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편제>, 판소리 뮤지컬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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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이청준 작가의 가 뮤지컬로 제작된다는 소식과 함께 시작된 궁금증은 과연 이 작품이 무엇을, 어떻게 이야기할 것인가에 관한 것들이었다. 가 가지고 있는 이야기와 주제의식은 이미 소설과 임권택 감독의 영화에 의해 확고한 이미지로 각인되어왔고, 지극히 한국적인 소리와 서양음악을 토대로 한 뮤지컬의 만남 역시 어딘지 모르게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었다. 그래서 스펙트럼이 넓은 이지나 연출가 마저도 “이상한 짓 한다는 소리 듣고 싶지 않아서” 참여를 고사했다. 하지만 “누가 하긴 할 텐데 우리가 안하면 망한다”는 심정으로 조광화 작가, 김문정 음악감독, 윤일상 작곡가를 영입했다. 이어 실력이 검증된 이자람, 차지연, 서범석, 임태경, 이영미가 캐스팅되었고, 이제 공연까지 채 한 달이 남지 않았다. 하지만 뮤지컬 를 향한 우려는 여전하다. 그래서 지난 27일 열린 뮤지컬 의 기자간담회와 미니콘서트는 이러한 우려와 궁금증의 실체에 한걸음 다가가도록 만들어준 길잡이였다.

뮤지컬 가 기존에 소개된 와 다른 부분은 바로 동호의 캐릭터에 있다. 소리를 향한 송화(이자람, 차지연)의 사랑은 여전히 를 감싸고 있는 아름드리나무와도 같지만 뮤지컬 는 새롭게 동호(임태경, 김태훈)의 내면에 귀를 기울인다. 송화와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나누는 인물이자 아버지 유봉(서범석, 홍경수, JK김동욱)과 소리를 평생 증오하는 동호는 신중현을 모티브 삼아 미8군부대에서 록음악에 심취한 인물로 새로이 태어났다. 50~70년 사이 무차별적으로 서양음악이 난입했던 시기로 한국대중음악사에 기록되는 당시 상황은 미8군부대라는 공간과 판소리와는 정반대의 장르인 록을 통해 설명되고, 이러한 동호의 소리는 새로운 시대의 음악을 상징한다. 또한 낯선 곳에 서있던 동호가 스스로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유랑기를 통해 뮤지컬 는 “우리의 것에 대한 반발심으로 새로운 것을 찾아 헤매던 인물이 결국 그 모든 에너지는 우리 내부에”(조광화) 있다는 것을 깨달으며 동호의 소리가 송화의 소리로 대변되는 판소리와 함께 공존해야만 하는 운명임을 보여준다.

한국인의 잃어버린 정체성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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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에서 공존의 싹을 찾는다면, 뮤지컬 넘버에서는 공존과 분리의 조화를 통해 익숙함과 낯섦을 추구한다. 작곡에 윤일상과 이자람이 참여해 더욱 상상하기 어려웠던 뮤지컬 의 넘버들은 그래서 오히려 더욱 명확한 목적성을 갖게 되었다. 판소리를 하는 송화의 삶에 대한 이야기일 뿐, 판소리 뮤지컬이 아님을 강하게 어필한 뮤지컬 는 전체 분량의 3분의 1에만 판소리를 할애했다. 그래서 송화와 동호의 ‘사랑가’와 같이 판소리를 소재로 진행되는 신은 정통 판소리를 다듬어 정확한 국악발성과 가사로 곡을 진행시키고, 유봉의 ‘한이 쌓일 시간’과 같은 캐릭터 내면의 소리는 대중가요라고 해도 믿을 만큼 완벽히 대중적 멜로디로 구성해 명확한 구분을 지었다. 이러한 분리의 토대 위에 기타와 북이 함께 등장하는 넘버들은 “두개의 정서를 모두 듣고 음악적 묘미를 느끼는”(김문정) 공존의 시간을 마련한다.

작가 조광화는 “스스로 돌이켜보니 80년대 초까지만 해도 판소리나 전통놀이들에 공연계가 관심이 많았었다. 특히 배우라면 봉산탈춤을 출 줄 알았고 단가 하나씩은 했었는데 어느 틈엔가 다 사라졌다. 그럼 우린 어떻게 살아왔나. 가 바로 우리의 얘기구나 싶었다”는 말로 뮤지컬 의 의의를 설명했다. 하지만 쉽게 접할 수 있는 풍물조차 월드컵 응원 장소에서나 볼 수 있는 2010년 오늘의 한국에서 잃어버린 정체성을 깨우기 위해 등장한 뮤지컬 는 얼마나 고집스럽게 관객을 설득할 수 있을까. 뮤지컬 는 8월 14일부터 11월 7일까지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서 공연될 예정이다.

글. 장경진 three@
사진. 이진혁 elev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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