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vs 네덜란드>, 문어보살님은 알고 계셨어
, 문어보살님은 알고 계셨어" />2010 남아공 월드컵 SBS 새벽 3시
월드컵이 재미있는 것은 최고 수준의 경기를 볼 수 있어서가 아니다. 세계 최고 수준 선수들의 기량은 그들이 모여 있는 유럽 클럽 팀들 간의 경기인 유럽 챔피언스 리그에서 더 극적으로 드러난다. 하지만 월드컵에는 기량의 경쟁 너머, 오랜 역사가 만들어낸 이야기가 있다. 잔디 위 11명의 전사가 만들어낸 영광과 상처는 언제나 그 다음의 월드컵으로 대물림되어 또 다른 영광과 상처를 만든다. 여러 가지 징크스가 깨졌던 이번 남아공 월드컵은 결승마저도 ‘최초’였다. 브라질, 아르헨티나, 독일, 이탈리아 없는 첫 결승전이었으며, 네덜란드와 스페인 모두 가슴에 첫 번째 별을 달 기회를 노리고 있었다. 오렌지군단과 무적함대는 많은 숫자의 옐로카드를 주고받았고, 1:1 찬스에서 선방에 서로 막히면서 전후반 90분을 보냈다. 그렇게 양 팀의 감독이 승부차기 명단을 준비하고 있었을 무렵인 연장 후반 12분, 기어코 골문이 열렸다. 안드레스 이니에스타. 이 이름은 월드컵 사(史)에 오래도록 기억될 것이다. 카스티야와 카탈루냐를 위시로 한 반 카스티야 간의 지역 갈등이 대표팀 내에도 존재한다는 의심을 받으며 국가대표팀 경기에서는 유독 약한 모습을 보여 왔던 스페인은, 유로 2008과 2010 월드컵 우승컵을 연속으로 거머쥐며 과거를 지우고 새 역사를 썼다. 이 승리는 수비 축구와 실리 축구가 승리의 유일한 방법이며 거스를 수 없는 대세 여겨지는 시대에, 주류가 아닌 방법으로 쓰인 역사라는 점에서 더 의미가 있다. 그렇게, 신과 문어가 점지한 월드컵 우승팀이 결정 되었다. 그리고 다음 이야기는 어김없이 4년 뒤에 브라질에서 계속될 것이다. 축제는 끝났다.

글. 윤이나(TV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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