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릎 팍 도사’, 도사님 너무 쉽게 가는 거 아니에요?
‘무릎 팍 도사’, 도사님 너무 쉽게 가는 거 아니에요?
‘무릎 팍 도사’ 수 MBC 밤 11시 5분
근래 ‘무릎 팍 도사’는 김갑수처럼 의외의 모습을 보여주는 게스트의 덕을 많이 입는다. 장윤주도 그렇다. 을 통해 보여준 예능감이 심상치는 않았지만 이 정도일 줄은 미처 몰랐다. 장윤주는 등장하자마자 ‘멍’과 ‘시크’의 차이점을 시연해 보이더니, 급기야 등장 15분 만에 故 이주일 선생 흉내까지 내며 중박 이상의 에피소드를 남기는데 성공했다. 그는 다른 게스트라면 겸손을 부릴 법한 칭찬도 넙죽 받아서 천연덕스럽게 자기 자랑으로 승화시켰고, 뜬금없이 워킹을 보여 달라는 부탁도 빼지 않고 단숨에 해치워버렸다. 심지어 스스로를 포장하려는 시도도 없이 이것저것 오픈해 주는 통에 강호동이 기 싸움을 벌일 일도 없었다. 장윤주는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종종 보여주는 자신감을 내뿜으며 강호동보다 더 큰 목소리로 ‘영원하라’를 쩌렁쩌렁 외쳐댔다. 문제는 ‘입대 전야 환송회’로 그친 지난 주 김남길 편과 이번 주와의 대비가 너무 극명하다는 거다. 사실 지난 주 지적되었던 것처럼, 데뷔 이전의 고생담-데뷔 후의 에피소드-스타의 최종 꿈-감동적인 마무리라는 강호동의 진행 패턴은 동일했다. 그 안에서 에피소드 간의 차이점을 만들어낸 건 호스트 강호동이 아니라 게스트 장윤주였다. 모든 출연자가 장윤주나 김갑수처럼 의외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게 아닌 이상 매 게스트에 알맞는 접근 방식을 찾아야 하는데, 요즘의 ‘무릎 팍 도사’에는 그런 모습이 잘 보이지 않는다. 토크쇼라는 게 누가 출연하느냐에 따라 기복이 생길 수 있는 장르이긴 하지만, 토크를 이끌어 내기 위해서라면 게스트와의 1대1 정면승부도 두려워하지 않던 ‘무릎 팍 도사’이기에 한바탕 웃고 난 뒤에도 뭔지 모를 아쉬움이 남는다. 혹시 삼복더위에 지친 도사님이 너무 쉽게 가는 길을 택한 게 아닐까.

글. 이승한(TV평론가)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