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프림팀이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건 최근의 일이다. 언더그라운드에서 활동하던 그들은 지난해 노래 ‘슈퍼매직’이 한 CF에 사용되면서 더 많은 대중에게 알려지기 시작했고, 최근에는 멤버 사이먼D가 MBC 의 ‘뜨거운 형제들’에서 활약하며 힙합이 아닌 예능계에서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하지만 그들을 단지 요즘 뜨는 신예로 생각하면 곤란하다. 그들은 2002년부터 음악을 시작했고, 언더그라운드에서 수없이 많은 공연을 했으며, 메이저씬에서도 미니앨범과 정규앨범, 그리고 최근 신곡 ‘땡땡땡’이 수록된 리패키지 앨범까지 세 장의 앨범을 내놓았다. 홍대의 언더그라운드부터 지상파 음악 프로그램까지 차근차근 입지를 다지며 성장한 그들에게 바로 지금의 생활에 대해 들었다.사이먼D는 ‘뜨거운 형제들’ 녹화를 19시간씩 하고 그런다며? 트위터에서 봤다.
사이먼D : 나를 팔로워했나? (웃음) 정말 19시간 찍었다. 토할 것처럼 힘들었다.
“요즘은 우리가 관객들을 한 명 한 명 알아간다는 생각을 한다” 녹음을 19시간해도 힘들 텐데. (웃음)
사이먼D : 녹음은 19시간동안 못한다. 한 1시간 하고 19시간 잔 적은 있지만. (웃음)
‘뜨거운 형제들’이 분명히 슈프림팀을 알리는데는 도움이 됐을 것 같다. 반응이 달라진 게 느껴지나.
사이먼D : 분명히 달라진 건 있다. 다만 슈프림팀의 사이먼D로 알아봐주시면 그게 제일 좋은데, 그것보다는 ‘뜨거운 형제들’의 사이먼D로 더 알아봐주시긴 한다. 길가다가 지나가는 사람들도 ‘뜨거운 형제들’ 잘 보고 있다고 하니까. 슈프림팀 노래 잘 듣고 있는데 ‘뜨거운 형제들’도 잘 보고 있다 이런 말을 더 듣고 싶긴 하다.
그러면서 예전하고 다르게 당신들을 전혀 모르는 사람들 앞에 서는 일도 많아진다. 얼마 전에는 비를 맞으면서 한국과 그리스전 응원 프로그램에서 공연도 하던데.
사이먼D : 난 사실 비 맞는 게 엄청나게 싫다. 그리고 관객들 사이하고 거리도 멀었고. 그래서 관객들 반응도 잘 알 수 없고, 카메라만 보고 하는데 감을 잡기 힘들었다. 하지만 월드컵 응원 공연은 우리 공연이기 이전에 응원을 위한 거니까 충분히 이해되는 상황이긴 했다.
이센스 : 그 사람들이 우리가 아니라 축구를 보러 온 걸 아니까 저 사람들의 신나는 기분을 죽이지만 말자고 생각했다. 그리고 관객들이 우리를 모를수록 악이 생기기도 했고. “니들이 여태까지 본 팀들이랑 다를걸” 하는 기분으로 한다. 처음에는 우리에게 전혀 시선을 주지 않는 사람들을 보면서 예민해지기도 했다. “와, 어떻게 우리 무대를 안볼 수가 있지” 싶었으니까. 그런데 지금은 모르면 모르는 거고, 우리가 그들을 한 명 한 명 알아간다는 생각을 한다. 그렇게 활동하다 보니까 요즘에는 반응이 확 달라지는 게 느껴진다.
가요 프로그램 출연할 때는 어떤가. 아이돌부터 당신들 같은 래퍼의 팬들까지 다 모이는데.
사이먼D : 요즘 ‘땡땡땡’으로 활동하면서 제일 자신 있게 한다. ‘슈퍼매직’이나 ‘스텝 업’은 무대에서 안무를 해야 해서 제약이 있었는데, 이제는 꼭 클럽 공연처럼 편하게 할 수 있으니까.
이센스 : 아무래도 안무가 없으니까 좀 낫다.
사이먼D : 몸이 좀 불편했다. (웃음)
‘땡땡땡’은 리패키지 앨범에 새로 추가됐는데, 정규 1집의 곡들과 비교하면 랩이 더 강해졌다. 어떻게 보면 미니 앨범에 있던 ‘부적응’과 ‘훌리건’을 더 대중적으로 한 것 같기도 하다.
사이먼D : 나도 그렇다. 그래서 만족스럽기도 하고.
이센스 : 리패키지 앨범은 우리가 ‘슈퍼매직’으로 사람들 앞에 나서기 전에 해오던 스타일을 한 번 보여주고 싶어서 한 것도 있다. 처음 지금 소속사하고 계약하고 더 많은 대중 앞에 서려고 했을 때 우리가 원래 하던 대로 하면 대중들한테 다가서기 어려울 것 같아서 걱정했었다. 그래서 ‘슈퍼매직’은 안무도 하고, 나름대로 대중에게 다가서려고 머리도 썼었다. 안무하는 거 자체는 나쁘지 않은데, 이제는 활동도 어느 정도 했으니까 그냥 마음먹고 하고 싶은 걸 하는 것도 필요할 것 같았다. 가사 쓰는 것도 심의 같은 것도 생각 안하고 자유롭게 써봤고.
