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연속극의 핵은 ‘가족’이다. 다양한 인물들이 대가족의 울타리 안에서 끊임없이 갈등을 겪다가 마침내 화해하고 화목한 가정을 완성하는 것은 전형적인 가족극의 형태다. 그러나 7월 31일 첫 방송 되는 MBC 주말 연속극 에서 가족은 혈연보다 삶의 공간을 공유하는 이들의 인연에 가깝다. 27일 오후 압구정 CGV에서 진행된 제작발표회에서 김민식 감독, 정지우 작가, 그리고 주인공 나진진 역의 배두나를 비롯한 주연 배우들에게 에 대한 이야기를 미리 들었다.대가족이 주로 등장하는 기존 주말연속극과 달리 는 30대 남녀의 꿈에 초점을 맞춘 것 같다.
김민식 감독: 밝고 경쾌한 주말 드라마를 만들고 싶었다. 네 청춘남녀들의 사랑, 나이트클럽이나 전셋집 등 삶의 공간을 공유하는 가족들의 이야기가 함께 그려질 예정이다. 가난한 사람들의 이야기라 자칫 우울하고 무겁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가진 것이 없는 만큼 자신의 작은 재능이나 소질에 감사하면서 즐겁게 사는 사람들 이야기다.
“여자들이 진진이를 보면서 설레고 두근거렸으면” 각자 맡은 배역에 대해 간단히 소개해 달라.
배두나: 서른이 넘었지만 딱히 꿈이나 삶의 방향 없이, 무작정 열심히 사는 나진진 역을 맡았다. 부모 없이 아픈 언니를 돌보면서 새벽에는 신문 배달, 낮에는 세차장 아르바이트, 밤엔 나이트클럽의 가방보관소에서 일하는 그야말로 닥치는 대로 열심히 사는 친구다. 그러다가 우연히 나이트클럽 무대에 올라가게 되면서 진짜 자아를 찾게 된다.
이천희: 한 마디로 의리 있는 꼴통이다. 어려서부터 늘 친구 진진이를 도와주려 하지만, 사실은 사고치는 날이 더 많다. 나중에 진진이가 가수가 될 때 많이 도와주지 않을까 싶다.
오현경: 나진진의 언니 나진주 역을 맡았다. 젊었을 때 각광받는 가수였지만 불의의 사고로 다섯 살 수준의 지능을 가진 지체장애인이 된다. 게다가 마냥 순수한 아이가 아니라 그 안에 우울함이 묻어나기 때문에 주변 사람들로 하여금 안타까움을 느끼게 한다.
소이현: 정윤서는 삶에 대한 의지가 없는 청순가련형 인물이다. 오랜만에 직업여성이 아닌 부잣집의 서녀를 연기하게 되어서 굉장히 떨린다.
서지석: 이강석은 재벌가의 서자다. 사랑을 믿지 않고 냉철한 성격이라 까칠한 모습을 많이 볼 수 있을 거다.
이종원: 강석의 이복형제 지석은 소유욕이 굉장히 강한 인물이다. 과거에는 나진주와 연인 관계였고, 지금은 윤서를 좋아하게 되면서 강석과 삼각관계 구도를 형성한다.
김민식 감독은 전작 MBC 과 에 이어 까지 주로 여성에 초점을 둔 드라마를 연출하고 있는데.
김민식 감독: 여자를 좋아한다. (웃음) 사실은 주로 여자들이 드라마를 많이 보기 때문에 여자들이 재밌고 공감할만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그리고 이번 작품 같은 경우 예전부터 정지우 작가의 대본을 연출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고. 막상 연출을 하다 보니 내가 가진 내공으로는 부족하더라. 대본을 읽었을 때 떠오른 재미가 구현됐으면 좋겠는데, 걱정이 많다. 여성 시청자들이 진진이를 보면서 많이 설레고 두근거렸으면 좋겠다.
배두나는 SBS 이후 정지우 작가와 두 번째 호흡을 맞추는데, 정지우 작가의 작품을 선택한 이유가 있다면.
배두나: 사실 정지우 작가님 작품을 거절할 배우는 없을 거다. 을 촬영할 때 내가 작가님께 이건 어떤 감정인지, 저건 어떤 느낌으로 가야 하는지 등 많이 물어보면서 작가님을 괴롭혔고, 덕분에 완벽히 몰입해서 촬영할 수 있었다. 이번에도 이런 상황을 각오하시고 시놉시스를 보내시지 않으셨을까. (웃음) 재밌게 촬영할 수 있을 것 같다.
극 중 가수 역할로 나오는데, 실제 노래실력은 어떤가.
