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맨 유세윤과 밴드 하이사이드의 뮤지가 결성한 2인조 댄스 듀오 UV는 올 상반기 ‘쿨하지 못해 미안해’와 ‘집행유애’로 유쾌한 2연타석 홈런을 날리며 지루하던 가요 시장을 흔들어 깨웠다. 그리고 7월 28일 방송된 Mnet < UV 신드롬 > 3회에서 UV는 지난 해 지드래곤이 콘서트에서 선보였다 선정성 논란에 휘말린 ‘침대 퍼포먼스’를 패러디했다. 생방송 도중 무대 아래로 끌려 내려간 유세윤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였고 “과연 예술에 기준이 있는가, 무엇이 나쁜 예술이고 무엇이 좋은 예술인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진짜 같은 거짓말과 가짜 같은 진실 사이, UV를 주인공으로 한 페이크 다큐멘터리 < UV 신드롬 >은 지금 대한민국에서 가장 웃기는 예능 프로그램인 동시에 가장 진지하게 가요 시장을 이야기하는 음악 프로그램이기도 하다. 윤성호 감독의 데뷔작 의 조연출이었다는 독특한 이력의 박준수 PD, ‘쿨하지 못해 미안해’ 뮤직 비디오를 연출하며 유세윤으로부터 ‘유치콕’이라는 별명을 얻은 유일한 PD는 UV와 함께 이 비범한 프로그램을 만들어가는 사람들이다.몹시 피곤해 보인다. 흉가에 촬영을 다녀왔다던데 어떻게 된 일인가.
박준수 PD : 음악 하는 사람들 사이엔 녹음할 때 귀신 소리가 들리면 대박이라는 미신이 있지 않나. 그래서 UV가 영혼을 울리는 노래를 만들었을 때 실제 귀신들의 반응이 어떨지 들어보기 위해 의정부에 있는 흉가에 다녀왔다. 하룻밤을 새고 아침 7시에야 촬영이 끝났다.
“솔직히, UV가 대단한 것 같기는 하다” …대체 이 프로그램이 어디서부터 시작된 건지 궁금하다.
유일한 PD : 내가 (유)세윤이랑 대학 동기다. 스무 살 때 나, 세윤이, (장)동민이가 나오는 영화를 같이 찍기도 했다. 라고, 집에서 하루 만에 캠코더로 한 컷씩 붙여서 찍었는데 우리끼리 “나중에 내가 연출할 테니까 넌 배우 해라” 같은 얘기를 했다. 유상무랑, 지금 MBC 카메라 팀에 있는 다른 친구 하나까지 다들 방송 일을 하게 돼서 ‘쿨하지 못해 미안해’(쿨못미) 뮤직 비디오도 같이 찍었다.
예상치 못했던 인연인데, 그렇다면 프로그램 기획을 언제부터 한 건가.
유일한 PD : ‘쿨못미’ 뮤직 비디오가 터지면서 검색어 1위 했을 때 촬영 때문에 외국에 나가 있었는데 돌아와 보니 바로 “지금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 회사에서는 나랑 준수 형이 코드가 비슷하다. 세윤이까지 우리 셋의 공통점은 주성치를 좋아한다는 거고.
박준수 PD : 유 PD가 “이거 시기 놓치면 안 돼요. 분위기 탔을 때 해야지”라고 하니까 팀장님께 건의해서 같이 하게 됐다. 팀장님도 UV가 핫 하니까 지금 해야 된다는 걸 아셨던 거고.
처음부터 콘셉트는 페이크 다큐멘터리였나?
박준수 PD : 사실 UV를 가지고 선택의 여지가 그렇게 많지는 않았다. 리얼리티 쇼를 하기도 그렇고, UV 자체가 재밌는 콘셉트를 가진 그룹이니까 그렇다면 얘들이 뭔가 대단한 것처럼 보이는 걸 만들어보자는 게 나와 유 PD의 생각이었다. 그리고 솔직히, UV가 대단한 것 같기는 하다. 리얼리티를 찍을 때도 가끔 “이건 망했구나. 재미없다” 하는 감이 올 때가 있는데 UV는 시간이 촉박할 때도 현장에서 재밌는 뭔가를 빠르게 만들어낸다.
박준수 PD는 , 등 리얼리티 프로그램을 많이 만든 편인데 리얼리티 쇼를 벗어난 뭔가를 해 보고 싶었을 것 같기도 하다.
박준수 PD : “100% 리얼은 없다. 카메라 앞에서는 불가능하다”고 얘기한 적이 있는데 그럴 바에는 아예 이렇게 할 수도 있는 것 같다. 대본에 상황을 설정해 놓지만 현장에서 재밌는 게 나오면 그걸 살린다.
유일한 PD : 세윤이는 ‘무릎 팍 도사’에서도 그렇듯 주어진 콘셉트에 맞는 연기를 정말 잘 한다. 대학 때도 상무나 동민이에 비해 오히려 세윤이는 조용한 편이었는데 과 연극 에 출연한 걸 보니 너무 잘 해서 놀랄 정도였다. 우리 프로그램에서도 UV의 콘셉트에 맞춰 그 캐릭터에 몰입해서 연기하는 거다. 그래서 유세윤의 리얼리티 쇼가 아니라 UV의 리얼리티 쇼라고 볼 수도 있고.