정규 앨범의 몇몇 곡들을 욕설을 제거한 클린 버전으로 냈었다. 그런 것들도 고민의 결과라고 할 수 있을까.
사이먼D : 사실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클린버전으로 듣다 보면 욕 같은 부분이 빠지면서 흐름이 끊기는데, 힙합은 가사를 들어야 되니까. 그런데 일단 앨범을 더 많은 사람에게 듣게 하고 싶었다. 첫 앨범부터 ‘19’딱지 붙고 앨범매장 한 구석으로 가면 그러니까. (웃음)
이센스 : 음악 자체를 중요하게 생각한다면 그 부분에서 우리에게 실망할 수도 있었을 것 같다. 하지만 오리지널 버전은 인터넷으로 공개를 해도 괜찮을 것 같았고, 우리는 아직도 시작하는 입장이라 더 많은 대중을 만나는 게 필요했다.
조금은 대중적이어야 음악을 계속 할 수 있으니까.
이센스 : 회사 들어갔는데, 들어가기 전보다 삶이 좀 나아져야지. (웃음)
좀 나아진 것 같나. (웃음)
사이먼D : 이제는 먹고 싶은 거 먹을 수 있다. (웃음)
“지금의 흐름을 잘 밟아나가면 되지 않을까 싶다” 제작자가 다이나믹 듀오인데, 다이나믹 듀오는 앨범 낼 때 어떤 얘기를 하던가.
사이먼D : 그냥 너네가 해보라고만 했다. (웃음)
이센스 : 그게 신경 안 쓴다는 건 아니다. 우리도 몰랐는데 다이나믹 듀오는 군대에서 휴가 나오면 (웃음) 작업실 들어가서 우리가 녹음한 거 다 들어봤더라. 음악을 어떻게 해야 한다는 말은 한마디도 안했고, 오히려 우리가 메이저에서 활동하면서 겪게 될 것들에 대해 이야기를 많이 해줬다. 심의나 방송 돌아가는 시스템 같은 것들.
이젠 그 시스템에 좀 적응이 되나. 언더그라운드부터 지상파 예능 프로그램까지 뮤지션이 겪을 수 있는 온갖 환경을 다 경험한 건데.
이센스 : 처음에는 불만이 많았다. 어우 왜 이런 걸 시키지 싶었고. 그런데 1년 지나니까 이제 좀 괜찮은 것 같다. 시스템이 이해되기도 하고. 그리고 대중에게 노출될 수 있는 방식이 많아지니까 몸이 바쁜 만큼 홍보가 된다.
그러면서 본인들도 달라지는 부분들이 있나.
이센스 : 언더그라운드 시절에는 홍보나 프로모션에 관심도 없었다. 그 때는 음악 만들어서 내고 좋으면 와서 들으라는 식이었다. 대신 우리의 팬도 확실했고. 그런데 계약 맺고 활동하니까 방송사에서 기대하는 우리 모습, 태어나서 본적도 없는 사람들이 기대하는 모습, 그리고 힙합팬이 아니라 그냥 슈프림팀을 알게 돼서 기대하는 팬들의 모습이 다 달랐다. 내가 내 음악을 들어줄 사람들을 포용할 수 있는가 하는 걱정이 생긴 거다. 전에는 힙합팬들에 대한 감이 있었는데, 지금은 오히려 감이 없다. 대신 더 많은 사람들이 내 음악을 들어줄 거라는 기대가 생긴다.
사이먼D : 그만큼 기회라고도 생각한다. 지금의 흐름을 잘 밟아나가면 되지 않을까 싶다. ‘스텝 업’ 하는 거다.
이센스 : 그리고 전에는 공연하고 술 먹고 자고 또 음악 만들고 이랬는데 이젠 이런 인터뷰도 하고, 방송 나가서 비속어도 안 쓰고. (웃음) 다이나믹 듀오 형들도 너희들이 활동하다보면 음악 하는 사람들의 사이클을 유지 못할 때도 있고, 조금 와 닿지 않는 일도 해야 될 때도 있을 텐데 그게 싫은데 억지로 하는 게 아니라 필요해서 하는 일이라고 했었다.
가사를 보면 좀 여유롭고 나른하게 살고 싶어 한다는 느낌이 있었는데, 요즘 좀 힘들 거 같긴 하다. (웃음)
사이먼D : 환경에 잘 적응하려고 하는데, 다크서클은 계속 내려온다. (웃음)
이센스 : 한번 쓰러져.
사이먼D : 한번 쓰러지고 싶기도 했다. 푹 쉬게. (웃음)
이센스 : 내가 쓰러지는 것보다 그게 낫지. 형이 쓰러지면 같이 쉬는데, 내가 쓰러지면 그러진 못하니까. 사실 라이프 사이클의 문제가 있긴 하다. 원래 충분히 시간 들여서 작업하다 이제는 갑자기 라디오 방송하다 다시 음악하고 그러니까. 솔직히 처음엔 미칠 것 같았다. 그래도 지금 이 기회에서 제대로 보여줘야 한다는 마음이 있어서, 우리가 요령을 찾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지금도 공연 끝나고 동료들이 뻔히 있는데 다음 스케줄 있어서 가야 되는 건 아쉽다. 옛날엔 같이 술 먹고 음악 얘기하고…
사이먼D : 놀 데 없으면 놀이터에서 놀고.
인터뷰. 강명석 two@
정리. 이가온 thirteen@
사진. 이진혁 eleven@
편집. 장경진 thr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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