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년쯤부터 연기에 새로 욕심이 생기더라구요”

“어릴 때는 대본 외우고 감독님이 시키는 대로 했는데 작년쯤부터 연기에 새로 욕심이 생기더라구요. 제 나름대로 캐릭터를 연구해보고 준비도 여러 가지 해 가요.” 요즘 출연 중인 SBS 는 특히 그렇다. 애늙은이 같은 구석이 있어 또래 친구들보다 언니(한가인)와 더 친하고 버스 정류장에서 마주친 아저씨(김남길)에게 넉살 좋게 차비를 빌리곤 하는 여고생 원인 역을 좀 더 재미있게 표현하고 싶어서 길었던 머리를 싹둑 자르고 학교 체육복 차림 그대로 카메라 앞에 섰다. “애가, 성격은 특이한데 옷을 완벽하게 예쁘게 차려 입으면, 뭐랄까요. 거리감 느껴지고 현실성이 떨어지잖아요. 가끔 대본에 없는 것도 애드리브로 해봐요. 그냥 길을 걸어가면 심심하니까 여기서 한 번 춤을 춰 볼까?” 최근 본 기말고사 이야기에 갑자기 한풀 꺾인 목소리로 “그냥…열심히 봤어요”라 털어놓고 5교시 수업에서 밀려오는 졸음의 위력에 대해 토로하는 여고생 심은경의 연기에 대한 친구들의 모니터 결과는 “연기 왜 안 해? 학교에서랑 완전 똑같아” 다.
피규어 가게도, 만화책 가게도 하고 싶은 꿈꾸는 소녀


그래서 올 가을, 심은경이 평범한 학생으로 자신만의 시간을 갖기 위해 미국 유학을 떠난다는 소식은 이 어린 배우로부터 특별함을 발견했던 많은 감독들에게 가장 아쉬운 소식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연기를 아주 그만두는 것도 아니고 방학 때 들어와 좋은 작품이 있으면 해 보고 싶어요”라는 심은경에게 유학은 또 하나의 새로운 경험일 뿐 미래에 대한 확고한 포석은 아니다. “엄마가 혹시 나중에 연기 말고 다른 걸 해 보고 싶은 게 있는지 생각해 보라고 하셔서 ‘피규어 가게 할래’ 라고 했어요. 제가 좋아하는 거니까 갖고 놀다가 장사 하면 좋을 것 같은데. 만화책 가게 주인도 좋아요. 저희 동네 만화책 가게 아저씨가 너무 행복해 보이던데, 가게 예쁘게 꾸며서 아이들하고 얘기도 하고 만화책도 빌려주고. 가끔, 연체료도 깎아주고 그러면 좋잖아요. 아, 그리고 요새는 음악도 해 보고 싶어요. 친구들이랑 밴드를 만드는 게 꿈인데…” ‘직업’이 아니라 ‘꿈’에 대해 신나게 이야기하는 심은경의 눈빛이 다시 반짝거린다. 그래서 이 소녀가 앞으로 무엇을 하게 되든 한 가지만은 변하지 않을 것 같다. 꿈꾸는 아이는 꿈꾸는 어른이, 그리고 행복한 어른이 될 수 있을 테니까.
장소제공. Cafe August
글. 최지은 five@
사진. 이진혁 eleven@
편집. 이지혜 sev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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