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간의 기적>, 조금만 더 천천히
, 조금만 더 천천히" /> 목 MBC 저녁 6시 50분
은 보여주고 싶은 것이 많은 프로그램이다. 연대의 손길을 내미는 이웃들의 감동적인 모습, 젊음과 선의로 난관을 극복하는 청춘들의 도전, 사람 좋은 김제동이 사연의 주인공들과 함께 어울려 웃는 모습, 동시에 ‘교양은 어렵고 지루하다’는 고정관념을 깨는 상쾌한 웃음까지. 문제는 이 프로가 배정받은 방송 시간이 45분에 그친다는 것이다. 45분 안에 저 많은 요소를 다 담아 내려다보니 편집 리듬은 자꾸 꼬이고 시청자는 숨이 찬다. 물물교환 하는 사람들의 깨알 같은 사연들은 첫 방송에서 건진 이 프로그램의 미덕이었다. 하지만 3회에 와서 사연들은 시간에 쫓겨 휙휙 넘어간다. 모자 하나를 축구화 100켤레로 바꿔야 하는 막막함을 젊음과 선의로 극복하는 원정대의 여정도 감동을 줄 수 있었을 것이다. 그마저도 원정대 여정 2일 차에서 6일 차까지의 분량이 20여분으로 압축된 탓에 감정이입을 할 틈이 없다. 짧은 시간에 너무 많은 것들을 압축하려다 보니, 보여주는 것보다 설명하는 게 더 많은 내레이션 과잉상태에 이른다. 이쯤 되면 한 가지 투덜대고 싶어진다. 일주일간의 여정을 반드시 한 회분에 다 담아내야 하는 불가피한 이유라도 있는가? 예능과 교양을 동일선상에 놓고 비교 할 수는 없겠지만 이틀 촬영하는 KBS ‘1박 2일’도 2회 분으로 나눠서 방영하지 않던가 말이다. 이 프로그램의 목적이 ‘결국 사연의 주인공이 필요로 하는 물건을 얻는 데 성공했다’는 결과만 보여주려는 게 아닌 이상, 지금보다 천천히 물물교환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더 충실히 담아낼 필요가 있다. 평범한 사람들이 마음을 나누어 기적을 만들어 내는 광경을 보여 주겠다는 프로가 한 회분에 모든 내용을 담아내느라 그 과정을 소홀히 다루고 있는 건 아닌지 걱정이 앞선다. 프로그램이 지켜야 할 핵심만을 추려내고 나머지를 포기하는 일이 어렵다면, 차라리 2회 분으로 나누는 것이 어떨까. 지금 이 속도, 시청자들의 마음까지 함께 움직이게 만들기엔 너무 숨차다.

글. 이승한(TV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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