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누구인가? 영화 는 표면적으로는 CIA 요원인 에블린 솔트(안젤리나 졸리)의 정체를 보여주기 위해 많은 공력을 들인다. 그러나 활공을 하고, 즉석에서 폭탄을 제조하며 남자 대여섯쯤은 아무렇지 않게 제압하는 솔트의 활약이 계속되는 와중에도 그녀가 어떤 사람인지 다 알기는 힘들다. 안젤리나 졸리 또한 일거수일투족이 파파라치들의 표적이 되어 가십란에 오르내리고, 그녀의 남편 브래드 피트와 아이들의 소식까지 주요 연예 뉴스가 된다. 그래서 우리가 안젤리나 졸리에 대해서 알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안젤리나 졸리는 누구인가? 한 시간 남짓한 짧은 시간이 그녀에 대해 모두 말해줄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엄청난 취재인원이 몰린 기자회견장에서 한 순간도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잃지 않고, 여자로서 어머니로서 배우로서의 삶에 대해 얘기한 그녀의 답변을 따라가다 보면 안젤리나 졸리와 조금은 더 가까워질 것이다. 혹은 그녀의 명민함에 반하거나. 다음은 28일 신라호텔에서 진행된 영화 의 기자간담회 내용을 정리했다.안젤리나 졸리하면 섹시한 여배우라는 이미지로 유명한데, 스스로도 그렇게 생각하나.
안젤리나 졸리: 섹시하다고 느꼈다니 정말 감사하다. 만약 내가 그렇다면 아마도 솔직하고 적극적인 삶을 살기 때문이 아닐까? 내가 나 자신이 될 수 있기 때문에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스스로 가장 섹시하다고 느낄 때는 브래드 피트가 나를 원할 때다. (웃음)
“남편은 내가 남자들을 때리는 걸 더 좋아한다” 전작인 , 부터 까지 많은 남자 배우들과 싸우고 있는데 남편인 브래드 피트가 싫어하지는 않나?
안젤리나 졸리: 우리도 액션영화를 촬영하면서 만났기 때문에 싫어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남자들이 날 공격하는 것보다는 내가 남자들을 때리는 걸 좋아한다. (웃음)
전작들과 달리 에서는 최첨단 무기보다는 몸으로 하는 현실적인 액션이 돋보인다. 그런 가냘픈 몸에서 엄청난 에너지가 뿜어져 나오는 게 인상적이었다.
안젤리나 졸리: 영화를 해오면서 드라마를 한 적도 있고, 액션을 한 적도 있지만 처음으로 드라마와 액션을 한 영화에서 소화한 것 같다. 말했듯이 현실에 기반한 액션이라는 게 전작들과 큰 차이점이다. 그래서 더 어렵기도 하고. 문제가 발생했을 때 상상력만으로 극복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실제 조사를 통해서 현실에서 가능한지 파악해서 모든 걸 구성해야 하니까. 하지만 만족도는 더 높았다. 이번 영화에서 내가 어느 때보다도 더 터프하다고 느낄 수 있었다. 특히 를 찍을 때는 쌍둥이 비비안과 녹스를 낳은 지 얼마 안 돼서 엄마로서의 마음이 컸다. 심정적으로 좀 더 부드럽고 말랑말랑했던 시기랄까? 영화를 통해서 정신적으로 단련할 수 있어서 좋았다. 또 액션을 너무나 좋아한다. 누구나 좋아하는 일을 할 때 힘이 더 발휘되는 것 같다.
에블린 솔트는 단순히 섹시하고 터프한 여자라기보다는 슬픔도 있고, 인간애도 있는 복잡한 캐릭터였다.
안젤리나 졸리: 가 재밌는 액션영화일 뿐만 아니라 인간적인 이야기이길 바랐다. 에블린 솔트라는 여자가 자신의 존재를 영화를 통해 발견해간다고 생각했다. 살면서 무엇을 잊고, 무엇을 위해 살아가야 하는 지에 대한 중요한 메시지가 있는 영화다.
는 마지막 엔딩에서 속편의 가능성을 강하게 예고한다.