배두나: 사실 그 부분 때문에 고민을 많이 했다. 극 중 진진이가 노래를 잘해야 극이 앞으로 나가는데, 내가 노래를 못해서 괜히 민폐가 될까봐 겁이 났다. 하지만 불가능한 일을 가능하도록 노력하는 게 진짜 배우라는 마음으로 도전하게 되었다. 이상하게 노래를 할 때는 연기할 때와 다르게 자신감이 뚝뚝 떨어지는데, 진진이의 ‘무대뽀’ 정신을 배워서 노래를 부르려 노력하고 있다.
“불륜은 내가 할 수 있는 하나의 장르” 오현경은 MBC 의 똑 부러지는 캐릭터에 이어 지체장애인 역할을 맡았다. 연기 변신이라고 봐도 될까.
오현경: 이번에 잘 해내야 연기변신이 되지 않을까? 처음에는 잘 소화하지 못해서 안 좋은 결과가 나오면 어쩌나 하는 부정적인 생각이 앞섰는데, 이 역할을 통해 내 영역이 넓어질 수 있기 때문에 숙제라는 생각으로 임하고 있다. 현장에서 감독님이 계속 ‘좋은데요?’라고 다독여주셔서 힘이 된다.
혹시 이번 연기를 하면서 롤 모델로 삼은 배우가 있나.
오현경: 영화 에서 지체 장애인을 연기했던 배우 숀 펜을 많이 참고했다. 영화에 샘 뿐 아니라 다른 지체장애인들도 많이 나오기 때문에 꽤 도움이 된다. 그리고 주변에 있는 5~6살짜리 아이들도 관찰하고. 한 박자씩 반응이 늦거나 감정에 솔직한 부분들을 포인트로 잡아서 연습하고 있다. 숀 펜의 연기를 따라가기엔 턱없이 부족하지만, 그래도 근접하게 표현하려 노력 중이다.
이런 언니를 돌보는 진진이의 마음은 어떨까.
배두나: 며칠 전 횡단보도에서 울고 있는 언니를 달래는 장면을 찍었는데, 그 때 진진이의 마음을 확실히 알겠더라. 많은 차들이 지나다니는 이 도로에, 더 나아가 이 세상에 우리 둘 밖에 없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나는 이 여자를 위해 꼭 살아야겠구나’ 하는 생각도 들고.
이종원은 지금까지 성실남 혹은 불륜남 등 양 극단을 오가는 캐릭터를 맡아왔다. 이번엔 비열한 재벌 2세인데, 연기하기에 어떤가.
이종원: 이번 드라마에서 끝까지 죽지 않고 살아남는다는 데에 의의가 있는 것 같다. 사실 불륜남 역할을 많이 맡아서 이런 질문을 종종 받는데, 어쨌든 지금의 나를 있게 한 것이 불륜이기 때문에 마냥 싫어할 수는 없는 단어인 것 같다. 불륜은 내가 할 수 있는 하나의 장르라고 생각한다.
“즐겁게 보면서도 위로받을 수 있는 드라마가 됐으면” 주인공 나진진 캐릭터를 보면 전형적인 캔디형 드라마라는 느낌이 든다. 기존의 캔디형 드라마들과 어떻게 차별화 할 생각인가.
정지우 작가: 지금까지 쓴 작품에는 항상 억척스러운 여자가 등장했다. 대부분 억척스러운 여자를 보면 캔디를 떠올리는데, 이번 드라마도 거기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을 것 같다. 그럼에도 기존 캔디형 드라마 틀에서 어떤 다른 이야기를 해볼까 계속 연구하고 있다. 그리고 나는 촌스러운 드라마를 쓰고 싶다. 트렌디하고 재밌는 작품들이 많지만, 개인적으로는 우리 어머니가 즐겁게 보시면서도 위로받을 수 있는 드라마였으면 좋겠다. 이번 에서는 빠르게 잘 살아가는 사람들과 느려서 못 쫓아가는 사람들이 어떻게 만나서 서로 위로하고 감싸주는지 보여줄 것이다.
배두나는 평소 절제된 연기를 잘 한다는 평을 들어왔는데, 캔디 같은 나진진 역은 어떻게 소화하고 있나. 절제와 오버연기의 균형을 잘 맞춰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을 텐데.
배두나: 사실 선호하는 건 감정을 절제하는 연기인데, 그렇다고 모든 작품에서 그렇게 할 수는 없지 않나. 진진이는 울고 싶어도 울 수 없는 캐릭터라 기본적으로 감정을 꾹꾹 눌러 담는 연기를 할 테지만, 많은 연령층이 시청하는 주말드라마 특성상 친절하게 연기하려고 한다. 시청자들이 진진이의 씩씩한 모습에서 짠함을 느낄 수 있도록 감정을 세세하게 표현하겠다.
글. 이가온 thirteen@
사진. 이진혁 eleven@
편집. 이지혜 sev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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