그런데 처음 이렇게 독특한 콘셉트의 프로그램을 시도하겠다고 했을 때 회사 내부의 반응은 어땠나.
박준수 PD : 사실 지금도 우리 프로그램을 보면서 진짜인지 아닌지 잘 모르시는 분들이 있다. 조금만 나이 드신 분이면 방송 내용을 그대로 믿어 버리거나 아예 재미를 못 찾으실 수도 있는데 일단 CP님이 “재밌겠는데? 색다른 게 나올 것 같다”면서 얘기를 긍정적으로 받아주셨다. 더 윗선에서는 “UV가 서태지와 아이들의 멤버였다는 내용으로…”라고 하면 “진짜야?” 하고 나오시기도 했지만 어쨌든 어떤 신인 그룹을 가지고 재미난 걸 만든다는 것에 동의를 해 주신 거다. 지금은 시청자들보다 내부에서 더 좋아하는 것 같다. 프로그램 성격상 다른 직원들도 많이 동원돼서 출연하기 때문에. (웃음)
“아이돌 섭외는 힘들지만 기대 이상의 적극적 멘트들도 많았다” 리얼리티 쇼가 아닌 페이크 다큐기 때문에 방송 분량의 대부분을 아이디어로 채워 넣어야 한다는 면에서는 고민이 더 클 것 같다.
박준수 PD : 힘들긴 하다. 하지만 제작진들이나 세윤이나 뮤지나 편안하게 이것저것 해 보려고 한다. 예를 들어 ‘천재적으로 작곡하는 UV’ 같은 간단한 상황을 주면 뮤지가 리코더를 불며 작곡을 하고 세윤이가 즉흥적으로 가사를 붙이는 식으로 장면을 만든다.
유일한 PD : 전체적인 건 우리가 많이 짜지만 UV가 같이 만들어 나간다. 세윤이가 아이디어를 많이 내는데 뮤지도 점점 예능감이 올라가고 있다. 그리고 2회 홈쇼핑 장면에 등장한 장동민은 원래 전화상담원이었는데 갑자기 자기가 이주노동자로 캐릭터를 만들어 온 거다.
페이크 다큐 내에서의 리얼리티를 살리기 위해 빅뱅의 태양, 2AM 등 다수의 아이돌도 섭외했던데 그 과정은 어땠나. 예능 프로그램에도 잘 출연하지 않는 태양이 진지하게 UV 때문에 자신이 묻힐 것 같다고 말하는 장면이 재미있었다.
박준수 PD : 태양이 UV를 좋아하기도 하고, 어쩌면 태양 매니저도 프로그램 콘셉트를 좋아하고 이해해준 게 아닐까. 또 어쩌면 양현석 사장도…(웃음)
유일한 PD : 사실 아이돌 섭외는 굉장히 힘들었고, 우리가 원하는 콘셉트를 설명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하지만 다들 UV를 좋아하기 때문에 얘기를 듣고 나면 재미있어하고 기대 이상의 적극적인 멘트도 많이 해 줬다. 1회에서 세윤이에게 보컬 트레이닝 받는 가수로 출연한 구준엽 씨는 특히 최고의 메소드 연기를 보여주셨다. (웃음)
서태지, 김조한, 타이거 JK 등 UV와의 인연에 이름만 등장하는 뮤지션들도 있는데 그들에게는 엔딩 자막에 ‘Special sorry to’를 붙였더라.
유일한 PD : 너무 이름을 막 가져다 쓴 것 같아서 죄송한 마음에 넣었는데 그걸 알아봤을 줄은 몰랐다. 사실 그런 식으로 깨알같이 넣어놓은 장치가 되게 많다. 시작할 때 뜨는 ‘FBI WARNING’도 야동에 많이 나오는 경고 화면이다. (웃음)
혹시 인트로에서 유세윤이 낚싯대를 들어올리며 “월척이다~”라고 외치는 장면은 이 프로그램이 페이크 다큐멘터리라는 정체성의 선언인가.
유일한 PD : 맞다. 아는 사람만 알고 즐기라는 뜻이었다.
박준수 PD가 예전에 만들었던 역시 어떤 면에서는 페이크가 섞인 프로그램이었다.
박준수 PD : 사실 내가 프로그램을 만들면서 좋아한 건 ‘거짓말’이다. 나쁜 게 아니라 허용되는 범위 안에서 재밌는 거짓말 코드를 살리고 싶었던 것 같다. 그런데 은 냉정하게 평가하면 대중에게 친근하게 다가설 고리가 빠진 프로그램이었다. 한정된 마니아들은 있었지만 TV는 무엇보다 대중의 공감을 얻어야 하는 매체이기 때문에.
하지만 케이블 채널은 마니아와 대중 사이에 위치한 것 같다. 젊은 층을 타겟으로 하는 음악 채널이 남녀노소 대중 전반에게 어필할 수는 없으니까 의 시행착오를 거쳐 < UV 신드롬 >도 나온 게 아닐까.