안젤리나 졸리: 속편은 이번 영화에 대한 팬들의 반응에 달려있다. 촬영하는 동안 무척 재미있었고, 실제로 속편 제작의 기회도 얼마든지 열려 있다고 생각한다. 속편을 찍게 된다면 그 때는 열대의 휴양지에서 찍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웃음)
“아이들이 배우가 되길 원한다면 말리지 못할 듯” 배우로서 작품을 선택하는 기준이 궁금하다. 같은 경우는 아이들을 위해 선택했다고 했는데 가족들이 큰 영향을 끼치는 것 같다.
안젤리나 졸리: 매 작품을 통해 새로운 시도를 하고 배움을 얻으려고 노력한다. 의 경우도 입양이라는 주제를 다루기 때문에 아이들에게 특히 의미가 있는 영화일 것 같아서 택했다. 작품을 하는데 있어서 물론 가족들의 의견도 중요하지만 내 자신에게도 매력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영화의 규모나 위치도 중요하다. 온 가족이 전부 함께 이동해야 하기 때문에 장기간 촬영을 요하는 작품은 자제하려고 한다.
영화 시리즈의 제이슨 본 역에도 관심이 많았고, 도 원래는 남자 배우가 주인공이었는데 여배우로서 제한된 역할에 한계를 느끼기도 하나.
안젤리나 졸리: 여배우에 대한 제한에 초점을 맞추지 않았다. 원하는 역할이 없으면 만들려고 노력했다. 도 여자에 초점을 맞췄다기보다는 주인공이 얼마나 능력 있는지에 대해 초점이 맞춰져 있다. 에블린 솔트는 여성성보다는 강력함을 나타낸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연기를 하는 배우이면서도 일곱 아이의 엄마다. 일하는 엄마로서의 어려움은 어떻게 극복하고 있나.
안젤리나 졸리: 나보다 한국의 일반적인 부모들이 일을 훨씬 더 많이 한다고 알고 있다. 난 일 년에 몇 달만 일하고, 브래드와 번갈아가면서 아이들을 돌볼 수 있다. 내가 일할 때는 브레드가 아이들을 돌보고, 브래드가 일할 때는 내가 아이들을 돌보는 식으로. 아이들과 일을 조화시키면서 극복하려고 한다. 이번에도 아이들과 같이 한국에 와서 지금 아이들은 수영장에서 놀고 있다. 아침에는 한국식으로 식사도 했고, 창 밖에서 야구 구경도 했다. 아 그리고 우리 아이들은 비를 너무 좋아한다. 내 생각에도 그는 참 쿨한 것 같다. (웃음)
만약 아이들이 배우를 한다고 하면 적극적으로 지원할 생각이 있나.
안젤리나 졸리: 세계를 돌아다니면서 다양한 경험을 많이 할 수 있게 해서 다른 직업을 택했으면 좋겠다. 하지만 아이들이 배우를 한다고 하면 말리지는 못할 것 같다.
“할리우드 가십이 영향을 미치지 않는 한국이 좋다” UN 난민기구 홍보대사로도 활동하고, 이번 영화에서도 북한이 중요한 배경으로 등장한다. 최근 북한 아동들의 빈곤 문제도 심각한데 홍보대사로서 어떻게 생각하나.
안젤리나 졸리: 안그래도 오늘 UN 난민기구 한국대표들과 거기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면서 많은 걸 배웠다. 한국이 북한을 어떻게 지원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알게 됐고. 미국에선 남북 간의 대치상황이나 긴장관계에 대해서만 집중하지 한국이 얼만큼 북한을 지원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이야기하지 않는다. 한국의 지속적인 대북 지원에 대해 감동했고, 북한 난민에게 시민권을 제공하는 것도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UN 난민기구는 북한 뿐 아니라 중국 등 여러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고, 나 또한 북한 난민뿐만 아니라 북한 시민들에 대해서도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그런 부분에서 한국인들과 같은 고민을 공유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할리우드에서는 연일 당신과 당신의 가족들에 대한 가십들이 엄청나게 쏟아지고 있는데, 우리는 그것을 어디까지 사실이라고 받아들여야 할까?
안젤리나 졸리: 한국에선 그런 할리우드 가십이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게 너무 좋다. (웃음) 그 점이 한국을 더 매력적으로 만드는 것 같다.
마지막으로 한국의 팬들에게 한 마디 한다면.
안젤리나 졸리: 한국 팬들과 영화를 통해 계속 의사소통을 하고, 진정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기를 바란다. 그래야만 팬들과의 유대관계가 생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
글. 이지혜 seven@
사진. 이진혁 elev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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