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 스타’, 김흥국의 레전드
‘라디오 스타’, 김흥국의 레전드
‘라디오 스타’ 수 MBC 밤 11시 5분
“아직도 모르는 분이 계신데, ‘라디오 스타’는 토크쇼가 아닙니다.” ‘라디오 스타’는 2주 전 오프닝에서 단호하게 선언했다. ‘라디오 스타’의 ‘스타’는 게스트가 아니라 진행자 네 명이며, 게스트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 아니라 진행자들이 “재롱을 떠는” 예능이 바로 ‘라디오 스타’라는 정의. ‘라디오 스타’는 예능의 지형도 속에서, 스스로가 어떤 위치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 지 정확히 알고 있는 프로그램이다. 그래서 ‘라디오 스타’에서는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게스트보다, 이 네 명의 ‘스타’ 진행자들 앞에서 자신을 잃지 않는 게스트가 빛을 발하는 경우가 많다. 정확히 말해, 김흥국 같은 게스트 말이다. 언제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이 가진 고유의 개성을 잃지 않고 시종일관 무논리 개그로 밀어붙이는 김흥국은, 무논리 개그에 유독 약한 모습을 보이는 김구라와의 시너지를 일으키지 못한다는 것을 제외한다면 거의 ‘라디오 스타’에 최적화 된 게스트라고 할 수 있다. 1주차부터 거의 쉴 틈 없이 개그를 몰아쳤던 김흥국은, 2주차에서 김경식과 김경진에게 잠시 바통을 넘겨주는가 싶더니 그토록 꿈꾸었던 3주차 째에도 어김없이 MC들을 거의 숨도 쉬지 못하게 웃기며 ‘라디오 스타’를 점령했다. ‘라디오 스타’의 게스트들은 때로 근황을 말하고, 음악을 통해 자신의 사연을 들려주지만 사실, 기억되는 것은 그들의 이야기가 아니다. ‘라디오 스타’가 원하는 것은 포장하지 않은, 그러니까 김흥국이 선사하는 것과 같은 날 것의 웃음이다. 이들의 방식에 동의하든 그렇지 않든 ‘라디오 스타’가 지금 이 순간 예능의 맨 얼굴에 가장 가깝다는 사실만은 분명하다. 누가 뭐라고 해도 예능이 갖추어야 할 제 1덕목은 웃음이니까 말이다.

글. 윤이나(TV평론가)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