박준수 PD : UV 경우는 자체가 이미 젊은이들 사이에서 소통의 대상이 됐기 때문에 우리가 거짓말로 풀어도 재미를 쉽게 느낄 수 있었던 것 같다. 만약 사람들이 유세윤을 몰랐다면 ‘쿨못미’ 뮤비에 그렇게 열광하진 않았을 수도 있다.
유일한 PD : ‘쿨못미’는 연출력이 좋아서 됐을 것 같기도 하다.
박준수 PD : …
유일한 PD : 농담이다.
“고유의 특징을 간직한 채로도 새로움을 보여줄 것을 찾고 있다” 그런데 90년대 아이돌 얘기를 통해서는 표절과 립싱크를, 홈쇼핑 진출 에피소드를 통해서는 음반 유통 시장의 상황 등 매회 다른 주제의식을 드러내며 현재의 음악 시장에 대한 고민을 집어넣는다는 게 인상적이다.
박준수 PD : 물론 30분 동안 계속 웃기기만 해도 상관없지만 UV 자체도 그런 것에 대한 고민을 하는 그룹이고 Mnet은 음악을 기본으로 하는 채널이기 때문에 좀 더 풍자적이고 사회적인 의미를 담고 싶었다. 회사 전반의 제작 마인드도 ‘음악을 가지고 재밌는 콘텐츠를 만드는 것’이 기본인 것 같다. Mnet에서만 만들 수 있는, 젊은이들이 좋아할 만한, 음악과 관련된, 새로운, ‘온리 원’ 콘텐츠를 기대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온리 원’ 콘텐츠가 꼭 수익으로 연결되는 건 아닌데 시청률 부담은 어떤가.
박준수 PD : 그건 모든 PD들이 다 마찬가지일 텐데, 세윤이도 “이렇게 시청률 신경 쓴 건 처음”이라더라. 본인이 코드 맞는 사람들과 즐기면서 하고 있기 때문에 더 그런 것 같다.
유일한 PD : 2회 시청률이 1%를 넘겼을 땐 “되잖아~”하면서 좋아하더라. 사실 제작진 입장에서는 프로그램 홍보도 해주면 좋겠다 싶기도 하지만 세윤이 스타일 자체가 ‘우리끼리 즐거우면 됐지 뭐’이고 그게 그 친구의 제일 재밌는 부분인데 우리가 그 전까지 하도 울상 짓고 있으니까 걱정했던 거지. (웃음)
사실 지금까지 UV의 활동 자체가 순수하게 본인들이 좋아서 하는 ‘놀이’라는 면에서 대중을 더 열광시킨 것 같기도 한데 ‘아이돌 연애자유법’ 법안 제출 같은 행동이 방송을 위한 퍼포먼스라는 게 알려지면서 오버라고 보는 시선도 생기는 것 같다.
유일한 PD : 어쩌면 뻔한 수순을 밟고 있다고 보일 수도 있겠지만, 사실 UV는 이 프로그램으로 뭘 얻겠다는 욕심이 하나도 없다. 유세윤은 이미 개그맨으로서도 충분히 인정받고 잘 나가고 있고, 뮤지는 자기 음악을 하는 사람이니까 이런 방송은 그냥 남들이 안 하는 재밌는 걸 친한 사람들과 해보고 싶어서 하는 것뿐이다. 일종의 순수한 취미 활동으로. 그래서 프로그램 시작할 때 나의 가장 큰 고민도 UV가 변질되지 않았으면 하는 거였다. UV를 둘러싼 우려가 그냥 우려에서 그치길 바라는 거. 어차피 UV는 이 프로그램이 끝나도 계속 음악 작업을 할 테니까 그 때도 사람들이 그들을 그 자체로 지켜봐주길 바라는 마음이 있다. UV에게 누를 끼치지 않고 싶다. (웃음)
앞으로 실현 가능성을 떠나 < UV 신드롬 >에서 시도하고 싶은 아이템이 있다면.
박준수 PD : UV는 평범한 걸 하면 안 된다는 강박이 있다. 이들이 기존 가요 프로그램에 안 나가는 것처럼, 고유의 특징을 간직한 채로도 새로움을 보여줄 것을 찾고 있다.
유일한 PD : 8회까지 한 회도 진부하지 않게 파격적인 실험을 해보면 좋겠다. 낚시 방송에 출연해서 그냥 낚시만 하고 오자는 얘기도 있었고, 기네스북에 실릴 세계 최장곡 만들기 아이디어도 있었다.
이후에 만들고 싶은 프로그램 아이디어도 궁금하다.
유일한 PD : 같은 작품을 Mnet에서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박준수 PD : 편안하게 볼 수 있는 프로그램을 하고 싶다. 입으로 클래식을 연주하는 밴드 이야기라던가. 세윤이도 고등학교 때 록 밴드를 했는데 다들 록은 좋아하지만 악기를 다룰 줄 몰라서 입으로 드럼 소리, 기타 소리 내면서 음악을 만들었다고 하더라. 그런 우아함과 3류의 조화 같은 것. (웃음)
글. 최지은 five@
사진. 채기원 ten@
편집. 이지혜 sev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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