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닝맨’, 특수성을 살리지 못한 일요일 오후의 질주
‘런닝맨’, 특수성을 살리지 못한 일요일 오후의 질주
SBS ‘런닝맨’ 일 오후 5시 20분
어쩌면 ‘런닝맨’은 과거 ‘X맨’ 이후 끊겼던 게임 버라이어티쇼의 명맥을 이을 흥미로운 코너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가정법인 건, 어제의 첫 회가 그러지 못했기 때문이다. ‘패밀리가 떴다’ 시즌 1을 리얼 버라이어티가 아닌 게임 버라이어티의 계보에서 볼 때, 그 성과는 스튜디오를 벗어나 논과 밭, 혹은 갯벌이라는 장소적 특성을 잘 활용했다는 점이다. 그리고 폐쇄된 대형 건물 안에서 두 팀이 탈출을 위한 비밀번호를 찾아 추격전을 펼치는 ‘런닝맨’은 이처럼 장소 특수성을 살린 ‘패떴’의 성과를 극단적으로 밀어붙인 듯하다. 어제의 ‘런닝맨’이 문제인 건, 바로 이러한 장소 특수성에 의존한 포맷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그 특수성을 거의 살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엄청나게 넓은 대형 쇼핑몰 안에서 ‘가장 비싼 물품이 있는 매장을 찾아라’라는 미션을 수행하지만 모든 팀원이 분산되지 않고 몰려다니는 통에 전체적인 화면은 그다지 역동적이지 않고, 그나마도 상대팀에게 들키기 때문에 종종 그 많은 출연자의 추격전은 단 하나의 프레임에 모두 들어간다. ‘걷지 말고 뛰라’는 캐치프레이즈에 따라 다들 열심히 뛰긴 하지만 뛰는 시간보다 멈춰서 게임을 하는 시간이 더 많은 것도 포맷의 독특함을 희석시킨다. 심지어 50명의 시민과 닭싸움을 하는 장시간의 게임을 보여주면서, 웨딩홀을 찾는 추격전을 생략하는 건 본말이 뒤집힌 것 아닐까. 여기에 상대방이 누르는 비밀번호를 커닝할 수 있기 때문에 마지막 비밀번호를 알고 있는 팀이 이길 수밖에 없는 마지막 탈출 미션은 그동안의 추격전을 무의미하게 만들어버린다. 다시 말해 다른 예능과 차별화된 스피디하고 박진감 넘칠 수 있었던 아이디어를 가지고, 딱 그 요소만을 폐기처분한 것이다. 다음 ‘런닝맨’에선 정말 ‘런닝’을 보고 싶다.

글. 위근우 e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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