사에 자기 사람을 심어 자신에게 유리하게 여론을 통제하고, 거짓말로 상대편을 이간질하고, 적을 밀어내기 위해 적과 유사한 성격의 자본을 등에 업는다. 그간 는 ‘괴물과 맞서다 보니 스스로 괴물이 되는’ 개발시대의 비극을 다룬 것이 아닌가 하는 혐의를 줄곧 받아 왔다. 만약 극이 진짜 그 방향으로 흘러간다면 강모가 훗날 사무실에서 강남의 불야성을 바라보며 조필연(정보석)에게 했던 말은 자기기만이 될 것이다. 1화에서 늙고 추레해진 조필연이 강모에게 총을 겨누며 저 강남 땅을 다 내가 일궜노라 말했을 때, 강모는 당신 같은 사람들이 없었다면 좀 더 사람 살 만한 곳이 되었을 거라 차갑게 답했다. 고로 는 조필연 같은 괴물들이 주도한 개발이 과연 옳은 일이었는지에 대해 끝없이 성찰하는 어느 선량한 자본가의 액자식 구성 회고담이(어야 한)다. 거대한 개발을 위해 소소한 희생은 불가피하다는 궤변에 맞서, 당신들처럼 악해지지 않고도 올바르게 성공할 수 있다고 말하며 그것을 직접 증명해 보이는 것. 적어도 가 기획의도로 말해 왔던 것은 그것이고, 그러기 위해서라도 복수의 쾌감은 정당한 방식으로 성취되어야 할 것이다. ‘절대 성공을 위해서 조필연 같은 괴물만은 되지 말아’ 달라는 윤기훈(임종윤)의 말에 강모는 ‘제가 그렇게 안 될 거라는 거, 다 알고 도와주시는 거잖아요’ 라고 웃으며 답했다. 극이 끝날 무렵에도 강모는 과연 같은 대답을 할 수 있을까.

글. 이승한(TV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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